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3화
자고로 세계의 질서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 아래에서 태어난 자랑스러운 미국의 아들인 케일런에게는, 지금 모든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리 마약을 팔며 산전수전을 겪어 본 갱들이라고 해도 자신보다 한참 작은 소녀가 숨쉬듯 ‘위대한 통치자! 오, 우리들의 총통!’ 같은 발언을 지껄이는 나라에 떨어진다면 등 뒤에 소름부터 돋는 법이었다.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질서로 세워진 사회가, 그것도 단체로 사이비 종교마냥 독재자를 믿고 있는 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온다면 누구나 무서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여튼 케일런은 그러한 이유들로 로켓처럼 튀어 나갔다.
“어! 어디로 가?”
순식간에 케일런이 멀어지자 당황한 콜야가 외쳤다. 그러나 케일런은 일체 대꾸하지 않고 학교를 나서기 위해 건물 복도를 빠르게 가로질렀다. 따라오려고 했는지 콜야가 잠깐 따라 달렸지만 학교에서 쿼터백을 맡은 건장한 남고생을 따라잡기란 건 무리였다. 들려오던 목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그가 보이지 않게 될 때가 되어서야 케일런은 속도를 늦췄다.
“하! 미친 별 곳이 다 있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단체로 머리에 총알이라도 박혔나? 지금 시대가 언젠데 저런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위대한 태양 좋아하시네.”
숨을 간신히 고른 케일런이 중얼거렸다.
“여기는 아무도 반역이나 뭐, 쿠데타 그런 거 안 일으키나?”
“에크스탄은 복지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야. 다들 크게 정권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아. 경제적 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은 아마 정권은 계속 유지될 걸.”
“완전히 미친 나라네. 아버지는 왜 이딴 나라에 온 거야?”
“미국에서 왔다면 아마 천연 가스 때문에 오셨을 확률이 높네. 물론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그 목적으로 오게 되지만 미국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조금 급하니까. 만약 다른 나라에서 왔다면 단순히 발령일 수도 있어.”
“그래? 자세하게 알려줘서 고맙다. 선거고 나발이고 그런 건 내가 알 바는 아니고, 천연 가스는 무슨 소ㄹ…….”
케일런이 말을 멈췄다. 세상에는 허공에다 질문을 말한다고 답을 주는 현상이란 건 존재하지 않다. 즉, 그는 지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가 어색하게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동그란 머리를 한 소년이 서 있었다. 그는 기둥 뒤에서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시선을 책에 고정한 채로 소년은 다시 답했다.
“그리고 말 주의하는 게 좋아. 에크스탄은 네 말처럼 미친 국가라 지도자를 향한 경솔한 발언은 이후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물론 너는 학생 신분이고 출신이 미국인만큼 해를 입지는 않겠지만…… 너희 아버지의 입지에 영향이 갈 수 있거든.”
“…여기 사람이야?”
“내 외모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소년은 책을 덮고 케일런을 바라봤다.
“만약 여기 문화가 어렵고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면 3U 반쪽으로 가 봐. 거기에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있을 거야. 영미권 국가 출신들이 더 많다고 했어.”
“나는 아예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데.”
“미국 교육 과정이 어떻게 되는 지까진 자세히 모르겠지만, 일단 에크스탄에서 수도권에 머무르는 학생이면 넌 필수 의무 교육 대상이야.”
케일런이 얼굴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비쳤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은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네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에 미국은 에크스탄과 꽤 중요한 정치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어 웬만한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면 돌아가기 어려울 거야. 정 힘들다면 부모님께 얘기해보는 게 어때? 연민에 호소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어.”
“거기까진 네 알 바 아니고.”
케일런이 소년의 말을 딱 자르고는 바지 포켓에 왼손을 찔러 넣은 채 비딱하게 섰다. 난데없이 튀어나와 인간 구글을 자처하는 이 놈은 뭐지? 케일런은 위 아래로 소년을 훑어봤다. 아까 봤던 빨간 머리와 같은 국적을 가졌단 것은 그 얼굴을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만 소년은 콜야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풍겼다. 그는 제 나잇대에 비해 유난히 차분한 분위기였다. 발 끝에서부터 찬찬히 훑어보던 케일런은 소년의 노란 동공에서 시선을 멈췄다.
