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로
봄, 트레센 학원의 입학식, 그날 아그네스 타키온은 맨하탄 카페와 만났다. 기념할 만한 입학식이라고 하나, 타키온에게 그런 겉치레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흩날리는 벚꽃잎,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찬 학생들, 그들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간판들. 그런 일련의 행사가 타키온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예식에 불과했다. 어차피 입학은 정해진 사실이고 그에 뒤따르는 절차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카페의 물음에 타키온은 앞으로 쏠려있던 귀를 쫑긋 들어 올려 뒤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었다. 시선은 여전히 정면의 책상을 바라보는 채였다. 타키온의 눈앞에는 그가 띄워놓은 데이터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타키온은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다리가 가진 한계를 깨달아 사츠키상 이후로 출주를 무기한 중
https://youtu.be/smdmEhkIRVc?si=YoisXc_kHSuY37IE (비비 - 밤양갱) “이제 우리의 관계를 정리하겠네.” 식탁 머리에서 타키온은 그렇게 선언했다. 카페는 들어 올린 커피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대로 타키온의 선언을 맞았다. 그리고 몇 초간 대답을 헤매다, 잔을 받침 위에 돌려놓고, 아주 긴 숨을 내쉬었다. 혼란스러
비가 오면 귓가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또렷해진다. 언제나 그치지 않는 목소리가 선명한 윤곽을 가지고 뇌를 파고든다.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로 비를 알았다. 몸을 감싸는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킨다. 떠도는 흙의 냄새, 피부를 감싸는 습기, 귀를 울리는 노이즈가 좋지 못한 것들을 부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 그것들은 나의 친구였지만, 항상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바다로 흘러가는 거예요. 부서지는 파도 소리 속에서 네가 말했다. 샘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내리고 내려서 가장 낮은 곳으로, 모든 것은 흘러가는 거예요. 나긋한 목소리가 바다의 고동 소리에 흐려졌다. 예외는 없어요. 모두 언젠가는 바다에 다다라요. 그러니까 슬프지 않아요. 나에게는 슬프게 들리는 목소리가 자꾸만
교사 한편의 어느 조용한 교실. 이질적인 두 면이 만나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과 준비실. 알코올램프 위에 올라간 약품이 부글거리는 소리와 입술 사이로 커피를 들이켜는 소리만이 작게 울리는 교실에서, 맨하탄 카페와 아그네스 타키온이 있었다. 평소처럼 수집품인 소파에 앉아 블랙커피를 마시던 카페는 잔 너머로 타키온을 힐끔 내다보았다. 타키온은 여느 때와
공기 중에 향긋한 홍차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메지로 가의 집사가 우려낸 차를 찻잔에 따르자, 마음이 진정되는 향이 방안을 채웠다. 고풍스러운 메지로 가의 저택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향. 메지로 맥퀸이 그에 맞는 완벽한 예법으로 찻잔을 들어 올렸다. 차분한 티타임을 즐기는 맥퀸의 마음은, 그러나 요동치고 있었다. 애써 평상심을 가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메지
※ 9월 1일 프세터에 올렸던 글 백업입니다. ※ AI 파인모션을 창조한 에어 샤커의 짧은 글입니다. (1,000자 미만) 샤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그것은 말을 건다. 다정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 음성의 조율은 다른 팀에 맡겼는데 예상보다도 훌륭한 재현도였다. 그게 오히려 짜증 나, 샤커는 혀를 찼다. 뭐라도 묻지
※ 9월 21일 프세터에 올렸던 글 백업입니다.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2기 애니 최종화 이후 시점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것은 어느 쉬는 시간에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사람?” 다이와 스칼렛이 꺼낸 화제에 토카이 테이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테이오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아니면 이상형이라던가.” “나는 당연히 회장이지~! 당연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