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가 지저귀는 곳에서

3화 & 4화

[저도 자세히 모르겠지만요, 들어보니 좀 골 때리는 사건이더라고요! 일단은 먼저요, 음,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데, 미국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연회를 연다나봐요. 얼마나 부유하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즐긴대요.]

[매일 연회를 연다고?]

태어나 살며 파티라고 하면 황실연회밖에 접하지 못한 아자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이야? 콜야,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고?]

[아이. 제가 아무리 그래도 듣기는 좀 하잖아요! P.A.R.T.Y 라고 하던걸요!]

해외에서 들여와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각종 와인, 통으로 잡아 머리까지 그대로 삶아 나오는 돼지 통구이, 평소에는 보기 힘든 싱싱한 석화. 그리고 그것들을 마치 대추야자 먹듯 아무렇지 않게 집어먹는 황실 사람들. 그 뒤로 흘러나오는 오페라 가수의 청아한 목소리까지. 그들이 알고 있는 연회는 부의 극을 달리는 행사였다. 황가의 일원이 아니라면 쉽사리 발도 들이지도 못했다. 그러니 둘이 충격에 휩싸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인들이 돈이 많기는 정말 많나 보구나. 그래서 연회가 어떻길래?]

[그렇게 연회를 여는 문화다보니 미국은 학교에서도 크게 자리를 마련한대요. 졸업을 축하하는 연회를 프롬파티라고 부르는 모양인가봐요. 심지어 거기서 프롬 왕하고 프롬 여왕도 임명한대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장난이라고 해도 왕위와 관련된 대범한 행동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걸까요? 미국은 정말 관대한 나라인가봐요.]

[미국은 왕정제가 아니니 실제 왕위 계승과 관련되어 있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대통령만 안 뽑으면 괜찮은 걸까요? 프롬 대통령이나 프롬 영부인이라고 칭하지만 않으면 되나요?]

[글쎄…….]

아자드는 전혀 이해 가지 않는 기이한 미국 문화를 전해 들으면서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나름대로 이해해보려 했다. 예전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단어가 있다 들었는데, 그 정도로 돈이 많고 부유한 나라라면 정말 그런 단어가 있을 법 하겠거니 생각했다. 눈부신 샹들리에 아래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샴페인과 와인들, 뿌려지는 금색 색종이 가운데 서 있는 프롬 대통령과 영부인은 아닌 프롬 왕과 여왕. 자연스레 프롬 왕의 얼굴은 오늘 아자드가 마주친 케일런 닉슨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소 맥락없이 흘러가는 상상의 흐름이었지만 아자드는 나름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프롬 왕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자리였고, 케일런 닉슨의 눈은 터키석처럼 푸른 색이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 프롬 연회와 케일런 닉슨이 무슨 관계인데? 그가 왕이라도 된 거야?]

[아뇨, 아뇨. 완전 다른 방향으로 연관이 있어요. 연회 한가운데에서 케일런 닉슨이 칠면조 머리와 피가 가득 든 양동이를 그 해 프롬 왕에게 뿌려버렸다나봐요!]

[뭐? 피가 든 양동이를?]

아자드가 제 귀를 의심하며 반문하자 콜야는 여러번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했다.

[피가 한 가득 들어있었대요! 이-만큼 큰 양동이에요!]

콜야가 양 팔을 벌리며 제 품에 안아들기도 벅찬 크기를 그렸다. 대충 봐도 2리터는 훌쩍 넘을 큰 양동이였다. 거기에 가득 든 피를 생각하자 아자드는 절로 속이 메스꺼워졌다. 

[양동이 안에는 피말고 칠면조 머리도 있었고, 어떤 사람 말로는 깃털도 있었대요. 날벼락 맞은 프롬 왕 정수리에 그 깃털이 꽂혔대요.]

[세상에……. 왜 던진 거래?]

[저야 모르죠. 듣자하니 그 프롬 왕하고 사이가 원래도 안 좋았다나봐요. 아마 그가 자신을 제치고 왕이 된 게 거슬려서 그러지 않았을까요?]

[으음.]

잠깐 대화를 나눴을 때는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아자드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을 짓자 콜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생각보다 큰 일이라 미국 전역에 보도가 다 되었다나봐요. 그 뭐냐… 책에도 나왔다던데요?]

