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트 A

X트 by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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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게임하다 만난 고인물 여캐 유저한테 단단히 꽂혀서 오프까지 나갔건만

상상 속 화끈한 누님 대신 문짝만 한 머스마-종피리-가 나옴... 이란 내용으로 시작되는 교트 보고 싶다

김태현 친구들이 끌고 갈 때 제외하곤 피시방 잘 안 가겠지

마우스 딸깍이며 게임할 시간에 축구나 농구, 하다못해 헬스를 하고 말지 싶은 거

그래서 그날도 일정이 떠서 약속시간까지 뭐 할까, 고민하다 별수 없이 눈앞에 있는 피시방 들어간 거였음

로그인하자마자 커피 시키려고 커서를 주문하기로 옮겼는데

마우스 클릭하는 속도보다 모 게임의 광고 배너가 팝업 되는 게 더 빨랐음

덕분에 의도치 않게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진 10년 만에 보는 게임 이미지라 그런가 그래픽이 장난 아닌 거지

휘황찬란한 캐릭터 스킨이며, 맵을 보며 넋 빠진 태현

어차피 시간 때울 거리가 필요한 김에 한 번 해볼까 싶었음

그래서 서둘러 회원가입을 하며 게임에 접속했는데

그때부터였겠지 김태현이 게임 중독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게

뭐든 늦게 배운 놈이 무섭다고

그날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앉아서 게임하는 김태현

마음 같아선 사회생활 다 끊고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여태 게임하는 친구들한테 한 소리 하고 다닌 세월이 있어서

낮엔 원래대로 생활하되 밤마다 날 새워 게임하는 지경에 이름

문제는 태현이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도 실력이 너무 처참하단 것

당연함 남들은 조기교육받아서 초등학생 때부터 눈 감고도 WASD 자유자재였는데 태현은 서른 먹고 이제 시작하니 뭘 해도 어설픈 거

비슷한 레벨대의 사람들은 현란한 컨트롤로 보스몹 머리 깨고 있을 때

김태현은 수문장도 못 이겨서 픽픽 죽음

퀘스트 포기하긴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또, 끈기 하면 김태현 아니겠음

레벨업도 미루고 며칠을 해당 던전에 들이박던 어느 날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입구에서 공격력 포션 빨고 있는데 누가 [님] 하고 말을 걺

보니까 별의별 효과 스킨을 가득 달고 있는, 화끈한 인상의 여캐가 보임

[네?]

[같이 ㄱ]

그러고 걸어오는 파티 신청을 수락했더니 뭔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의 레벨이 여캐 위에 떠 있음

깜짝 놀라서 왜 여길 가시냐 묻는데 말풍선이 채 뜨기도 전, 이미 던전으로 사라진 여캐임

끽해야 3, 4분 쫓아다녔을까, 어느새 발라당 쓰러져 있는 보스몹 보며 육성으로 와, 쩐다 내뱉는 태현

아이템 줍기 전 고맙단 인사부터 하려 했건만 그새 또 쏠랑 사라진 그녀

어이없기도 잠시, 홀연히 등장해 도움만 주고는 휙 사라진 그녀가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친구 신청 걸었는데 다행히 바로 수락해 줬겠지

그 뒤로 혼자 인사하고 말 걸기 시작하는 태현임

매일 안녕하세요, 오늘 일찍 오셨네요 따위의 말을 열심히 걸었지만 답장 받는 일은 드물었음

그러나 태현이 도와달라고 하면 바로 나타나 주었으며

태현이 부르지 않아도 레벨이 정체기다, 싶을 때는 얘 있는 곳을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서는 도와주고 사라지기도 했음

레벨이 오를수록 태현의 컨트롤도 늘어갔지만 그만큼 몹들 수준도 높아지는지라

어쩌다 보니 매번 선배 -누님, 사부님 등 다양한 호칭이 까인 뒤 정착하게 됨- 과 함께 다니는 태현

처음엔 고마움에 치댔는데 말 툭툭하면서도 챙겨 주는 선배에게 점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음

그러다 보니 친해지고 싶은 맘에 사냥에 집중 못 하고 자꾸 말 걸게 되겠지

그날도 선배 멋있다,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선배님 안 계셨으면 저 아직도 ㅁㅁ 몹이나 잡고 있었겠죠 ㅠ 하며 쫑알 쫑알 대고 있었는데

