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첫 육아 - 2

미래의 2세가 또 찾아온 이야기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아래 글과 이어집니다.

https://posty.pe/38zmoy

가볍게 씀

-

“칸자키, 잠깐 와서 이것 좀 봐라.”

“알겠소!”

케이토의 손짓에 소마가 익숙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탁자에 앉아서 서류 몇 개를 늘어트려놓고 고민하던 케이토는, 제게 다가온 기척에 저도 모르게 살풋 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서류들을 가리키며 소마와 의견을 조율했다. 그의 말을 신중하게 듣던 소마가 손을 뻗어서 서류 하나를 집으려고 했다. 마침 케이토 또한 마찬가지로 그 서류를 보려고 했고-

“이크.”

“와앗, 송구하오!”

둘의 손이 공중에서 덜그럭 부딪혔다. 당황한 소마가 손을 거두려 했으나, 케이토가 갑자기 그의 손을 붙잡았다. 소마가 눈을 크게 뜨고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소마를 보지 않고 있었으나, 귀는 꽤나 붉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다. 너랑 닿는 게 싫을 리 없으니까.”

“…!”

그에게서 대답이 없자 케이토가 슬쩍 시선을 올려 소마를 살폈다. 얼굴이 빨개진 소마가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아예 손깍지를 껴서 소마를 끌어당겼다. 그에게 바싹 가까워진 소마가 허둥지둥하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케이토가 그에게 말 없이 머리를 기댔다. 케이토의 온기와 향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마가 삐걱거리며 그의 어깨에 반대쪽 손을 올렸다. 케이토에게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소마의 입가에도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에휴.”

건너편에 앉아 있던 쿠로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난번 소동이 있고 난 뒤, 둘의 관계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소마를 생각해서 거리를 두던 케이토가 점점 소마를 끌어당기는 느낌이랄까. 스킨십도 스스럼 없이 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애정행각도 꺼리지 않았다.

이날 밤에도 그랬다.

또다시 케이토의 방에서 잠드는 밤. 평소라면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다가 잠들어버렸겠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손을 마주 잡고 서로를 웃으며 바라보는 것 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다만 케이토가 이전보다 조금 더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것을 의아하게 여긴 소마가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질문하자마자 케이토가 입을 맞춰왔으니까. 당황한 소마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얽듯이 집어넣어 뒷목을 받쳐주고서 부드럽게 소마의 입 안을 침범했다. 입맞춤은 달고 깊었으며- 그래, 깊었다. 지금까지 나눈 키스는 애들 장난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소마의 숨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그가 느끼는 감각을 독점하고. 차마 밀어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그의 모든 의식을 옭아매었다. 버거운 자극이 심장을 옭아매었기에 소마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으나, 케이토는 그것을 손으로 쓸어주기만 할 뿐 멈추지 않았다. 간간히 멀어지는 둘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얽혔지만 그것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알 필요가 없었다. 같은 온도를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 소마의 세계에는 오직 케이토밖에 없었다.

혼미한 정신을 겨우 차려보니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케이토가 그의 머리 옆에 손을 디딘 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입가에 흐른 침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케이토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오늘 어쩐지, 거사를 치를 수도 있겠다고.

“….”

하지만 소마의 생각과 달리, 케이토는 그저 침을 꿀꺽 삼키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또다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소중하니까 지켜주고 싶었고, 갈망하니까 미루고 싶었다. 떨리기까지 하는 손으로 소마의 손을 부여잡고 옆에 누운 뒤, 그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주었다. 소마의 등을 토닥여주며 케이토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일정한 박자로 자신을 다독이는 그의 손길에 소마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눈물이 또다시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가 보오. 분노라던가, 부끄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안타까움과 실망이 가슴속에 밀려들어왔다. 케이토의 등을 끌어안으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육체적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은가.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속으로 계속해서 되내이며, 소마는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으음….”

먼저 눈을 뜬 케이토가 눈을 부비고서 소마를 찾았다. 분명히 바싹 끌어안고 잠들었음에도 소마는 그의 팔 안에 없었다. …잠버릇이 심한 편이 아닌데, 오늘은 어째서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그는, 이불 속에서 예전에 경험해본 적 있는 이질감을 느꼈다. 이 감각은 분명, 그때 아이가 왔을 때의….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가 조심조심 소마와 제게 덮어진 이불을 걷었다. 그 안에는-

“…!”

역시나. 그때와 똑같이 처음 보는 아이가 소마의 품 안에서 자고 있었다. 이번에는 남보라빛의 단발머리를 가진, 더 어려보이는 아이라는 게 달랐지만.

…나와 칸자키의, 미래의 딸?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침을 꿀꺽 삼키고서 손을 뻗었다가 거두기를 반복했다. 혹시라도 깨버리면 어떡할까 싶어서. 등을 토닥여줘도 되려나. 머리를 쓰다듬는 건? 아니지, 잘 때는 가만히 두는 게 제일이려나. 입가에 손을 대고서 깊이 고민하던 사이, 기척에 소마가 스르륵 눈을 떴다. 졸음에 취해서 제 품에 안긴 따스한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끌어안았다. …따뜻한 무언가? 소마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저와 같은 머리색을 한 아이가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아이는, 분명 하스미 공과의….

