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느비프레] 잿불과 데자뷰 4

어느 소재에 관한 SS

입맞춤은 아직도 낯설고, 숨을 잘 쉴 수가 없다. 오늘의 「수분 확인」은 유달리 길었다. 입 안을 마음대로 휘젓는 최고심판관의 혀가 버거웠다. 응, 하고 삼켜내지 못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프레미네는 꼭 감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뜨면 이채로운 빛의 눈동자와 마주치고 만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느비예트의 옷자락을 쥔 작은 손이 점차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느낌이 났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뻣뻣한 느낌도. 손에 쥐기에는 딱 좋아서 저도 모르게 꼭 쥐고 말았다. 그게 뭔지 눈을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느비예트의 머리 장식, 으로 생각되는 파랗고 기다란 것. 이러다가 망가뜨리면 어떡하지. 아, 하지만, 질척거리는 소리와 촉감으로 머릿속이, 멍하다. 흐, 으. 무심코 손톱을 세웠다. 입술은 예고 없이, 조금 급하게 떨어져 나갔다. 흐릿한 시야를 비비면 평소와 같은 표정의 느비예트가 있었다. 다만,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아름다운 형태의 엷은 입술이 타액으로 지저분했다. 프레미네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의 손수건을 들어 최고심판관의 입술을 훑었다. 제 입술이 더 처참한 꼴임은 깨닫지도 못하고.

“……미안합니다. 되도록 이것은 만지지 말아주지 않겠습니까?”

“이거, 아, 이, 파란 거요?”

“예. 조금……, 예민해서.”

머리 장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신체 일부였던 모양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그런 기관을 갖고 있지 않지만, 400년을 넘게 살아 온 것을 인간이라 하기도 어폐가 있었다. 프레미네는 자연스레 그것이 신체 기관임을 받아들였다.

“느비예트 님의 명령이라면, 그렇게 할게요.”

“음.”

복잡한 표정. 그러고는 품에서 자수가 놓인 하얀 손수건을 꺼내 프레미네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부드러운 손놀림과는 달리 얼굴은 무뚝뚝했다. 그래 보여도 꽤 잘 웃는 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멜모니아 궁 내부의 가스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명령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기, ……곤란해요.”

“부탁입니다.”

프레미네는 입을 다물었다.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모자를 살며시 벗겨내려 소파에 올리고는, 둥그런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프레미네 군은 명령보다는 부탁받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요. ……당신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지요.”

공사公私가 확실한 최고심판관은, 공적인 자리에서와 사적인 자리에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달랐다. 법정의 프레미네 씨는, 평범한 만남에서는 프레미네 군이 된다. 프레미네는 그것이 마치 스위치를 누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스위치, 쉬는 스위치. 느비예트 님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기로 정한 규율. 느비예트 님의 의지로 하는 행동. 그것은 프레미네에게는 조금 신기하고, 머나먼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저는 태엽이 없는걸요.”

오래전에는,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인격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태엽이. 그것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산산조각이 나서, 프레미네는 저 스스로 행동을 정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물론 아예 자유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요한 일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프레미네 군이 여기에 들러주는 것도 크나큰 노력임을 압니다. 괜찮아요. 천천히, 느릿하게라도 좋습니다. 프레미네 군 자신의 마음이 담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기다리지요. 가능하다면,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기, 저…….”

“예. 말씀하십시오.”

딱 하나, 마음대로 해도 좋다면. 양껏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게 프레미네에게 허용되는 일이라면, 느비예트 님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안아봐도 돼요?”

“…….”

느비예트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인 프레미네의 뺨을 가볍게 잡아 시선을 맞추면서.

“저에게 품은 첫 소원이군요. 좋습니다. 아니, ……부탁합니다.”

귓가에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에 프레미네는 주저하다가, 이런다고 세상이 멸망하지는 않겠지, 그런 각오로 느비예트를 끌어안았다. 희미한 바다 냄새가 났다. 인간이 아니어도, 그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마치 바다 이슬 꽃의 곁에 있는 것처럼. 없는 태엽을 만들어 내라니, 아직 너무 어렵지만. 마주 끌어안아 주는 팔이 무엇이든 받아주겠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프레미네는 조금 기대하고 말았다. 어린 인생에서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으니, 금세 코끝이 시큰해지고 말았지만.

“항상 뭔가를 기대하면, 나쁜 일이 일어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요?”

“정말로 그랬으니까요. ……미안해요.”

“저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받아들여도 좋습니까?”

“…….”

훌쩍. 눈물이야 흐르지 않았지만 코를 들이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프레미네는 제 뒤통수가 느비예트의 손에 살며시 눌려 더욱 밀착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저는 강합니다. 불운 같은 것에, 질 리가 없지요.”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그 말이야말로, 강한 사람의 증거였다. 마음이 강하고, 굳건하고, 그럼에도 부드럽게 흔들려서 부러지지 않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프레미네 군의 불운은, 폰타인 백성의 원죄를 사할 때 같이 사라졌을 겁니다.”

잠시 떨어져서 프레미네의 손바닥에, 손끝에, 손등에, 그리고, 입술에. 다시 짧은 입맞춤. 횟수를 반복할수록 깊어졌다. 프레미네는 무심코 또 느비예트의 머리에 있는 파란색의 기관을 쥐고 말았다.

“프레미네 군.”

“아, 저기, 미안해요.”

작은 한숨이 들렸다. 그렇지만 최고심판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쓰게 웃고 있어서. 프레미네는 다시 그를 꼭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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