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 탐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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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카베 ] be mixed -3화-

최초 발행 2023.05.06 / 카베TS / 아카데미아 시절 날조 / 연재물


3

화창하고 아름다운 수메르의 계절이 흐름에 따라 새싹을 틔우고 초록이 우거지면서 장대비가 쏟아진 다음 뚠뚠복숭아가 열매를 맺고 약간 서늘해지길 반복할 동안 카베는 그와 웃거나 떠들고 침대를 나누어 썼다. 쓰레기로 뒤덮였던 카베의 방은 어느 틈에 깔끔하게 정돈되었고, 불면증 역시 서서히 나아졌다. 

알하이탐은 카베가 마지막으로 만난 상대였다. 어쩌다 누군가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나마도 드문 편이었다. 카베는 졸업을 목표로 연구 과제에 임했고 그 후로도 연구 프로젝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다음엔 건축가로서 일을 시작하느라 딱히 만날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사실 헤어지고도 알하이탐을 완전히 잊기 어려웠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와 새로운 사람을 비교하면서 만날 순 없었다. 달력 속에서 각각 흩어져있는 여러 날의 지새운 밤이 전부 길게 이어져 있는 것처럼 카베는 종종 오랫동안 알하이탐을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서로 너무 달랐으니까 헤어지는 건 당연하고, 그저 순간의 교차점이었다는 결론에 수 차례 도달했다. 새벽의 적막 속에서 올려다보았던 별과 알하이탐의 차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불과 5분 전에 술집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카베 앞에 불쑥 나타난 실물을 보았을 때는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아카데미아 시절에 걸치고 있던 청록빛과 흰색의 튜닉이 아닌 나름대로 본인 취향을 따른 어두운 색조의 의복을 걸치고 있어서 그나마 환각이 아니라고 짐작할 뿐이었지만, 다짜고짜 그가 내뱉은 말은 카베의 사고를 뒤죽박죽 만들고 말았다. 카베는 가까스로 일단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되물었다.

“그… 그게, 갑자기 대체 무슨 소린데.”

“결혼하자는 제안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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