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등

[어바등] 이빨선생한테 친절당하면 저주받는다 (2023.06.05)

방수기지

Snapdragon by 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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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동안 서지혁에게 빌린 해저기지 가이드북 한국어 번역판을 읽을 생각이었지만, 빽빽한 글씨만 읽고 있으려니 눈이 피로했다. 자세가 나빠서 그런지 어깨도 아팠다. 여전히 낮고 불길한 소음 때문인지 바다를 헤엄치는 꿈을 자주 꾸었다. 결국 박무현은 가이드북은 뒤로한 채 누워서 뒹굴거리기도하고, 옛날 영화를 조금 보다가 바닷속에 갇힌 걸로도 모자라 방 안에만 갇혀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방 밖으로 나왔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들고 해저기지 곳곳을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며 길을 익혀보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박무현에게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때로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그때마다 치과의사 박무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백애영이 해변으로 가는 빠른 길을 알려주었지만 이미 기억 속에서는 잊어버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사람들은 패드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지만 박무현은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조차 아직 재밌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샌들을 따로 가져오지 않았지만 백애영의 조언대로 위험할까 봐 신발은 벗지 않고 해변 곳곳을 거닐었다. 잠시 쉬면서 멍하니 햇볕을 쬐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방에서 두꺼운 가이드북을 읽는 것보다 여기서 읽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모습을 구경하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배를 채우려고 박무현은 뷔페에서 야채 위주의 식사를 접시에 담아서 먹었다. 이곳의 먹을거리는 공짜에 가까웠고 다른 음식들도 언제든 먹을 수 있어서 사치부리는 마음으로 먹었다. 

처음에는 이 어둡고 축축한 심해에서 햇볕도 못 쐬고 우중충하게 일자 드라이버 하나로 사람들을 치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나쁜 생각도 들었으나,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음식도 맛있고, 최신식 장비에, 가끔은 인공해변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는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주는 게 제일 좋았다. 

물론 지금처럼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을 볼 때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거 같았지만.

박무현이 쓰러진 사람을 살펴보면서 괜찮냐고 묻는데 술 냄새가 풍겼다. 해저기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고, 그중에는 술이 불가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연하지만 대한도와 해저기지 내에서는 판매도 하지 않으며, 반입도 금지다. 그런데 이 사람은 술 냄새가 났다. 박무현이 며칠 전에 치료한 환자의 옷에서도 술 냄새를 느끼긴 했다. 서지혁이 말하기로는 몰래 반입해서 술이나 담배를 하거나 비싼 값을 주고 거래한다고도 들었다. 치과에 당당하게 술병을 들고 오는 환자도 있었으니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혹시 어디 부딪힌 것은 아닌지 외상은 없는지 살펴보면서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메딕을 불러줄까요?"

상대는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무어라 중얼거렸는데 제대로 번역이 안 되는 걸 보면 욕인 거 같았다. 신경 쓰지 말고 꺼지라는 그런 말도 들렸다. 그래도 박무현은 이 사람을 내버려 두고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습니까? 어지럽지는 않으세요? 부축이 필요한가요? 다른 사람을 불러드릴까요?"하고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상대는 그제야 눈을 뜨면서 정신을 차리는 거 같았다.

"너 뭐야?"

"이번에 새로 온 치과의사 박무현입니다. 여기에 누워계시면 위험합니다."

그는 언제 널브러졌냐는 듯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살짝 비틀거리길래 박무현이 근처로 다가가 부축하려 했지만 두꺼운 손으로 파리 내쫓듯 휘휘 저었다.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며 박무현은 천천히 그를 따라갔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걸 다시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러고는 상대의 욕지거리를 참고 그가 사람이 많은 숙소 근처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이봐. 나한테 원하는 거라도 있어?" 

박무현은 고개를 저었다. 술을 마신 걸 고발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믿지 않는 거 같았다.

"나는 선의나 호의 같은 거 안 믿어. 원하는 게 있으면 지금 말해. 나중에 뒤통수치지 말고."

박무현은 정말로 원하는 게 없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상대는 믿지도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거 같았다. 과연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이 사람과 대화가 제대로 통했을까. 아니, 대화가 통했다면 애초에 해저기지 내에서 반입금지 품목인 술을 마시고 복도에 쓰러져있지도 않았겠지. 

