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영혼
홍월 영혼 체인지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가볍게 씀
개그를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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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 홍월 셋은 그저 주어진 매일을 열심히 보낼 뿐이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분노하며…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예상하며 잠에 들었다.
분명 그랬는데.
“…으에엣!?!”
이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홍월 일동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명을 지르며 기숙사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셋은 복도 한복판에서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이유는-
“보, 본인. 어째서 키류 공이 된 거요?!”
“나는 하스미가 됐는데??”
“어째서 내가 칸자키가 된 건가….”
셋의 몸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이럴 때는 누구라도 쉽게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침에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쳤기에 ES 사람들이 셋의 상황을 모르기는 어려웠다. 숨기려고 했어도 셋의 평소 행실이 너무도 다르기에 쉽게 숨겨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령 지금처럼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쿠로의 모습은, 누구라도 깜짝 놀랄 것이다. 야쿠자 같아서-는 절대 아니고 그저 평소에 안 하던 짓이니까 그럴 것이다. 음, 물론 그렇고 말고.
놀라기도 얼마간, 셋은 빠르게 현실을 수긍하고서 연습실에 둘러앉아 작전회의에 돌입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팔짱을 낀 소마, 긴장한 표정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는 쿠로, 귀찮은 듯 대충 드러누워서 배를 긁고 있는 케이토.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정말로 엉망진창인 상황이었다. 쿠로… 그러니까 케이토의 몸에 든 쿠로를 향해 케이토가 - 물론 소마의 몸에 들어 있는 - 습관처럼 허상의 안경을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어이 키류. 똑바로 앉아라. 자세가 그게 뭔가.”
“난 맨날 이렇게 앉아 있었는데 뭘.”
케이토의 - 그러니까 소마의 몸에 있는 - 설교에 쿠로가 - 그러니까 케이토의 몸에… 하….- 투덜거리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케이토가 - 이쯤이면 알아서 기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평소 쿠로의 모습과 다름 없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본인의 몸으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몹시도 어색하기에 이렇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경을 불편한 듯 올리며 쿠로가 한숨 쉬었다.
“그럼 우리 어쩌면 좋지.”
“하아, 그러게나 말이다. 우선은 생각 좀 해보마.”
케이토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서 고민했다.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소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요? 소마가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본능적으로 케이토에게 엉금엉금 기어갔다. 정확히는, 케이토의 ‘몸’으로. 으레 하는 것처럼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가슴팍에 머리를 부볐다. 평소의 소마라면 누구든 흐뭇하게 바라볼 정도로 귀여운 행위였으나… 지금은 쿠로의 몸이라는 큰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안아주는 대상이 케이토 본인도 아니었고. 갑작스레 제게 달려들어 몸을 부비는 소마를 끌어 안으며 쿠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렇게 산만한 덩치로 어딜 안기겠다는 거냐 칸자키…! 내 몸이긴 하지만 진짜 부담스럽다고; 그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쿠로 자신의 힘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어이 칸자키, 칸자키? 다소 애처롭게 이릅을 불렀지만 소마는 여전히 우우우 하스미 고옹~ 이라며 우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쿠로의… 걸걸한 저음으로. 어찌할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돌려 케이토를 바라보자, 징그러운 것을 보듯 경멸하는 표정의 소마가 있을 뿐이었다. 와, 저 표정 진짜 상처인데. 나중에 진짜 칸자키한테 저런 반응 받으면 죽어야지. 쿠로가 힘겹게 팔을 뻗어서 케이토에게 휘적거렸다. 그의 신호를 알아챈 케이토가 큼큼 표정을 풀고서 둘에게 다가갔다. 산만한 덩치를 잔뜩 웅크려서 케이토의 몸에 포옥~ 안겨 있는 소마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어이 칸자키, 진정해라.”
“우우, 하스미 공…?”
익숙한 말투가 들리자 소마가 눈을 부비며 고개를 돌렸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음… 더 묘사하지 않겠다. 정신 통일을 위해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케이토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네녀석의 하스미 케이토다. 안심하도록 해.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니까. 내가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주마.”
“…!”
든든한 그의 말에 소마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평소 소마가 크게 뜨던 것과 비해서 절반 정도 크기긴 했지만 뭐, 쿠로의 눈이었으니까…. 하스미 고옹~! 감격한 표정의 소마가 다시 케이토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정말로 감동적인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둘의 키 차이가 7cm 정도 난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어이 칸자키, 진정하라고 했잖아…!!”
케이토의 조그만 몸을 꽈악 끌어안으며 소마가 또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감동인지 케이토의 만류에도 전혀 진정하지 못하고 폭포와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하… 괴롭군…. 어서 이 소란이 해결되면 좋겠다만…. 과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쿠로는 재밌다는 듯 - 이제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 다시 반쯤 누워서 둘을 구경할 뿐이었다. 와, 새삼 느끼는 거지만 칸자키가 진짜 작긴 작구나.
