케이소마 단편

피지 못하는 꽃봉오리

할로윈 기념

언더닥터 하스미 케이토 x 언더닥터 칸자키 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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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깊은 밤. 제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는 소마의 머리를 케이토가 천천히 쓰다듬어준다.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약간의 불안감도 함께.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소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가를 부비며 그가 몸을 일으켰기에 케이토는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주변을 살피기도 잠시, 소마가 눈을 크게 뜨며 케이토를 바라보았다.

“아앗, 언제 잠들었던 거요?! 송구하오 하스미 공!”

“괜찮다 칸자키.”

사랑스럽다는 듯 소마를 바라보던 케이토가 손을 뻗어 그의 볼을 매만졌다. 볼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소마가 배시시 웃고는 그의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쳤다. 천천히 볼을 쓰다듬으며 케이토가 말했다.

“보고 싶었다 칸자키.”

“하핫, 본인도 보고 싶었소이다! 매일 듣는 말이오만, 매일 새롭구려.”

“…매일 보고 싶으니까.”

슬픈 빛이 아주 잠시 케이토에게 비쳤으나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웃었다. 소마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그에게서는 언제나와 같은 꽃향기가 났다.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잠시 놀란 듯 했으나, 익숙하게 그의 허리를 마주 끌어안고서 볼을 부볐다. 어제도 뵈었소만, 어째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드오.

“야얏, 헌데 지금이 몇 시요?”

“아직 두 시밖에 안 됐다. 시간은 많아.”

“두 시…? 우왓, 새벽이잖소이까! 어서 주무시오 하스미 공!”

“나도 아까까지 자다가 일어난 거니까 안심해라. 지금은 너랑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

소마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서 케이토가 웅얼거렸다.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그의 태도에 소마가 눈을 깜박였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구태여 묻지 않았다. 소마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리움이 넘실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방긋 웃으며 케이토의 등을 토닥였다.

“본인도 그렇소이다! 하스미 공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오♪ 뭐어, 방금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졸리지도 않기에…. 후훗, 하스미 공과 조금 더 잡담하는 것도 좋겠소이다! …아앗, 키류 공께서 보신다면 화를 내시련가?”

“뭐, 괜찮다. 오늘 하루쯤인데 뭘. 혹시 뭐라고 한다면 내가 지켜주마.”

“오오, 믿음직스럽소이다!”

“그래. …그러니까 칸자키….”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케이토가 눈을 감았다. 짐짓 슬픔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내 곁에 있어줘.”

멈칫. 제 가슴을 조여오는 그리움과 사람, 슬픔에 소마가 몸을 흠칫 떨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어, 어째서 이러는 거요 본인? 하스미 공이 있으니 기쁜 게 당연하잖소! 코를 쿨쩍이며 애써 눈물을 삼키고서 기쁘게 외쳤다.

“본인은 언제까지고 하스미 공의 곁에 있을 것이니 안심하시오!”

“알고 있어 칸자키.”

소마의 머리에 꾸욱 입을 맞추고서 케이토가 웃었다. 야얏, 아까 전의 분위기는 본인의 착각인가보오. 하긴, 그럴 이유가 없잖소이까. 몸을 일으키고서 케이토의 손을 붙잡았다. 허면 무엇을 하는 것이 좋겠소? 흠, 별을 구경하며 차라도 마실까. 좋소이다! 본인이 준비하겠소!! 벌떡 몸을 일으킨 소마가 부엌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어 찻잎을 살폈다. 음, 차를 벌써 다 마셨던가. 얼마 안 남았구려. 뭐, 그래도 지금 먹을 만큼은 남아 있어서 다행이오. 콧노래와 함께 달그락달그락 차를 준비했다. 그때, 소마의 시선 끝에 화분이 들어왔다.

“하스미 공, 이것은 무엇이오?”

“음? 무엇을 말하는 거지?”

“여기 이 화분 말이오! 봉오리가 폈소이다!”

소마가 신난 목소리로 그에게 손짓했다. 그의 모습에 케이토가 웃으며 다가와서는 뒤에서 소마의 허리를 끌어안아주었다.

“호접란이다. 네녀석이 좋아할 것 같아서 샀어.”

“호접란? 와앗, 만개하면 아름다울 것 같소이다♪ 꼭 보고 싶구려!”

“…꼭 보여주마 칸자키.”

소마의 귓가에 입을 맞춰주며 케이토가 웃었다. 이제 차를 내려야 하니 놔달라고 소마가 말했으나 케이토는 그를 놓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조금 불편하게 - 하지만 실수 없이 - 차를 우리고서 쟁반 위에 올렸다.

“이제는 정말 위험하니 아니되오!”

“이런, 어쩔 수 없군.”

웃음과 함께 케이토가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났다. 하스미 공, 어리광이 는 것 같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마도 살풋 웃었다.

창가에 앉아 별과 달과 함께 차를 즐겼다. 밤바람이 차갑고 좋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함께 일출을 보고, 아침 식사를 하고, 쿠로를 만나고 - 어쩐지 엄청 기쁜 표정이었다 - 잠이 몰려오기에 두 시간 정도 함께 끌어안고 낮잠을 잤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함께 목욕을 하고. 단 1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케이토는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소마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는 동안, 그의 손길이 좋은지 소마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케이토가 웃었다.

“칸자키, 졸린가?”

“뭇?! 아, 아니오! 아직 졸리지 않소이다! 하스미 공과 조금 더 함께 있을 거요!”

“…후훗, 기쁘군.”

소마의 젖은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던 케이토가 머리에 꾸욱 입을 맞췄다. 소마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의 사랑이 좋았다.

