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느비프레] 잿불과 데자뷰 13.5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

파자마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면 부끄러운지 품 안에서 작은 몸이 꼼지락거렸다. 평소보다 체온이 올라간 게, 얼굴도 붉어졌을 게 틀림없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탓에 표정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품 안에 꼭 가둬두기에는 이렇게 뒤에서 안고 있는 게 딱 적당하기는 했다. 느비예트는 조금이라도 프레미네와의 거리를 벌리고 싶지 않았다.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프레미네가 몸을 굳혔다. 항상 생각하지만 가엾을 정도로 예민한 아이다. 몸 어디에 손이 스치기라도 하면 입을 막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이제 익숙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게 특히나 사랑스러운 점이다. 사랑이 고픈 얌전한 아이. 다른 누구도 아닌 느비예트의 사랑을 원하는 아이. 또다시 언제나처럼 입을 막으려 하기에 한쪽 손으로 양 손목을 잡아 내렸다. 그러자 돌아보는 파란 눈은 원망으로 젖어있다. 귀엽다. 눈가에 입을 맞추면 얌전해졌다. 그 또한 귀엽다.

“애써 소리를 참지 않아도 됩니다.”

“하, 하지만……, ……으응…….”

살이 거의 없는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면 심장이 바쁘게 뛰는 게 느껴졌다. 이 얇고 부드러운 가죽 아래에 살아있는 증거가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손끝으로 갈비뼈 윤곽을 더듬었다. 프레미네의 살갗은 투명할 정도로 새하얗고 탄력이 있어서, 만지면 손을 떼기가 어려웠다. 성장의 기미가 없어 보이는 분홍 돌기로 손을 옮기자 채 참지 못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를 참을 여력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곧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될 프레미네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별다른 의도가 없는 듯 돌기 주변을 맴돌면 간지러운 듯 허리를 비틀었다. 밀착해 있는 탓에 반응 하나하나가 몸으로 전해졌다. 얼핏 보이는 새빨간 귀를 입술로 가볍게 깨물었다.

“히……!”

잘근잘근. 그와 동시에 프레미네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까지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말랑하지는 않아도 손에 잘 달라붙는 감촉이다. 마치 주무르듯 원을 그리다가 돌기에 직접적으로 손가락이 닿자 프레미네는 다시 입을 막으려고 했다.

“입을 막지 마십시오. 부탁입니다.”

“……으……, 흣…….”

“입술을 깨물어도 안 됩니다.”

“소리, 부끄러워…….”

“저 말고는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귀를 핥으면 대답할 새도 없이 움츠러들었다. 과도하게 장난을 쳤나. 그런 생각이 들어 가슴에서 손을 내려 말랑한 배에 닿았다. 매끈한 탓에 손에 잡히는 건 없었지만 부드러워서 기분이 좋다. 달래듯 배를 쓰다듬으면 프레미네는 긴장이 풀린 듯 느비예트에게 등을 기대왔다.

“힘들다면 오늘은 그만할까요?”

“앗, 저, 저기……, 그러니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프레미네가 뒤를 돌았다.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더는 붉어질 수도 없이 달아오른 프레미네는 그대로 느비예트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것은 최선의 용기를 낸 대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살며시 들어 올려 느비예트를 보도록 무릎에 고쳐 앉히고 키스했다. 감은 눈꺼풀, 바르르 떨리는 옅은 색의 속눈썹, 느비예트를 받아들이는 걸로도 벅찬 작은 입. 그 모든 걸 눈에 새겼다. 귀엽다. 귀여워서, 어디에도 가지 않고 곁에 있게 하고 싶었다.

얼굴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자 여러 표정을 보고 싶어졌다. 손을 잡아 올려 손끝에 입을 맞추면 부끄러운 듯 움츠러드는 것도, 목선에 입을 맞추고 나면 어쩔 줄을 몰라 시선을 피하는 것도 전부 느비예트만이 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귀여워서 무심코 하얗고 가는 목에 가볍게 이를 박아 넣고 피부를 빨고 말았다. 읏, 하고 사랑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입술을 떼자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색의 대비가 선명하다. 아랫배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

다리 사이에 감촉이 느껴졌는지 프레미네가 화들짝 놀랐다. 달래듯 이마에 입을 맞추면 품에 꼭 안겨 들어왔다. 계속 그렇게 있게 해주고 싶지만, 이래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프레미네 군.”

“미, 미안해요. 좀 놀라서…….”

꾸물꾸물 품에서 벗어나는 모습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중에 잔뜩 안아줘야겠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손은 프레미네의 바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 주장을 하는 성기 탓에 벌써 속옷이 젖어있었다. 답답했을 게 틀림없다. 미련할 정도로 그저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다니, 느비예트가 만질 생각이 없었다면 얼마나 참으려고 했던 걸까.

“말해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게, 부, 부끄러워서…….”

프레미네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확실히 눈앞에 있는 소년의 우는 얼굴은 무척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책망에 가까운 말을 듣고 우는 건 원치 않았다.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탓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아, 흣……!”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붙들고 끄트머리를 매만졌다. 그러자 프레미네는 무의식에 입을 막으려다 느비예트의 목에 매달렸다. 느비예트의 부탁이 생각난 것이리라. 그 또한 사랑스러워서 키스하고 싶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지만.

