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소마의 자취방 알아보기 프로젝트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ES 1년 초기. 개학하기 전

사귀는 사이

-

방 안. 가방을 정리하던 소마가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유년시절부터 써왔던 제 방은 곳곳에 소마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었다. 벽에는 어릴 때 휘두르던 목검과 기억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시계가 걸려 있었으며, 책장에는 유년시절부터의 사진첩과 - 아직도 늘어나고 있다 - 어릴 때 좋아하던 책, 공부할 때 쓴 학습서 등이 있었다.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던 소마가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벽을 쓰다듬으며 걸어보았다. 어릴 때 붙였던 스티커, 검을 휘두르느라 냈던 생채기, 가구를 옮기느라 만든 상처. 이곳은 단순히 방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닌 소마의 모든 시간을 담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멈춰서서 소마가 작게 헛웃음을 뱉었다.

"…매일 지낼 때는 아쉬운 줄을 몰랐소만, 떠나야한다니 꽤나 쓸쓸해지는구려.“

고개를 들어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창 밖에서 흩날렸다. 시간이 흐르면, 변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소마는 고민하고 있었다. 에이치로부터 향후 ES라는 새로운 아이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사실 그녀석이 말할 때는 제대로 안 듣고 나중에 케이토가 정리해 준 것을 경청했긴 했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지금처럼 집에서 통학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도 하고, 관리도 어려울 테니까. 그래서 방금까지 부모님과 출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의를 나눴고-

“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었으니.”

이제 막 결론이 난 참이었다. 집을 나가서, ES 섬 내에 자취방을 찾기로.

쇠뿔도 단김에 빼야한다고, 개학하기 전 집을 확정해야했으니 소마는 다음날부터 곧장 집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케이토나 쿠로와 함께 알아볼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즈 공에게서 집을 볼 때 확인해야하는 표를 받았으니, 괜찮을 거요. 노트를 손에 들고서 소마가 흥! 콧김을 뱉었다. 칸자키 소마, 출동이오!

“안녕하세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좋은 집이에요. 가격도 나쁘지 않답니다!”

“아아, 그렇소이까.”

한 남자가 호들갑을 떨며 소마를 안내했다. 그닥 넓은 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원룸부터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엑, 이 이렇게 작으오…?”

“에이, 요즘 이런 방도 없어서 못 나가요.”

제 방보다도 작은 공간에 부엌과 화장실이 들어찬 모습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사이고돈도 이곳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할 거요…! 송구하다는 말을 남긴 채 소마가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두 눈을 질끈 감고서 고개를 저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아까보다는 조금 넓었다. 흠, 이곳은 그래도 혼자서 생활하기에 괜찮아 보이긴 하오만…. 제 뒤에서 조잘거리며 집을 안내해주는 남자를 가볍게 무시하며 소마가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아아, 그러고보니 안즈 공께서 주신 표를 참고하여 확인해봐야겠소이다. 노트를 꺼내고서, 소마가 우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니까 수압이-

쪼르르….

“…음?”

볼품없이 흘러나오는 물에 소마가 눈을 깜빡였다. 아~ 아래층에서 지금 물을 쓰고 있나보네요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급히 남자가 수습하려 했지만 소마의 마음은 이미 굳어진 지 오래였다. 노트를 탁, 덮고서 소마가 웃었다.

“…다른 집을 보여주시오.”

남자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소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홀로서기라는 건, 역시 쉽지 않구려.

그 이후로도 여러 방을 보았다. 창밖에서 소음이 끊이지 않는 집, 벌레가 어딘가에서 자꾸 나오는 집,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집. 좀 괜찮다 싶으면 비용이 꽤나 올라갔기에 소마 스스로 망설여졌다. 월세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비용도 들 터인데, 월세만으로 이렇게 많이 들면 어찌하오. 그렇다고 바로 집을 구매하기에는 조금 두렵고. 끙, 끄응….

집 탐방은 그 이후로도 며칠간 이어졌다. 지쳐버린 소마가 노트를 품에 끌어안고서 책상에 풀썩 엎어졌다. 아아, 어렵소이다. 이 표를 완전히 충족할 수 있는 집이 단 한 군데도 없다니. …하긴, 지금 시기에는 좋은 집들은 이미 다 나갔을 거요. …홀로 알아보는 것을 포기해야하련가. 팔에 고개를 파묻고서 코를 훌쩍였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소. 사회란 무섭구려….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때에, 소마의 핸드폰이 울렸다.

“…!”

벌떡 일어나서 바로 핸드폰을 살폈다. 화면에는 ‘하스미 공’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방금까지 그의 온 몸을 잠식하던 슬픔과 고민들이 파도마냥 와르르 쓸려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화면에 몇 번 헛손질을 하고서 겨우겨우 전화를 받았다.

“하스미 공!!!”

“아아, 오랜만이군.”