“이름이 뭐냐?”
“… 아자드.”
“성은?”
“음, …에크비치.”
아까 콜야인가 뭔가 하는 여자애하고 성이 비슷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케일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아자드, 너 눈 예쁘네.”
“……뭐?”
“눈 예쁘다고.”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아자드가 다시 되물었다. 케일런은 오른손으로 제 눈가를 톡톡 치며 다시 말했다.
“노란 눈은 처음 봐서. 헐리우드에서 좋아할 거 같이 생겼는데?”
“헐리우드?”
“주변에서 눈 얘기 많이 안 들었어?”
아자드가 고개를 양 옆으로 젓자, 케일런은 ‘그래? 여기에서는 흔한 눈 색인가.’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고개를 숙인 채 자기 눈가를 매만지고 있는 아자드의 머리통을 빤히 보던 그는 ‘머리도 동그랗네’ 라고 덧붙여 중얼거렸다.
아까 대화를 나눴던 콜야와 다르게 아자드에 대한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 탓인지 케일런은 그에게 좀 더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여튼 알려줘서 고맙다. 아자드 너, 영어 굉장히 잘하네?”
“그래? 많이 어색하지 않다면 다행이야. 대부분 서적으로만 영어를 접하다보니 구어체에 자신이 없었거든.”
“얼마나 공부했는데?”
“회화 쪽으로는 연습한 지 이제 2개월 됐어.”
“뭐? 정말? 그 사이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마치 영어 회화 강습 교재에 나올 법한 대화였다. ‘너 얼마나 영어를 배웠니?’, ‘오, 난 이제 배운지 2개월도 안됐어.’, ‘말도 안돼! 너의 영어 실력은 정말 훌륭하구나!’ 그러나 처음 보는 타인이 자신의 모국어를 2개월만에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법이었다. 케일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자 아자드가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단순히 회화 쪽으로만 2개월인 거야. 그 전부터도 영어 자체는 할 수 있었어. 아무래도 여러 서적을 읽으려면 영어를 배우는 편이 나으니까. 러시아어만 할 줄 알 때보다 훨씬 접하는 정보량이 늘거든.”
“러시아어? 러시아 어도 할 줄 알아?”
“너는 할 줄 몰라?”
이번엔 아자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나는 날 수 있는데 너는 못 날아?’라고 하는 것 같은 물음에 케일런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에크스탄은 공용어로 에크스탄어를 쓰지만, 건국 당시에는 러시아어를 썼거든. 그래서 공식 석상에선 에크스탄어를 써도 종종 옛 분들과 대화할 때는 러시아어가 섞여서 다들 배워두는 편이야. 언어 체계도 비슷하고.”
“그럼 넌 지금 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응. 하지만 여기 있는 학생들 모두 그럴 거야.”
아자드가 머쓱하게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국제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서 일정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니까, 나보다 더 잘하는 학생도 있을 거야.’ 라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지만, 한평생 미국에서 영어만 써오며 공부와 일면식 없는 삶을 살아온 케일런에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마치 눈 앞에 있는 소년이 천재인 것처럼 느껴져 그는 계속해서 감탄사만 내뱉었다.
“그럼 러시아어로 아무 말이나 해 봐.”
“твои глаза такие красивые. Синий цвет тебе очень идет.”
“와우. 그럼 여기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는 뭐라고 해? ”
[안녕하세요?]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 지 전혀 모르지만, 일단 러시아어처럼 들리는 무언가를 말하니 케일런은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면 돼?” [아운뇽하세요?]
“영어가 악센트를 앞에 주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거 같은데, 조금만 앞 부분을 힘 빼고 말해봐.”
[앙녕하세요?]
“응, 그렇게 하면 돼. 잘하네.”
난데없이 복도 한복판에 열린 언어 교실에서 케일런은 꽤 훌륭한 학생이었다. 계속해서 악센트로 인해 케일런의 발음이 뭉개졌지만, 아자드는 참을성 있게 여러 번 알려줬다. 곧 언어교실의 단 하나 뿐인 학생은 아자드에게서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를 배웠다.
