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럐
만약 우리가 서로를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헤어질 수 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 앞으로 나아가는 뜀박질이 가볍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사람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다. 흐트러지지 않도록 숨을 쉬던 이명헌이 얼마 가지 않아 온전히 땅을 딛고 섰다. 지치지 않았음에도 허리가 굽어지고, 손은 허벅지와 무릎 어딘가를
정우성이 발톱을 꺼내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가 없는 산왕의 땅은 전례 없이 바빴다. 지구라는 새장에 가둬놓고 키우는 새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세계 최정상의 지지가 필요했고, 그 도움 아닌 도움을 얻기 위해서 산왕은 ‘정우성’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보고서 서류를 몇백 장이고 써서 내야 했다. 산왕의 학생들이라고 예외는 아
쫓겨나고 1년 만에 다시 들어온 산왕의 풍경은 언제나와 같다. 이명헌은 제 앞에서 걷는 교사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대신에 복도 밖 창문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고, 산왕에 다시 입학하며 빡빡 밀린 머리가 어쩐지 낯설다. 신이 마구간에 태어나 십자가를 짊어지고 죽은 뒤로부터 몇천 년이 지난 세상은 꽤 우스운 꼴로 돌아가게 되었다. 신의 실수
림에 튕겨 나온 공이 자연스럽게 포인트 가드의 손으로 들어가고, 코트 위 하얀색은 그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를 에워싼다. 3학년이 떠난 뒤에도 문제없이 존프레스 전략을 써먹기 위해 2학년과 1학년을 주축으로 새롭게 세워진 장벽은 바람을 탄 거센 파도처럼 상대 팀 포인트 가드를 집어삼킨다. 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 부딪치는 9번과 13번이 상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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