케이토와 마찬가지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소마가 고개를 들었다. 기쁨에 다소 흥분한 표정의 케이토와 눈이 마주쳤다.

“칸자키. 이 아이는 역시….”

“으응, 그래 보이오. 신기한 이변이로구려.”

아이를 조심조심 바로 눕힌 뒤,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주었다. 오동통한 볼과 채 다물어지지 않은 입. 꼭 감긴 눈. 자는 얼굴이 소마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응- 잠결에 느껴지는 시선때문인지,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고서 소마의 품에 파고들었다. 본능적으로 어미를 찾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마가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더 재우는 게 좋겠지.”

“…?”

아이를 내려다보며 케이토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들 때와는 아주 딴판이로구려. 웃음을 꾹 참고서 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침착한 표정과 말투와는 달리 영 진정하지 못하고 연신 쥐었다폈다하는 그의 손에 결국 웃음을 터트렸지만.

“우음….”

“!”

웃음소리 때문인지 아이가 몸을 뒤척이다 천천히 눈을 떴다. 보라빛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은 케이토와 같은 녹빛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이로구려. 심장이 쿵쿵 뛰어왔다. 케이토 또한 마찬가지인지, 제 심장께를 주먹으로 꾹 누르는 게 보였다. 졸린 눈으로 소마를 멍하니 올려다보던 아이가 다시 고개를 파묻고서 웅얼거렸다.

“일어나야 해요…?”

“아니, 좀 더 자도 된다.”

소마가 대답하기도 전에 케이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급함까지 느껴지는 그의 말에 소마가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소마의 품에서 바르작거리던 아이는 금새 다시 색색-거리며 잠에 빠졌다. 사랑스럽다는 듯이 아이를 내려다보던 케이토가 조심조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의외로 아이는 깨지 않았다. 소마처럼 손길에 익숙한 걸지도.

그때 케이토의 핸드폰이 울렸다. 홀핸즈 연락이었다. 화면을 톡톡 두드리며 내용을 확인한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소마가 무슨일이냐는 듯 눈짓했다.

“…갑자기 처리해야할 서류가 생겼다는군. 좀 급해서,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것 같다.”

아쉽다는 표정으로 케이토가 소마와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쉽긴 하지만 빨리 다녀와야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지. 소마의 이마에 꾸욱 입을 맞춰주고서 그가 몸을 일으켰다. 부산하게 나갈 준비를 하는 케이토와, 아이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는 소마. …어째 지금 모습, 정말 부부 같구려. 아 아니지, 반은 사실이련가…? 스스로도 이상한 고민이라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흘렸다. 부산스러운 상황 때문인지, 아이는 어느새 눈을 떠서 소마와 마찬가지로 케이토를 보고 있었다. 케이토가 겉옷을 챙겨입으며 문득 고개를 돌리자, 여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을 두 남녀와 - 자신의 부인과 딸 - 눈이 마주쳤다. 멈칫. 자켓에 집어넣고 있던 팔이 그대로 멈췄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 정말 사랑스럽군. 옷을 마저 여미고서 케이토가 둘에게 다가갔다. 소마의 볼에 한 번, 아이의 볼에 또 한 번 입을 맞추고서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최대한 빨리 다녀오마.”

“무리하진 마시오 하스미 공.”

소마가 아이의 손목을 잡고 배웅이라도 하는 듯 손을 흔들었다. 케이토가 눈가를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거였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이며 그가 기숙사를 나섰다.

“…흠.”

순식간에 허전해진 방 안에서 소마가 괜히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작고 따뜻한 온기가 소마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거 같았다.

…그래, 아이도 있는데 본인이 이런 거로 약해지면 아니 되겠지. 우선 뭐라도 챙겨줘야…. …응?

아이의 시선이 문가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깜빡이며 문과 아이를 번갈아서 보던 소마가 푸훗 웃음을 흘렸다. 아이의 허리를 감싸 안아주며 소마가 물었다.

“아이여, 함께 하스미 공을 보러 가지 않겠소?”

“…!”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후훗, 그래. 이것은 아이를 위한 거요! 음, 음! 속으로 합리화를 하며 소마가 외출 준비를 했다.

당연하겠지만 이번에도 ES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회의에 들어가버린 케이토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마와 아이 주변에 몰려들었으니까. 결국 안즈와 쿠로가 나서서 주변을 정리해줄 정도로. 소마와 똑 닮은 예쁜 아이라며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간혹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란이 좀 잦아들자, 아이의 볼을 쓰다듬어주며 소마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어여쁘게 생겼소만, 남아처럼 보이는 게련가?”

“소마 군도 예쁜데 남자잖아….”

“아앗, 그래서 그런 거였소?”

안즈가 조금 초췌해진 몰골로 답했다. 쿠로는 멀쩡한 얼굴로 아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자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는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기쁜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하스미 공께서는 언제 나오시련가.”

“그러게, 이제 슬슬 때가 된 거 같은데… 앗, 끝났나봐!”

