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소마의 덕질

초보 오타쿠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사귀는 사이

-

어느날 오후. 안즈와 함께 사무실을 걷던 소마가 무언가를 발견한다. 이것은… 하스미 공? 이건 대체 무엇이오…? 한켠에 놓여 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고 소마가 고개를 갸웃한다. 안즈의 시선이 덩달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아! 그건 말이지 소마 군-

“그러니까, 이것의 이름이 파샤-츠라는 거요? 하스미 공의 사진이 담긴 공식 상품이렷다?”

소중한 듯 양 손으로 그것을 잡고서 소마가 눈을 빛냈다. 하스미 공의 잘생긴 용모가 담긴 상품…! 소마의 반응에 안즈가 뿌듯한지 고개를 끄덕이고서 핸드폰을 켜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오오, 파샤-츠라는 것도 종류가 아주 많다는 거요? 음, 으음. 전부 하나같이 잘생겼소이다! 역시 하스미 공의 외모는, 사진으로 담겨도 결코 시들지 않소!!”

다양한 종류의 굿즈들을 보며 소마가 눈을 빛냈다. 확실히, 팬-분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할 듯 싶구려. 안즈가 보여준 사진들을 천천히 구경하던 소마의 눈에 새로운 것이 들어왔다.

“저것은 무엇이오?”

소마가 가리킨 것은, 다양한 종류의 뱃지들. 파샷츠에 쓰인 것과 동일한 사진으로 뱃지도 제작된다는 말에 소마가 눈을 크게 떴다.

“뱃-지? 오오, 허면 가방에 달고다닐 수도 있겠소이다! 꽤나 귀엽고 실용적인 상품이구려♪”

실제로 가방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지극히 일반인적 사고에 안즈가 어색하게 웃는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파샷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자, 안즈가 잠시 고민하다가 어딘가로 사라진다. 하스미 공의 사진이 있다면, 언제 어디를 가든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소이다! 본인도 하나 구매하는 것이 좋으련가? 아니지, 하스미 공과 함께 사진을 찍고서 그것을 인화하면, 본인만의 파샤-츠가 되는 거 아니오? 무, 무무. 헌데 인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혼자서 사진을 부여잡고 고뇌하며 끙끙거리고 있던 때에, 안즈가 다시 그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오오, 이것은 무엇이오? 콩주머니?”

바로 만쥬였다. 한껏 미간을 찌푸리고 화를 내는 듯한 케이토의 만쥬. 소마가 웃음을 팡 터트리고는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그것을 건네받았다. 우우우, 정말이지 사랑스럽소이다…. 하스미 공을 똑 닮았소! 조심히 들어올려서 볼에 부비적거리기 시작했기에, 안즈가 후훗 웃었다. 얼마전에 랜덤가챠에서 뽑았다가 그대로 잊고 있었는데, 주인을 잘 찾은 것 같아 다행이야!

“그나저나 안즈 공, 이런 것들은 다 어디서 구매하시는 거요?”

여전히 만쥬를 품에 꼭 안은 채로 소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이정도는 알려줘도 괜찮겠지…. 고민하던 안즈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핸드폰을 켰다.

“에엣. 원하는 것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인지 가려두고서 판매한다는 말씀이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소이까!!”

나도 동감이야 소마 군. 안즈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상품들도 있긴 한데, 보통은 그렇게 랜덤이야. 안즈의 설명에 소마가 입을 꾹 다물고서 다시 상품 페이지를 쳐다보았다. 어깨가 살짝 처진 것이, 실망한 눈치였다. 이를 어쩌지… 고민하던 안즈가 결국 소마의 어깨를 붙잡았다. 나, 오타쿠 경력 n년. 소마 군 나를 믿어!

“…오야, 사람들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교환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오? 혹은, 한 상자의 내용물을 소분할 수도 있다?”

소마의 반문에 안즈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트위터를 켜서 무언가를 검색하자, 교환을 구하는 사람들의 트윗이 우르르 쏟아졌다. 그것을 본 소마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람들은 역시 어떠한 상황에도 방법을 찾아내는구려. 으~음… 하핫. 허나 본인, 역시 수마호-를 직접 다루는 것은 여전히 서툴기에… 도와주신 것은 감사하오. 역시 본인은, 안즈 공께서 선물해주신 이 마, 망…?으로 만족하겠소이다.”

조금은 아쉽게 웃으며 소마가 만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고민하던 안즈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팟팟 두드렸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 도와줄 테니 말만 해라, 고? 우후후, 안즈 공께서는 역시 상냥하시오! …오오, 게다가 이런 상품들을 판매하는 매장들도 있으니,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거나 사람들과 직접 교환하는 방법도 있다는 말씀이시외까? 그것 참 잘됐구려! 본인, 꼭 직접 해보고 싶소이다!!”

