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느비프레] 잿불과 데자뷰 10

인어와 용의 상관관계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곤란한 나머지 프레미네는 앓는 소리를 냈다. 등 뒤에서의 속박은 조금 강해졌다. 정말로, 정말로 곤란한데. 왜 이렇게 됐지.

돌이켜보면 집무실에서 느비예트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불투명한 창문 너머로 은은한 어둠이 넓은 공간으로 내리쬐어서, 벌써 저녁 먹을 때가 지났다는 걸 알았다. 집무실은 빈 상태였고, 오늘은 만날 수 없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저택에 돌아가려 했다. 느비예트가 돌아온 건 딱 프레미네가 모자를 찾아 뒤집어쓴 그때였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들어와서 눈이 마주치더니 말할 틈도 없이 덥석 들어 올려져서 소파에 앉고는 그대로 무릎 위에 프레미네를 올려서 인형 안듯 안더니 역시나 말이 없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시간으로 따지자면 10분을 조금 넘는 침묵이지만, 사이사이 들려오는, 참으려다 새어 나오는 작은 한숨이 무겁다. 그 시간 동안 갑작스러운 밀착접촉으로 뻣뻣하게 굳어있던 프레미네는 이제 조금 여유를 찾은 셈이었다.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뒷덜미에 머리를 푹 파묻고 있어, 얼굴이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프레미네는 조심스레, 배를 감싼 느비예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저, 저어,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러자 천천히, 역시나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그가 극단적으로 말수가 적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프레미네는 집중해서 반응을 살폈다. 꺼내지 않는 목소리와 때때로 들려오는 한숨, 마치 심호흡을 하듯 느린 숨소리, 하지만 심장박동은 평소보다 빠르다.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일이 힘들었나요?”

이번에는 한참 가만히 있다가 끄덕였다. 정말 안쓰러운 일이다. 프레미네가 없을 때는 어떻게 버텨왔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니 그의 성격상 바깥에 알릴 일이 없지 않은가. 그저 혼자 물이나 마시면서 삭혀왔겠지. 의지해 줘서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그의 긴 고독이 먼저 심장에 닿는 것은 프레미네의 성격이 그리 밝지 않은 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가 있어도 된다면 곁에 있을게요.”

마치 가지 말라는 듯, 다시 속박한 팔의 힘이 강해졌다. 그리고 끄덕인다. 그런 행동은 마치 인간의 말을 배우지 못한 커다란 짐승 같다. 평소의 느비예트라면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의 행동은 때때로 일반적인 인간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멀리서 밤에도 일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불이 꺼지지 않는 멜모니아궁과, 마찬가지로 언제 쉬는지 잘 알 수 없는 등 뒤에 있는 사람. 안내처의 세드나가 「프레미네 님이 온 이후로 느비예트 님이 좀 쉬시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으니, 그에게 휴식은 아마 프레미네가 있는 시간이 거의 전부일 터였다. 지금을 포함해서.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눈을 조금 붙이고 계시는 건 어때요? ……괜찮으시다면 저, 옛날에 읽었던 책 이야기라도 할게요.”

작은 끄덕임. 프레미네는 느비예트의 손에 제 손가락을 얽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폰타인의 어딘가에 인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흔하잖아요? 제가 읽었던 것도 비슷한 이야기지만……. 이건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인어 얘기예요. 보통 아는 인어는, 상반신이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이 인어는 그렇지 않았어요. 거대한 생선의 모습 그대로, 사람의 팔과 다리가 달려있고 말을 할 수 있을 뿐이었대요.”

상상하면 꽤 기괴한 꼴이다. 동화라는 건 가끔 소름 끼치는 설정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한참 어릴 적에는 그 이상함을 깨닫지 못하곤 했다. 생선 거죽을 쓴 사람도 아니고, 그저 괴물의 이야기. 느비예트의 심장 고동이 안정되는 게 느껴졌다. 프레미네는 그에게 체온 말고도 옆에 있다는 신호를 계속 주고 싶었다. 잠들 수는 없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라고는 알 수 있도록.

“인어가 생선에게 다가가면 생선들은 도망갔어요. 말하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너는 달라,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렇다면 인어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번에는 사람을 찾아가 보았어요. 하지만 그곳도 인어가 있을 곳은 아니었어요. 결국 인어는 상처받고 다시 바다 구석의 집에 돌아왔어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어린 프레미네는 울면서, 동화책을 읽어주던 어머니에게 그만 읽으면 안 되냐고 투정을 부렸던 기억이 있었다. 책은 언제나 먼저 한 번 읽은 뒤 읽어주었던 그의 어머니는, 프레미네의 눈물을 닦아주며 인생에는 굴곡이 있고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오니까, 한 번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꼭 마지막까지 읽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 말은 나중에 프레미네가 정말로 힘들 때 큰 위로가 되었다. 어머니는 인생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지만 분명 행복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던 거라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돌아온 인어는, 집 앞에서 작은 소라게를 발견했어요.”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될 즈음 느비예트의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프레미네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인어의 발치에 가만히 다가와 앉았어요. 인어는 울기 시작했어요. 소라게가 집게로 바닥을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를 잡더니 글씨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프레미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 이야기는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여기서 심호흡해야 했다. 마치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다는 걸 알아챈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처럼.

“……소라게가 뭐라고 썼습니까?”

들려온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 알았지만 느비예트가 말을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프레미네는 깜짝 놀라서 침묵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소라게의 글씨를 읽었다.

“나는 소라도 게도 아니야. 그렇지만 소라게야. 친구가 되어줘.”

“…….”

“물고기도 사람도 아닌 인어가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어요. 소라게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았어요. ……저는 이 이야기, 어둡지만 따뜻해서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듣기에도 좋은 이야기군요.”

“그런가요? 다행이다…….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요?”

“미안합니다. 갑작스럽게 느껴졌지요.”

프레미네는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가 악의를 갖고 행동할 사람이 아닌 건 안다. 그러한 신뢰를, 어떻게 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방도를 모르겠기에.

“프레미네 군의 목소리는 굉장히 편안하군요.”

“앗, ……저…….”

“오늘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더 같이 있다간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느비예트는 프레미네를 무릎에서 안아 옆자리에 내려주었다. 지친 기색은 여전한데도, 정말이지 욕심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프레미네는 조금 속이 상했다.

“……이, 이럴 때 혼자 있으면 안 돼요.”

“괜찮습니다.”

“제가, 제가 안 괜찮아요.”

“…….”

“느비예트 님이 푹 쉬는 거, 직접 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 돼요.”

올려다본 눈동자는 어슴푸레한, 색이 섞인 잿빛. 어떨 때는 달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눈은 언제나 먼 곳에 있으려고 한다. 더 가까이 보면, 입술이 닿는 거리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용기를 내 가까이서 보면 그 눈은 새벽녘과 닮아있다. 아침이 온다고, 어둠이 밝는다고 알려주는 길잡이와도 같은 색. 잠시 섞였던 숨결이 떨어지면 느비예트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썹을 내리며 작게 웃었다.

“……당해낼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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