“칸자키, 재미 있는 얘기를 해줄까.”

“재미 있는 얘기…?”

“그래. 오늘 10월 31일과 관련된 이야기다.”

케이토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소마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살 빗어주며 그가 운을 떼었다.

“…오늘은, 서양에서 할로윈이라고 부르는 날이다.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지.”

“죽은 사람이 다시…? 와, 와앗. 허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거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무무뭇, 그렇다면 지금 이 방 안에도 귀신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

소마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옆에 놓아둔 제 검을 들어올리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악한 요물이 하스미 공을 위협하지 않도록, 본인이 지켜드리겠소이다!!”

케이토가 웃음을 터트렸다. 소마의 반응이 귀여워서. 진정하고 앉으라는 듯 그가 제 허벅지를 두드렸지만, 소마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했다. 검을 꼬옥 쥐고서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고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귀신… 음, 귀신따위 세상에 존재하지 않소이다. 그것은 전부 그저 미신일 거요!”

“…글쎄,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만 칸자키. 이 방 안에도… 네녀석이 말한 대로 귀신이 있을 수 있고. 저기를 봐라, 뭔가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가?”

“우, 우와앗!!”

주먹을 불끈 쥐고서 케이토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손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깜짝 놀랐다는 듯 소마가 안도의 숨을 내쉬자, 귀엽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마가 헛기침을 하고서 다시 그를 끌어안았다.

“…본인, 귀신 같은 것은 조금도 무섭지 않으나… 하스미 공께 위해를 가할까봐 걱정이 되어 그런 거요. 본인은 아무렇지 않소이다!”

“음, 음. 그렇구나.”

그의 말을 믿는건지 아닌건지, 애매한 태도로 케이토가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할까 칸자키.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라던가.”

“본인을 너무 어린아이로 보시는 것 아니외까 하스미 공?!”

“그래서 싫은가? 지금 나누기에 딱 좋은 대화라고 생각했다만.”

“…드, 듣고 싶소.”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소마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너무 많았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어느덧 시곗바늘이 11이라는 숫자를 가리켰고, 둘은 나란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 케이토는 아까부터 계속 소마를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소마 또한 어쩐지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기에,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말 없이 소마의 머리를 쓸어주던 케이토가 눈을 감았다.

“칸자키, 많이 사랑한다.”

“와앗, 본인도 그렇소이다!”

“후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거니까.”

“무…?”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았지만, 질문할 수 없었다. 들을 용기가 없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케이토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깜짝 놀란 소마가 그에게 물으려는 찰나에 케이토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듯.

소마는 묻지 않았다. 그에게 거역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잠깐 케이토의 온기를 받았을까. 그가 천천히 손을 풀어서 소마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의 두 눈은 눈물 때문에 붉었다. 겨우 울음을 참으며 미소지었다. 두 눈에는 괴로움이 가득했다.

“…칸자키, 정말 많이 사랑한다. 그러니… 꼭 다시 나를 찾아와줘.”

“하, 하스미 공?”

“…사실 오늘, 너무 두려웠다. 네가 조금 늦게 일어났잖나.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지,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건지… 두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어. 그게 네 감정이고 선택이라면 이해해야한다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미안하다.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안 되는 것 같아.”

“….”

“그러니까 칸자키, 다음에도 나를 만나러 와주련.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네가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지독한 욕심에 어울려줘. …나는, 나는 언제까지고 너를 기다릴테니까.”

시선이 흔들렸다. 무서운 추측이 피어올랐다. …설마 본인, 설마-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 케이토가 그에게 입을 맞췄다. 케이토의 혀와 숨은 너무도 따뜻했다.

소마의 것과 다르게.

볼을 부여잡고서 인공호흡이라도 하는 것처럼 애타게 입을 맞췄다. 소마는 그를 밀어내지 않고 응했다. 그의 명이라면 모든 응하겠다는 듯이,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고, 서로의 호흡이 섞이는 거리에서 숨을 골랐다. 소마의 볼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케이토의 손목을 붙잡고서, 소마가 괴로운 듯 속삭였다.

“…좋아하오, 사랑하오 하스미 공.”

“….”

“그리고… 기다리게 해드려 송구하오.”

“괜찮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다시 찾아와 주기만 한다면.”

“응. 본인, 노력하겠소이다. 하스미 공을 위해-”

뎅- 뎅-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케이토의 품에 쓰러졌다. 케이토의 볼에서 또다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싸늘한 소마의 몸 위에 마찬가지로 쓰러지고는,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았다. 입을 까득 물고서 애써 괴로움을 참았다.

저벅, 저벅.

축 늘어진 소마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고서 케이토가 복도를 걸어갔다. 한 방문을 열자, 잘 관리된 실내가 나왔다. 소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소마의 물건으로 가득한.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투명한 유리 관이 놓여 있었다.

소마를 천천히 그곳에 내려두고서 그의 머리칼을 정돈했다. 그는 잠에 든 것처럼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케이토가 살풋 웃었다. 관 내에 놓여있던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꺼내 소마의 손에 쥐어주었다. 몇 송이의 호접란이었다. 매년, 매년 꽃이 피면 소중히 손질해서 케이토가 하나씩 두곤 했던 그 꽃. 소마가 매번 기대된다고 말했던 그 꽃.

덮개를 덮고서 케이토가 그 옆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의 표정에는 괴로움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유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칸자키. 여전히 아름답구나. …부디 내년에도 찾아와줘. 기다릴 테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하염없이 소마를 바라보기만 했다.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어떤 만남은 이별만큼이나 괴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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