뭔가 캐릭터 상태가 이상해

뒤늦게 확인해 보니 포션이 다 떨어져서 체력 회복이 안 되고 있던 거

체력 몇 안 남아서 죽기 일보 직전 일 때 저 멀리서 달려와 몹 학살하는 선배님

곧 말풍선 하나 올라오겠지

[애교 부릴 시간에 잡으셈]

쌀쌀맞은 채팅과 다르게 미리 사둔 듯한 물약 묶음을 건네고, 버프를 새로 걸어주는 선배님에게 묘하게 설레는 김태현

[애교라뇨 ㅋㅋㅋㅋㅋㅋ 저 귀여웠어요? ㅎ]

[이것만 잡고 다음 장소 ㄱ]

[아 옙]

며칠 입덕 부정기를 겪은 끝에 태현은 결국 선배를 좋아한단 걸 인정하곤 플러팅을 시작했음

말이 플러팅이지, 대개는 혼잣말하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나름 수확이 있긴 했음

선배는 라이딩이 취미라는 것, 전시나 책을 좋아한다는 것, 몸에 타투가 몇 개 있다는 정보도 알게 됐음

이렇게 들은 내용들을 모아 선배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태현

선배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 알고 싶은 욕구만 커져서

결국 대뜸 제 인스타 아이디를 건넸음

그리고 혹시나 하며 인스타 아이디를 물어보자 의외로 흔쾌히 아이디를 알려주겠지

신나서 피드를 둘러보는데 아쉽게도 셀카 한 장 없었음

실망하기도 잠시, 어쩌다 무슨 사진 하나를 봤는데 유리창에 비친 여성의 얼굴이 보였음

흐릿해서 이목구비나 겨우 구분이 갔지만 선배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니 떨림에 심장이 울렁이는 듯했음

어느새 둘이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까지 해 자식들과 오순도순 지내는 상상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자 안 되겠다 싶은 태현

며칠을 타이밍을 보던 끝에 선배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음

두 차례 거절에 나름 서로 친해질 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좌절하는 태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세 번째로 권하자 드디어 알겠다는 답이 왔음

그에 혼자 발을 구르고 책상을 치며 애처럼 기뻐하다가 실수로 전원 버튼 눌러서 컴퓨터 강제종료 시켰을 듯

아무튼 만나려면 아직 멀었건만 여기 가요, 저기 가요 하며 코스 짜서 보내는 김태현

그에 대한 답은 거진 ㅇㅇ, ㄱㄱ, ㅇㅋ 따위였지만 아무렴 좋았음

그리고 대망의 오프 날

소개팅이라고 거짓말 치고, 친구들에게 조언까지 얻어가며 빼입고 온 김태현

긴장감에 목이 타 편의점에서 산 물을 꼴깍 삼키며 기다리는데 누가 뒤에서 툭 쳐

김태현 환하게 웃으며 뒤돌았는데 뭔가 예상치 못하게 시야에 꽉 차는... 근육질의...

“…선배님?”

“네“

남성스러운 인상보다도 더 남성스러운, 저보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멍하니 쳐다보는 태현

그런 태현에게 그럼 가죠, 하고 말하며 상대가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음

그러나 태현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요동쳐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겠지

그간의 대화를 빠르게 돌아보는 태현

그러고 보니 전에 누님이라고 불렀을 때 딱 잘라 누님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첫 번째 오프 제안은 예비군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음

아니, 나이가 생각보다 어려서 누님까진 아니라고 부정한 건 줄 알았지

만남을 거절하면서 농담하려고 예비군 얘기 꺼낸 줄로만 알았지

설마 그 모든 게 사실일 줄은 상상도 못 한 거임

왜 당연히 여자 일 거라고 생각했나 뒤늦게 스스로를 탓하지만

어쩔 수 없었음 오죽 겜알못이면 여자는 당연히 여캐, 남자는 당연히 남캐나 할 거라고 생각했음

앞장서 가다 언제 멈춰 섰는지, 가만히 서서 저를 쳐다보는 남자에 정신 차리고 쫓아가는 태현

뭐, 혼란도 실망도 크지만… 어쨌든 저 도와준 사람 만났으니 첫 일정인 전시회까지는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음

같이 있으면서 지켜보니 말투나 행동이 낯익은 선배님의 것과 같긴 하겠지

그러니 거리감이 좀 줄어드는 듯해 열심히 말 거는데, 어째 이 사람은 실제로 만나도 말수가 없어

오히려 온라인상에서보다 더 적은 거 같기도 함

그래서 얘도 나랑 있는 게 재미없나, 그래도 빨리 파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는 태현

전시장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혹시 일찍 들어가고 싶으시면 이만 파할까요 하니 돌아오는 말

“아니요”

“아 네...”