마침 아침에 보았던 21세기 초 영화가 생각났다. 유금이한테는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이 정답게 사는 영화의 내용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뻔하고 충격적인 장면밖에 없는 요즘 영화보다는 옛날 명작 영화들을 찾아보는 게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려나 선의를 베푼 것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똑같이 베푸는 영화나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차피 저 사람은 대화도 통하지 않을 거고, 정말로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로 박무현은 영화를 흉내 냈다. 약간의 심술도 있었다.

"네, 그럼 원하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작은 실수를 해도 참아주시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세요. 아, 세 명 정도가 좋겠네요."

그러니까 이 말이 불러올 파장 같은 건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겠다. 

* * *

마지막 휴일이 지나고 박무현은 딥 블루로 출근하여 패드를 확인했다. 이미 예약환자 명단을 확인하고 예약된 메시지도 제 시간에 보내진걸 확인한 상태였다. 정확한 시간이 되자마자 [치과의사 박무현 *휴가 중]에서 [치과의사 박무현 *일하는 중]으로 바뀐 글자를 보면서 또다시 한 주를 힘내보자며 좋은 향기가 나는 고래인형 노을이를 체어 쪽으로 옮겨 놓았다. 

당연하지만 휴가동안 해저기지 가이드북을 다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예약환자가 꽉 차있는건 아니니 조금씩 더 읽을 수 있으리라 본인을 위로했다. 서지혁에게 치실질을 열심히 하라고 내준 숙제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본인도 약속대로 가이드북을 열심히 읽어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덕분에 어제는 인공해변에서 가이드북을 읽었다. 나쁜 선택이 아니었으며 나름 첫 휴일을 알차게 보냈다고, 길을 잃기도 했지만 새로운 곳을 간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예약된 환자를 맞이하고 상대가 어눌한 발음으로 외치는 씬해량 캐새끼를 들으며 업무를 시작했다. 네, 아프면 손드세요. 그 손으로 노을이를 쓰다듬어 주세요. 네, 곧 끝납니다. 네, 당연히 아프시죠. 같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댔다. 환자가 으어어하는 알 수 없는 발음은 번역되지 않았고 끝날 때쯤 캐새키는 신해량이 아닌 어눌한 발음의 박무현이 되었다. 잘 참았다며 칭찬해주고 치실까지 쥐어서 돌려보냈다.

엔지니어 가팀 팀장 신해량은 해저기지 가이드북 한국어 번역판을 만들어 준 고마운 사람임과 동시에 업무를 늘리는 강냉이 털이범이었다.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서 불편한 대화를 나누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상상 속의 신해량이 제 주먹 이름이 대화라는 소리를 해대는 걸 억지로 생각에서 지우며, 패드로 예약 환자를 확인하고 호출을 누르고 찌그러진 고래인형 노을이를 위해서 치료에 집중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카페 붉은 산호에서 유금이를 만나, 김가영을 소개받았다. 박무현은 누르면 소리가 나오는 인형처럼 자동으로 새로운 치과의사 박무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첫 주말을 잘 보냈냐는 이야기에 인공해변이 마음에 들었다던가, 엔지니어 가팀 덕분에 가이드북 한국어판을 읽는 중이라던가, 주말에 본 21세기 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사람이 선의를 베풀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 퍼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주제 삼아 열띤 토론을 했다. 김가영은 자신도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시간이 된다면 꼭 보겠다고 말했지만, 연구원들은 제대로 된 휴일이 없다는 걸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치과의사도 알았다.

그리고 그날 밤, 이미 박무현은 잠든 야심한 해저기지 익명게시판에는 [이빨선생한테 친절당하면 저주받는다]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박무현은 꿈에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 * * 

다음날도 출근을 위해 딥 블루로 향하는 중 누군가 박무현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그 치과의사…팍이야?"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박무현은 환자겠거니 생각하고 별 의심 없이 대답했다. "치과의사 박무현입니다."

상대는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다던가 그런 무례한 말을 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 상대의 말이었다. 

"나한테도 친절을 베풀어봐."

대뜸 당당하게 하는 요구에 박무현은 자신의 번역기가 고장 났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박무현은 쓴웃음만 지으며 다시 확인했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그거 말고. 아무거나 좋으니까 나한테도 친절을 베풀라고."