“재밌네. 발음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처음인데 이 정도면 배우는 게 빠른 편이야. 콜야는 한 번 발음을 자기 멋대로 말하기 시작하면 안 고치거든.”
“콜야?”
“아, 콜야는 내 친구인데…….”
오늘 처음 들었지만 반복 주입당한 탓에 기억하고 있는 이름이었다. 케일런은 아자드에게 가까이하고 있던 몸을 슬그머니 뒤로 빼면서 물었다.
“...걔하고 친구야?”
“어, 응.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어. 콜야의 아버지가 내 옆에서 오래 일하셨거든.”
“옆에서 일했다는 건…….”
“음, 영어로 뭐라고 말해야 하려나. 쉽게 말하면 내가 그를 고용했지.”
순간 케일런의 머릿속에 콜야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칭찬 고마워요! 하지만 나보다 도련님이 훨씬 더 훌륭해!’
“그 도련님이 너였구나?”
“콜야를 본 적이 있어?”
“응, 엄청 시끄럽고 떽떽거리던데.”
노골적으로 케일런이 콜야에 대한 불만을 말하자 아자드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콜야가 좀 귀찮게 했구나? 이해해줘. 원체 말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다들 상대를 안 해줘서 그래. 오늘 학교 첫날이라 설레는 탓도 있을 거고.”
“그렇게 시끄러운데 누가 대화를 해주겠어.”
“음…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야. 정말 좋은 애거든.”
콜야가 시끄럽단 걸 부정하지는 않은 아자드가 멋쩍게 웃었다.
“그러니까 나중에 다시 만나면 얘기 좀 같이 해줘. 친구가 되어주면 더 좋고.”
“너 혹시 뭐, 친구의 친구 만들어주기 캠페인 해? 인류애가 넘치냐?”
“하하.”
그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자드와 케일런은 동시에 소리가 들려오는 복도 끄트머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가 오나?”
“…….”
“어, 너네 나라 사람들이다. 아자드, 아는 애들…….”
“지금부터 나한테 말 걸지 마.”
복도에서 거닐던 사람들의 얼굴이 알아볼 수 있을만큼 가까워지자 케일런이 아자드에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명령하는 어조의 말이었다. 케일런이 당황하며 아자드를 향해 휙 돌아봤다.
“아자드?”
자리에 있어야 할 아자드는 어느샌가 저 멀리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대화상대의 돌발 행동에 케일런이 당황하고 있자 학생 무리가 그 앞에 섰다.
“무슨 일입니까? 도와드릴까요?”
“어? 아니. 별 일 아니야.”
아까까지 잘만 대화해 놓고서 쌩판 모르는 남처럼 혼자 멀리 걸어나간 아자드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케일런은 그저 얼 빠진 표정만 짓고 있었다. ‘말 걸지 말라니?’ 맥락 없이 튀어나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사람 한 명 없이 텅 빈 복도 끝을 바라보고 있자 학생 무리가 한 번 더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도와드릴까요? 급한 일입니까?”
“아니, 정말 별일 아니라니까.”
“그러면 이제 수업에 들어가세요. 곧 종이 울립니다.”
아자드와 다르게 딱딱히 말하는 학생들의 어조에 케일런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무리들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또래 아이들이었지만, 어딘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서툴고 책에서나 나올 법한 말투가 더욱 그들을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케일런은 다시금 찾아온 이 기묘한 나라의 분위기를 느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지나쳐 제 갈길을 갈 법 했지만 분위기에 휘말려 그럴 수 없었다.
“문제가 없으시다면 교실로 돌아갑시다. 그러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혼날 것입니다.”
“어, 어어. 그래. 그러자고.”
케일런이 답하자마자 뎅, 하고 큰 종이 울렸다. 건물을 울리는 종소리에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케일런도 휩쓸리듯 배정받은 교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걸상에 앉은 그는 혹시나 아까 대화를 나누던 얼굴이 있을까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전부 그가 모르는 얼굴들 뿐이었다.