한참 뒤, 겨우 진정한 소마가 휴지로 코를 흥- 풀며 둘의 눈치를 살폈다. 한참 소마에게 시달린 케이토가 조금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칸자키는 작고 귀여워서 좋았다만, 키류의 몸으로 저러니 꽤 징그럽군….”
“어이 나리, 나 옆에 있는데. 좀 상처인데 말이지…. ”
“그러면 네녀석의 생각은 좀 다르다는 건가?”
“아니 그 뜻은 아니고.”
쿠로가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나는 확실히 덩치도 산만하고 귀염성이라고는 없으니까. 덜 매력적이긴 하지. 조금은 어색하게 하핫 웃고서 쿠로가 다시 둘을 바라보았다. 케이토와 소마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 키류, 귀여움이 매력의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사람마다 강점은 당연히 다른 법이다.”
“그렇소이다! 키류 공께서는 터프-한 매력이 있잖소! 키류 공과 본인의 매력이 다를 뿐, 절대로 그것이 덜하지는 않소이다!!”
“그래. 칸자키는 귀여운 거고, 네녀석은 카리스마가 있는 거다. 종류가 다를 뿐이야. 비록 칸자키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긴 하다만, 네녀석도 절대로 덜하지는 않으니까.”
“하, 하스미 공? 본인,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하오만…!?”
“조용히 해라 칸자키. 키류도 그렇고 네녀석도 그렇고, 둘 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군. 설교라도 해야겠어.”
“아니, 그건 정말 됐으니까 진정해 하스미.”
둘의 반응에 쿠로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나참, 정말이지 틈을 안 준다니까. 어색한 듯 머리를 벅벅 긁더 쿠로가 벌러덩 바닥에 드러누웠다. 어이, 뭐하는 건가 지금! 케이토의 설교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눈을 감았다. 웃으면서 둘에게 손짓했다.
“그러지말고 네녀석들도 이리 와.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된 거니까, 다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지 않겠냐.”
“…흠, 나쁘지 않은 접근이군. 칸자키, 잘 수 있겠나?”
“무뭇, 키류 공께서 저리 말씀하시니 조금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만화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졸음에 소마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케이토는 그런 그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케이토는 쿠로의 몸에서 소마를 겹쳐볼 수 있었기에. 소마의 손을 잡고서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쿠로의 옆으로 가자는 의미였다.
나란히 누운 셋은,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서 눈을 감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이내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몇 시간 뒤,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왜 여기서 자고 있었지. …아, 몸이 바뀌는 소동이 있었지. 주섬주섬 안경을 주워쓰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 옆에 누워 있는 것은 쿠로와 소마였다. …정말로, 자고 일어났더니 원래대로 돌아왔잖나. 키류 녀석의 방법이 통했군. 잠에 든 소마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던 케이토가 몸을 숙여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오늘 아침에는 늘 하던대로의 키스를 하지 못해서 아쉬웠으니까. 몸을 일으키자 소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소마의 볼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며, 케이토가 부드럽게 내려다보았다.
“깼나?”
“….”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서 덜 깬 모습도 사랑스럽군. 방금 전의 키스로 전혀 만족할 수 없기도 했고, 지금 모습이 꽤 귀엽기도 해서- 케이토는 다시 몸을 숙였다. 그에게 입맞추려고. 아직 키류도 안 일어났으니까 괜찮겠지. 소마의 입이 반쯤 열려 있었기에, 두 눈을 감으며 자연스레 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던 때에-
“지, 지금 뭐하는 거야 미친!!”
“!?”
소마가 비명과 함께 케이토를 휙 밀어냈다.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케이토가 바닥에 대굴대굴 굴렀다. ?? 이 이게 무슨, 왜 그러는 거지 칸자키?? 영문을 알 수 없기에 케이토가 고개를 돌려 소마를 바라보았다. 소마 또한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방금 전의 큰소리에 쿠로도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우우, 무슨 일이오…?”
“아니 왜 나한테 입을…. …에?”
“에?”
“뭐??”
쿠로와 소마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서로의 몸에 들어가 있는 상대방을.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었던 건가?! 괴로움에 케이토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둘을 다시 재우든지 해야하나….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자, 소마가 - 그러니까 쿠로가 - 케이토의 어깨를 턱 붙잡았다.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들자, 사람 한 명 죽일 것 같은 무서운 표정의 쿠로가 서 있었다.
“…하스미, 그러니까 지금 내가 칸자키인줄 알고 그 짓을 하려고 했던 거지?”
“…잠깐 키류.”
“잠에서 막 깬 칸자키한테 어?”
“진정해라. 연인 사이에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아니 절대 반대거든?!”
“지, 진정하시오 키류 고옹~!!”
우당탕! 무서운 소리가 연습실에 울려퍼졌다. 이 소란은 아직 잦아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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