잘 못 들은 게 아니었다니. 안 그래도 출근하느라 피곤한데 왜 아침부터 나타난 이 사람은 자신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박무현은 한숨을 쉬었다. 친절을 베풀라니. 물론 대학 시절에도 자신에게 이런 무례한 요구를 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네가 그렇게 착한 척을 하고 다니는 놈이냐, 마침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며 박무현의 것을 당당히 갈취하려는 동기가 없지는 않았다. 물론 박무현이 나서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화를 내주었기 때문에 별일은 없었지만. 게다가 과외나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이상한 사람들은 종종 만나보았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슨 헛소리를 하냐고 화를 내는 것보다 적당히 원하는 걸 들어주는 척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도 알았다. 입사한 지 고작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벌써 피곤하다고 생각하면서 박무현은 대충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손에 잡히는 치실을 건네주었다.

"양치 열심히 하시고, 치실도 빼먹지마세요."

"그게 친절이야?"

"그럼요. 제가 지금 걱정해주고 있잖습니까."

제발 양치도 열심히하고 치실도 열심히 해서 치과에서 보지 말자는 말을 속으로 삼키고 상대를 보내며 박무현은 괜히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무현은 자신에게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야 했고, 주머니에 있는 치실과 무설탕 사탕을 전부 주고서야 딥 블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는 일이 아침에 있었습니다. 혹시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괴롭히는 걸까요? 텃세라던가?"

미리 메시지를 보내고 점심시간에 만난 유금이와 김가영은 샌드위치와 빵, 커피를 사이에 두고 박무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박무현은 입맛이 없었지만 오후를 버티기 위해서 억지로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글쎄요.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이 해저기지에 많기는 한데 무현씨는 업무적으로 겹치는 게 없어서 이상하긴 하네요."

새로운 빵을 입에 넣은 유금이가 옛 전래동화와 비슷한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왜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마을장터에 힘들게 떡을 팔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호랑이가 나타나 떡을 주면 안 잡아먹는다고 위협을 하죠. 결국 떡을 주고 다시 산길을 오르지만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타나서 떡을 달라고 해요. 그리고 떡이 떨어진 순간, 결국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요."

동화가 왜 그렇게 끝나지?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란 말인가. 이야기의 교훈은 뭐지? 떡을 넉넉하게 챙기자? 하지만 호랑이에게 떡을 갈취당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하며 박무현은 무심코 아침보다 더 많이 챙겨온 치실을 확인했다. 

"치실을 더 많이 챙겨야겠네요. 실제로도 치실을 많이 사용해 주시면 더 좋고요." 

그리고 생각난 김에 유금이와 김가영에게도 하나씩 주었다. 유금이는 저번에 받은 것도 못 썼다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치실은 공짜이기도 하고 많이 사용해 줄수록 자신에게는 좋은 상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빠져있을 때 누군가 인사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여기서 뵙네요, 치과선생님."

서지혁이 큰 손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왔다. 서지혁은 유금이와 김가영에게도 인사했다. 유금이 말로는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는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것도 아니라고 했다. 서지혁이 특출나게 사교성이 좋아 보였다. 

"근무중이셨나봅니다."

"네. 팀장님이랑 외벽 수리하다가 지금 오는 길입니다. 배고파서 혼났습니다."

박무현은 먼저 반갑게 인사해 준 서지혁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늘어놓은 빵들 중 자신의 몫을 서지혁에게 주었다. 게다가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다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빵보다는 밥을 더 좋아하려나. 마실 거라도 새로 챙겨줄까 싶은 와중에 서지혁이 툭 내뱉었다.

"역시 소문처럼 친절하시네요, 선생님."

입사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된 치과의사한테 소문이 있다고? 게다가 친절하다는 소문이라니. 박무현은 스스로가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이 해저기지에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언정 그게 자신이 착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박무현은 남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서 했던 행동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 설마 아침에 찾아온 사람들도 그 소문때문인건가 싶어 한숨이 먼저 나왔다. 

"정확히 제게 어떤 소문이 있나요?"

박무현은 소문에 민감하지 않았다. 치의대를 다닐 때도 주지육림 폭군이 된 전적이 있었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졸업했을 정도로 소문에 둔감했다. 물론 그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쓸 틈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왜 항상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운명인지. 

"내용이 터무니없는데도요?"

"네. 그래도 알고 싶습니다."

사실은 모르고 싶지만. 어쨌든 이유를 알아야 사람들의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박무현은 방금 다 먹은 빵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는 서지혁에게 새 빵들을 밀어주었고, 서지혁은 그중에 하나를 골랐다.

"어제 새벽에 익명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요." 