[책?]

[얼굴책이라는 책에도 올라갔대요.]

[정말 다방면으로 이름에 먹칠을 한 모양이구나.]

미국 전역에 이름이 팔려 학교에서 내쫓기고 도망치듯 에크스탄으로 온 것이었다니. 본인에게 듣기로는 억울하게 쫓겨난 줄로만 알았던 지라 아자드는 떨떠름했다. 한 사건이라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틀린 게 없었다. 

[그래도 어찌 운이 좋게도 에크스탄으로 무사히 전학을 왔구나.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했었다면 국제학교에 입학하기도 어려웠을텐데… 아버지께서 쉽사리 허하지 않으셨을 거야. 지도자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이 가는 낌새가 있었다는 거잖니.]

[아, 들어보니 미국 국무부 차관 아들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미국 전역에 쫘ㅡ악 이름이 깔린 거라고 했어요. 아마 들어올 때도 아버지의 힘을 빌린 게 아닐까 싶어요.]

콜야가 ‘미국 전역에 쫘ㅡ악’ 부분을 말할 때 양 팔을 과장되게 양 옆으로 벌렸다. 그러자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 의자에 앉아있던 니냐가 입을 열었다. 

[어쩜, 그런 아들이 있었군요. 미국 국무부 차관도 많이 힘들겠네. 하긴, 자식들이 부모를 믿고 엇나가는 경우가 많기도 하죠. 제가 옛 고향의 앞집 아들도 따악, 그런 망나니였답니다. 아버지 이름 믿고 동네에서 아낙네들한테 이리저리 추근덕댔죠.]

[으으. 그런 놈들은 딱 질색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당연히 되먹지 못한 놈이라 빅토르 이바노비치 에크비치님께서 에크스탄을 일으키실 때 반군에 발 담궜다가 목숨을 잃었답니다. 한 번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지요.]

아자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접시에 놓인 빵을 집어들었다. 

[그 아이가 그런 배경이 있는 줄 몰랐어. 국무부 차관의 아들이니 연회에서 피 한바가지를 쏟고도 처형 당하지 않은 거겠지. 생긴 것보다 많이 폭력적인 사람이었구나.]

[헉, 왕자님께서도 그를 보셨어요?]

화제의 인물을 자신이 모시던 사람도 만났다 하니 재밌는 냄새를 맡은 것처럼 콜야가 눈을 반짝이며 아자드를 바라보았다. 아자드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이 나라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더라. 그래서 아무렇게나 말을 막 내뱉고 있길래, 조금 주의를 줬어.]

[말을 나누셨군요?]

[좋은 애 같으니까 친하게 지내봐. 그렇다고 많이 말 걸지는 말고. 기왕이면 통성명했으니 잘 지내는 게 좋잖아.]

[인사한 거 어떻게 아셨어요? 아앗, 설마 케일런이 저보고 뭐라고 한 거예요?!]

[으음…….]

콜야가 입을 삐쭉이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보고 뭐라고 했길래 왕자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죠? 저는 정말로 별 얘기 안했다고요. 그냥 만나는 게 반가워서 자기소개정도만 했다고요! 정말이지, 그 먼 곳에 왔으면서 그 정도 숫기가 없는 건가요?……’ 쉴새없이 주절거리는 콜야의 말에 아자드는 그저 머쓱해하며 웃을 뿐이었다. 

*

케일런 닉슨은 토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눈 앞에 놓인 칠면조 요리 때문이 아니라 눈 앞에 보이는 남자 때문이었다. 에크스탄에 이사 온 뒤로 단 한번도 같이 식사한 적이 없던 로널드 닉슨이 오늘은 무슨 일인지 거실 식탁에 앉아있었다. 급하게 이사를 오며 필요한 가구만 사 학교 근처에 있는 집에 들어온 터라, 거실 식탁 위에는 작은 행잉 조명 하나만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조명 아래에 앉은 탓에 로널드의 얼굴은 반쯤 어둠에 묻혀있었다. 고압적인 얼굴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케일런이 식기에 손도 대고 있지 않자 로널드가 입을 열었다. 

“손도 안 대고 있구나. 가정부 고용비를 네가 알면 그러지 않을 거다.”

