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카베 ] 용허 (容許)

고양이 그림자

종이가 펜촉에 닿아 사각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청각이 예민한 만큼 집중력은 떨어져서, 펼친 동화책은 그저 알록달록한 무늬가 그려진 것처럼 보였다. 조심스레, 혹여나 시선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까 경계하면서 책상 쪽을 보았다. 서류를 보는 표정은 평소 프레미네를 볼 때와는 달리 차갑기만 했다. 예상 밖의 잔업. 벌써 집무실 창문 바깥은 어둑어둑한데

커튼으로는 막을 수 없는 빛이다. 눈이 부셔 어렴풋이 눈을 뜨면, 그것이 앞에 있다―, 그렇게 인식하기도 전에 느비예트의 예쁘장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늘을 만들 만큼 긴 속눈썹이 감겨있었다. 몇 번 그의 거처에서 외박하고 들어간 적이야 있지만, 느비예트가 늦게 깨는 날은 없었다. 귀중한 장면이다. 카메라가 작았다면, 그래서 근처에 놓고 잘 수 있었다면

푸른 문 저편의 마법

“당신도 굉장하네……. 고양이가 됐으면 비경을 빠져나오기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예, 위험한 경험이었습니다.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해두었으니, 피해자가 더 늘지는 않겠지요.” 며칠 전부터 폰타인 성에는 들어가면 고양이가 되는 비경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헛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실제로 실종된 피해자까지 나타났기에, 느비예트 본인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어느 소재에 관한 SS

입맞춤은 아직도 낯설고, 숨을 잘 쉴 수가 없다. 오늘의 「수분 확인」은 유달리 길었다. 입 안을 마음대로 휘젓는 최고심판관의 혀가 버거웠다. 응, 하고 삼켜내지 못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프레미네는 꼭 감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뜨면 이채로운 빛의 눈동자와 마주치고 만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느비예트의 옷자락을 쥔 작은 손이 점차 갈 곳을 잃고 흔

첫키스는 바닷물 맛이 났고

시곗바늘을 잠시 거꾸로 돌리면

분명 평화로운 점심 산책일 터였다. 오늘따라 「바다」의 냄새가 평소보다 더 깨끗해서, 공무가 있는 느비예트와 헤어지고 나면 혼자 잠수할 생각에 오늘은 혼자가 되는 것도 외롭지 않았다. 물이 맑다, 그 생각은 느비예트도 같았는지 물가에 다가가 장갑을 벗고 호숫물을 떴다. 유달리 맑은 원인을 알아볼 셈이었으리라. 저항감 없이 그의 입을 타고 들어간 호숫물이 작

“여행? 어디로요?” “이번에는 몬드에 가려고 합니다. 여행자께서는 식견이 넓으시니, 추천하시는 장소라도 있습니까?” 멜모니아 궁의 제 집무실에서, 느비예트는 여행자를 맞이했다. 항상 동반하는 작은 요정 같은 동료는 오는 길에 만난 리넷과 함께 카페에 가기로 했단다. 덕분에 여행자는 혼자였고, 느비예트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대할 수 있었다. 외견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