서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금이가 패드를 열어 확인했고, 김가영은 고개만 기울여 같이 패드를 들여다보았다.

"제목이 [이빨선생한테 친절당하면 저주받는다]였던가?" 

서지혁은 빵을 세 입 만에 전부 먹어 치웠다. 혹시라도 목이 막힐까 봐 박무현은 자신의 커피를 서지혁에게 넘겼고, 서지혁은 뚜껑을 열고 물처럼 시원하게 마셨다.

"글쓴놈이 말하길, 새로 온 치과의사가 자기한테 오지랖을 부렸다네요? 그러면서 답례로 3명에게 친절을 베풀라고 명령했다나." 

박무현은 명령이 아니었다고 작게 반박했다. 

"안그래도 어제 내기에서 져서 열받았는데 그걸 가지고 놀리는 친구새끼들이 있었답니다. 마침 걔네들이 3명이길래 안싸우고 참아줬답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뭘 잘 못 먹었냐고 캐물어서 치과선생님 이야기를 해줬대요. 그래서 그런걸 믿냐고 또 신나게 놀려먹었는데, 지나가는 동양인 연구원이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럼 너희들 세 명도 남한테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고 말하며 지나갔더랍니다." 

김가영이 절반이 남은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빨아들이고는 고백했다. 

"그거 접니다. 멍청이들끼리 시끄럽길래 듣기 싫어도 들리더라고요. 무현씨 이야기도 나오길래 들어보니 마침 그날 이야기해준 영화이야기를 하는 거 같길래요. 저주어쩌고는 그냥 홧김에 내뱉은건데." 

김가영은 착한 행동이나 마음씨를 비웃는 거 같아서 열받았다고 덧붙였다. 박무현도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걸로 자신의  소문이 이상하게 나는게 더 이상했으니까.

"친구 놈들 중 하나는 미신을 잘 믿는 녀석이라서 곧바로 행동에 옮겼는데 나머지 두 놈은 그걸 무시했답니다. 그런데 안 믿은 놈들 중 한 놈은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다른 한 놈은 그날따라 자잘하게 계속 다치더랍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준 연구원을 찾으려고 했는데 없어서 다른 사람을 붙잡고 동양에는 정말 친절한 행동을 세 번 옮겨야 하는 저주가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답니다." 

이번에는 유금이가 손에 쥔 빵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그건 저네요. 그때 바빠서 제대로 대답한건 아니었지만. 그날 영화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아무 생각없이 그렇다고 대답했죠." 

"그래서 그 두 놈도 곧바로 다른 사람들한테 친절을 베풀었답니다. 뭐 친절을 베풀었는데 어째 욕을 더 먹었다는 내용도 있었고. 아무튼 그랬더니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았고, 자잘하게 다치는 일도 사라졌단 거죠. 그래서 새로운 치과의사가 베푸는 친절을 받지 말고, 받게 되면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빨리 옮기라는 내용이었죠."

박무현은 서지혁의 말대로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왔다. 친절이 어떻게 저주가 되어서 돌아온단 말인가. 사람은 물건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 그리고 물건을 찾는 것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찾으러 돌아다녔으니 못 찾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그리고 운이 나쁜 날은 자주 다치기도 하고,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뭘 해도 잘 안 풀리는 날이. 보통은 컨디션이 나빠서 생기는 일이다. 그런 걸로 저주니 뭐니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다니. 게다가 그걸 왜 믿는단 말인가. 

"이야기만 들어보면 아무도 저를 찾아오지 않아야 할 거 같은데, 오늘 아침에만 해도 제게 친절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게시판 댓글이 개판이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개소리 멍멍멍. 내가 내일 당장 치과의사한테 가보겠다. 그리고 저주가 아닌 것을 증명하겠다. 좋다. 내기를 하자. 참가자를 모아라. 아주 난리였죠."

"고작 그런 걸로요?"

"오히려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상한 내용이어서 더 그러는 겁니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을 모아다가 해저기지에 넣어놨더니 하는 짓이라곤 술, 도박, 마약,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서 몸이 아주 간지러운 놈들뿐이라…이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보니 평소에 몸 사리던 놈들까지 재밌어보인다고 내기에 참여하는 중이죠. 그리고 어째선지 다들 치과선생님에게 관심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소문이 불타오르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선생님이 해저기지 유일한 치과의사여서 더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박무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마치 누군가를 뒷담화듯이. "며칠만 더 참으십쇼. 저희 팀장님이라는 최고의 어그로꾼이 있어서 선생님 소문 같은 건 금방…" 

"서지혁.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었나? 아직 할 일이 남았을 텐데."

