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울한 수취물
“사람들은 살아가며 수많은 자기 합리화와 변명을 만들곤 한단다.” 아자드는 제렌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황금색 햇살이 쏟아져 내려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있었지만, 제렌은 창을 등지고 있어 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어 아자드는 좀 더 몸을 돌리려 했지만, 제렌은 양손으로 아이를 다시 무릎 위에
그 뒤로 케일런과 아자드의 묘한 만남은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점심 시간이 되면 둘은 교내 쓰레기장에 모였다. 구름 한점 없는 더운 날에는 무언가 썩는 내가 올라오고, 조금이라도 습기가 있어 눅눅한 날에는 어딘가 퀘퀘한 내가 올라오는 장소였다. 그러면 케일런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참고 있다는 걸 좀 알아라?’라고 툴툴댔다. 그의
기나긴 케일런의 고통이 끝나는 날은 로널드의 비서가 생후 10개월 된 하나 뿐인 자기 아들을 보러 미국에 갔다가 귀국한 수요일이었다. 줄곧 딱딱한 얼굴이었던 비서가 생글생글 웃으며 케일런에게 10권 정도 되는 잡지를 건넸다. “아들은 잘 있나?” “잘 있다마다요. 우는 아들 달랜다고 애 먹은 것만 빼면 만족스러운 휴가였습니다.” “당분간 더 바빠질테니
케일런은 ‘꼬신다’는 친구를 만들 때 쓰는 단어가 아니고, 그런 곳에 쓰이는 어감도 아니라고 정정하려다 말았다. 대신 그는 콜야의 손을 맞잡았다. 손이 맞잡히자 콜야는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도련님의 새 친구! 거래 성사야!” 단단히 넘어갔단 생각에 케일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에게 별 다른 수는 없었고, 그걸 그도 알았기에 케
케일런 닉슨의 친구 만드는 방법. 1단계: 통성명을 한다. 여기까지는 쉬웠다. 목표 대상이 알아서 먼저 이름을 얘기했으니까. 2단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을 때마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많은 전문가들, 특히 로널드 닉슨이 아침마다 틀어놓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설
[저도 자세히 모르겠지만요, 들어보니 좀 골 때리는 사건이더라고요! 일단은 먼저요, 음,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데, 미국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연회를 연다나봐요. 얼마나 부유하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즐긴대요.] [매일 연회를 연다고?] 태어나 살며 파티라고 하면 황실연회밖에 접하지 못한 아자드는 눈을 동그랗
자고로 세계의 질서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 아래에서 태어난 자랑스러운 미국의 아들인 케일런에게는, 지금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리 마약을 팔며 산전수전을 겪어 본 갱들이라고 해도 자신보다 한참 작은 소녀가 숨쉬듯 ‘위대한 통치자! 오, 우리들의 총통!’ 같은 발언을 지껄이는 나라에 떨어진다면 등 뒤에 소름부터 돋는 법이었다. 태어나
따스한 햇살이 열린 창문 틈을 통해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를 보고 하늘 중천에 떠오른 해를 알법도 한데, 방의 주인은 도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햇살이 침대맡에 묻기 시작하면 오히려 피하기 위해 이불을 둘둘 말고 달팽이처럼 웅크렸다. 저 멀리 들리는 새소리도 그를 깨우지 못하자 여인 하나가 문을 거칠게 열어 제끼며 외쳤다. "왕자님! 이제 일어
나의 나라는 언제나 세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얀색, 황금색, 그리고 검은색. 하얀색은 평화를, 황금색은 부국강병을, 그리고 검은색은 비옥한 토양을 의미했다. 그러나 진실된 의미는 별개로 존재했다. 정치적인 선을 따르면, 나의 나라는 중앙아시아에 포함된다. '황금의 집'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나라는 여느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이름 끝에 ~스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