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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바람

어두운 별?

백조공방 by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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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을 한참 고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섬세하기에, 그럴수밖에 없기에. 마냥,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벌리기를 반복했다. 당신이 어깨를 토닥여주면, 다시금 마음이 편안해진듯 또 바라보았다. 일시적인 해결책, 당신의 눈동자는 그런 것일까? 결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존재라곤 할 수 없겠지만, 여태까지의 시간을 살아오며 나는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왔던가. 안식을 찾아서.

─네, 이제는 혼자가 아녜요. 알아요… 유스티티아가 함께 있어주니까… 그리고, 다른 분들도 손을 내밀어주시니까. 호그와트는 무척 다정한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에 끝없이 감사하면서도, 죄송하고… 뭔가를, 더 바라게 돼서. 내가 이렇게 욕심이 많았던가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바라도 괜찮은 거겠죠? 유스티티아가, 불을 비춰준다고 했으니까.

당신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듯 아이는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섬세하다는 것 이상으로 그저 두려운 것이 많아, 무엇이든 제 잘못같은 그런 잘못된 태도. 하지만, 감히 고치기에 어려운 그것. 당신이 곧게 바라봐주면, 저 역시 곧게 마주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시선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아. 아냐, 아니야. 나는, 괜찮아질 수가, 나는… 무언가를 엄청 작게 중얼거리다가도, 헤사하게 웃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야. 제게 잘해주는 타인에게는 좋은 걸 건네주고 싶어. 오직, 좋은 걸.

─맞아요.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고. 인간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수의 성향이 있는 거잖아요. 단 하나로 귀결될 수 없으니까,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일까, 더더욱…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더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제가, 답답하지 않나요? 바깥에서는 답답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전, 그런 평가를 내린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해요. 저라도 답답할테니까. 결국, 남에게 휘둘리는 저를, 유스티티아는… 질리지 않을 수 있나요…?

조금 짓궂은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떠나간 이가 몇이었지?

천천히, 느릿하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제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거에요. 하지만, 너무 느릴지도 몰라요. …제가 당신의 곁에 있는 게 괜찮을까요? 죄송해요, 친구가 되었는데 이런 질문이라니. 저에게는 ‘보통’이라는 게 너무 버거워요. 그래서, 그냥, 제 나름의 욕심을 내보고 싶어졌어요. 제게, 무엇이든…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시니까, 그래서, 조금 사소한… 욕심을.

웃기 위해서, 어떻게든 당신에게 좋은 웃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는 스러지듯이, 계절을 지세운 꽃잎이 흐드러져 땅과 입맞추듯 위태로운 종류의 웃는 낯을 띄었다. 여전히 손은 떨렸다. 아, 그러니까. 그릇에 과분할 정도의 양분, 물이 쏟아져내리면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감당해야하지? 어떻게 받아내고, 흡수해야 하는거지? 수많은 의문에 휩싸이고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채 어색한 웃음에 갇히고 만다. 아니, 그러니까, 오히려, 과하다? 과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이런 걸 받아도 괜찮을 정도의 사람인가? 아니, 이런 걸 판단할 정도로 성숙하지 못해, 이 또한 잘 모르겠어. 과한 양분을 받아 썩은 꽃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제 검은빛처럼.

으, 응. 그게 현실이죠. 저도 알고있어요. 뭐랄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들 하잖아요. 그…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어려운 일이잖아요. 타인에게 신경을 기울인다는 거, 정신적으로… 많은 힘이 들어가니까. 또, 제가 부족한 만큼 수많은 기력을 소모해야 할테고… 그래서일까, 계속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을…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 또한, 귀찮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저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가족은 단점, 약점이라고 하면… 저는, 저는…

어쩌면, 나의 단점은… 존재로서의, 단점은… 아니, 말을 삼켰다.

그, 그럴수밖에 없죠. 저희는 이제 막 만난 참이니까… 그래서일까, 저도 유스티티아에 대해서는 모든 걸 안다고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남들에 비해 아는 게 적다고 하는 편이 맞을거에요. …그렇기 때문인지, 더 알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요. 당신은, 상냥해요. 유스티티아. 그러니까, 당신이 말한 단점 역시도, 당신의 상냥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감히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게,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러니까, 그냥. …그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물론, 당신 역시 바뀌고 싶다면 그 결심이 나쁜 건 아닐거에요. 제가, 수많은 다짐을 하듯이 유스티티아 역시도 그럴테니까. 당신의 모든 걸 응원하고 싶어요. 늘, 언제나, …곁에서. 그게 이어서, 함께 이어나가는 내일에 축복이 있다면 더욱이 좋을테고… 달님께 빌까요? 우리의 내일이 무엇보다 빛나게 해달라고.

