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삼
1 “차라리 나와 만나는 게 어때.” 카베는 포켓 피타를 먹고 있었다. 아카데미아를 졸업하려면 과제는 물론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 오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제에 몰두하다가 오후 세 시가 지나서야 겨우 식사를 하던 참이었다. 그는 입안 가득 야채와 빵을 담고 있어서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라는 말은 어떤 것
3 화창하고 아름다운 수메르의 계절이 흐름에 따라 새싹을 틔우고 초록이 우거지면서 장대비가 쏟아진 다음 뚠뚠복숭아가 열매를 맺고 약간 서늘해지길 반복할 동안 카베는 그와 웃거나 떠들고 침대를 나누어 썼다. 쓰레기로 뒤덮였던 카베의 방은 어느 틈에 깔끔하게 정돈되었고, 불면증 역시 서서히 나아졌다. 알하이탐은 카베가 마지막으로 만난 상대였다.
5 “깨울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지만 넌 주량껏 먹는 게 좋아.” 일어나자마자 잔소리를 하는 건 너무 하지 않냐고…? 숙취 탓에 약간 두통이 있어서 카베는 손으로 이마 부근을 눌렀다. 자신이 있는 곳은 알하이탐의 방인 것 같았는데 침대 외에도 간소한 테이블과 소파가 갖추어져 있었다. 알하이탐은 그 위에 포장한 요리를 펼쳐놓던 참이었다. 새우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