“제가 알아서 하니까 참견 마세요.”

“말버릇을 보아하니 학교는 멀쩡히 다녀온 것 같고.” 

남자는 케일런의 태도가 익숙한듯 계속해 나이프질을 이어나갔다. 하얀 그릇과 은색 식기가 맞부딪히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식탁 위에서 울렸다. 

“오늘 학교에서 누구하고 뭘 했지?”

“고등학생이나 되는 사내 새끼의 사생활을 캐묻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 사내 새끼가 내 핏덩이면 다른 이야기지.” 

로널드 닉슨은 어서 말하라는듯 케일런을 흘긋 바라봤다. 그 눈빛에 가슴이 답답해진 케일런은 식탁 위에 턱을 괴고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 초침이 따각, 따각 움직이고 있었다. 

“기억해라. 네가 또 사고를 친다면 한 학기만 여기서 보내지 않을 거다.”

“하루라도 입에 협박을 안 달고 살면 관에 들어가시나요?”

“협박이야말로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게 만든 사다리지.”

무슨 말을 하든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케일런은 대놓고 크게 한숨을 쉬고는 투항 의사를 밝혔다. 

“첫 날이라 특별히 말 한 상대는 없고… 아. 아자드라는 녀석하고 통성명은 했어요.”

“아자드?”

로널드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가, 더 말해보라는듯 고개짓을 했다. 

“아자드 에크비치라고 말하던데요. 콜야라는 이상한 여자애하고 친구라고 했어요. 영어를 굉장히 잘했고… 키는 한 이 정도? 정말 별 얘기는 안했어요. 같은 반도 아니고 복도에서 마주친 정도라.” 

케일런이 자신의 가슴팍 언저리를 가리키며 자신이 만난 상대를 묘사하고 있자 로널드가 무언가 생각하듯 동작을 멈췄다.

“흠…….”

로널드는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몸을 잠깐 일으켜 가운데에 놓인 칠면조의 다리를 자기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번들거리는 기름을 조명 아래에서 뽐냈다. 로널드의 나이프가 다리의 한 가운데를 매끄럽게 갈랐다. 그러자 칠면조 특유의 붉은 기가 도는 속살이 벌어져 보였다. 

“운이 좋구나. 아자드 에크비치와 통성명을 하다니. 평소라면 말 걸기 어려웠을텐데 말이지.”

“운이 좋았다고요?”

케일런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묻자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갸륵하고 한심하게 여기는 표정으로 답했다. 

“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한 달이상 살 것이라면 스스로 기초 상식은 배웠으면 좋겠구나.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살아남기 위한 최소 조건은 갖춰야지. 언제까지고 이 애비가 네 뒷바라지를 해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아니, 씨발. 또 잔소리네.”

케일런이 짜증을 내며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몸을 뒤로 기울였다. 자신의 기분 좀 살피라는 의사 표시였지만 로널드는 아랑곳 않고 제 할말을 계속 이어갔다. 

“에크스탄은 통치자를 지도자라 공식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왕에 가깝지. 2대째 그 왕위는 부계로 이어지고 있다.  다른 독재 국가들이 그렇듯, 왕실을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고, 계급문화는 이름에서 표기될 정도로 확고하다. 왕위 계승자들은 에크스탄의 아들이란 뜻으로 에크비치라는 성을 쓰고 방계는 에크브나, 일반 국민들은 에크반을 쓰지.” 

“그 뜻은…….”

껄렁이며 의자를 앞뒤로 움직이던 케일런이 자세를 바로 잡았다.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네가 만난 아자드 에크비치는 현왕 아슬란 빅체 에크비치의 아들이자 에크스탄의 유일한 적통인 아자드 에크비치 왕자다.”

“젠장.”

난 그럼 독재자 왕자 앞에서 나라 욕을 한 건가? 케일런은 절로 뒷목의 솜털이 이는 것을 느꼈다. 경솔하다, 뭐다 한 이유가 있었구나. 그가 다시 학교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다만 그의 위치는 좀 복잡한 편이지. 영국처럼 왕위 계승권이 명확한 편은 아니야.”

“복잡하다고요?”