"어우씨, 깜짝이야!" 박무현은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한번 놀라고, 서지혁의 목소리에 두 번 놀랐다. "진짜 양반은 못 된다니까. 진짜 귀신이에요? 자기 얘기만 하면 맨날 어디서 나타난담." 서지혁이 투덜거리면서 빵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무현은 서지혁이 일어나는 것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지혁 뒤로 키가 크고 패드에 시선이 향해 있는 남자를 보았다. 팀장이라면 저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이빨 강도? 박무현은 인사를 위해 상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패드에서 시선을 뗀 남성이 고개를 까딱였다.

박무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그의 외모로 말할 거 같으면 이 어둡고 축축한 심해 아래 해저기지에 유일하게 빛나는 등불마냥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그렇구나, 당신이 말로만 듣던 씬해량…아니, 캐새키… 

"엔지니어 가팀 팀장 신해량입니다."

심지어 인사를 하며 살짝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와 조각같은 얼굴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치과선생님 턱 빠지겠습니다." 박무현은 서지혁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실례했습니다. 새로 온 치과의사 박무현입니다." 자동으로 대답이 튀어나왔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허둥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을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네? 저를요?" 

'물론 저도 신해량씨를 무척이나 만나고 싶기는 했습니다. 제발 해저기지 안에서 폭력을 멈추어 주시고, 대화로 해결을 보아 더 이상 죄없는 치과의사를 괴롭히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다고 주먹에 대화라는 친근한 이름을 붙이지는 마시고요. 그나저나 치과에 방문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신해량씨의 치아는 제가 한 번쯤 스케일링을 해보고 싶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인류를 위해서 표본을 남기는 건 어떨까요? 네? 어디로 잠시 따라오라고요?'

"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도 게시물을 확인했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그렇습니까?"

"선생님께서 지갑을 찾아주셨다는군요."

"네? 그냥 떨어뜨린 걸 곧바로 주워드린 건데요?"

"해변에서 잃어버린 반지도 같이 찾아주셨고요."

"휴일이라 시간이 넉넉했습니다. 아, 결국 제가 찾아드린 건 아니고 본인이 찾으셨는데요."

"어린 연구원을 위로해 준 건?"

"제가 길을 잃어서 주작동 근처에서 당황하는 저를 오히려 도와준 겁니다. 저는 무설탕 사탕을 쥐여준 게 다인데요. 게다가 짧게나마 대화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거운 걸 들어주셨다고 하는군요."

"방향이 같았을 뿐입니다."

"복도에 쓰러진 술주정뱅이를 숙소까지 데려다주셨습니까."

"보통은 깨우기만 하면 제 발로 걸어갔습니다."

"나머지는 더 안 들어도 될 거 같습니다."

예에. 취조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문답이 끝나고 서지혁이 신기한 생물을 보듯 박무현을 응시하다가 씨익 웃었다.

"조만간 있을 엔지니어 가팀 회식에 선생님을 꼭 초대하고 싶네요. 소문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저도 내기에 참가했거든요. 치과선생님께서 어린 양에게 베푸신 빵과 커피로 이 서지혁이 저주는 없다는 걸 증명해서 한 턱 쏘겠습니다."

서지혁은 자신은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라 걱정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해저기지에서 가장 많은 소문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신해량을 보니 정말로 별일이 아닌 거처럼 느껴졌다.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어떻게 아셨나요?"

"얼굴에 보입니다. 선생님은 포커 치지 마십시오."

"해저기지 가이드북 한국어 번역판을 읽고 있습니다. 해량씨가 주문 제작하셨다고 해서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신해량은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는 말을 전했다. 그 얼굴에 넋이 나갔는지 머릿속으로 감사 인사 다음엔 이빨 강도 짓을 멈추어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은 백지처럼 지워져 버린 사이 신해량이 말했다.

"저도 내기에 참여합니다. 저는 지혁이와 반대로 걸겠습니다."

* * *

박무현은 해저기지의 삶이 얼마나 지루하면 이렇겠냐고 이해해 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자 쓸데없고 사소한 거에 더 집착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게 유행을 타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배운 기억이 있었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 건강했던 사람들마저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지는 걸 수도 있지. 사람이 햇볕을 쬐지 못하면 우울한 감정이 강화된다는 이야기까지 생각의 사고가 빠져서 박무현은 누군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줄도 몰랐다.