그렇게 제가 짠 데이트 코스대로 카페 갔다, 밥까지 먹으러 온 태현

은은한 조명에, 달큰한 재즈가 흘러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애꿎은 고기만 꾹꾹 씹어 먹음

이대로 술까지 마시러 갔다간 어색한 분위기 못 참고 본인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태현이 내일 일정이 있어 일찍 가봐야겠다고 말했음

못다 한 일정은 다음에 해요, 하니 상대가 순순히 고개 끄덕였음

헤어지자마자 기 빨려 택시 타고 귀가한 김태현

평소처럼 힐링을 위해 게임을 켰다가 선배 생각에 아차 싶어 멈칫함

기껏 헤어졌는데 게임 들어갔다가 선배, 아니 종필 씨를 또 만나면 숨 막힐 거 같기도 하고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거임

이대로 제 사랑이 끝난 게 허탈하기도 하고, 남자한테 혼자 설렜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고민하다가 부캐 하나 만들고는 이젠 실력 늘었으니까 얘만 키울까? 다짐하는 태현

근데 이미 몹 여러 마리 숭덩숭덩 써는 경험을 했는데, 단검 하나 들고 한 마리씩 잡고 있으려니 재미 더럽게 없는 거

결국 이틀도 못 버티고 본캐로 들어갔는데 종필이 접속 중이겠지

제가 접속해서 알림이 떴을 법도 한데 별말이 없음 하긴 늘 자기가 먼저 인사하긴 했음

뭐 어차피 상대가 먼저 아는 체 안 하는데, 나도 안 해도 되겠지 생각하며 슬슬 거리 둘 생각하는 태현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음

전보다 게임도 재미 없고, 그렇다고 그 시간에 할 건 없어서 뭉그적대면서 게임을 하는데

가야 될 던전 앞에 낯익은 캐릭터가 보임 종필이었음

한참 붙어 다니다가 오랜만에 만나니 솔직히 반가운 마음만 들었음

게다가 마침 난이도 있는 던전이어서 이 김에 도와달라고 할까 싶어 인사를 건네는데

[안녕하세요 종필 님]

[팟 ㄱㄱ]

[아 네! 감사합니다]

종필은 여전했음

실물 봤지만서도 종필 고유의 성격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김태현

은근 여자 많이 꼬일 타입이겠다 생각하며 쫄래쫄래 따라가겠지

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 붙어 다니게 되었음

김태현 그간 자기가 모르는 척한 게 내심 미안해서 더 말 잘 듣겠지

같이 던전을 돌다가 우연히 좋은 아이템을 주워서 신난 태현에게 종필이 말했음 다음에 만나서 같이 하자고

좋다고 언제가 좋으시냐고 물으니 내일 어떠냬

뭐 할 거 없으니 그러자 하고 내일 보기로 한 두 사람임

다음날 종필이 있는 피시방으로 찾아간 태현

종필이 있는 자리로 가니 종필이 집중해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음

자기는 엄두도 못 낼 컨트롤로 보스몹이랑 전투하는데 그 모습이 남자지만 좀 섹시하다 느낄 듯

살면서 남자 보고 멋있다고는 느껴 봤어도 섹시하단 생각은 처음 해 봐서 좀 얼빠지는 태현

그 상태로 맹하게 종필과 게임을 하는데 게임할 땐 늘 간결하게 채팅만 치던 종필이 불숙 태현의 팔을 움켜쥐며 말했음

“조심해“

그에 깜짝 놀라 키보드에서 손을 땐 태현

보니까 맵 바닥에 덫이 깔려 있어 앞으로 더 갔다간 죽을 뻔했겠지

죽으면 한참 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십년감수한 태현

놀라서 가슴이 쿵쿵 뛰는데 이상하게… 조심하라는 윤종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돎

이 뒤로 채팅 대신 말로 오더 내리는 종필인데 그 목소리 들을 때마 기분이 이상해서, 김태현 그런 스스로한테 되게 열받겠지

그래서 남자들 다 이런 마음으로 프로게이머 좋아하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태현

