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스포일러

미래에서 온 자신과의 만남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10년 뒤의 케이토와 소마가 찾아오는 이야기

가볍게 씀

-

마지막 서류를 클립으로 정리한 뒤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 화면에는 오타가 많이 난 메세지가 느릿느릿하게 올라오는 중이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그것을 바라보며 문으로 걸어갔다. 제 애인이 사랑스러워서, 어서 보고 싶어서.

“…음? 저건, 칸자키…?”

ES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낮게 묶어서 어깨에 걸쳐두긴 했지만. 분명 메세지에선 아직 성주관이라고 했었는데…. 뭐, 역시 저녀석도 내가 보고 싶었나 보군.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져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마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를 찾고 있는 거겠지. 소마의 머리를 부스스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빨리 왔구나. 다칠 수도 있으니 다음에는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어 칸자키.”

“…?”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케이토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보라색 시선이 케이토와 맞닿았다. 어쩐지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케이토가 멈칫했다. 정확히 형용할 수는 없지만 뭐가 조금-

“하스미 공?”

성숙해졌달까.

길 한복판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뚝 멈췄다. 자세히 보니 입고 있는 옷마저 처음 보는 의상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먼저 움직인 건 소마였다. 조심스레 케이토의 뺨을 향해 손을 뻗어오는 그였기에, 케이토가 다시금 몸을 움찔했다. 평소 소마라면 뭐든 케이토의 허락을 구하고 스킨십을 하지 않았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소마를 보고 있자, 익숙한 웃음이 시야에 들어왔다. 배시시- 볼을 붉히며 웃는 모습이. 그 미소에 저도 모르게 들어 있던 긴장이 천천히 풀렸다. 아, 칸자키가 맞구나. 피식 웃으며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심장이 기분 좋게 뛰기 시작했다. 웃으며 가만히 케이토를 바라보던 소마가 입을 열었다.“

“하스미 공. 혹시 이곳은 ES 건물 앞이오?”

“음? 그렇다만.”

자연스러운 영어발음에 다시금 이질감이 들었다. 무슨 상황일까. 불안하게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대로의 일상이었다.

“무무, 허면 본인의 추측이 맞는 듯 하오.”

“…? 무슨 추측 말인가?”

“아무래도 본인, 과거로 돌아온 것 같달까.”

…하?

예상하지 못한 말에 그대로 벙쪄서 소마를 바라보았다. 한쪽 손으로는 케이토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은 스스로의 입가를 가린 채 고뇌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도시의 모습, 먹통이 된 스마트폰, 그리고… 어쩐지 평소와 조금 다른 하스미 공까지. 추측을 확식하기 위해서는 역시 한 가지 방법밖에 없는 듯 하오. 하스미 공, 잠시만 스마트폰을 주실 수 있소이까?”

“그, 그래.”

침착하게, 그리고 자연스레 제게 손을 내미는 소마였기에 케이토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을 건넸다. …영어 발음이 많이 좋아졌군. 정말로 미래의 칸자키라면, 조금 아쉽겠어. 피식 웃고서 고개를 저었다. 소마가 그의 핸드폰 화면을 톡톡 건들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머쓱한 표정으로 그가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년도로 보면 딱 10년 전이로구려. …흠, 어째서 잠금이 해제되지 않는 것일까 잠깐 당황했었소이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아아…. 지금의 하스미 공과 본인, 서로의 핸드폰에 생체정보를 등록해두었기에.”

“…뭐?”

눈을 깜빡. 그의 말에 잠시 사고가 멈췄다. …서로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열어볼 수 있다고? 그렇다는 말은 혹시-

“…혹시 결혼이라도 한 건가?”

“무? 아하하. 그것은 아니오.”

“…그런가.”

호쾌한 소마의 답변에 케이토가 멋쩍게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너무 멀리 간 것 같아 민망하군. 웃으며 그런 케이토의 반응을 가만히 바라보던 소마가 살풋 웃었다.

“허나, 동거는 하고 있소이다.”

“음? 동거?”

“그렇소. 같이 잠에 들고, 같이 일어나고…. 으음, 그러니 종전의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직」이 더 걸맞아 보이긴 하오.”

“…!”

