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이라이? 라이느비? 섹못방

근데 안 뜸

ONe by 샤덴프로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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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못방이지만 안 합니다

*마춤뻡 검사 안 햇숩니드

*성별 상관없이 ‘그’라고 지칭

눈부시도록 새하얀 방, 두 명의 존재가 지친 채로 땅에 널브러져 있다. 숨을 고르고 있자니 검은 쪽의 사내, 라이오슬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 방… 대체, 어디서 만든 건지 참 궁금하네.”

“……동감입니다.”

옆에 누워있는 느비예트가 맞장구를 쳤다. 대체 그들은 뭘 했길래 지쳤을까. 사건은 약 3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분명 라이오슬리는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녹차를 직접 우려 간단하게 마시고 있자니 시그윈이 떠올랐다. 좋은 차를 선물 받았으니 같이 마시자고 했던 그와의 가벼운 약속도 덩달아 기억해냈다. 따라서 집무실을 나가려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의 일이었다. 시야가 갑자기 점멸하더니 의식이 끊긴 것이다. 즉, 마지막 기억은 분명 메로피드 요새였다.

기분 좋은 구름 속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기나긴 꿈을 꾼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 전에 지금 상황이 되려 꿈속이 아닐까 의심했다. 라이오슬리의 눈에 들어온 건 새하얀 공간이었고, 이는 그가 정신이 번쩍 들게했으니 말이다.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은 멀쩡하고 소지품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한 라이오슬리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빈 캔버스에 묻은 이물질처럼 눈에 밟히는 푸른 색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느비예트였다.

어쩐지 불길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라이오슬리는 벌떡 일어나 빠르게, 그럼에도 침착하게 쓰러져있는 상대의 호흡을 확인했다. 코 근처에 손을 가져다 대보자 부드러운 숨결이 느껴진다. 다행히 숨은 붙어있었으니, 표정도 편안해 보이는 것이 의식만 없는 것 같았다. 최소한의 확인을 마친 라이오슬리는 다음으로 그들이 있는 장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알 수 없는 재질의 흰 벽과 흰 바닥으로 이루어진 6평 남짓한 방은, 라이오슬리의 기준으로 서쪽 벽에 흰 문이 덩그러니 붙어있다. 당연하게도 잠겨있어 문고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벽과 바닥은 두드려보니 비어있지 않은 꽉 차고 단단한 소리가 났다. 문을 빼면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것이다. 밀실이라는 것을 확정한 그는 쓰러져있는 느비예트 옆에 흰 종이가 있는 걸 발견했다. 흰 바닥과 동화되어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신속히 종이를 확인해보니…

「섹스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 라이오슬리는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원한을 많이 사는 위치와 직업이라 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신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자신과 최고 심판관을 납치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겸비한 사람, 혹은 단체가 누구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라이오슬리?”

누구일지 골돌히 생각하고 있자 익숙하지만 가라앉아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린 라이오슬리는 적당한 반응을 해주었다.

“아, 느비예트 씨. 일어났어?”

“예… 근데, 여긴 어디죠?”

비틀거리며 일어나 두리번거리는 느비예트를 향해 방긋 웃으며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그가 당혹스러워 할 것이고 이를 내보이진 않을 거라는 당연한 예상을 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확인한 정보를 말하면 말할 수록 점점 튀어나오는 그의 당황에 살풋 웃음-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이 튀어나왔다.

“이, 이런 몹쓸 짓을 대체 누가…… ”

“그러게나 말이야. 그래도 출구가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 나가면 철저히 조사해야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출구는 어떻게 만드실 거죠?”

“박살내야지. 벽을.”

“과연 그렇군요… 잠깐, 진심이십니까?”

“다치지 않게 뒤에 있어.”

건틀릿을 장전한 라이오슬리는 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충격이 내는 굉음이 귓가에 울렸다.

“……?”

한데 문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으니, 원소 능력을 사용해도 미동도 상처도 없는 문을 보자 타깃을 벽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천장도, 바닥도, 벽도, 문도…… 대체 무슨 재질인지 얄미울 정도로 튼튼했다.

“잠시 비켜주십시오.”

“응? 응.”

