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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
선율 하나가 바람을 타고 난다
디리링-
선율 둘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딩—.
셋, 선율이 흐른다
그 누구나 뒤를 돌아 연주자를 확인할만한 연주였지만, 그 누구도 뒤돌지 않는다.
그저 입가에 흐린 미소를 띄고 하던 일을 재촉할 뿐이다. 몬드성 하프연주자의 연주는 일하는 시간의 노동요였다.
시인의 연주가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추가근무시간이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일을 마친 이들은 그의 옆에 하나 둘 물건을 놓고 간다. 간단한 저녁거리, 동전 한 움큼, 사과 여러알. 하루를 보내기에 문제없는 것들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 고맙다. 바로 직전에 친 곡은 뭐야?‘’
시인이 대답한다.
‘’폰타인의 노래야~. 내일은 아예 폰타인 모음곡을 해볼까?‘’
‘’난 리월 노래가 좋은데!‘’
‘’난 역시 몬드!!‘’
‘’몬드사람은 몬드지!‘’
‘’너희들…! 당연히, 나도 1순위는 몬드노래야!‘’
소란스레 떠드는 사람들 사이, 시인은 태연히 보수더미에서 사과 한 알을 집어든다.
‘’에헤~ 그럼 내일은 바람의 노래를 한 시간짜리로 늘려서 들려줄게‘’
아삭, 과실이 부서지는 상큼한 소리와 함께 초록빛 소년의 웃음이 퍼진다.
‘’호오? 이 사과, 굉장히 단데. 어제랑 맛이 달라.‘’
그에 시인, 벤티의 옆에 사과를 둔 상인이 마주 웃는다.
‘’역시 알아보는군! 우리 집 사과는 다 떨어져서, 다운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사과야.‘’
‘’역시 내 감은 잘 맞는다니까~. 그래도 막시민씨네 사과가 좀 더 부드러워. 마치 카스테라 같달까.‘’
그때 벤티의 주변에 있던 아이가 말한다.
‘’그건 후숙이 너무 잘되서 그런거야. 아빠가 맨날 형아 줄건 따로 챙기니까. 바로 먹어야 하는 건 못 판다나 뭐라나.‘’
‘’뭐? 존. 그거 사실이야?‘’
‘’어이, 아들! 그건 말 안하기로 했잖아. 너 엄마한테 이른다?‘’
때마침 태양을 가린 구름덕에 광장에서 유일하게 푸름을 가진 벤티의 눈만이 반짝, 빛났다.
‘’아이, 참… 미안하게 됐어. 매일 사과만 주는 것도 미안했는데. 내일은 사과주라도 살게.‘’
‘’오호, 주면 거절하지 않을게. 하지만 다음에도 후숙이 잘 된 걸로 줘. 사과가 완전히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나처럼 가난한 음유시인은 식후에 먹을 사과는 매일 받아 사라진다고~‘’
그러니까, 알지? 벤티의 무언의 의미를 전했다.
‘’후… 알겠어. 내일은 밥으로 먹을 것도 대령하면 돼잖아.‘’
‘’그또한 준다면 거절하지 않지!‘’
벤티가 기분 좋게 봉투에 든 샌드위치를 꺼내 물었고,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이번에는 완전히 당했네. 막시민!‘’
‘’벤티는 항상 져주지를 않는단 말이야…‘’
벤티는 샌드위치에 이어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곤 비극적으로 과장된 목소리를 꺼냈다.
‘’오, 그대. 어찌 나처럼 연약한 시인에거 그런 말을 하시오! 가련한 음유시인의 손가락은 하프줄에 닳아 피가 고였거늘...!‘’
이번에 대소하는 이들은 아이들이었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각자의 집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의 시인은 바람결에 들려온 애정을 잡아냈다.
‘’흠…. 베어씨, 부인이 부르는 것 같은데?‘’
‘’정말? 어서 가봐야겠네…. 내일 또보자고‘’
벤티는 그저 자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반대쪽 손으로는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기에 당연한 이야기다. 샌드위치를 꿀꺽, 넘기고 우유까지 깔끔히 삼킨 벤티는 이어 폿타시를 불렀다.
‘’아, 폿타시는 오늘 빨리가보는 게 좋을걸. 아까 메리씨가 말하는데 애크리씨가 오늘 폿타시네 방 청소했고 했어.‘’
벤티의 말을 들은 청년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직후 뒤도 돌아보기 않고 떠나는 것이 꼭 설산 멧돼지를 보는 듯 했다.
‘’뭐? 젠장, 큰일났다! 내 만화책!‘’
‘’이미 늦었지만 말이야…‘’
오늘도 몬드성의 하루는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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