아, 음. 그런가. 그랬군. 애써 침착한 척 고개를 돌렸지만 입가에는 차마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새어나왔다. 케이토의 솔직한 반응에 소마가 입을 가리고서 웃었다. 지금의 하스미 공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구려. 긴장하지 않으면, 무심코 귀엽다고 말해버릴 것 같소이다. 심호흡을 한 뒤 웃으며 케이토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겼다. 괜히 딴청을 피우던 케이토가 아무렇지 않은 채를 하며 소마를 바라보았다. 뭐, 지금의 소마라면 당연히 못 알아볼 리가 없지만.

“헌데 하스미 공, 무엇을 하던 중이셨소? 빨리 왔다, 고 말하신 것을 보면 아마 지금의 본인과 약속이 있으셨던 듯 한데.”

“…아참 그랬지. 성주관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무심코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소마에게서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았다. …흠, 이상하군. 보통 이정도로 내가 늦으면 칸자키가 보고 싶다면서 연락을 줄 텐데 말이다. 서운한 듯 핸드폰 화면을 빤히 응시하는 케이토를 바라보며 소마 또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하스미 공. 본인이 이 시간대로 온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이상한 일이긴 하온데….”

“…음?”

“본인 혼자만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소이다.”

멈칫. 소마의 말에 케이토가 그대로 굳었다. …미래의 칸자키 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도 이 시대에 왔을 수 있다는 건가? 지금 칸자키는 내 앞에 나타났으니까,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케이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금 바로 성주관으로 가도록 하지.”

칸자키를 지켜야 해.

“칸자키, 칸자키? 안에 있나?”

소마의 방문 앞. 케이토가 조금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 미래의 소마 또한 그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본인이, 본인을 대신하여 미래로 갔을 수도 있소이다.”

“아아, 어느쪽이든 최악이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단 말이다…!”

분노에 찬 케이토가 결국 문을 벌컥 열었다. 그 안에는-

“하, 하스미 공!!”

“호오, 이제야 들어왔군.”

소마를 무릎 위에 앉힌 채, 둘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턱을 올린 자세로, 미래의 케이토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케이토가 험악하게 미간을 찌푸리고서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이, 지금 뭐하는 거지!?”

“내 소마를 안아 주고 있었을 뿐이다. 오랜만에 보니 귀엽군.”

얼굴이 빨개진 소마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계, 계속 이름으로 불러주시기에, 몸이 오싹오싹하고 부끄러워져서 저항할 수가 없소이다…! 소마와 미래의 자신을 번갈아보던 케이토가 쯧, 하는 소리와 함께 혀를 찼다. 조금은 억지로 그의 팔을 떼어내고서 소마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익숙한 향기에 - 미래의 케이토에게는 낯선 향수 냄새가 났다 - 소마가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던 긴장을 풀고 그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케이토의 어깨에 볼을 부비며 앓는 소리를 냈다. 우우우 하슈미 고옹~…. 그런 둘을 가만히 바라보던 미래의 케이토는 그저 어깨를 으쓱한 뒤 몸을 일으켰다.

“칸자키, 저녀석이 네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무무, 그것은 아니오. 그저, 으음….”

“저녀석이라니. 자기자신에게 너무 박한 건 아닌가 하스미.”

“난 칸자키에게 물었다만.”

미래의 자신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소마를 더욱 끌어안았다. 그의 반응에 소마가 조금은 기쁜 듯 웃었다. 제게 해가 될 것 같은 존재라면, 정말로 누구에게라도 이빨을 드러내는 애인이라니. 좋지 않을 리가. 어리광부리듯 케이토의 품에 볼을 부비며 소마가 입을 열었다.

20여분 전.

케이토에게 연락이 왔기에 소마가 기숙사 방 밖으로 나섰다. 하스미 공과의 데에-토♪ 저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막 건물로 들어오던 케이토와 마주쳤다. 반가움에 소마가 활짝 웃으며 그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케이토는 두 눈을 크게 뜨고서 조금은 엉거주춤하게 소마를 받아주었다.

“하스미 공, 빨리 오셨구려!!”

“…아아.”

“수마호-로 연락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소만, 이렇게 금방 오시다니! 혹여 본인을 위한 사푸라이주- 였소이까?”

