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린

[빈린] 365일의 핼러윈(매운맛)

고작 2년을 함께 살아보겠다고 그 모든 일들이 있었던 건지.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린 린다는 비적비적 몸을 일으켰다. 추운데 춥지않아. 어두운데 어둡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더라. 무슨 일이 있었더라...무의미하게 옮겨지던 시선에 여느 때보다 창백한 얼굴로 눈도 감지 못한 제 남편의 얼굴이 들어왔을 때에서야 기억이 났다.

괴물이 들어왔었지. 비명소리랑, 피냄새랑...잡혀서 목에 통증이 생겨서..창문에 비친 제 모습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녹색 대신 자리한 붉은 눈동자가 현실감을 옅어지게 만들었다.

하여간 성격 나쁘다니까. 그 와중에도 당하지만은 않는지, 괴물 둘 정도의 목은 꺾어 놓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빈센트를 끌어안아 눈을 감겨준 린다는 저도 모르게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참 우습지. 당신은 결혼하고 나서, 가장 먼저 저택의 비상통로를 알려주었다. 통로 중간에 있을 갈아입을 옷이나, 급하게 쓸 수 있는 현금이나 귀금속이나. 일정한 장소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아서 쓸 수 있는 자금이 있는 메모가 어디에 있는지를 짚어주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만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충분히 오랫동안 함께 있지 못했다. 물어야할 게 많았는데, 묻지 못하였다. 묻지 못하였기 때문에 듣지 못한 대답이 많았다.

미웠던가, 원망했던가.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던가, 갈피를 잡지 못하였던가.

입버릇처럼 지옥에 떨어졌으려나, 그럼 인세에 갇힌 나는 어떻게 하나.

갈곳을 잃은 이 마음은 어디를 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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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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