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케이소마 전력 60분 : 스위츠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가볍게 씀
약 40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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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토 선배는 단 것을 좋아하시죠?"
"음? 음..."
갑작스러운 안즈의 물음에 찻잔을 들어올리던 케이토가 멈칫했다. 단 것?
"꽤 좋아하는 편인 것 같군."
짧은 고민 이후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녹차를 마셨다. 그의 대답에 안즈는 여전히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이토가 원래도 단 것을 거부하지 않고 즐겨 먹는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분명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런데 지금 다과를 하나도 안 드시고 있잖아요...?'
물음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속으로 꿀꺽 삼켰다. 회의 시간에 먹으라고 가져온 다과들이 조금도 줄지 않은 모습은, 방금 케이토의 말과 맞지 않았다. ...배가 불러서 그러신 건가. 아니면 입맛에 안 맞는 건가?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결국 고개를 훌훌 털어버렸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며칠 뒤, 다른 회의날. 케이토는 이날도 다과를 전혀 먹지 않았다. ...분명 내가 알기로는 케이토 선배, 단 것을 평소에 자주 드셨는데...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을 조금은 허망하게 바라보며 그녀가 고민했다. 더 고급인 다과를 좋아하시는 건가? 다음에는 꼭 선배의 입맛에 맞는 걸 준비해보겠어!!! 주먹을 꽉 쥐고서 그녀가 굳게 다짐했다. 이제는 약간의 오기마저 생긴 모양이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며칠 뒤.
"...음..."
"? 왜 그렇게 보는 건가 안즈."
회의를 마무리하며 서류를 탁탁 정리하는 케이토와 그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짐을 정리하는 안즈. 오늘도 케이토의 앞에 놓인 다과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어째서지!? 이번은 케이토 선배가 좋아하실만한 고급 양갱으로 준비했는데... 선배는 다른 맛을 좋아하시던가? 안즈가 두 눈을 꾸욱 감고서 고민에 빠지자, 케이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즈,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뇨! 저 혹시, 배가 부르신 건가요?!"
"...?? 음... 아니, 딱히 그렇지는 않아. 오히려 머리를 써서 그런지 조금 배가 고프군."
그런데 어째서...?! 안즈가 미간을 찌푸리고 양갱을 빤히 바라보는 동안 케이토는 누군가와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다. 답장에 피식 웃음을 지은 케이토가 고개를 들어 그런 안즈의 모습을 발견했다. ...음?
"...먹고 싶으면 안즈 네가 먹어도 된다. 손대지 않았으니까."
"...!? 아, 아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요!!"
"아니면 배가 고픈 건가? 마침 잘 됐군. 칸자키가 요리를 너무 많이 했다고 해서 말이다."
그가 다정히 웃으며 다시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느릿하게 오는 소마의 답장이 퍽이나 사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소마 군이요?"
"그래. 내가 오늘 회의가 있다고 하니까,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요리해두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신이 났는지 너무 많이 해버렸다는구나. 나참, 한 두번도 아니고. 어떤가, 같이 가서 먹겠나?"
말의 내용과 달리 그의 말투와 표정은 꽤 부드러웠다. 안즈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토 선배, 확실히 뭔가 전보다 더 유해진 것 같긴 하다니까...
"칸자키, 나 왔다."
"! 하스미 공! 오오, 안즈 공까지 오셨구려!"
소마가 조금은 멋쩍은 표정으로 둘을 반겼다. 양조절을 실패했다는 게 거짓은 아니었는지, 탁자에는 꽤나 많은 양의 요리가 놓여 있었다. 그것들을 내려다보며 안즈가 눈을 깜빡이자 소마가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따로 도시락통에 덜어둔 것도 있으니, 챙겨가서 저녁에 드셔도 되오리다 안즈 공."
"엣, 어째서 그렇게 많이 한 거야 소마 군?!"
"무무. 요리를 하다보니 다른 것들도 같이 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헌데 양이 부족하면 조금씩밖에 못 드시잖소? 그래서 각각 부족하지 않을 만큼 하다보니 이렇게 늘어나게 되었구려..."
"소마 군 답네..."
"뭐, 덕분에 넉넉히 먹을 수 있으니 좋군. 정 힘들면 키류에게도 연락하면 되니까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아라 칸자키."
케이토가 웃으며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소마가 눈을 감고 기쁜 듯 배시시 웃었다. 소마 군도 참 단순하다니까. 그 모습에 안즈 또한 덩달아 웃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소마의 요리는, 빈말로라도 기대 안 된다고 못 하니까!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다 칸자키. 오늘도 맛있군."
"우와앗, 칭찬 감사드리오!"