순순히 비킨 라이오슬리는 살짝 기대했다. 기실 느비예트에 대한 정체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고, 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니 조금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허나 느비예트의 힘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방은 마치 불변의 법칙 마냥 변하지 않았다. 아, 주변이 물바다가 된 건 약간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종이도 튼튼한 재질로 되어있는지 젖지도 않은 채 당당하게 펼쳐져 있었다. 느비예트는 무표정하게 사색이 되었다.

“이상하군요. 어쩌면 현실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나도 그 생각을 마침 하고 있었는데. 그치만 주먹에 느껴지는 감각, 고통은 진짜인걸 보니 꿈은 아닌가 봐. 다른 방도가 없으니 온 힘을 다해 부술 수밖에 없겠어.”

「다른 방도」가 적힌 종이를 뒤로한 채 둘은 힘을 합쳐 최대한의 힘을 끌어냈다. 오늘이 무슨 티바트 최후의 날인 것처럼.

…… 그렇게 3시간이 흐르고 현재.

물과 얼음으로 뒤덮인 방 속 그나마 깨끗한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둘은 드디어 현실 아닌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종이에 적힌 것을 직시하기로 했다.

“그러… 그러니까… 성관계를……”

“그렇게 종이를 애처롭게 쳐다봐도 글자는 변하지 않아, 느비예트 씨.”

한숨을 쉬며 생각해보건대, 라이오슬리는 사실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따지자면 귀찮은 것에 가까웠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서 섹스 정도는 주위에서 자주 애용하는 쾌락의 수단이었다. 환경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마냥 환장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라이오슬리의 무의식의 기저부터 깔려있는 불신 때문이었다.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굳이 할 거라면 자신이 신뢰하는 존재와 하고 싶었는데, 타인을 완전히 신뢰할 일은 없으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으로 치부해버렸다.

문제는 느비예트였다. 느비예트는 과연 어디까지 수용 가능할까? 스킨십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한가?

“… 잠깐.”

그러한 물음에 미치자 라이오슬리는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섹스의 범위와 기준은 뭐지?”

“?”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는 느비예트에게는 알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이것은 정말로 고민해봐야 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손수 실행하는 건 차치해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섹스라는 행위를 했다는 판정이 내려지는 건지 정말 애매했다.

“성관계는 보통 두 개체가 번식을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다만 인간과 같은 고지능한 종족에게서는 단순히 쾌락을 위해 행해지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잘 알고 있네. 어떻게 행해지는지도 알고 있겠지?”

“… 알고 있습니다.”

라이오슬리는 상대를 관찰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당당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느비예트를 보니 이론만 알고 있을 거라는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나았다.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네.”

“확실히, 성관계는 오로지 번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유로 하기도 하니 육체적 교류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인 교류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흐음. 라이오슬리는 침음을 내며 무언의 동의를 했다.

“뭐, 어느 쪽이든 싫어한다면 강간이나 다름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 더 있어. 정신적으로 두 사람 다 만족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육체적 관계를 요구하는 모양인데… 범위가 정해지진 않았지. 어떻게 생각해?”

“범위…?”

평소엔 눈치 빠르던 인간-은 아니겠지만-이 왜 이러는지 몰라 어이가 없어진 라이오슬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냥 자신답게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삽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은 없잖아. 적당히 부비적거리기만 해도 되는 거 아냐?”

“……!”

“너무 지나치게 놀라는데?”

“크흠.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 말씀은 두 개체가 어떤 육체적 접촉만 해도… 예를들어 손만 잡아도 만족스럽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성관계라는 겁니까?”

“좀 과장되긴 했지만, 요점에서 벗어나진 않았어.”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느비예트가 시선을 땅으로 내려 꽂았다.

“서로 합의된 대련도 성관계라는 건가요?”

“…? 그거 흥미로운데. 더 자세히 말해줘.”

“물론 엄청 넓은 범위에서 말하자는 겁니다만… 어떠한 만족감을 느끼며 육체적 접촉을 하는 거라면 대련도 포함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어이없는 발언이지만 그럴싸하네. 안 해보는 것 보다야 낫겠지.”

라이오슬리는 자세를 전투적으로 고쳐잡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원소 능력을 안 써도 충분하겠지? 느비예트 씨.”

“노력해보겠습니다.”

느비예트 또한 준비를 하고 2초 뒤에 두 사람은 부딪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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