소마 군이라면 케이토 선배를 한 번에 뽑을 수 있을 거야! 라는 등의 얘기를 하며 둘은 당장 외출할 준비를 했다. 소마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걱정하여 모자와 마스크도 집어 썼다. 뭐,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사, 사람이 엄청 많소이다. 이분들이 정녕 전부 우리네 아이도루의 상품을 구매하러 오신 분들이란 말이외까?”

마스크를 꼭꼭 올려쓰며 소마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옆에 있는 안즈는 주변에서 수근거리며 힐끔거리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 …이렇게 길고 예쁜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검까지 대도하고 있는 사람은 ES에 칸자키 소마밖에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바로 소마를 알아본 것 같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나까지 마스크를 썼으면 사람들이 더 오해했을 거야….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소마의 뒤를 따라갔다. 소마는 케이토의 상품들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오오! 이 사진, 엄청나게 잘 나왔소이다!! 아까 보았던 사진보다 이것이 더 멋있는 것 같소! 하스미 공의 화보는 언제나 최고요! …앗, 이것은 무엇이오? 조그만 하스미 공이구려! 아주 사랑스럽소이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매력있소…!! 아아, 고민이오!”

상품들을 둘러보며 소마가 행복한 듯 웃었다. 케이토의 인형과 랜덤 파샷츠를 하나씩 구매한 뒤,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조심히 포장을 뜯어보았다. 하스미 공, 하스미 공…!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은 결과-

그의 손에 들린 건, 세나 이즈미였다.

“무무…. 아쉽구려. 세나 공도 반갑긴 하온데, 본인은 하스미 공을 원했소만….”

아쉽다는 듯 소마가 웃었다. 안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갑을 들고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사올게 소마 군. 에엣, 그렇게까지…? 당찬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매대를 향해 다시 걸어가는 안즈의 뒷모습을 보며 소마가 작게 웃었다. 으~음. 세나 공은 어찌하면 좋으련가. 그러고보니 안즈 공께서 분명, 현장에서도 직접 교환 할 수 있다고 하셨었지. 이즈미의 사진을 들고서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여럿 옹기종기 모여있는 테이블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몸을 일으켰다. 파샷츠를 잔뜩 구매한 사람들이었다. …음, 본인의 정체를 들킨다면, 필시 소란스러워질 거요. 그들에게 쭈뼛쭈뼛 다가간 소마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실례하오. 혹시 이것과 하스미 공을 바꿔주실 수 있소이까?”

최대한 본인이 아닌 척을 하며… 한 건가? 싶긴 하겠지만 여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그 결과는, 약간의 소란이었다. 깜짝 놀란 사람들과 황급히 모자를 푹 눌러쓰는 소마.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 같았기에 어색하게 그에게 응해주는 팬들. 그리고… 소마에게 자꾸만 건네지는 하스미 케이토의 상품들.

“앗, 아앗. 송구하오. 본인은 이 파샤-츠 하나 밖에 없기에, 더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소만…!”

제게 안겨지는 무수한 상품들을 받으며 소마가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소마의 반응이 귀여운지 사람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사진도 좀 찍고, 트위터에도 몰래 좀 올리고. 안즈가 고심해서 파샷츠 세 종류를 골라 구매해 왔을 때, 소마는 적잖은 케이토 굿즈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오오 안즈 공 오셨소이까? 아아, 이것이 다 무엇이고 하니…. 실은, 안즈 공께서 아니 계실 때에 세나 공을 하스미 공으로 교환하려고 시도했었소. 헌데 다들 착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본인에게 이렇게나 많은 하스미 공의 상품들을 선물로 주셨소이다!! 후후, 모두들 상냥하신 분들이오…♪”

아마 소마 군이라는 걸 알아봐서 그런 거겠지….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더 커진 것을 느낀 안즈였기에, 소마를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란스러워지면, 케이토 선배한테 혼날 수도 있다구…!

