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카페타키] 옥시토신

sn by 송로
1
0
0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카페의 물음에 타키온은 앞으로 쏠려있던 귀를 쫑긋 들어 올려 뒤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시선은 여전히 정면의 책상을 바라보는 채였다. 타키온의 눈앞에는 그가 띄워놓은 데이터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타키온은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다리가 가진 한계를 깨달아 사츠키상 이후로 출주를 무기한 중지하였으나, 결국 동기들의 열정에 이끌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복귀를 결정했다. 그 후 타키온은 이전처럼 레이스에 나가고 있었지만, 그의 한계가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었다.

작은 이변도 그에게는 큰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현상이 최근 그의 눈에 띄었다. 지난 레이스 이후로 느껴지는 피로와 약한 통증. 증상을 감지하자마자 정밀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으나, 타키온은 그 일이 줄곧 신경 쓰였다.

그렇게 밤을 새워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타키온에게 카페가 말을 걸어왔다. 수면이 부족해 지끈거리는 타키온의 머리는 그 소리를 소음으로 받아들였다. 차분한 저음에도 날카롭게 긁히는 짜증을 억누르며, 타키온이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네. 자네는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떤가? 이제 기숙사 통금 시간도 지났을 텐데."

바짝 세웠던 귀를 다시 앞으로 눕히며 타키온은 집중력을 되찾으려 했다. 자꾸만 초점이 어긋나는 눈을 문지르며 타키온은 생각했다. 홍차를 더 마셔야겠어. 피로가 누적된 뇌를 각성시키려면 그 방법이 제격인 듯했다. 눈을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타키온이 손을 움직여 홍차를 찾았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성급하게 책상 위를 더듬던 손이 툭 잔을 치고, 책상 위를 구른 찻잔이 다홍빛 액체를 쏟아냈다.

"이런!"

티키온이 재빨리 잔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그의 홍차가 책상 위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지금 내 코르티솔 수치는 정점을 찍었겠군. 서서히 열이 치미는 머리로 어딘가 냉정하게 타키온은 판단했다. 건조한 분석과는 다르게 짜증이 일어나는 감정은 억눌러지지 않았다. 타키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타키온이 피로로 늘어지는 손을 억지로 들어 올려 책상 위를 치우려는 찰나, 가늘고 하얀 손이 타키온의 어깨를 지나 티슈를 몇 장 뽑아들고 책상 위에 엎질러진 홍차를 닦아냈다. 섬세한 손목을 따라 시선을 올리면 어느샌가 타키온의 바로 뒤에 선 카페가 책상을 치우고 있었다.

타키온은 멍하니 그 모습을 좇으며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예의를 떠올렸다. 하지만 어쩐지 느리게 돌아가는 사고가 입술을 움직이는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카페가 깨끗이 홍차를 닦아내고 책상 위를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때까지 타키온은 물끄러미 카페의 손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무겁게 젖은 휴지를 전부 쓰레기통에 넣은 카페가 팔을 거두고 조용히 타키온의 뒤에 섰다. 타키온의 시선은 책상을 향하고 있어 이 순간 카페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눈을 돌려 확인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관찰하고 분석해 알아내야만 하는 성미인데도, 자신의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저항감이 카페를 직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미미해도 확실히 느껴지는 존재감을 의식하면서, 타키온은 시선을 정면에 두었다. 창문이 닫힌 교실은 고요해서 타키온은 평소보다 밭은 자신의 호흡,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는 카페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연 카페가 말했다.

"포옹을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해요."

타키온은 갑작스러운 카페의 말에 작게 입을 벌렸다. 그것은 타키온도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들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갑작스럽게 말을 던진 카페를 향해 타키온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부드럽게 의자가 돌려세워졌다. 그리고 마주한 타키온을 카페가 끌어안았다.

카페에게 안겨 타키온은 벌렸던 입술을 다물었다. 맞닿은 몸이 따뜻했다. 놀랍게도, 서늘할 것만 같았던 카페는 따뜻했다. 살아있는 신체로써 당연한 일인데도, 타키온은 거기에 약한 경탄을 느꼈다. 날카롭게 신경을 찌르던 자극들도 멀어지고, 오직 카페의 따뜻함만이 타키온의 세계에 남았다.

타키온이 눈을 느리게 깜박이는 동안, 카페가 가만히 팔을 풀고 타키온에게서 떨어졌다. 의자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타키온에게 카페가 물었다.

"이제 진정이 되셨나요?"

밤의 어둠 속에서 달빛처럼 노란 눈동자가 빛났다. 캄캄한 주위로부터 빛을 빨아들인 눈동자가 타키온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안에 맺힌 상을 타키온이 응시했다. 아직도 자신의 맥박수는 정상 수치 이상이라는 것을 가늠해낸 타키온이 대답했다.

"잘 모르겠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카페의 행동은 미봉책조차도 못 되었다. 타키온의 근본적인 문제는 호르몬 분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친애의 행동으로 신체의 연약함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그런 건 요즘엔 사이비도 하지 않을 농담이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온정이 아니라 강인한 신체다. 타키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키온은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알 것 같아."

타키온의 말이 끝나자 카페가 몸을 숙여 다시 타키온을 끌어안았다. 카페의 몸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 부드러운 따뜻함 속으로 파고들며, 타키온과 카페는 한동안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G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