"구원자님.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세요?"

"어...재희씨?"

"네에. 제 이름 기억해 주셨네요."

김재희는 손바닥으로 굴리던 귤을 박무현의 손에 쥐어 주었다. 박무현은 자연스럽게 껍질을 까서 재희의 손에 올려주었다.

"그나저나 그 기분 나쁜 호칭은 뭡니까?"

김재희는 귤 반쪽을 떼어내서 박무현의 입에 밀어 넣었다. 김재희는 유순한 눈꼬리를 곱게 내려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제 구원자님의 힘으로 평소 저를 무시하던 엔지니어 바팀 직원 하나가 곤란한 일이 생겼거든요."

박무현은 어제 김재희를 만났다. 엔지니어 가팀의 김재희입니다라고 자기 소개한 그는 대뜸 박무현에게 친한 척을 해댔다. 공통점이라도 찾은 것처럼 박무현의 왼쪽 눈을 알아보고는 자신의 의족과 의수를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박무현에게 오렌지와 사과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과일을 쥐여주고는 껍질을 까도록 부려 먹었다. 해저기지에서 보기 힘든 과일 종류도 있었는데 정작 김재희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한두 개 집어먹는 바람에 나머지는 전부 박무현의 몫이 되었다. 

박무현은 최근 자신에게 이런 이상한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별로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이제는 이유를 알고 있기도 했고, 정말로 자신에게 곤란한 부탁을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박무현은 웬만하면 거기에 어울려 주었다. 박무현에게 무언가 보답을 받고 나서는 답례라며 꼭 하나씩 손에 무언가 쥐여주려는 사람마저 늘었다. 그래서인지 박무현의 주머니에 자리잡은 치실이 줄어들지 않아 못내 아쉬운 마음마저 들었다.

"저는 그저 상대방이 저를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걸 구원자님 이야기로 넘긴 거뿐이지만요. 그 녀석은 입이 방정이라 저주는 있다는 쪽으로 내기가 기울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구원자님 정말로 바다의 사랑을 받고 계신 건 아니죠? 어떻게 이렇게 효과가 좋지?"

"상대방은 왜 그렇게 재희씨를 싫어합니까?"

"딱히 저만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시비를 못 걸어서 안달 났는데 특히 여자나 저 같은 장애인은 공격할 게 많아서 그런지 더 잘 건드리더라고요."

박무현은 한숨이 나왔다. 이 한정된 해저기지에서 서로 으쌰으쌰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서로를 공격하지는 말아야 할 거 아닌지. 박무현은 처음에는 해저기지가 참 넓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부 우연입니다."

"맞아요, 우연이겠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사람은 하루에도 운이 나쁜 일이 몇 번이나 생겨요.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살아가죠. 그런데 소문 덕분에 평소 일어났던, 원래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운 나쁜 일들이 더 각인되고 신경 쓰이게 되죠. 결국은 그게 구원자님의 힘이 된답니다. 게다가 그 직원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제가 곤란한 일을 따로 만들었을 테니 상관없어요. 어때요? 왜 아직까지 이 내기가 길어지는 지 감이 좀 오시나요?"

허어. 박무현은 급격하게 피로가 밀려왔다. 처음 선의로 시작한 일이 왜이렇게 꼬인 걸까. 해저기지의 많은 사람이 서로를 도우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듣기에는 너무도 답답한 이야기였다. 이것저것 지적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중 가장 거슬리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 구원자라는 호칭 좀 그만하세요. 듣기 거북합니다."

"본인의 위치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시는군요. 구원자님은…네에, 알았어요. 무현씨는 현재 입사 이래로 최단기간 여성 직원들이 가장 많이 말을 걸었다네요? 저희 팀장님이 입사한 것보다 더 유명해졌어요. 무현씨의 힘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가 봐요. 물론 고의로 상대를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만든걸 수도 있지만."

"해저기지 내 규칙과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 소문을 이용해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정확하게 들으셨네요."

선의는 저주같은게 아니다. 친절한 행동을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 역시 영화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는 없는가보군. 그렇지만 얼마나 간절하면, 오죽하면 소문에 기대고 싶어하는 걸까 안타까우면서도 김재희의 생각에 동조할 수도 없었다. 

"해저기지는 소문이 빠르다던데, 요즘 새로운 소식은 없습니까?"

