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비프레] 잿불과 데자뷰 9

시곗바늘을 잠시 거꾸로 돌리면

분명 평화로운 점심 산책일 터였다. 오늘따라 「바다」의 냄새가 평소보다 더 깨끗해서, 공무가 있는 느비예트와 헤어지고 나면 혼자 잠수할 생각에 오늘은 혼자가 되는 것도 외롭지 않았다. 물이 맑다, 그 생각은 느비예트도 같았는지 물가에 다가가 장갑을 벗고 호숫물을 떴다. 유달리 맑은 원인을 알아볼 셈이었으리라. 저항감 없이 그의 입을 타고 들어간 호숫물이 작은 꿀꺽 소리와 함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느비예트는 고개를 갸우뚱했고, 그 순간 프레미네는 보았다. 물의 정령 비슷하게 생긴 자그마한 무언가가 거대한 둔기를 들고 느비예트의 뒤에 나타난 것을. 너무 뜬금없어서 헛것을 보았나 하는 생각에 눈을 깜빡이느라 프레미네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 정령같이 생긴 것에게 살기가 없었기 때문에 눈치채는 게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까앙!

느비예트의 후두부가 이미 둔기―프라이팬이었다―와 진한 접촉을 끝낸 참이었다. 그대로 혼령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듯 폰타인의 최고심판관은 엄청난 첨벙 소리와 함께 호수에 일자로 넘어져 버렸고, 프레미네는 사색이 되어 그를 물에서 끌어내는 데에 시간을 한참 써야 했다. 아무리 대검이 무겁다 해도 성인 남자와는 비교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뭍으로 끌어내자 이제 다음이 문제였다. 주변에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사람을 부르러 가려고 해도 느비예트를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서 평소의 침착함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하지만 눈앞에서, 바로 프레미네의 눈앞에서 그가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프레미네가 아니었다. 하필 머리를 맞아서 어떻게 쉽게 건드릴 수도 없고, 이대로 무력하게 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지 프레미네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같은 일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폰타인성은 다행히 멀지 않았고, 프레미네는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그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어도 지금 가장 현실적인 사안은 성에 최대한 빨리 가서 누구든 간에 느비예트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는 일이었다. 빠르게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느비예트의 곁에 대검을 꽂았다. 다행히 근처에 지금 당장 습격해 올 만한 원류 바다 이종이나 상태가 이상한 태엽 장치는 없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지혈해야 할 부분 등은 없는지 얼굴을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다행스럽게도 느비예트의 눈가가 움찔하더니 프레미네가 정말 좋아하는 색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느, 느비예트 님……? 괜찮아요? 말 좀 해주세요…….”

깜빡, 깜빡. 평소와 닮은 무표정이지만 무언가가 다르다는 걸 프레미네는 알 수 있었다. 불안하기만 했다. 풀밭에 누워 프레미네를 쳐다본 채로 느긋하게, 아니, 주저하듯, 느비예트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누구야……?”

 

 

 

다행히 그는 제 발로 걸을 수 있었고, 프레미네의 말을 잘 따랐다. 다행이 아닌 것은 폰타인성에 느비예트를 진찰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메로피드 요새에서 시그윈이 잠시 올라왔고, 프레미네에게 전후 사정을 들은 그녀는 심각했던 표정을 점점 누그러뜨렸다. 별일은 아니란다. 멜뤼진의 기준에서 별일이란 인간의 기준과 상당히 다르므로 프레미네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야, 프레미네 씨. 그 물의 정령이 왜 이런 장난을 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동 수복 장치」를 건드렸나 봐.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간의 기억도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중요한 건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것뿐이야.”

“자동 수복 장치……?”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이분의 몸은 조금 특별해서, 특히나 정신에 일정 이상의 손상이 가면 재생을 위해 잠시 외부와 단절이 될 수가 있어. 이 이상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정말 괜찮은 거예요……?”

흘깃 시선을 보낸 곳에는 느비예트가 침대에 앉아서 베개를 끌어안은 채 다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괜찮다고는 볼 수 없다고 느꼈지만, 시그윈은 다정하게 웃었다.

“응, 그렇게 낙담한 표정 짓지 않아도 돼. 나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현상이지만……. 하지만 보다시피 지금은 이런 갓 태어난 아기 같은 상태라서 혼자 둘 수는 없어. 그러니까 프레미네 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돌아올 때까지 곁에 있으면, 되는 건가요?”

“물론이야. 정확히 언제일지는 나도 모르지만, 작은 「장난」이라면 적어도 며칠일 거야. 프레미네 씨가 급한 일이 있다면 당분간 내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않아도 돼.”

“저는, 저기.”

“프레미네, 가버려? 가지 마. 싫어.”

