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상처 주의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룩백 시점

가볍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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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해양생물부는 인기가 없는 것 같고, 외롭고 쓸쓸해?”

하필 간파당해도 그녀석이라니. 여전히 얼얼한 상처를 매만지며 소마가 고개를 저었다. 외롭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해양생물부실도 학교에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들이 아무도 없으니까. …아니, 이럴 때일수록 더 노력하는 거요. 언제까지고 선배들의 그늘에서만 발버둥치는 어린아이로 남는 것은, 그이들께서도 원치 않을 게외다. 더 강해지도록 하오. 더 독립적으로, 혼자서도 굳세도록.

“칸자키, 어디 아픈가?”

소마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심문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소마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방금 전 묘한 어지럼증에 발을 헛디딘 참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열심히 손사래를 쳤지만 케이토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소마의 양 볼을 붙잡고서 얼굴을 면밀히 살피던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은 괜찮소이다!”

“….”

요즘 소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긴 했다. 억지로 괜찮은 척 하고, 어리광도 안 부리고, 혼자 다 감내하려고 하는. …내가 요즘 별로 신경 못 써준 것 같긴 하지. 볼을 매만져주던 케이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소마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평소와 같이 쓰다듬어줄 요량으로.

“으긱?!”

“…? 칸자키?”

손이 닿자 소마가 아픈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의 반응에 케이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소마가 입을 꾹 다물자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소마의 머리를 더듬거렸다.

“…다쳤나?”

“….”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을 할 수도,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조심조심 제 머리를 어루만지는 케이토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시선을 내릴 뿐. 아무도 먼저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기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말없이 소마의 머리를 매만지던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쳤구나 칸자키, 그렇지?”

상처부분을 살살 문지르며 케이토가 괴로운 듯 물었다. 소마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케이토는 굳이 답을 확인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의 팔을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고는 소마의 어깨에 케이토가 고개를 파묻었다. 허리를 꽈악 끌어안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치지 마라.”

“….”

“작은 상처도 입지 마.”

“….”

“알겠지 칸자키?”

“아, 알겠소이다.”

물기서린 그의 목소리에 소마가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다친 건 자신인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괴로워보이시는 걸까. 주춤거리며 그를 마주 끌어안아주려는 때에 케이토가 갑자기 물러났다. 소마의 손목을 꽉 잡고서 케이토가 어딘가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어? 영문을 모르겠기에 그의 뒤를 따라가며 소마가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네녀석이 궁금한 게 뭔지 다 안다는 듯 케이토가 코웃음을 쳤다.

“병원에 가려는 거다. 네놈 성격이라면 분명 대충 처치하고 말았겠지.”

“그, 그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소이다!”

“조용히 해라. 그건 네녀석이 판단할 게 아냐.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잖나.”

“무, 무뭇….”

뜻을 꺾을 생각이 없어보였기에 소마가 낙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소마는 그의 과보호가 싫지 않았다.

“하스미 공, 본인은 정말 괜찮소이다. 병원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지 않았소?”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도 말했지.”

기숙사 방 안. 소마의 만류를 들은 척도 안하며,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소마의 머리를 조심조심 빗어주었다. 기숙사까지 돌아오면서 짐을 들어주거나, 차를 끓여주거나, 옷을 갈아입혀주는 등 소마 자신이 할 일을 솔선해서 하는 케이토의 모습에 소마는 내내 절절맸다. 주군이 자신의 잔심부름을 하다니…! 스스로 빗겠다는 말을 세 번째나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빗을 주지 않는 케이토를 보며 소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불편해서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쁘기도 했다. 그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그의 마음이 좋아서. 그를 귀찮게 해도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피어올라서.

그래서, 소마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자 칸자키, 책을 읽어주마.”

이불을 반듯하게 정리해주고서 케이토가 소설책을 꺼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소마가 눈을 반짝이며 운을 떼었다.

“…하스미 공.”

“왜 그러지? 다른 책을 원하는 건가?”

“아니, 아니. 그것은 아니오만…. …팔베개를 해주실 수 있소?”

“팔베개?”

소마의 부탁에 케이토가 멈칫했다. 아, 역시 이 부탁은 좀 과했으려나. 괜히 입술을 축이며 시선을 내렸다. 싫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을지도….

“그래 좋다. 누워서 보기에 소설책은 무거우니 E-북으로 봐야겠군.”

“…!”

고개를 끄덕이고서 케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에, 정말? 정말로? 믿기지 않다는 듯 소마가 눈을 깜빡이다가 옆으로 물러났다. 케이토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소마의 옆에 자연스레 눕고서 그가 팔을 내렸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반대손으로 침대를 톡톡 두드렸다.

“자, 이리 와라. 재워주마.”

소마가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았다. 어서 오라는 듯 케이토가 고개를 기울였기에, 퍼특 정신을 차리고서 곧장 그의 품에 돌진했다. 팔에 머리를 괴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익숙한 체향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좋은가, 칸자키.”

“좋소이다!!”

“후후, 그래. 나도.”

소마의 어깨를 끌어안아주며 케이토가 책을 골랐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직히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기에 눈커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케이토의 온기와 케이토의 향, 목소리. 온통 행복하다는 감각을 느끼며 스르륵 잠에 들었다. 잠결에 그가 이마에 꾸욱 입을 맞춰주며 ‘잘자라.’ 속삭여준 게 어렴풋이 꿈속에 녹아들었다.

케이토의 과보호는 그 이후로도 상처가 온전히 다 나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제게 밀려오는 부담감과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며, 매일 그의 곁에서 어리광부리는 소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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