그날 이후 홍월 팬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소마가 케이토의 굿즈를 모으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그야 소마는 그날 이후로도 혼자서 몰래 가게에 가 한두개씩 사곤 했고, 슬프게도 케이토를 직접 뽑은 순간은 많지 않았다. 소마가 가게에 들어갔다는 트윗이 올라오면, 주변에 있던 홍월 팬들이 빠르게 가게로 들어가서 소마에게 케이토의 상품을 선물해주곤 했다. 물론, 소마는 이 모든 것이 그저 그 사람들이 상냥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점점 소마의 방에는 케이토의 굿즈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는 빅망이, 벽에는 케이토의 파샷츠가, 선반에는 아크릴과 뱃지가. 그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정리하며 소마는 기쁘게 웃었다. 종종 사진을 찍어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기도 했다. 글자는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리고- 그 사진을 본 홍월 팬들은 소마가 없는 굿즈를 구해다가 소마의 출퇴근 길에 몰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소마는 새로운 상품이오! 어떻게 이것이 없는 줄 아셨소이까? 라며 눈을 빛내며 놀라곤 했다. 이미 있는 것이라면 전부 외우고 있는지 두 개는 받지 않는다고 거절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소마가 없는 굿즈를 찾아라!는 팬들 사이에 놀이가 될 정도였다. 모두가 소마의 덕질을 귀여워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이 콩 같은 건 대체 뭔가?”

소마의 방에서 빅망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케이토의 반응에도 소마는 침대에 걸터앉아 활짝 웃으며 빅망을 품에 꼬옥 안았다.

“귀엽지 않소이까? 하스미 공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하오! 이것이 있으면, 밤에도 하스미 공과 함께 있는 느낌이기에 행복하오!”

“흐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바라보았다. 소마의 방에 자신의 얼굴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지금 저와 함께 있는 상황에도, 저 콩같이 생긴 쿠션이 좋다고 끌어안고 있지 않은가. …칸자키의 취향은 존중해주겠다만… 그래도 거슬려. 결국 빅망을 소마에게서 빼앗은 뒤, 바닥에 무릎 꿇고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반응에 소마가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었다. 물론, 하스미 공이 가장 좋소이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소근거렸다. 케이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칸자키의 취미생활은 존중해줘야지. 그렇지. …그렇지만….

나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소마의 수집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세상에 내 상품이 왜 저렇게 많은 건가…? 매일매일 공들여서 관리하고 청소하는 모습에 기가 찰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만의 휴일. 소마가 케이토의 손을 붙잡고 그에게 물었다.

“하스미 공,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소이다!”

“흐음, 그래. 네녀석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제게 쉬이 부탁하지 않는 소마였기에, 케이토는 소마가 먼저 이렇게 말해줄 때마다 기뻤다. 소마의 이마를 한번 손으로 쓸고서 꾸욱 입을 맞춰주었다. 기쁜 듯 헤헤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디를 가자고 하려나. 타피오카 가게? 라멘집? 공원? 유원지도 좋지. 소마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소마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앙상블 스타즈 콜라보카페였다.

“와앗, 엄청나오!! 하스미 공, 이것 보시오! 하스미 공이외다!!”

“….”

케이토의 등신대 옆에 서서 신기한 듯 환호하는 소마를 보며, 케이토는 그야말로 넋이 나가버렸다. 역시 하스미 공, 정말 잘생기셨소이다! 멋있소!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 중에서 가장 빛이나오!! 어쩔 줄 몰라하며 등신대를 만지작거리는 소마에게, 행사 스태프가 다가왔다. 마지막 날에 방문하면 등신대를 가져가실 수도 있다-는 말에 소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것이 정말이오?? 오오, 본인, 원하오 원하오!!

“자아자아 하스미 공, 혹시 본인의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소이까? 하스미 공과 사진을 찍고 싶소!!”

“…이제 그만해라 칸자키!!!”

케이토가 주먹을 꽉 쥐고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반응에 소마가 그대로 움찔 굳었다. 하아- 깊게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대충 쓸어올리며 케이토가 가까이 다가왔다. 케이토 자신의 등신대 옆에 서서 소마의 손을 잡았다.

“이 내가 여기 있는데!! 이제 그만해라, 신경쓰인단 말이다!! 나만 보도록 해 칸자키!!”

딸꾹.

얼굴이 빨개진 소마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차, 너무 큰 소리를 냈나. 민망함에 그제야 큼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전부 왐마야~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런…. 덩달아 귀가 빨개진 케이토가 소마의 손목을 끌고서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소마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서 순순히 그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소마는 그렇게 열심히 상품들을 모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따로 처분하지도 않았다. 이것, 귀엽지 않소이까? 라며 소마가 케이토에게 자랑할 때마다 케이토가 질투난다는 듯 소마를 끌어안아주는 반응이 좋았기에. 그의 품에서 기쁘다는 듯 어리광을 부리며 생각했다. 자신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스미 케이토 본인’을 가졌다고!

한편- 바보같은 콩모양 만쥬를 보며, 자신도 칸자키의 상품을 조금 사볼까 고민하는 케이토였다. 팬들이 한층 더 바빠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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