“으아.”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던 느비예트가 베개를 던지고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두리번거리며 프레미네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프레미네에게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시그윈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정말 어린 애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 느비예트 님이. 라이오슬리가 얼마 전에 웃기지도 않는 걸 봤다고 구시렁거릴 때는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무래도 느비예트에게 독차지하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뜻인 모양이었다. 요새에서 지상으로 불려 왔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시그윈은 작은 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안, 안 가요. 저기, 집에 연락을 넣어줄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지금 느비예트 님을 어떻게 두고 가요.”

고개를 슬쩍 돌리면 느비예트의 표정이 환해진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저 맑은 미소라니. 프레미네는 고개를 흔들고 느비예트의 품에서 떨어져나왔다.

“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이렇게 달라붙으면 안 돼요.”

“……안 돼?”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덩달아 프레미네가 당황했다. 시그윈은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상에 올라와 있을 수 있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집에 연락은 이쪽에서 처리하고 내려갈 테니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접수처에 얘기해 줘. 그러면, 프레미네 씨.”

시그윈은 그 작은 손으로 프레미네의 왼손을 잡아들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느비예트의 눈이 동그래진 건 딱히 말하지 않기로 했다.

“느비예트 님을 잘 부탁해. 어렵겠지만, 느비예트 님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것도 좋은 회복 방법이야.”

“앗, 저, 저기. ……으, 응. 노력할게요.”

“그러면 나는 세드나에게 일을 몇 개 부탁해야 해서, 이만 가볼게. 느비예트 님도 빠른 회복 기도하고 있을 테니까요.”

“…….”

느비예트는 다시 침대에 앉아 베개를 끌어안고 조용해졌다. 어린애는 단순한 법이다. 시그윈은 개의치 않고 미소 지은 후 떠나갔다.

“느비예트 님, 괜찮아요? 저어, 창문 열어도 괜찮죠?”

한참 말이 없는 느비예트를 보며 프레미네가 여전히 동요한 채로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우물쭈물 창문을 열고 곁에 다가가 앉으면, 역시나 평소와는 다른, 무구한 표정이 프레미네를 본다. 누군가는 언제나처럼 같은 얼굴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평소의 느비예트는 이렇게 뚫어져라 사람을 쳐다보는 일이 잘 없었다. 어색해서 슬쩍 시선을 맞추면 다시 꼭 끌어안겼다. 처음에 눈을 떴을 땐 누구냐고 거리를 두더니, 지금의 느비예트는 모르는 사람을 여럿 만나고 나니 프레미네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겁을 먹은 걸까. 왜인지 안쓰러워서 팔을 둘러 등을 두드려 주면 뺨을 비벼왔다. 마치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진 고양이와 같다. 의지할 대상이라고는, 가장 처음에 본 프레미네 하나뿐인.

“미안해요.”

“미안해?”

“응, 제가 그때 멍하니 있어서, 느비예트 님이 이렇게 된 거니까.”

“……몰라.”

“그렇네요. 느비예트 님은 몰라도 돼요. 저기,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 원래는 산책하고 나서 밥 먹으려고 했었는데…….”

“나, 목말라.”

“그러면 물이랑 쿠키를 조금 가져올게요.”

프레미네는 너무 놀란 탓인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러나 말한 대로 느비예트가 마실 것을 가지러 가려고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느비예트가 프레미네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저기. 느비예트 님. ……놔주지 않으면, 물 가지러 못 가요.”

“싫어.”

“왜 싫어요?”

“이거면 돼.”

그러더니 입술을 부딪쳐 온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과 몸이 기억하는 것은 다른 모양인지라, 입안을 파고드는 감각은 프레미네가 알고 있는 느비예트였다. 그 사실은 지독하게 안심되어서, 다 거짓말 같다고, 자연스럽게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이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질 낮은 장난을 쳐서 미안하다고,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그러나 프레미네를 침대 위에 밀어 넘어뜨리고 입술을 이리저리 가볍게 깨무는 집요함은 낯선 것이었다. 당황스러운 한편,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평소에는 프레미네를 배려해서 담백한 스킨쉽을 할 뿐이었다는 사실이나, 그리고 또.

“우, ……, 느비예트 님, 혹시 이런 거, 좋아해요?”

“응, 좋아.”

프레미네의 하얀 목선을 잘근잘근 깨물며 지금까지 만든 적 없는 울혈을 만들며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현실 같은 것 말이다. 이걸 어떻게 무마시킨담. 프레미네가 그런 걸 생각하는 사이에 느비예트는 뚱한 얼굴로 프레미네의 위에 제 무게를 더했다.

“시그윈, 뽀뽀했어. 나도 할래.”

“아, 그건. 하지만 이미 잔뜩 했잖아요. 더는 안 돼요.”

“……흥.”

토라졌나? 확인하고 싶어도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몸을 짓누르는 무게가 좋았다. 이대로 끌어안고 선잠이라도 잘 수 있다면 좋겠지만, 느비예트가 수면시간 외에 잠든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이 상태의 느비예트를 두고 먼저 잠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프레미네는 최대한 그를 달래기로 했다.

“느비예트 님, 우리 나갈까요?”

“싫어.”

“싫어요?”