회의실 문이 열리고 리즈링의 베테랑들이 먼저 느릿하게 걸어나왔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쿠로가 몸으로 아이를 가려주었다. 사람들이 전부 나오고 난 뒤에야 두꺼운 서류철을 잔뜩 든 케이토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꽤나 피곤한 표정이었다.

“하스미 공!”

“…칸자키?”

지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던 케이토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소마와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멍하니 둘을 바라보던 케이토가 터벅터벅 방향을 틀었다. 쿠로가 그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자연스레 넘겨받아주었다. 양 팔을 벌리며 몸을 낮추자, 아이가 익숙하게 케이토에게 달려가서 와락- 안겼다. 아이를 끌어안은 채로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스미 공께서는 역시, 딸을 무척 좋아하시는구려.

묘한 뿌듯함을 느끼며 소마가 그를 바라보았다. 소마의 시선을 의식한 케이토가 후후 웃고는 한쪽팔을 벌렸다.

“너도 안기고 싶으면 와도 된다.”

“…?! 그, 그래서 본 것은 아니었소이다!”

“호오, 그런가? 그러면 내가 널 안고 싶으니 와줬으면 좋겠군.”

“우, 우와앗…?!”

다, 다른 사람들도 있소만…! 얼굴이 붉어져서 허둥지둥하는 소마에게, 케이토가 먼저 다가가서 한팔로 끌어안아주었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던 팔이 곧 익숙하게 케이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이 또한 익숙한 표정으로 둘 사이에 파고들었다. 회의시간에 쌓인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케이토가 웃었다. 소마 또한 따라 마주 웃고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가만히 보던 케이토가 입을 열었다.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내게는 칸자키 네가 더 예쁘고 소중하다. 걱정하지는 마.”

“무, 무슨…?! 본인은 그런 걱정따위 안 했소이다!!”

“오우, 꿀이 떨어지는데.”

옆에서 쿠로의 휘바람 소리가 들려왔지만, 케이토는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숙여 소마의 입가에 두어번 가볍게 입을 맞췄다. 소마는 이제 얼굴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를 다정하게 내려다보던 케이토가 고개를 돌려 안즈에게 눈짓했다. 뜻을 알아챈 안즈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좋다는 뜻이었다.

기숙사 방. 피곤했는지 아이는 벌써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케이토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소마는 먼저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서 배를 토닥여주었다.

“옳지 옳지, 이제 자야할 시간이오.”

“우우, 다같이 잘래요….”

“…후후, 그래. 하스미 공이 오면 바로 자는 거요, 알겠소이까?”

“네에-”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아이가 칭얼거렸다. 작은 손을 맞잡아주던 소마에게,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떠올랐다.

“아이여, 혹시 동생이 있소이까?”

“동생…?”

연두빛 눈동자가 의아한 듯 깜빡였다. 작은 손이 제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짐짓 자랑스레 말했다.

“내가 동생입니다!”

“…푸훗.”

엉뚱한 대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의 볼을 쓸어주며 소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셋째는 아직인가보오. 약간의 아쉬움에 괜히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자, 케이토가 아이의 반대손을 잡아주었다.

“오오, 오셨구려.”

“그래. 흠, 그리고 나라면 셋째는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칸자키.”

“…! 우왓, 들렸소이까?”

“안 들렸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귀엽군.”

그가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자, 그제야 만족한 듯 아이가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정한 속도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아이의 배를 다독여주며 소마가 물었다.

“헌데,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오?”

“음? 그야…. 네 몸에 무리가 갈 테니까.”

“…에?”

덤덤히 말하는 케이토와 놀란 표정의 소마. 그, 그런 이유였소? 이렇게나 딸을 좋아했으면서? 소마의 반응에 케이토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칸자키. 누누히 말했지만, 나는 네가 가장 소중하다. 아들과 딸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든지간에…. 내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언제나 너일 거야.”

“우, 우와앗….”

소마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거렸다.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만 있자, 그가 귀엽다는 듯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서 소마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잠든 아이를 사이에 두고서 입을 맞췄다. 소마가 좋아하는 곳을 자극하고, 손등을 어루만져주고, 입술을 씹었다. 마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듯이.

짧지 않은 입맞춤이 끝나자, 산소가 부족한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잠이 몰려왔다. 애써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며 케이토를 바라보자, 그 또한 마찬가지인지 미간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아, 헤어질 시간인가 보오.

금새 눈치챈 소마가 살풋 웃으며 케이토와 손을 마주잡았다. 그 또한 눈치챘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남은 손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서 몰려드는 잠에 스르륵 눈을 감았다. 얼굴에 번진 웃음은 녹을 줄을 몰랐다. 미래에서 다시 보도록 하오, 아이여.

몇 시간 뒤, 케이토가 먼저 눈을 떴다. 그의 곁에는 소마만이 잠들어 있었다. 빈 자리를 아쉽게 쓸어내리던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책장을 뒤적여서, 저번에 안즈가 준 육아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나중에 칸자키의 짐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계가 조금 더 빨리 흐르길 바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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