그리고 이쯤에서 윤종필의 얘기가 시작됨

ㅁㅁ 게임 베타 서버 때부터 시작한 윤종필

타고난 컨트롤 실력으로 애저녁에 모든 콘텐츠를 끝냈건만, 이젠 습관이 되어 매일 무의미하게 접속한 지 어언 n년 차였음

매일 모 마을에 죽치고 앉아 경매장이나 들렀다가 접속을 종료하곤 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매일 그 마을에 누가 나타남

늘 딸피로 등장하는 거 보니까 어딘가에서 죽어서 온 모양인데

정보를 눌러 보니 레벨에 비해 형편없는 장비가 보임

아직도 저런 장비를 찼다는 건 해당 레벨 지역의 던전을 못 깼다는 건데

그래서 그 던전 입구에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유저가 서 있음

할 거 없는 김에 잘 됐다 싶어 도와준 윤종필

그랬더니 그 뒤로 제 발로 찾아와서 계속 도와달라고 하잖아

몇 년을 솔플만 고집하던 종필에게 뉴비 쩔해주는 것은 꽤나 신선한 컨텐츠였음

사실 종필 역시 처음엔 태현이 여자인 줄 알았겠지

말본새가 너무 살가워서, 그리고 남캐 하는 여자 유저야 널렸으니까

누님 소리 할 때도 컨셉인가 했음

태현에게 인스타 팔로우 신청을 받고 나서야 남자인 거 알았겠지

그럼에도 종필은 태현에게 끌렸음 보다 보니까 계속 보고 싶은 거지

남자한테 관심을 가진 게 처음임에도 호감을 느낀 상대에게 부딪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마침 오프 하잔 소리 들었을 때 잘 됐다 생각했을 듯

그리고 마주했을 때 저를 보고 흔들리는 동공 보고 눈치챘겠지

얘 내가 여자인 줄 알았구나

그런데 티 안 내겠다고 아등바등 분위기 띄우는 게 귀엽다고 느껴지자 이 사람 만나야겠다 마음 굳힌 윤종필

종필은 한 번 꽂히면 절대 놔주는 않는 타입이었음

종필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사실 그동안 종필이 파티용 물약 몇 개씩 빨아서 태현의 공격력이고 방어력이고 높았겠지

것도 모르고 종필하고 하면 유독 잘 된다고, 종필이 피시방 가자고 할 때마다 후딱 달려오는 태현

나중에는 피시방은 핑계고, 피시방 가기 전 어디 갈래요, 뭐 먹어요라고 해도 군말 없이 따라다니게 됨

그러다 술자리에서 기어코 태현이 나 사실 너한테 관심 있어서 얼굴 보자고 한 거였다, 자기 나름대로는 웃긴 에피소드랍시고 털어놓은 말에

윤종필 버튼이 확 눌려버려서, 잠시 화장실 가겠다는 김태현 뒤를 따라가 그대로 문에 밀쳐서 입술을 부닥치고 만 거임

그 커다란 품에 묻혀서 저항 한 번 못하고 입을 맞댄 김태현

입술이 떨어진 뒤에도 상황 파악 못하고 윤종필 가슴팍만 쳐다보는데

말로는 존댓말 꼬박꼬박 하던 윤종필이 대뜸 우리 만나자 툭 던지니

윤종필 오더면 네네 하고 듣던 습관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으응 하고 대답해버린 태현임

