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성
나는 보기보다는 정이 깊었다. 표현하질 않아 무뚝뚝한 것과 정이 없는 건 달랐다. 그리고 정이 많은 것과 정이 깊은 것도 달랐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한 번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었다. 좋아하는 건 많이 없었지만, 한 번 마음에 든 것은 끝까지 소중했다. 그것 하나밖에 몰랐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필연적으로 지치는 시간이 찾아오기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본가도, 숙소도, 성준수와 함께 살던 집도 아닌. 새하얀 천장. 삐─삐─삐─. 일정한 속도로 울리는 기계 소리가 들렸다. 온 몸이 뻐근했다. 위를 향해 고정된 시야를 겨우 돌렸다. 주렁주렁 늘어진 링거 줄, 정적을 채우고 있는 바이털 사인 장치, 불편한 병실 침대. 전영중은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다녀오자, 바다." "준수야, 갑자기?" 가보고 싶다며. 뭐가 문제야, 가자. 성준수는 의외로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확정된 것을 전달하는 것 같은 어조에 당황한 건 전영중 하나였다. 오히려 문제 될 게 있냐는 뻔뻔하기까지 한 태도에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영중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말마따나 걸림돌이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
일상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전영중의 평범하던 일상을 박살 내고 그 틈에 뻔뻔하게 자리를 차지한 성준수가 사라졌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원래 그 자리가 제 것인 양 들어앉은 성준수가 전영중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데, 성준수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왔다. 흐르는 듯 찾아와 빠져나갈 생각을 하
"야, 전영중. 문 열어." 인터폰 화면 너머에는 제법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문 너머에 서 있는 것이 누구인지 전영중은 쉬이 알 수 있었다. 그 얼굴은 기억 속 마지막 모습과 그대로인 것 같다가도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조금 달랐다. 앳된 고등학생의 티를 벗고 이십 대의 중반을 내달리고 있는 듯한 얼굴. 잘생긴 건 여전해서 분명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