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느비프레] SS 2

베히모스와 나

2세. 성장미네. 진한 캐붕. 뭐든 가능한 분만. *뇨타가 아닙니다..

보금자리는 폰타인의 교외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집이었다. 집이 너무 커도 있기가 불편하다며, 프레미네의 희망으로 그러한 집을 지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나 된 일이었다. 인간 아이의 성장은 정말이지 빠르다. 아직도 느비예트의 눈에는 그가 눈이 마주치면 숨어버리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키가 자라고 얼굴 생김이 조금 성숙해졌다 한들, 프레미네는 여전히 순수하게 빛났다.

“비이, 집에 있니? 얘가 어디 갔지…….”

아래로 간단히 묶은 고운 밀밭 색의 머리카락도, 바다와 같은 색의 눈동자도 같다. 워낙에 사랑스러웠던 아이다. 지금은 미인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프레미네는 여전히 사람 시선을 받는 걸 꺼렸다. 왜 자신이 시선을 모으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가엾은 어린 양.

“저기, 미안해요, 며칠 만에 와 줬는데 대체 어딜 갔는지…….”

“괜찮습니다. 기척이 근처에 있는 걸 보면, 저를 놀려주고 싶은 모양이로군요.”

“……이해해 주세요. 비이는 항상 느비예트 님 얘기만 하는데, 막상 평일에 오신다고 하면 안절부절못하는 버릇이 있어서…….”

느비예트는 테이블에 마련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재미있는 일이다. 이 집에 사는 생물은 죄다 느비예트인데, 여전히 프레미네는 자각이 옅었다. 슬슬 지적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프레미네 군은 아까부터 어느 느비예트를 부르고 있는 겁니까? 프레미네 군도 저도, 그리고 비이 군도 느비예트인지라서 조금 헷갈리는군요.”

“예? ……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새하얀 얼굴이 분홍색으로 익어갔다. 그게 흥미로워서 느비예트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툭하면 붉어지는 얼굴이지만 매번 새로운 게, 작은 소리를 내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놀리지 말아요. ……레, 레비 씨…….”

“……후후.”

부끄러움이 섞여 짧아진 제 이름은 마치 애칭 같아 간질간질했다. 예외라는 걸 만드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공정하지 못한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걸 그대로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제 휴가 신청서에 스스로 결재를 내릴 때부터 무언가가 많이 달라지고 말았다.

“레비…… 씨, 저, 오늘은 얼마나 있을 수 있어요? 곧 돌아가야 하면, 저기…….”

프레미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느비예트와 함께 있을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자리에 없는 아이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주말에는 집에 마음 놓고 돌아올 수 있다지만, 이게 일반적인 부부가 사는 방식이 아닌 것은 느비예트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이 좋지 않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시간이 비니까요. ……항상 미안합니다. 제안했던 건 생각해 보았습니까?”

아이와 프레미네만을 내버려 두는 게 계속 마음이 쓰여, 느비예트는 폰타인성 내부로의 이사를 제안했다. 익숙해진 집을 떠나는 게 쉽지 않은 건 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주말 부부로 살 수는 없었다. 느비예트의 일방적인 강요라고 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거야 물론, 같이 있고 싶지만…….”

프레미네가 말을 흐렸다. 언제나 그랬다. 느비예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청혼할 때조차 그 말을 하며 한 번은 거절했으니, 예상하지 않은 말은 아니었다. 프레미네는 여전히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것조차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건 중증의 병일지도 모르겠다. 될 수 있다면 그 마음 씀씀이를 존중해 주고 싶다. 그렇지만 이러한 삶의 형태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았다. 느비예트는 조금 강하게 밀어보기로 했다.

“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프레미네 군, 제 우선순위를 착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아직도 자각을 덜 한 모양이군요. 저를 처와 아이를 등한시하는 냉혈한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요.”

“저기, 그게…….”

“저는 싫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야만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주말이 되지 않으면 당신의 체온을 느낄 수 없는 건.”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욕심부리는 거, 싫지 않아요?”

프레미네는 유달리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 품에 안으면, 자연스럽게 포옹이 돌아왔다. 많이 자랐어도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체온을 도대체 언제쯤 되면 기꺼이 놓아줄 수 있게 될까.

“처음부터 제 욕심뿐이지 않았습니까. 프레미네 군은 좀 더 욕심부리는 법을 알아야 해요.”