“현왕이 아자드를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사생아를 지지하고 있는데… 거기까진 알 필요 없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고.”

“저 좀 그만 무시하시죠?”

“네가 저지른 행동들을 한번쯤 종이에 나열해봤으면 좋겠구나. 그걸 보고 무시하지 않을 사람이 있는지도 재고해보고.” 

식사를 마친 로널드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고 있는 넥타이를 칼같이 정돈하는 모습이 마치 날카롭게 벼려진 만년필 같았다. 옷 매무새를 다듬은 그는 케일런을 향해 말했다.

“케일런 닉슨.”

“… 왜요.”

이렇게 로널드가 풀 네임을 부를 때면 케일런은 불안함을 느꼈다. 대부분 좋지 못한 일을 시킬 때 그가 그랬다. 

“아자드 에크비치와 친해져라. 어떤 방식으로든 좋아. 최대한 교류를 해. 왕실 사유지까지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면 더욱 좋겠군.”

“제가 아버지의 비서인줄 아세요? 하라는대로 다 따르게? 싫어요.”

케일런이 단박에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자 로널드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쳤다. 

“요즘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할 일이 없지?”

“당연하죠. 여기에 랜선도 안 연결되어 있고 데이터도 없는데.”

“아자드와 친해져서 우리 집까지 초대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랜선을 연결해주마.”

“……”

갑작스럽게 성큼 다가온 달콤한 제안이었다. 케일런이 삐쭉 나온 입을 집어넣었다. 

“에크스탄은 정보통제가 기본인 나라다보니 외부로 연결하기 어렵지. 그래도 타지에서 온 외교부나 관계자들의 정보 공유까지 규제하지는 못해. 그러니 인터넷 연결을 위한 Wi-Fi 기기정도쯤은 얻어다줄 수 있다.”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초대해서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면 더 좋고.”

Wi-Fi. Wi - Fi. 근 일주일 내에 케일런이 들었던 단어 중 제일 달콤한 단어였다. 사실 케일런의 가장 큰 불만은 이런 미치광이 독재국가에 처박히게 된 것보다는 인터넷 하나 안 되는 시골 구석탱이에 처박힌 것 같은 환경이었다. 자고로 10대 소년이라면 또래 애들과 연락을 하는 걸 넘어서 인터넷 바다를 누비며 다른 사람을 동물원 속 원숭이 보듯 구경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삶의 일부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삶의 8할 정도를 뺏기다니. 케일런이 비행기에서 내려 핸드폰을 켜자마자 ‘데이터가 터지지 않음’ 이라는 표시를 보고 분노에 차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아자드와는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요?”

“그것까지 관심 가지지 않는 것도 포함하마.”

“하.”

‘어디까지나 내 업무의 연장선이니 너는 선을 넘지 마라’ 라는 표시였다. 사람을 부릴 생각이면 자신도 어느 선까지는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케일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로널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이 곳, 에크스탄에서 머무르는 동안 케일런은 철저한 을이었다. 

“좋아요. 약속 지키세요.”

“계약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지금 녹음한 파일을 계약서로 쓰게 내 이메일로 보내놔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할 경우에는 들키지 않도록 하고.”

로널드의 말에 케일런이 어깨를 으쓱하며 주머니에 있던 녹음기를 꺼냈다. 아동복지국에 아동학대 증거로 제출할 수 있을가 싶어 그는 종종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자신의 아버지를 단 한번이라도 구치소에 넣어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물론 단 한번도 인정받은 녹음 증거는 없었지만, 이럴 때 유용하게 쓰여 들고다닐만 했다. 로널드가 서재로 들어가고 나서 케일런은 식탁 위에 녹음기를 올려놓고 포크를 집어들었다. 

친구 만들기, 케일런은 살면서 친구를 사귄 50가지 방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칠면조 고기를 씹었다. 집으로 초대하는 일 정도쯤이야. 학교를 다니는 내내 한 달이면 그 누구든 자신에게 껌뻑 넘어오게 했던 케일런에게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안녕, 아자드. 좋은 아침이야.”

“…….”

“아자드? 야, 너! 어디 가!”

그러나 그 50가지 방법이 아자드에게 통하는 일은 없었다. 케일런이 말을 걸면 아자드가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BL
추가태그
#웹소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