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이정환 안 나오는 대협정환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네요.

뭔가 쓰고 싶은 기분도 아니고… 하지만 써야겠죠?

오늘은 날씨가 좋았어요. 구름도 없고 비도 안오고 해도 적당히 따뜻하니 정말 좋았죠. 

언젠가 형에게 "사람은 고쳐쓰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 물어봤던 기억이 나요.

거기에 형은 "망가진 관계를 고쳐쓰지 않는다" 고 말했어요. 사람은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에…망가진다는 표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어요. 저는 음…이제와서 말하지만 망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그러면 지금 이걸 쓰는 의미가 없잖아요.

우리 각자 세 가지 약속을 했던 거 기억나요?

…형은 대화로 풀기,피하지 않기, 물건 제자리에 놔두기. 였고 저는 뭐라고 했었죠? 기억이 안나요.

그걸 단시간에 깨진 않았어요. 제 기억으론요.(제가 무심코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번에 전부 깨버린 날은 확실히 기억나요. 까먹었다고 하면 너무 한거죠 일주일 전이었는데. 

뭐 때문에 싸웠죠? 라고 하진 않을래요. 우리 생각보다 자주 싸웠죠? 한 열 번정도 싸웠었나?

제가 꽁 해있을 때면 "대협이 아니라 소협이네"하고 농담하던 거 별로라고 했는데 사실 좋았어요.

어쨌든 그 날은 평소와 달랐어요. 형도 저도 서로에게 쏟아부었으니까

전 형에게 서운했나봐요. "네가 뭘 몰라서 그래" 그 말이 생각나요. 근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형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구나싶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때는, 그게 안됐어요.

그 다음일은 제 잘못이었다는 거 알아요. 형이 무슨 말 할지 알았거든요.(아니었다면 사과할께요.)

망가진 관계를 고치는 과정이 두려웠어요. 조금. 아니 많이. 그래서 형을 피했죠.

형이 제 학교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저희 집 현관을 몇 번 두드렸는지. 알아요. 미안해요.

보통 그러면, 끝났다고들 해요. 하지만 형은 아니었어요. 일부러 늦은 밤에 집에 들어가던 절 알아차렸고

형은 저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평소처럼 형이 먼저 말을 걸었죠

"이제 오냐?"고. 형도 알고 있었던거죠? 제가 형을 피하고 있다는 걸...모를거라고 생각한 게 바보같네요.

형은 말없이 저를 보다가 읽어보라고 편지를 하나 주고 "잘있어" 하고는 가버렸어요. 

단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죠.

윤대협에게.

 

그렇게 적혀있는 편지봉투를 저는 열지 못했어요. 3일이나 지났는데. 하도 만져서 꾸깃해졌어요.

이건 우리가 끝이라고 알려주는 편지겠죠. 대화를 하지않고 도망친 제게 형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요.

하지만 그래서 보고싶지 않아요. 

읽지 못하는 편지를 만지고 있으니까 저도 형을 사랑했던 사랑하는 마음이랑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형이 받지 못할 그런 편지를 써보기로 했어요. 형처럼 학교를 찾아가고 집 앞에서 기다릴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하나 확실한 건 아직 저는 잘 지내라고 형에게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예요. 

이만 줄일게요.

카테고리
#기타
추가태그
#대협정환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