네, 마땅하다 못해 부족해요. 당신과 같은 사람은 더… 더 많은, 좋은 말을 들어야 해요. 듣지 못한 만큼, 감히 제가… 제가, 얘기해줘도 괜찮을까요? 매일, 매일이요. 저,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 적이 몇 없는… 그런, 사실은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지금만큼은 유스티티아 당신이 좋은 것을 잔뜩 가지길 바란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제게, 잘 해주신 만큼, 그만한 보답이 솟아나면 좋겠어요. 저, 이미 유스티티아에게 많은 걸 받아버렸어요. 그러니까, 보답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당신이 건네주는 모든 게 제게는 과분한 것들 뿐이니까. …어떤 저라고 해도요? …아녜요, 그래서는.

당신이, 불쾌해질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걸.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당신이 기다려주니 느릿하게라도 문장을 전부 끝마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부정당하며 살아왔다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요. 인정 받을 수 없다면, 나는 그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걸요. 으, 음.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괜찮아요. 이것 만큼은, 감히 맹세할 수 있어요.

네, 그렇죠…? 제가 지낸 바깥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호그와트가 특이한건지… 이곳의 분들은, 다들 자상해요. 구태여 후플푸프가 아니더라도, 모든 기숙사의 분들이… 개성이 넘치고, 상냥했어요. 혹은, 저처럼 서투르거나… 하지만, 그래서, 기뻤어요. 어쩌면, 나의 것도… 개성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져서.

아니, 어쩌면 이것만큼은 개성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또한 외면이고 욕심일지도 모른다 싶어서. 비록 당신과 저 모두가 장갑을 착용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얇은 천쪼가리는 인간의 체온을 전부 막을 수 없는 걸까? 은은한 따스함이 손과 손 너머로 옮겨가는 것만 같다. 혹은 착각? 아니, 착각은 아닌 것 같다.

…어, 어여쁘고, 좋은 사람.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냥, 보, 볼품 없는데. 그렇지 않은데…! 우, 웃. 하, 하지만, 제 실수는 한 두번이 아닌, 걸요. 그러니까, 그래서 평가가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됐을 뿐이겠죠. 이상한, 애라고… 그, 그치만 호그와트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네에. 유스티티아와 함께 볼 세상, 무척… 기대가 돼요. 무얼 볼 수 있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빛나는 길일지. 비춰준다고 하셨잖아요. 정말로, 기대하고 있어요. …당했다고 해야할까, 일을 사서 어렵게 만들었다고 해야할까… 저도, 저를 잘 이해할 수가 없네요. 네, 네에. 그치만, 유스티티아를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누구든, 마음을 쉴 때가 필요하잖아요. 유스티티아도 그렇고.

당신의 입모양을 천천히 살피며, 다시금 눈물이 밀려나올 것만 같아 목울대가 일렁인다. 안 돼, 이렇게 울어서는. 강해지기로 했잖아. 안 돼. 하지만, 그럼에도… 툭, 투둑 흐르는 방울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가족 앞에서도 이렇게 울어버리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어째서. 하지만, 소리를 내진 않는다. 소리를 꾹 참고, 잠시 히끅거리다가. 추스리려 노력했다.

그, 그런가요. 훌쩍… 제, 제가… 그리핀도르의 사자 여러분들처럼,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제가, 말하는 건… 좋은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유스티티아가 즐겁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치만, 모두가 그렇진 않았으니까. 진심을 말했다가, 거짓으로 대해져 멀어진 경우도 있었고… 무, 물론! 유스티티아가 제게 그럴 거라는 뜻은 아녜요…! 결코…!

그러고서 당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아아, 역시 그렇지. 모두가 완벽할 순 없어, 사람은 사람인걸. 당신도, 수많은 착오 끝에 지금에 이르렀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네, 네. 저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서투름으로 상처를 줬을까요. 제가 놀라고, 낯설어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남들에겐,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지정하는 것만 같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저는, 항상 후회가 돼요. 그치만, 고칠 수가 없었어요. 호그와트에서의 저는 바뀔 수… 있을까요. 아니,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죠. 그러니까, 다시금 포기하지 않겠다고 얘기할래요. 그러니까, 유스티티아도… 저를, 놓지 말아주세요.

고개를 잠깐인가 숙였다가, 똑바로 들어올려 당신을 올곧게 바라보았다. 잠깐인가, 눈에 광채가 돌았던 것도 같다.

그저, 감사해요. 할 수 있는 말이 무척이나 적어요. 더 많은 걸 표현하고 싶은데, 뜻처럼 잘 되지를 않아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그만큼 진심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당신이 소중해져요.

당신이 잡아준 손을, 더 꼭 잡고야 만다.

전혀, 전혀요. 저의 시간을 당신과 같은 귀인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어요?

밤하늘을 보면서, 그 아래에 펼쳐져 있는 숲을 함께 눈에 담는다면… 분명 당신이 떠오를거에요. 언제까지고, 어디에서든지. 숲과 하늘은 맞닿기 마련이니까. 드넓은 대지 위에 높은 나무가 솟아오르면, 나무의 끝과 하늘의 시작은 닿게 되어있으니까. 그러니까, 그야말로 멋진 광경이잖아요. 우리의 추억도, 그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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