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밤양갱 카페타키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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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mdmEhkIRVc?si=YoisXc_kHSuY37IE

(비비 - 밤양갱)

“이제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겠네.”

식탁 머리에서 타키온은 그렇게 선언했다. 카페는 들어 올린 커피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대로 타키온의 선언을 맞았다. 그리고 몇 초간 대답을 헤매다, 잔을 받침 위에 돌려놓고, 아주 긴 숨을 내쉬었다.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카페는 타키온에게 물었다.

“이유를 알려주세요.”

카페와 타키온의 동거는 그들의 졸업 때부터 이어져 왔다. 트레센 학원을 졸업하기 이전에도 그들은 하나의 공간을 공유했다. 동화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방과 실험 도구가 마구잡이로 자리한 실험실. 도저히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을 둘로 갈라서 맨하탄 카페와 아그네스 타키온은 공존했다.

그런 기묘한 공유를 지속하던 어느 날에 타키온은 카페에게 제안했다. 졸업하고서도 함께 지내지 않겠냐고. 룸셰어를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유지비는 절감할수록 운용의 폭이 늘어난다, 이미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예측이 쉬운 상대와 함께 산다면 불확실성도 줄어들지 않겠나. 타키온의 장황한 설명이 지나고 나서야 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은, 타키온이 댄 이유는 카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삼키고, 카페는 타키온의 동거 제의를 마지못한 듯이 받아들였다.

일반적으로 집을 고를 때는 볕이 잘 드는 편이 선호된다만. 함께 살 집을 보러 다닐 때 타키온이 말했다. 나는 일반적인 거주지가 아니라 나만의 실험 공간이 필요하단 말이지. 그러려면 시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그늘이 진 쪽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말하며 타키온은 긴 소매 사이로 드러난 손가락을 까딱였다. 괴짜인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가냘픈 손가락을 바라보던 카페도 수긍했다. 저도 햇빛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림자가 있는 편이 제게는 더 안심돼요.

무사히 계약이 끝난 집에서 둘은 예전처럼 공간을 나누었다. 이 방은 타키온 씨의 방. 저 방은 자네가 쓰도록 하게. 의견이 부딪치는 일 없이 공평하게 공간을 나눠서 가지고,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방을 꾸몄다. 그렇게 개인 공간을 가지고 나서 마루와 부엌, 작은 공유 공간에 의자 두 개와 식탁을 놓았다.

이사 온 첫날, 고된 짐 정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놓은 식탁에서 카페와 타키온은 저녁을 먹었다. 호화로운 식사는 아니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사 온 레토르트 당근 스테이크와 즉석밥. 그래도 따뜻하게 데운 밥과 반찬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물컹거리는 당근을 씹으며 카페는 미지근하게 배어 나오는 단맛을 맛보았다.

타키온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방에서 생활했다. 트레센 학원에 있었을 때처럼 대충 옷가지를 벗어 던지고, 필요한 영양을 갈아 만든 스무디로 식사를 대신하고, 연구가 끝나지 않으면 밤을 지새우는 것도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면, 타키온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방에서 생활했다.

그런 타키온을 보고 방에 내던져진 옷을 정리해서 다시 서랍 칸에 넣어놓고,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서 식탁 앞에 타키온을 앉히고, 새벽이 찾아오면 타키온의 연구를 멈추게 하는 것은 카페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룸셰어였을 뿐인데 어느새 카페가 보모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은 타키온의 장황한 설명에 없었다.

그래도 카페는 상관없었다. 매일같이 손이 가는 일들뿐이었지만, 정말이지 상관없었다.

그런 일들이 익숙해질 때쯤에 타키온은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타키온의 연구욕은 트레센 학원에 다닐 적부터 유명해서, 트레센의 학생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타키온을 봐온 카페가 모를 리가 없었다. 타키온의 연구욕은 졸업한 후에도 이어져서, 이제 타키온은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에서의 연구에 쏟았다.

그 사실의 의미는 타키온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카페가 타키온의 방문을 열었을 때 먼지기 앉은 책상을 보는 때가 잦아지고, 카페가 집을 비웠다 돌아오면 급하게 벗어진 옷가지만이 마루에 남아있고, 카페가 앉은 의자의 맞은편에 타키온이 없다는 의미였다.