뒤늦게 무르자니 얘 덩치를 봐라, 저 주먹으로 한 대 치면 죽겠다 생각하며 입 닫은 태현이지만

솔직히 본인도 알 거임 이 상황이 이상하게 싫지만은 않단 거

연애하면 바로 말 까는 윤종필 처음엔 태현아 라고도 불렀는데 김태현이 도저히 그건 못 참겠어서 하지 말라 함

말 놓는 것도 왜 놓냐고 왁왁 대는 통에 줄인다고 줄이긴 했는데

무슨 일 있을 때나 잠결에, 또는 흥분했을 때 뱉는 반말에 움찔하는 김태현임

특히 윤종필이 반말로 무언가를 시킬 때, 예컨대 먹어, 얼른 자, 고개 들어, 참아 등

그때마다 지랄맞게 굴면서도 찌릿함에 귀 끝 빨개지는 거 지는 모름

김태현 첫 관계 때 돼서야 김종필이 남자랑 연애 처음인 거 알겠지

지는 경험도 지식도 없으니 제대로 할 자신이 영 없어서 양보한 거였는데

뒤늦게 뒤집으려 해도 늦었지 뭐

화낸다고, 조른다고 통할 애가 아닌 거 아니까 차라리 애인에게 양보하는 쿨한 연상의 모습이라도 되고 싶었건만

안 해본 경험에 겁먹은 듯 몸이 잘게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임

아직 속옷 벗기도 전에 이 모양인데 윤종필 거 보면 김태현 저도 모르게 미친, 하고 욕지거리하며 상체를 일으키려 하겠지

하지만 종필이 어깨를 누르며 입을 맞추자 버둥거리는 것도 잠시지 뭐 이 자식은 대체 연애를 몇 번이나 해 봤길래 키스를 이렇게 잘하는지

입술 떼자마자 힘 쫙 빠진 스스로에 자존심 상해서 야, 니, 나 말고도 게임에서 꼬신 사람이 한 트럭인 거 아니냐?

심술부리는데 윤종필 대꾸는커녕 들은 체도 안 하며 김태현 가슴팍에 입술 도장을 찍는 거임

그러면서 태현의 것에 손을 뻗는데 그 커다란 손바닥이 제 것을 빈틈없이 움켜쥐니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튀어나오겠지

창피함에 순식간에 목덜미까지 뻘개진 태현

얼른 베개를 제 뺨 위로 안아들고선 얼굴 보여줄 생각을 안 하는데 종필은 별말없이, 혼자 공부해 온 대로 착실히 단계 밟아갈 뿐임

풀어준다고 열심히 풀어준데다 김태현 고통에 꽤 강한 편인데도 삽입하자마자 눈물 찔끔 나오겠지

생경한 경험이라 그런지 한 번 흘린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안 하는데

이제 와서 무르긴 늦기도 했고, 차라리 얼른 기분 좋게 해 주는 게 낫겠다 싶은 종필

태현의 귀를 삼킬 기세로 빨다가 나지막이 힘 빼, 하고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이 빠지는 태현임

그 틈을 놓칠 세라 종필이 미처 못 들어간 부분까지 삽입하는데

묵직하게 치고 들어온 끝부분이 태현의 약한 부분을 꾹 찔러서

어쩐지 밀려드는 쾌감에 울음 섞인 신음을 뱉는 태현임

그리고 그 소리는 그간 참는다고 참고 있던 종필의 끈을 끊어버리기 충분했겠지

윤종필 무식할 정도로 강하게 박는 게 취향이라, 곧바로 상체를 낮춰 김태현을 제 품 안에 꽉 껴안았음 그리고 쉴 틈 없이 허리 짓 하기 시작하는 거

귓가에 종필의 숨소리만 크게 울리고, 종필과 제 배 사이에 낀 제 것은 쉴 틈 없이 비벼지는데

갑작스레 몰아치는 자극에 벗어나고 싶어도 온몸이 안겨서 밀어내기는커녕 손끝만 겨우 까닥일 수 있는 거

정신없이 흔들리는 김태현 머릿 속에 열기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제가 무슨 소리를 내뱉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기분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고

그만하란 말도 생각이 나질 않아 바보처럼 이상해, 이상해 소리만 되뇌는데 그마저도 윤종필 어깨에 파묻혀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리겠지

문득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다니 태현의 의지와는 다르게 허리가 제멋대로 들렸음

정신 차리고 보니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제 허벅지며 배 위에 난잡하게 흩뿌려져 있는 점액질이 보이겠지

제 것은 물론, 언제 빼내서 사정했는지 모를 종필의 정액이었음

김태현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라 눈도 겨우 깜빡이고 있는데 윤종필이 눈앞에서 서서히 멀어져 감

속으로 나쁜 새끼라고 욕하면서 눈을 감은 태현

다음날 눈 떠 보니 제 몸이 깨끗하게 닦인 건 물론, 깔끔한 잠옷 차림이겠지

의외로 윤종필 그런 데서는 섬세해서

태현이 잠들기 전 얼른 욕조에 물 받아놓고 같이 씻으려 했건만 태현이 그새 잠드는 바람에 손수 닦아 준 거겠지

덕분에 눈 뜨자마자 뭐라고 한 소리 하려고 했던 태현

건수를 잃고 고민하다가 혼자 외출복 상태기에 어디 다녀왔냐 쏘아붙이니 식사거리 사 왔다고 해서 또 할말을 잃고 말았음

괜히 나 이거 안 좋아해 하고 심술 한 번 부려 보지만, 그럴 줄 알고 사 온 다른 음식을 내 오는 윤종필에 본인의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음

그와 동시에 고분한 윤종필도 꽤나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제 인생 단단히 꼬였다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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