박무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덜 관심 가지고 잘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백호동 빈 방에서 아이가 발견됐다고 하던데, 엔지니어 마팀에 레너드라는 쓰레기가 이혼한 처에게서 납치를…"

돌았나. 

"…그냥 제  소문 많이 내세요."

아. 퇴사하고 싶다. 입사할 때 상담을 해준 엘리엇은 박무현을 이 해저기지에서 최고로 건강하다고 진단을 내려주었지만 지금 다시 상담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했다. 얼마 전에 엔지니어 나팀의 타마키를 설득해서 소견서를 써준 것을 떠올리며 엘리엇은 그런 소견서를 제게 써줄 수 없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제는 제 저주가 없다고 내기를 걸어준 지혁씨를 믿을 수 밖에 없네요."

박무현의 바람대로 가장 믿었던 서지혁으로 인해 내기의 종지부를 찍게되지만, 서지혁이 내기에서 지게된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 * *

[제목: 치과의사 저주 내기 이제 답이 나오지 않냐?]

내용: 자기들 혼자서 자빠진 일까지 저주로 카운트하는 **한 **는 없기를 바란다.

ㄴ댓글: 착한척 가식떠는 **들 보기 힘들었다 진짜

ㄴ댓글: 근데 잠수정 고장나서 죽을뻔한 애들도 있는데? 

ㄴ댓글: 지들이 평소에 관리를 잘했어야지.

ㄴ댓글: 죽은놈 있냐? 없잖아ㅋ

ㄴ댓글: 팍씨한테 치실받고 걍 방에 처박혀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음

ㄴ댓글: 팍씨 아니고 박씨야

ㄴ댓글: 근데 한동안 이상한 일 많은건 사실이잖아? 물건 잃어버린 애들이 엄청 많았음.

ㄴ댓글: 응~난 아님~

ㄴ댓글: 평소처럼 해저기지에 도둑이 많네 얘들아

ㄴ댓글: 난 치실받고 한동안 이상한 꿈 계속 꿨음ㅠㅠ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한테 저주 옮겨서 지금은 괜찮음!

ㄴ댓글: 친절을 베푼걸 저주 옮겼다고하면 표현하면 어떡하냐

ㄴ댓글: 아 저주 아니라고~

[제목: 신기하다 나도 치과선생님한테 도움받고]

내용: 한동안 이상한 꿈 꿨는데! 총든 테러집단한테 도망다니는꿈ㅠ

ㄴ댓글: 야너두???

ㄴ댓글: 헐나돈데

ㄴ댓글: 나도 총 맞는 꿈

ㄴ댓글: 나는 총은 아니고... 그냥 연구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세상이 멈춘 느낌? 그렇게 잠에서 자다깨다 한다고 수면의 질이 나빠짐. 근데 나도 진짜 딱 3명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서는 괜찮아짐.

ㄴ댓글:  연구원 중에 수면의 질이 좋은 애들을 못봤음. 넌 원래도 수면의 질이 안좋았던거임.

ㄴ댓글: 나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탈출정 타는꿈ㅋㅋ 근데 매번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깸ㅋㅋ 진짜 무서워

ㄴ댓글: 신기하다 여기애들 전부 해저기지 꿈만 꾸네

ㄴ댓글: 원래 꿈은 현실을 반영해서 그럼

ㄴ댓글: 나는 내 방에서 자다가 죽는 꿈 꿔서 왜 죽는지도 모르겠고 방에서 깨어나면 자꾸 이것도 꿈인가 기분이 이상해짐.

ㄴ댓글: 나는 탈출정 타려고 싸우다가 맞아 죽음ㅋㅋ 나도 계속 반복해서 꾸길래 소문 믿고 친절 베풀었더니 진짜 괜찮더라. 

ㄴ댓글: 수면상태가 다들 안좋으니까 맨날 실수나 하고 다니지 ㅉㅉ 저주탓 그만하고 잠이나 자라

[제목: 씬해량*** 곧 퇴사한다며?]

내용: 이제 우리 세상이다.

ㄴ댓글: 저주고 뭐고 이게 제일 좋음.

ㄴ댓글: 퇴사하기 전에 다같이 축하파티나 열어주자!

ㄴ댓글: 이제 약소국 나대는꼴 안봐도됨ㅅㄱ

ㄴ댓글: 세상에 저주는 없단다 **들아

[제목: 방금 남자 비명소리 들리지 않음?]