안즈가 행복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어 배를 통통 두드렸다. 확실히 많은 양이었지만, 두 사람이 워낙 잘 먹기도 하고 정말 맛있었기에 결국 접시를 싹싹 비워버렸다. 소마 군의 요리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니까. 소마가 싸준 도시락을 내려다보며 행복해하기도 잠시, 케이토와 안즈의 앞에 새로운 쟁반이 놓였다. 안즈가 눈을 깜빡이며 소마를 올려다보자 그가 싱긋 웃어보였다.
"후식으로는 소화가 잘 되는 차랑 화과자요. 물이 뜨거우니 천천히 들어주시오."
그의 안내에 안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찻잔을 잡았다. 고급 찻잎을 썼는지 확실히 향기가 좋았다. 조심스레 한모금 마시자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따뜻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케이토 또한 마찬가지인지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접시에 있는 과자를 하나 집었다.
그의 모습을 안즈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화과자를 먹는 그의 모습에 안즈의 눈이 커졌다. ...아까는 안 드셨잖아요?! 이건 뭔가 다른 건가요? 의문이 생겼기에 배가 부름에도 손을 뻗어 화과자를 집어 올렸다. 확실히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이긴 한데... 미간을 찌푸리고서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결국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우와!"
"입맛에 맞으시오? 후후, 다행이구려."
저절로 두 눈이 뜨이는 맛! 안즈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과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앞에서 소마는 쑥스러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해서 볼을 긁적였다. 케이토는 뿌듯한 표정으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둘의 분위기에 무언가를 깨달은 안즈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소마 군이 직접 만든 거야?"
"그렇소이다.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었기에,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소."
"진짜 맛있다!!"
"원하신다면 더 내오겠소이다. 조금 싸가지고 가도 되오."
"후후, 칸자키의 다과 실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래서 내가 준비했던 다과를 안 드셨던 거구나, 이렇게 맛있는 걸 드시고 있으셨으니... 상대가 소마 군이면 절대 이길 수 없잖아요! 조금은 배신감까지 느껴졌기에 그녀가 짐짓 케이토를 흘겨봤다. 그녀의 눈빛이 안 보이는지 케이토는 소마의 손을 잡고서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저번에 만들었던 것도 맛있었지만, 이번에 만든 건 특히 맛있는 것 같군."
"칭찬 감사드리오!! 만족하셨다니 기쁘오...♪"
방긋 웃는 소마의 볼을 쓰다듬으며 케이토가 부드럽게 웃었다. 둘의 미묘한 기류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안즈가 물었다.
"...저번이라면...?"
"음? 음... 저번 회의날이었던 것 같군."
그래서 서둘러 가신 거였군요!? 이제야 모든 퍼즐조각이 맞춰진 느낌에 안즈가 무릎을 탁 쳤다. 꽁냥거리며 애정을 나누는 둘을 뒤로한 채, 도시락통을 챙기고서 그녀가 자리를 피해줬다. 더 있다가는 무슨 광경을 보게 될지 뻔하니까.
그날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안즈는 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케이토 몰래 사악한 계략을 꾸미기 위해.
며칠 뒤, 또다른 회의 날. 안즈는 이날도 당연하겠지만 케이토를 위한 다과를 준비했다. 바로바로 양갱과 화과자! 케이토의 자리에 미리 놓아둔 안즈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꼈다. 이번에도 안 드시겠지? 후회하실 거라구요!
"...에엣, 다 드셨네요?!"
"아아, 맛있더군. 고맙다"
회의가 마무리되자마자 안즈가 그에게 달려왔고, 텅 빈 접시를 보고서 눈을 깜빡였다. 평소에는 조금도 안 드셨으면서! 이번에도 안 드셨으면 놀리려고 그랬는데! 짐짓 아쉽다는 표정까지 지으며 접시를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에 안즈가 항복하겠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비밀로 했던 건데, 어떻게 아신 거람. 사실 소마 군의 다과는 잘 드시길래, 소마 군한테 다음 회의 때 먹을 다과를 준비해달라고 몰래 부탁했었는데...
"...소마 군이 만든 다과인 거, 언제 눈치채셨어요?"
"...? 칸자키가 만든 건가? 그래서 입맛에 딱 맞았던 건가."
"에."
안즈가 두 눈을 깜빡이며 케이토를 올려다보았다. 몰랐다고요? 근데 어떻게 바로 드신 거지? 당황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자, 케이토가 핸드폰을 들어서 누군가에게 - 소마 군이겠지만 - 연락을 넣었다. 곧이어 답장이 왔는지 케이토가 피식 웃고서 안즈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 많았다. 하지만, 다음에는 하지 마라. 많은 양을 준비하려면 칸자키가 힘드니까.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서둘러 어딘가로 - 소마 군이겠지! - 가는 케이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안즈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구나, 케이토 선배랑 소마 군은 정말 서로를 길들였구나...라는 생각도 덩달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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