“우, 응……, 으읏……, ……앗……!”

낑낑 앓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게 견디기가 힘들다. 느비예트는 무심코 인상을 찌푸렸다. 자극이 강하면 고통이 된다. 그것은 느비예트라 해도 빗겨 나갈 수 없는 일이었다.

“……프레미네 군. 이쪽을 좀 보십시오.”

“……, 후, 아……, 으응……?”

눈물이 글썽글썽해진 프레미네가 고개를 들어 느비예트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을 맞대면 굶주렸던 듯 느비예트를 받아들였다. 응, 으응, 하고 여린 목에서 울리는 소리를 전부 삼켰다. 손안에서 토정吐精이 이루어진 후에도 키스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축 늘어진 몸을 손으로 지지하고 작은 치아를 혀로 확인하듯 쓸었다.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느비예트에게 몸을 기대며 프레미네는 숨을 정돈했다. 그리고 느비예트의 파자마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몇 번씩 미끄러져 쉽게 풀리지는 않았지만, 행동의 의도를 아는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등을 토닥이며 얌전히 단추가 다 풀리기를 기다렸다.

“이리 오십시오.”

“……에헤헤.”

품에 꼭 안으면 피부에 직접적으로 프레미네가 느껴졌다. 프레미네는 느비예트의 맨살에 닿는 걸 좋아했다. 따뜻하고, 기뻐진다며. 그 생각마저 사랑스럽다. 분위기와 맞지 않게 하반신이 더욱 기세를 더해버린 게 느껴졌다. 프레미네도 눈치챘는지, 품에서 빠져나와 발그스름한 얼굴로 속삭이듯 말했다.

“느비예트 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 해주세요…….”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참아내지 못하고 이마에, 뺨에, 콧잔등에, 입술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프레미네의 바지와 속옷이 바닥을 뒹굴었다. 지금껏 침대에 누워 느비예트를 올려다보기만 했기 때문에, 처음 있는 상황에 프레미네는 다소 당혹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하얀 뺨을 간질이면 수줍은 듯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네에.”

시작하기 전에 베개 옆에 둔 향유를 바른 손가락을 프레미네의 안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받아들이는 것도 익숙해졌는지 프레미네는 느비예트에게 달라붙어 바르르 떨 뿐이었다. 느비예트는 이런 식으로 프레미네에게 시간을 들이는 걸 좋아했다. 하반신의 답답함과 짐승 같을 정도로 느껴지는 번식욕, 독점욕, 그런 것은 언제나 순위가 뒤로 밀려났다. 제 손으로 프레미네를 길들이는 건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언젠가부터 서로 숨이 밭았다. 예민한 곳을 스칠 때마다 프레미네는 눌러 참지 못한 소리를 냈다.

“……느비예트 님, 이, 이제 못 견디겠어요…….”

애원하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너무 길게 시간을 들인 모양이다. 사과의 뜻으로 이마에 입맞춤하고, 바지 아래에서도 윤곽이 확인될 정도로 성이 난 제 것을 끄집어냈다. 프레미네는 머리가 좋은 아이니만큼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가는 허리를 잡아 살며시 일으키면 저항이 없었다.

“천천히 하도록 하지요.”

“응…….”

위치를 맞추고, 느릿느릿, 프레미네의 허리가 가라앉는다. 매섭게 조여들어서 힘을 뺄 수 있도록 키스했다. 파란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핥으면 짠맛 사이에서 느껴지는 건 부끄러움과, 애절함, 그리고, 기쁨. 달콤했다. 그 감정에 동화될 정도로.

“……읏, 으응……. 더는, 안 되나 봐요…….”

여느 때처럼 길이 막힌 모양이다. 다 삼켜내지 못한 탓에 프레미네의 다리가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그대로 급하지 않게 침대 위에 눕혔다. 작은 몸을 감싸고,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러자 예쁘게도 웃었다. 귀엽다. 귀엽다.

“……조금 거칠어도, 용서하십시오.”

“히, 아앗……! 아, ……응, 으응, 읏, ……흐……! 너무, 빨, 힉, ……!”

필사적으로 견디는 게 귀엽다. 귀여운 소리를 내는 게 귀엽다. 귀여워서 머리가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서로 토정이 이루어진 후에도, 느비예트는 한 번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프레미네의 안을 잔뜩 더럽히고 싶었다. 아직도 안에서 단단한 느비예트의 것에 프레미네는 조금 지친 얼굴로 기쁜 듯 웃었다.

“……저를……, 잔뜩 써주세요. 느비예트 님에게 도움이 되는 거, ……굉장히 기뻐요.”

“그런 표현을 들으면 저는 기뻐지지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으음……, 그러면, 같이 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요……?”

“좋습니다.”

웃으며 다시 이마에, 뺨에, 콧잔등에,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프레미네도 몸을 일으켜 느비예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사랑스럽고, 귀엽다. 머릿속에 그 두 단어 말고는 모두 소실된 기분이었다.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말 극단적으로 그 말들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곤히 잠든 프레미네를 끌어안은 채로 토닥이며 느비예트는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엄청나게 단순한 생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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