주인을 오랜만에 만난 강아지마냥 신나서 케이토에게 쫑알쫑알 말을 뱉었다. 케이토는 가만히 그런 소마의 모습을 내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하스미 공, 평소와 다른 의상에 낯선 향기도 나오. 사실 화보 촬영이라도 하고 오신 게련가? 어쩐지 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기에 소마가 주춤했다. 말 없이 소마를 바라보던 케이토가 피식 웃고서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오랜만이구나, 소마.”

“에, 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와 분위기. 벙찐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이토는 사랑스럽다는 듯 소마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눈가에 입을 맞췄다. 무, 무뭇. 하슈미 공? 하스미 공이 맞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소마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그렇게 몇 번 더 키스해주기도 잠시, 청소부의 웃음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그제야 정신이 든 소마가 화들짝 놀라서 케이토를 밀어냈다. 쿨럭. 이렇게까지 세게 밀릴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케이토가 작게 기침하며 물러났다.

“우 우와앗, 괜찮으시오 하스미 공?!”

“…음, 나는 괜찮아. 그보다 여전한 힘이군 그래. 아니지, 이럴 때는 오랜만이라고 하는 게 나으련가.”

“???”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혼란스러운 자신과 달리 그는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토가 웃으며 소마의 손을 잡은 뒤 슬쩍 끌어당겼다.

“그보다 여기서 계속 이렇게 있으면 주의를 끌겠군. 소마, 네녀석의 지금 방으로 데려다 줄 수 있나?”

“에, 에엣. 알겠소이다!”

소마? 자연스레 불리는 제 이름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이는, 본인이 아는 하스미 공이 아니오. 허나 온전히 다른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오. 무무, 어찌하면 좋소이까? 두 눈을 질끈 감고 고뇌하던 때에, 케이토가 한 번 더 소마의 손을 잡아끌었다. 에엣? 소마가 놀라서 눈을 뜨고 케이토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서 안내해줘야지.”

“…!”

아, 알겠소이다! 익숙한 그 얼굴과 미소에 소마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이끌었다.

그 이후로는 별 거 없었다. 그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케이토가 소마를 끌어안고서 제 추측을 설명해줬을 뿐. 그리고 마침 그 때에 케이토와 미래의 소마가 찾아왔던 것이다.

“…그렇게 된 거였군. 별 일 없었다면 그거로 됐다.”

“나참, 네녀석 자신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없으면 어떡하자는 거냐. 좀 더 스스로를 믿도록 해라 하스미.”

“…칸자키가 모르는 사람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보고서 진정하라는 건가? 네녀석은 그럴 수 있어?”

“그래. 왜냐면 소마는 나를 가장 좋아하니까. 질투는 의심과 불안에서 오는 거다.”

“….”

당연하다면 당연한 그의 말에 케이토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래에서 온 케이토는 문가에 서 있는 자신의 소마를 향해 다가가고서 자연스레 한 팔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소마 또한 그의 행동이 낯설지 않은지 익숙하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하나의 습관인 양 그가 소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서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소마의 등을 토닥여주던 케이토의 시선이 저절로 그 둘에게 향했다. 서로 가까이 붙어서 무언가를 속삭이고, 입을 맞추고, 웃음을 나누는 그 모습이 마치-

“…부부같군.”

“…음?”

“무?”

아차.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는 것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당황한 케이토가 입을 꾹 다물고서 시선을 피했다. 볼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소마의 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반응에, 미래의 케이토와 소마가 푸훗 웃었다.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쩐지 저들 앞에서는 한참이나 어려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어리긴 하지만. 괜히 심통이 난 케이토가 소마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으며, 경계서린 눈빛과 함께 미래의 자신들을 노려보았다. 케이토의 눈빛에 케이토가… 그러니까 미래의 케이토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마찬가지로 소마의 허리를 끌어당긴 뒤 소마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의 행동이 익숙한지 소마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렇게 옛날의 우리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군. 그렇지 않나, 소마.”

“본인도 동감하오.”

“네녀석은 크게 변한 게 없어보인다. 저때도 지금도, 여전히 예쁘구나.”

