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비프레] I promise you, honey. 1
수면 아래에서 서로 바라본다. 일반적인 미감을 지녔다면 분명 귀엽다고 평가할 만한 생김새의 그 생물체를 보며, 프레미네는 이질적으로 익숙함을 느꼈다. 뭔가가……, 닮았는데. 눈앞의 사람이 혼란에 빠지건 말건, 조개를 품에 안은 생물체는 물속에서 공중제비를 돌 뿐이었다.
*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고 싶지는 않습니까?”
“먼 곳이요?”
“예. 예를 들면 바다 건너 이나즈마나, 리월을 지나 있는 몬드 같은 곳 말입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버터 향을 꿀꺽 삼켰다. 프레미네는 잠시 상상했다. 뇌우가 끊이지 않는다는 섬나라, 그리고 바람과 민들레의 나라. 아니면 커다란 사막을 품은, 초록색 우림으로 이루어진 나라. 설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나, 무척 더운 나라. 이제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 사이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나라. 티바트 7국은 개성이 강하다. 서적에서나 보았던 그런 국경 너머의 정보들을 떠올리고 있자, 느비예트는 은잔에 담긴 이나즈마에서 길어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느긋하게 이야기했다.
“저번에 한 번, 리월에 잠시 다녀왔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네. 갑자기 다녀오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덕분에 선물로 폰타인에서는 희귀한 차와 다과를 받았다. 저택의 가족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게 웬 거냐고 물었더니 아침에 일이 없어서 리월에 다녀왔다나 뭐라나. 가끔 이 사람은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었다. 결단력이 빠르다고 해야 할지. 해야겠다, 고 느끼면 그 자리에서 실행해 버리고 만다. 프레미네는 그게 조금 부러웠다. 뭐 하나 정하려면 온종일이 걸려도 모자라는 제 성격은 가끔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때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주로 「여행을 좀 더 다녀봐라」는 이야기여서 말이지요.”
확실히, 적어도 프레미네가 기억하는 한, 최고심판관이 어디 멀리 나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폰타인 바깥에 나가본 적이 얼마 없는 모양이다. 물론 상기했듯 프레미네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서도.
“……혼자 국경을 넘는 건 아직 무서워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흥미는 있어요. 몬드에서 온 동화책은 마음에 드는 게 많아요. 수메르의 기계장치도 연구하고 싶은 게 많고.”
“호오.”
테이블 위에는 오직 프레미네만을 위한 과자와 홍차가 있다. 요 며칠 느비예트가 리월에서 사 온 찻잎만 우려 마셨더니 홍차의 맛이 더욱 신선했다. 역시 사람은 익숙한 게 제일이다. 물론 거꾸로 말해,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걸 체험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제안입니다만……. 한 달쯤 뒤, 일주일 정도 멀리 나가보지 않겠습니까?”
“네? 일주일이나요?”
“아, 중요한 말이 빠졌군요. 저와 둘이, 말입니다.”
순간 프레미네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일주일, 느비예트 님이랑 같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낯선 곳을. 그건 무척 끌리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건 언제나 제약이 있다. 정말로, 정말로 아쉬운 일이다.
“저, 말씀은 감사해요. 하지만 집에 일이랑……. 「아버지」의 허가도 받아야 해요.”
“그거라면 며칠 전 저택의 원장님과 다른 일로 이야기할 때 함께 이야기했습니다만, 당사자의 동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하시더군요. 먼저 묻지 못해 미안합니다. 요즘 프레미네 군과 잘 지내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그만 입이 방정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대체 언제 폰타인에 들르셨던 거람. 미안하다는 말과는 반대로 느비예트는 조금 웃고 있었다. 시린 달빛 같은 눈이 따뜻하다. 부드러운 감정이 담긴 눈. 프레미네는 이 눈에 무척이나 약했다. 아름답고, 손에 닿을 듯 가깝고,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프레미네의 것이지 않은가. 확인할 때마다 새로이 기뻤다. 이 사람을 끌어안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충동에 몸을 맡길 때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으면, 일주일의 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리월에 잠시 들렀을 때, 프레미네 군과 어딘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생각해 봤는데, 어떤가요?”
프레미네는 한참을 우물쭈물했다. 무척 고마운 제안이고,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아버지」의 허가는, 되도록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다정한 사람이다. 프레미네가 폰타인 너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틀림없었다. 다른 신의 권능이 미치는 지역의 강과 바다도 궁금했다. 이것저것 너무 생각한 결과, 프레미네의 입에서는 한심한 한마디만이 나올 뿐이었다.
“어, 어디로요…….”
“어디든 좋지요. 기왕이니, 평소라면 발걸음하기 힘든 몬드는 어떻습니까? 몬드까지는 리월을 경유해야 하니, 실제로 체류하는 건 4일 정도가 될 듯합니다만.”
조심스레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끄덕였다. 또 끄덕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어요.”
그러자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양 뺨을 살며시 붙잡고 올려, 이마를 마주 대었다.
“잘 말해줬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눈앞에 은색의 달이 가득하다. 두근두근, 심장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때가 되어서야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해 느비예트의 품에 뛰어들었다. 꼭꼭 끌어안으면, 온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저려서. 그렇지만 떨어지고 싶지는 않아서.
“여행, 기대해도 괜찮아요?”
잔뜩 떨리는 목소리. 견딜 수 없어 느비예트의 품에 뺨을 비비면, 그는 재미있다는 듯 작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럴 때는 「여행이 기대됩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저도 기대됩니다.”
*
생물체가 조개를 내밀었을 때, 프레미네는 잠시 당황했다. 이 조개는 분명 생물체의 음식이었을 터. 깨 달라는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눈앞의 생물체는 성체였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는 거야?’
검지로 프레미네 자신을 가리키면, 생물체는 조개를 더욱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제 의도를 알아채고 받아 들자, 생물체는 기쁜 듯 배를 보이며 춤을 추는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 사랑스러운 용모의 머리를 무심코 쓰다듬으면 도망가지 않고 한참을 프레미네의 손길을 받다 떠나갔다.
아직 입을 꾹 다문 채인 걸 보니, 살아있는 게 틀림없는 커다란 조개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 근처 해역 모래밭에 놓아주었다. 운이 좋으면 오래 살고, 운이 나쁘면 누군가에게 또 잡혀가겠지. 그런데, 그 생물체―― 해달은 정말 뭔가를 닮았었다. 뭘 닮았는지, 떠올린 건 공교롭게도 느비예트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멜모니아 궁으로 가 그의 얼굴을 마주쳤을 때였다. 세상에는 굳이 알지 않아도 좋은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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