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럐
만약 우리가 서로를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헤어질 수 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 앞으로 나아가는 뜀박질이 가볍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사람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다. 흐트러지지 않도록 숨을 쉬던 이명헌이 얼마 가지 않아 온전히 땅을 딛고 섰다. 지치지 않았음에도 허리가 굽어지고, 손은 허벅지와 무릎 어딘가를
솔직히 양호열이 예상한 건 끽해야 한 달이었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강백호 아닌가. 왕자라던 산왕전을 쓰러트린 직후,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어 실려 가듯 병원을 향한 강백호는 그날 바로 입원해야만 했다. 등으로 책상을 들이받았다, 정도로 적히고 말 줄 알았던 부상이 정교한 숫자들로 묶여감에 따라 양호열은 뭔가가 잘못되어간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검사에
농구부 입단 후 정식으로 실력 테스트받던 첫날, 정우성은 직접 자신을 스카웃하러 왔던 산왕 공업 고등학교에게 작게 실망했다. 싸우는 상대도 없이 골대를 상대로 원온원을 흉내 내며 뽐내는 개인기에 감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볼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1학년과 2학년이 적절하게 섞인 시합은 평범하게 실망스러웠다. 명문이라던 산왕공고답게 그들은 2군
“한나는 부럽다, 그런 잘생긴 남친도 있고.” 자습은 선생님 방해 없이 잘 수 있는 시간 정도로 알고 있던 송태섭이 눈을 번쩍 떴다. 그다음에는 상반신을 벌떡 세우려는 걸 초인적인 인내로 참았다. 떠드는 목소리는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같은 농구부라서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잖아. 다른 목소리가 달래듯이 말했다. 송태섭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
두상이 보일 정도로 머리를 짧게 민 선수들의 구보 소리가 체육관을 울린다. 항상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며 산왕의 구호를 외쳤던 이명헌은 체육관 문틀에 기대선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는 차기 주장으로 점찍어 놓은 2학년이 뛰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이명헌에게는 주장 일이 그랬다. 1학년으로
일생일대의 고백이 차여본 적 있는가? 강백호는 많다. 아주 무지하게 많다. 그러면서 별꼴도 다 당해봤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로 차였을 때는 솔직히 백호 군단이고 뭐고 자시고 눈물을 짤 뻔했다. 아니다, 백호 군단이 있는데도 눈물을 짜낸 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무지하게 많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우연한 만남으로 새 사랑을 찾고, 고백할 때마다
림에 튕겨 나온 공이 자연스럽게 포인트 가드의 손으로 들어가고, 코트 위 하얀색은 그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를 에워싼다. 3학년이 떠난 뒤에도 문제없이 존프레스 전략을 써먹기 위해 2학년과 1학년을 주축으로 새롭게 세워진 장벽은 바람을 탄 거센 파도처럼 상대 팀 포인트 가드를 집어삼킨다. 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 부딪치는 9번과 13번이 상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