오만함까지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케이토가 입술을 괜히 혀로 축였다. 안 돼, 여기서 말려들면 안 된다.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찾아야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 머리를 굴렸다. 그러던 그때, 미래의 소마가 해준 말이 그의 뇌리에 스쳤다.

“…그러면 네녀석. 불안함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왜 아직도 칸자키에게 청혼하지 않은 거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칸자키… 그러니까, 『네』 칸자키에게 들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네녀석도 무언가 불안한 점이 있으니까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것 아닌가.”

“….”

미래의 케이토가 입을 다물었다. 호오, 정곡을 찔렀나보군. 케이토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마를 끌어안고서 턱을 추켜들었다.

“나는 네녀석과 달라. 칸자키가 성인이 되는 그 날 바로 청혼할 거다.”

“….”

그가 미간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무언가의 고민이 담긴 깊은 한숨까지.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미래의 소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가리고서 웃었다.

“그것이… 사실 하스미 공께서는, 예전의 맹세를 지키려고 그러시는 거요.”

“? 예전의 맹세?”

“…소마.”

“뭐어, 딱히 숨길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으음. 하스미 공께서도 기억하시겠소만… 이전에 화과자는 어찌하여 발렌타인 데이의 주역이 아니냐며, 본인이 투정부린 적이 있잖소이까.”

“…그랬지.”

“그날 이후로 매년 하스미 공께서는 발렌타인 데이 때마다 화과자를 만들어주시고 있소이다. 이것을 예쁘게 잘 만들게 되면, 본인에게 청혼하시겠다고 했소. 허나… 아직 그 날이 오지 못했을 뿐이오.”

“…하아, 구제불능이다 소마. 그게 그렇게 기쁜건가? 틈만 나면 얘기하는군.”

“우후후. 하스미 공께서 본인을 위해 이리도 오랜시간 노력해주시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게 귀여운 화과자를 만드시는 것… 그 어느것 하나 본인의 기쁨이 아닐 수 없소이다♪”

미래의 소마가 행복한 듯 웃으며 케이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미래의 케이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연스레 그를 마주 안아주었다. …화과자로 청혼? 심장이 쿵쿵 뛰어왔기에 케이토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뜨거웠다. 아, 나는 정말 아직 한참 어리구나. 셋의 모든 대화를 들은 소마 또한 마찬가지인 생각을 하며 입을 꾸욱 다물고 있었다. 하 하스미 공께서 화과자로 청혼을…?! 그것을 10년 동안이나?! 사, 상상만 했을 뿐이온데 너무나도 기쁘오!! 케이토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

케이토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언가 결심한 듯 소마를 제게서 떼어내고는 어깨를 붙잡았다.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미래의 케이토와 소마 또한 대화를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결의에 찬 눈빛으로 케이토가 입을 열었다.

“어이 칸자키. …나 또한 분하지만 저녀석과 같은 맹세를 하마. 반드시 네녀석을 기쁘게 할 화과자를 만들어서, 발렌타인 데이날 청혼하겠다고. 그때까지 내 곁에서 기다려줄 수 있겠나?”

“…!”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소마는 그저 케이토를 바라보았다. 케이토의 귀는 붉었다. 그와 동시에, 결연했다. 행복하다는 감각밖에 안 느껴질 정도로. 기쁜듯 활짝 웃으며 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언제까지 기다리겠소이다!! 둘의 귀여운 실랑이를 구경하던 미래의 케이토와 소마가 피식 웃었다. 과거의 자신들의 맹세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이미 이것만으로 충분한 청혼이 되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어서.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 같군.”

미래의 케이토가 소마의 손을 잡고서 눈을 감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케이토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텅 빈 현관 뿐이었다.

…방금 그것, 꿈이었던 건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소마를 내려다보았다. 그 또한 눈을 깜빡이며 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이든 현실이든, 중요하지 않을 것 같군.

몸을 숙여 소마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소마가 놀란 듯 펄쩍 뛰었다. 귀엽다는 듯 그를 바라보던 케이토가 후련한 듯 웃었다.

10년 뒤에도 칸자키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칸자키를 사랑하는구나.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불안이 전부 녹아버렸다.

뭐, 이제 남은 건 화과자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연습 뿐일 것이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