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low talk
탕 > knock
파블로프 씨는 누구의 개입니까? 그것은 정말로 재미없는 농담이었다고 이반은 회고했다. 그러나 종종 그 말을 떠올리는 것이다. 20세기의 중엽을 내달리고 있는 레닌그라드에서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창가에 서 있다가, 넥타이를 매다가. 화장실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칠 때는 꽤 자주. 일상에 침습한 말과 사상이 어디 한 둘이겠냐만은. 근본없는 농담, 그 아래 깔려 있는 모욕의 서사. 삶에 심긴 함정이나 날카로운 가시, 질긴 덩굴 같은 존재에게 일일이 화내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는가?
쇠창살 위에 금을 덧칠한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단 조금 더 솔직한 레닌그라드가 나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고도. 눈이 오면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숲 속. 극동과 극서를 잇는 나의 조국. 너무 많이 치우친 도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불쑥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이반은 생각을 다물었다. 마치 그것이 몸 어디를 통해서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거나 듣거나 말하는 것으로 누구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인 것처럼. 이럴 때면 이반의 입매는 더 완고해졌고 얼굴에 진 그림자는 짙어졌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이반의 말 끝을 깨물듯 외젠이 따라붙었다. 이반은 차라리 침묵할 것을, 짧게 후회하다가 침묵하면 하는대로 이 남자가 끈질기게 굴었을 것을 느꼈다. 그 두 눈동자. 녹색이고 언뜻 보기에 어떤 결함도 없어 보이는 외젠의 눈동자. 그러나 한쪽은 교묘한 모조품이고 한쪽은 남들보다 혹사당하고 있었다. 삶이라는 기능을 존속시키기 위한 노동. 노동은 결코 감출 수 없고 따라서 이 정교한 속임수조차 바래고 있었다. 누구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이반은 알고 있었다. 햇빛에 비추면 색의 변화가 달랐다. 왼쪽은 여전한 녹색이었지만 오른쪽은 아주 약간씩, 정말 조금씩, 연둣빛을 띠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겠지. 가짜는 나이를 먹지 않아. 그렇게 만들어질 수는 있어도.
이반이 해명의 의사를 보이지 않자—외젠은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더 캐묻기를 관두었다. 대신 이불 속에 죽은 듯 있던 손을 깨워 그의 배꼽 위를 더듬었다. 오목하게 파인 탯줄의 흔적. 그 옆에 나 있는 알 수 없는 흉터. 어딘가에 베이고 찢긴 흉터. 손으로만 느낄 수 있는 흔적들.
“뭘까요? 흔적과 흉터를 구분해서 부르는 이유 말입니다.”
“보기 나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고통이 아닙니까?”
침대 맡 창틀에서 햇빛이 천천히 기어오고 있었다. 이반은 제 몸 위를 거니는 외젠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이 세상에 고통 아닌 것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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