핸드폰은 양손으로 잡고서, 보이지 않는 꼬리마저 붕붕 흔들 기세로 소마가 활짝 웃었다. 보고 싶었소이다!! 마치 그가 눈 앞에 있는 것처럼 활짝 웃으며 우렁차게 말했다. 소마의 표정이 보이기라도 하는지, 수화기 너머로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나도 보고 싶었다 칸자키.’라는 익숙한 문장이 들려왔다.

“그보다 칸자키, 그날 이후로 내게 별 말이 없어서 말이다. 어떻게 할 건지 조사하려고 전화했다.”

“그날…? 아아, 텐쇼인 공이 말한 계획 말씀하시는 거요?”

“그래.”

지금까지 집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소이까. 소마가 입을 꾹 다물고서 눈치를 살폈다.

“…하스미 공께서는 어찌하실 거요?”

“나? …음, 그날 내가 까먹고 안 말했던가. 나는 ES에서 짓는 기숙사인 성주관에 들어갈 거다.”

“오오…?”

기숙사? 처음 듣는 말이오만! 소마가 눈을 깜빡였다. 민망한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다. 요즘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나보군. 성주관 기숙사장이 될 예정이라, 정신이 없어. 무튼, 그곳에 들어오거나, 따로 방을 구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따로 방을 구할 거면 내게 주소를 알려줘야해.”

“기숙사에 대해서 더 들을 수 있소이까? 방이 어떤지, 동실은 몇 명이서 쓰는지 같은….”

“그래, 얼마든지.”

케이토의 목소리가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바뀌었다. 하스미 공, 역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시오. 그에게 들리지 않게 소마가 조용히 웃었다. 그 이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들은 방의 면적과 주변의 편의시설, 가격, 몇 명이서 같은 방을 쓰는지와 같은 정보였다. 오, 오오…?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집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기에 소마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았던 것은-

“룸-메이트가 완전히 무작위로 정해진다면, 하스미 공과 본인이 같은 방을 쓸 수도 있소이까?”

“음? 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와 같은 방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 저도 모르게 펄쩍 뛰어올랐다. 하스미 공과 매일 아침 마주하고, 같이 연습도 하고, 같이 잠들 수 있는 거요…!? 소마가 들떠서 방 안을 마구 돌아다니며 행복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매우 낮으니까 그렇게까지 기대하지는 마라 칸자키.”

“알겠소이다!!”

케이토의 당부에도 소마의 입가에서 웃음은 떠날 줄을 몰랐다. 다시 책상에 앉은 소마가 배시시 웃으며 몸을 숙였다.

“그래도, 그렇지 않더라도 하스미 공과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들 수 있는 것은 확실하잖소이까…♪”

“….”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케이토 또한 그것을 자각하고 얼굴이 빨개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아, 정말 좋소이다!!

“본인, 성주관에 입성하고 싶소!!”

“…흠, 그래. 그러면 내가 처리해두마. 비용이 확정되면 집으로 우편을 보내줄 테니 확인해라.”

“배려에 감사드리오!!”

며칠간의 걱정이 전부 눈 녹듯 사라졌기에, 긴장이 탁 풀린 소마가 무너지듯 엎드렸다.

“…사실 요 며칠, 자취할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소이다.”

“그랬나? 키류에게도 딱히 별 말은 못 들었던 것 같다만.”

“아앗,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았소이다! 걱정시켜드릴 것 같았기에…! 그리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소….”

소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울적해진 분위기를 눈치챈 케이토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잘 안 됐나?”

“무, 무뭇….”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란 것은 너무 어렵소. 모두 조금씩 미흡한 점이 있었소이다. 지금은 그래도 기숙사라는 선택지가 있기에 어찌저찌 해결됐소만…. 나중에 정말로 출가를 하고 독립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소이다.”

작게 한숨을 쉬고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회라는 큰 바다에 발만 담갔을 뿐인데 무력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수화기 너머에서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케이토가 천천히 답했다.

“…이후 독립은 신경 안 써도 되지 않나?”

“무…?”

“나랑 같이 볼 거잖나.”

“…?”

에? 이해하지 못해서 눈을 깜빡였다. 하스미 공과 같이… 에에? 도와주신다는 뜻이련가?

“같이 봐주실 거요?”

“나도 살 집이니 당연하겠지.”

이번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목에서부터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 하 하 하스미 공과 함께…?!! 어버버- 허둥거리는 동안 ‘그럼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으마.’ 라는 말과 함께, 그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소마와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전화기를 내려놓고서 소마가 책상 위에 쾅! 엎어졌다. 우와앗! 하스미 공과 함께, 함께 살 수 있소…!! 손가락 끝이 간질거렷으며 입가에는 바보같은 웃음이 번졌다.

어른이 된다는 것과 사화에 던져진다는 것이 두렵기만 했는데, 이제보니 마냥 나쁜 것만 존재하진 않는 것 같았다.

“…♪”

배시시 웃으며 소마가 달력을 살폈다. 그와 함께할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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