“저, ……, 사실은, 많이 보고 싶었어요. 비이도, 느비예트 님이 떠나면 많이 외로워하는걸요.”

“호칭.”

“앗, ……레비 씨.”

“서운하군요. 몇 년이 지났다고 생각합니까?”

“미안해요…….”

색소가 옅은 속눈썹이 깜빡였다. 파란 눈에 물기가 촉촉해진 걸 보니, 더 말했다간 울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느비예트는 조용히 프레미네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발그스름한 얼굴이 느비예트를 올려다보았다. 천천히 얼굴이 가까워지고, 그리고…….

끼이익.

……현관이 열렸다. 입술이 닿기 직전, 그대로 시선을 흘깃 돌리면 문 뒤에서 조그마한 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프레미네는 얼굴이 거기서 더 붉어져 당장 터질 것처럼 되고 말았다. 한 박자 늦게, 느비예트를 밀어낸다.

“비, 비이. 대체 어딜 갔던 거야? 파파가 비이를 찾았어.”

“……파파, 비이 찾았어?”

빤히 올려다보는 생김새는 그야말로 어린 느비예트였다. 하얀 머리, 용족 특유의 촉각. 다만 눈이 파랗고, 올려다보는 표정은 당당하지 못해 미덥지 못하다. 아이는 프레미네의 성격을 많이 닮았다. 느비예트는 무릎을 숙여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이리 오십시오, 베히모스.”

“응.”

안아 든 작은 몸은 어린아이답게 따뜻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무지개장미 줄기를 꼭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수줍은지 입술을 오물거렸다.

“파파, 선물…….”

“그렇군요, 이걸 준비하러 나갔던 겁니까?”

“응.”

“고맙습니다. 사무실의 꽃병에 꽂아두도록 하지요.”

“에헤헤…….”

웃는 얼굴이 프레미네와 똑 닮았다. 느비예트는 아이의 푸른 눈을 좋아했다. 아이는 성장이 빨라 5살 정도로 보였지만, 이제 겨우 2살이었고, 자랄수록 느비예트보다는 프레미네를 닮아갔다. 아이에게서 프레미네의 모습을 찾을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이상하게 몽글몽글했다.

“비이, 파파한테 인사는?”

“응, 다녀오셨어요.”

“나를 보고 말하면 어떡해…….”

곤란한 표정의 프레미네를 보고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이, 곧 파파를 매일 볼 수 있어.”

“정말?”

초롱초롱한 파란 눈이 느비예트를 보았다. 느비예트는 작게 웃어주었다. 아이는 느비예트에게 꼭 달라붙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프레미네는 벽에 걸려있던 앞치마를 들었다.

“파파, 언제 가?”

“오늘은 내일 아침에 돌아갑니다.”

“비이랑 등방울 꽃 보러 가.”

“좋습니다. 프레미네 군, 잠시 나갔다 와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저녁 시간에는 늦지 않게 돌아와야 해요. ……저도, 저기, 느비예트 님이랑 있고 싶으니까요.”

다른 곳을 보며 말하는 귀가 빨갛다. 느비예트는 잠시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프레미네에게 다가가 뺨에 입을 맞췄다. 눈에 띄게 움찔 놀라는 게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걸로 조금 봐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녀오지요.”

“……응, 다녀오세요. 비이, 파파 손 잘 잡고 다녀야 해.”

“마마 선물 가져올게.”

그리고 작은 손을 다시 잡는다. 아이의 손은 언제 잡아도 너무 작아서, 느비예트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 자그마한, 그럼에도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는 존재는 저와 프레미네의 결실. 집 바깥으로 나가면 조잘조잘 잘도 떠든다. 느비예트는 문득 집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프레미네가 기다리는 집.

“베히모스, 프레미네 군은 평소에 뭘 하나요?”

“응……. 잠수. 파파 보고 싶어 해.”

“……그렇군요.”

느비예트의 앞에서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프레미네는 어른이 된 모양이다. 잔뜩 안아줘도 모자랄 것 같았다. 등방울 꽃을 똑똑 떼어내는 작은 손. 느비예트는 문득 입을 열었다.

“동생이 생기는 건 어떻습니까?”

“응, 좋아.”

“그렇군요.”

“여동생.”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만……. 노력하도록 할까요.”

실없는 대화 속에 뼈가 있었다. 품에 한가득 꽃을 끌어안은 아이를 안아 올리면서, 느비예트는 골똘히 생각하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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