*
첫 수업을 앞 둔 교실은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저 애는 어디서 온 거지?’, ‘여기 나라 사람들인가?’ 학생들끼리 소리 없는 탐색전이 이루어졌다. 그 중 절반 넘는 학생들은 전부 케일런을 흘끔거리며 쳐다봤다. 다른 또래에 비해 훨씬 체격이 큰 그는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모두 그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에크스탄인 선생이 교실로 들어와 인사했다. 어른이 등장하자 학생들은 전부 깍듯하게 인사에 답했다. 케일런 한 명만 빼고.
“혹시 거기 학생?”
“…….”
“학생?”
반을 휘휘 둘러보던 케일런은 그제서야 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오늘이 첫 날인데 혹시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내가 너를 학생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니.”
반사적으로 싫다고 말하려던 케일런의 머릿속에 아자드의 말이 지나갔다.
‘너도 알다시피 에크스탄은 네 말처럼 미친 국가라 지도자를 향한 경솔한 발언은 이후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물론 너는 학생 신분이고 네 출신이 미국인만큼 해를 입지는 않겠지만…… 너희 아버지의 입지에 영향이 갈 수 있거든.’
이러니 저러니해도 지금 상황에서 케일런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그는 ‘인간 절단기’로 불릴만큼 냉혈한이라 자신의 업무에 방해가 된다면 제 아들마저도 미친 독재자 나라의 길거리에 내다 버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케일런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케일런 닉슨, 미국에서 왔습니다.”
“오… 그래, 닉슨. 만나서 반갑다. 자리에 다시 앉아도 돼.”
케일런의 성을 들은 선생은 잠깐 표정을 굳혔다가, 빠르게 미소를 띈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다른 학생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절반쯤 되는 학생들은 자기소개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쳤지만, 나머지 절반쯤 되는 학생들, 특히 에크스탄인이 아닌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케일런을 흘끔거리기 시작했다.
“케일런 닉슨이면… 맞지? 로널드 닉슨?”
“맞지. 미국에 로널드 닉슨말고 다른 사람이 있냐?”
“하긴…….”
두 학생이 서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런은 그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모른 체하며 창 밖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의 성을 말하면 언제나 의례처럼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미국 국무부 차관의 아들이라니. 유명인이네.”
케일런의 입장에서는 하도 많이 들어 귀에 피가 날 지경이었다. 도대체 미국 국무부 차관의 아들이 왜 유명인이 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유명인이라 불렀다. 공인의 아들도 공인이라는 되먹지도 못한 발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케일런은 학 2학년 때부터 잠들기 전, 침대에서 매일 고민했다.
“그럼 왜 여기까지 온 걸까? 국무부 차관 아들이?”
“왜긴 왜야.”
물론 이제 케일런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그 스스로 유명인이 될 이유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목 잘린 고급 칠면조 사건’ 때문이겠지!”
*
[‘목 잘린 고급 칠면조 사건’?]
콜야의 얘기를 듣던 아자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건이라하면 중요하고 큰 일을 뜻할텐데, 그 앞에 붙은 이름이 꽤 엽기스러웠다.
콜야는 그렇다고 답하고 싶었으나 입 안에 있는 빵 때문인지 재빠르게 고개만 끄덕였다. 아자드가 천천히 답하라는 뜻으로 손짓하자 그는 물잔을 벌컥벌컥 들이켜 마셨다. 그러다 목에 걸렸는지 켁켁거리며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천천히 말하래도.]
“[켁, 그래도 이런 재미난 얘기는 빨리 말해야죠! 컥. 흐아, 겨우 살았네.]
한숨 돌린 콜야가 다시 빵을 집어들며 말했다.
[오늘 같은 반이 된 애들끼리 말하는 걸 들었어요. 미국에서 꽤 화제가 된 사건이었나봐요. 프랑스인이나 독일에서 온 애들도 다 알고 있던데요?]
[유럽국가에서까지 알 정도면 정말 큰 사건이었나본데.]
자신의 생각보다 더 흥미진진한 사건이라는 예감이 들자 아자드는 제 자세를 고치고는 콜야에게 더 얘기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한평생 황실에 묶여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눈 앞의 아이는 종종 이런 재미난 얘기를 물어오는 울새였다. 제 친구이자 주인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자 울새는 잔뜩 가슴을 부풀리고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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