연구발표회가 끝난 날에 드물게 일찍 들어온 타키온에게 카페가 물었다. 그때 타키온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이사 온 첫날, 작은 그들의 공유공간에 놓았던 의자 두 개와 식탁. 카페의 맞은편에 타키온은 앉아 있었다. 그런 타키온에게 카페는 물었다. 연구는 대학에서 하고 있나요.

자신의 연구 발표가 성공적으로 끝나서인지 타키온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즐거운 목소리로 타키온이 대답했다. 그래, 충분하고도 남을 연구실을 할당해 줘서 말이지. 대학에서도 내 연구의 가치를 알아본 거지. 범인에게도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 않은가.

카페가 나이프를 들어 당근을 찍었다. 톱질을 하는데도 덜 익힌 당근은 날이 잘 들지 않았다. 딱딱한 당근은 부드럽게 잘리지 않고, 두 조각으로 뚝 부러져버렸다. 당근 위에서 포크를 헤매던 카페가 다시 물었다. 그 연구는 대학 연구실에서만 할 수 있나요.

타키온이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전문 연구 시설에서 실험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겠나. 걱정은 말게! 조교가 충실하게 내 생활을 책임져주고 있지.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야 불편하지만——. 타키온 씨는. 태연하게 타인을 입에 올리는 타키온을 향해 카페는 순간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 사람이 보살펴주는 게 더 낫나요. 포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카페의 손톱이 하얗게 질렸다. 예전부터 약했던 손톱에 다시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애초에 조교는 실험을 도와주는 사람이잖아요. 타키온 씨의 생활까지 맡기는 건 민폐예요. 차라리 제가 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내뱉던 카페가 스스로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말을 멈췄다. 카페가 눈을 들어 타키온을 보았을 때 마주한 애매한 미소에 찬물이 끼얹어진 듯 쫙 소름이 올라왔다.

차라리 제가. 그럼에도 끓어 넘친 진심을 외면할 수 없어서, 카페는 희미한 목소리로 끝맺었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끔찍한 침묵이 흘렀다. 카페는 식기를 쥔 채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시야에 놓인 당근에서 투명한 즙이 흘러내렸다. 타키온이 먼저 식기를 내려놓았다. 의자가 밀리고 타키온이 말했다. 나는 먼저 들어가 보겠네. 타박거리는 발소리를 넘어 문이 닫혔다. 카페는 식탁에 홀로 남겨졌다.

다음 날 아침, 타키온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카페에게 토스트를 주문했다. 스스로 하세요. 그렇게 거절해도 타키온은 오늘은 카페의 토스트를 먹고 싶다고 했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카페는 결국 타키온 몫의 아침을 차렸다. 타키온의 옆에 내려놓는 잔은 홍차, 자신은 커피였다.

언제나 같은 평온한 아침처럼 토스트가 바삭거리고, 작은 홀짝임에 홍차와 커피가 삼켜졌다. 볕이 잘 들지 않는 집에도 아침이면 어렴풋한 빛이 창문으로 퍼졌다. 그런 고요한 아침에 문득 타키온이 선언했다. 이제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겠네.

카페는 모든 걸 멈추고 타키온을 바라봤다. 타키온이 선언했음에도 카페는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 카페 안에 엉망이 된 감정이 널려있었다. 이제 하나가 되려는 의자에 앉아서 카페는 혼란스러워했다. 이유를 알려주세요. 결과가 바뀌지 않을 걸 알면서도 카페는 원했다.

타키온이 식탁 위에 손을 올리고 깍지를 꼈다. 블라인드 같은 붉은 눈이 식탁 언저리를 더듬었다. 카페에게는 타키온이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그네스 타키온과 망설임은 어울리지 않는데도.

“나는 자네가 바라는 걸 줄 수 없네. 이유는 그것뿐이야.”

타키온의 말에 카페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너무나도 명쾌한 이유라서 반론이 파고들 수 없었다. 외면할 수 없는 명확한 결론이 눈앞에 있었다. 그래도 자꾸만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꾹 삼키고, 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키온 씨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타키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타키온을 카페는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잡았던 손을 놓고, 맨하탄 카페와 아그네스 타키온은 다른 길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것뿐인 이야기인데도 카페의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렸다. 카페는 묵직하게 부어오르는 목으로 힘겹게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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