“응. 나가면 사람들 나 쳐다봐. 싫어.”

“아…….”

프레미네는 무심코 느비예트를 꼭 끌어안았다. 사생활이라는 것이 아주 흐릿한 사람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지내고 있다 해서, 그게 불편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실에 반성했다. 지금이야 외투와 조끼를 벗어 셔츠차림이지만, 그 치렁치렁한 옷이 불편하다고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적이 있었다. 제 입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나, 프레미네가 생각하기에 느비예트는 무척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었다.

“저어, 하지만 오늘은 물이 무척 맑았잖아요. 물 아래로 가면 누구도 쳐다보지 않아요. 그것도, 불편할까요?”

그러자 느비예트는 프레미네의 곁으로 자리를 옮겨 누웠다. 이러면 표정이 잘 보였다. 그는 정말로 맑게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맑아서 투명하게까지 느껴지는 미소였다. 프레미네가 알고 있는 느비예트는 그렇게 웃지 않는다. 정말로 외로움을 타는 건 누구일까.

“여기도, 누구도 안 쳐다봐. 프레미네 있어. 다른 건 없어도 돼.”

“…….”

프레미네는 얼굴이 천천히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내가 있으니까, 다른 건 없어도 돼. 어쩌면, 어쩌면……, 프레미네는 지금껏 느비예트에게서 그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제 추잡스러운 이기심을 인정해야 했다. 부정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쁜 말이다. 그걸 양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프레미네는 항상 양보해 왔다. 느비예트는 최고심판관이니까, 일이 먼저여야 하는 사람이니까, 프레미네에게도 벽난로의 집이 있으니까. 사실은 느비예트도 양보해 왔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언제나 바쁜 사람이라고만, 그게 「어른」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저도 느비예트 님이 있으면 다른 건 없어도 돼요.”

손끝으로 느비예트의 고운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느비예트가 먼 곳으로 가버리는 줄 알았다. 그것도 프레미네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방할 수 있던 일을 예방하지 못했다고 한참을 자책했다. 그리고 이제 말하는 것이라고는, 제정신인 느비예트에게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시그윈은 그가 모든 걸 기억할 거라고 하지만, 프레미네는 그가 기억한들 이 화제를 먼저 꺼낼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대체 어디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영문 없이 서러웠다. 눈가가 아프다. 느비예트의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뺨을 핥기 시작했다.

“프레미네 우는 거, 좋지만 싫어.”

“미, 미안해요,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눈물, 맛있어.”

“그런가요……?”

“그래도…….”

“느비예트 님……?”

짧은 한숨을 쉰다. 그것은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감정의 표현이었다. 뺨을 핥던 혀가 떨어져, 대신에 손이 다정하게 눈가를 쓸었다. 읽을 수 없는 표정. 그러나, 그것은 프레미네에게 얼마나 익숙한 것이던가.

“아무리 저 자신이라고는 해도…….”

“……아…….”

“제가 아닌 이상 질투가 나는 법입니다. 무슨 뜻인지, 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느비예트, 님.”

“예, 늦어서 미안합니다.”

훌쩍, 코를 들이키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형편없을 수가 있나. 차라리 여기가 정말 물속이었다면 좋겠다. 물속이었다면 눈물에 젖은 목소리도 다른 소리도, 아무리 느비예트라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어서.

“……미안해요…….”

“울어도 좋습니다만, 자책하지는 마십시오.”

느비예트는 프레미네를 품에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어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속삭였다. 기습적인 상황을 가장 먼저 깨닫고 대처했어야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느비예트 본인이라고, 제 꼴사나운 방심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프레미네는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느비예트의 셔츠를 적시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든 그치고 싶은데, 흐느끼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왜냐면 무서웠다. 프레미네가 아는 느비예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그 짧은 시간에도 정말 무서웠다.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습니까. 잠시 부재할지언정, 저는 결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믿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레미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그윈이 그가 돌아오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린다고 했던 걸 기억한다. 그걸 몇 시간으로 줄여서 돌아온 게 느비예트였다. 믿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안, 해요. 계속, 볼 때마다……, 울기만, 해서.”

“흠. 딱히 필요한 말은 아닌 건 압니다만, 프레미네 군의 우는 얼굴을 꽤 좋아합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힉.”

오늘만 두 번은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진심인 모양이다. 프레미네는 어쩐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걸 느껴 느비예트의 품에 얼굴을 다시 폭 파묻었다.

“……보고 싶었어요…….”

“예. 저도 그렇습니다. 기다려 주어 무척 고맙습니다……, 만.”

“네……?”

느비예트의 손이 프레미네의 목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아까 제가 잘근잘근 깨물어서 자국이 난 부분을 스윽 쓸었다. 프레미네는 목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

“……저기, 느비예트 님?”

“아닙니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군요.”

정말 별일이다. 프레미네는 동의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뚫어져라, 느비예트가 목에 난 붉은 자국을 쳐다보는 걸 아직은……, 아직은 깨닫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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