내용: 야크 우는 소리같기도 하고

ㄴ댓글: 나도 들음. 저주 받았다고 소리지르면서 다니던데ㅋㅋㅋㅋ

ㄴ댓글: 누가?

ㄴ댓글: 엔지니어 가팀에 있잖아. 맨날 신팀장이랑 붙어다니는놈ㅋㅋ

ㄴ댓글: 뭔일 났음? 

ㄴ댓글: 저**는 저주 없다는 쪽에 걸어놓고 왜저래;;

[제목: 요즘 해저기지 살만했는데]

내용: *같은 **들이 소소하게 안좋은 일 당한 이야기 보는거 재밌었는데 아쉽다

ㄴ댓글: 이제서야 고백하는건데 네 홍차에 독탄거 나임

ㄴ댓글: 여기 서로의 홍차에 독 안탄 **없음

ㄴ댓글: 게시물이고 댓글이고 욕밖에 없어서 추잡스럽다 진짜 이래서 게시판 들어오기 싫음

ㄴ댓글: 여기있는 놈들 다 거기서 거기임.

[제목: 개인적으로]

내용: 나한테 친절을 베풀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ㄴ댓글: 나도

ㄴ댓글: 감삼다~

[제목: 친절에도 이자가 붙더라]

내용: 여기 마주치는 애들 다 거기서 거기잖아... 친절을 갚아야한다고 나한테 하나씩 친절을 베푸는데 나도 갚아야하잖아... 근데 하나 갚을때마다 또다시 세 배로 돌아와서 그냥 이제 사람들이 내게 친절한걸 즐기기로 했음...

ㄴ댓글: 저주 누적될까봐 몸사리는 애들 많았음ㅋㅋ

ㄴ댓글: 우리 교수님 미신에 집착하는 분이셔서 한동안 이용해먹음ㅎㅎㅎㅎ

ㄴ댓글: 역시 구원자님

ㄴ댓글: 그게 뭔데? 

ㄴ댓글: 야 그게 뭐냐고

[제목: 뭐지? 방금 남자 비명소리 더 들림. 여러명인거 같은데 무슨 일 생겼나?]

내용: ㅈㄱㄴ

ㄴ댓글: 뭔데 대체 어디서 들리는건데?

ㄴ댓글: 백호동 근처임.

ㄴ댓글: 빨리 보고 오셈 그리고 나한테만 알려줘

[제목: 얘들아 엔지니어 가팀 팀장 퇴사 안한댄다!]

내용: 맨날 붙어다니는 써?지혁? 걔가 지금 소문 다냄

ㄴ댓글: 뭔소리야

ㄴ댓글: 뭔소리냐고

ㄴ댓글: ** 뭔 *소리야

<공지> 누적신고로 인해 게시물이 중단되었습니다.

[제목: 진짜냐?]

내용: <공지> 과도한 욕설이 감지되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ㄴ댓글: 타이밍 기가 막힌다 진짜 

ㄴ댓글: 신팀장 퇴사한다고 게시물 난리나더니 지금 게시물 다 블라인드 처리됨ㅋㅋ

ㄴ댓글: 저주 효과 확실하네요^^

ㄴ댓글: 아 저주 없다고 소리친 애들 다 튀어나와봐ㅋㅋ

ㄴ댓글: 걔네들 누적신고로 지금 게시물이랑 댓글 못씀ㅋㅋㅋㅋㅋㅋ

ㄴ댓글: 어쩐지 클린하더라ㅎㅎ

[제목: 아름다운 세상이다]

내용: 이게 다 구원자님 덕분임. 

ㄴ댓글: 구원자님을 위하여~

ㄴ댓글: 위하여~

ㄴ댓글: 그게 누군데?

ㄴ댓글: 엔지니어 가팀에 빨간머리가 치과선생님을 그렇게 부르고 다님.

ㄴ댓글: 사이비냐? 

ㄴ댓글: 교리는 친절을 베풀어라인가?

ㄴ댓글: 얜 또 뭔데 진지해?

ㄴ댓글: 내 생각에는 '치실을 잘하자' 일듯?

ㄴ댓글: 종교 이름은?

ㄴ댓글: 구원자님 이름정도면 되겠지. 무한교 어때?

ㄴ댓글: 치과선생님 이름은 무현이야!

ㄴ댓글: 알게뭐야~ 해저기지가 이렇게 평화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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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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