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13

탕 > 시다

변두리 by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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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총격전, 난투극, 배신, 그리고 고문. 이 정도. 섹스는요? 반대겠지. 아, 이런 내가 또 틀렸군요. 마테오는 집무실 소파에 앉아 럼을 반 컵 정도 따랐다. 십분의 일이나 팔분의 일 쯤 따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럼의 강렬한 참나무 향이 공간을 꽉 채웠다.

마테오는 막 공사를 마친 건물의 낯을 하며 침대사정을 생각했다. 베갯머리 송사에서는 으레 이런저런 말이 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놈이고 저놈이고 할 것 없이 섹스 후에는 돌연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 묘한 침묵. 베이지빛 벽지, 진녹색 커튼, 검은색 러그와 원목 침대의 배치는 그들 대신 말하기 위해 거기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예비된 것들이었다.

그들이 떠들 때는 격렬한 총질이나 주먹질이 오가고 나서였다. 비단 그들이 등을 맞댈 때뿐만 아니라 서로를 향할 때에도. 후자의 경우 대부분 마테오의 승리였다. 아니,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았다. 유다는 마테오에게 이길 생각이 없는 놈처럼 굴었다. 져주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마테오가 건네주는 폭력을 뭉근하게 씹어 통째로 삼키고 싶어 하는데, 그게 어떻게 져주는 건가? 필사적으로 이기려드는 게 차라리 덜 집요할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기분은 좀 풀리셨어요?”

바닥에 늘어진 유다가 바람 빠지듯 웃으며 물었다. 마테오는 아무 말 없이 럼을 삼켰다. 구강과 식도의 점막이 비명을 지르듯 존재를 과시하는 느낌. 숨을 내쉴 때마다 참나무 향이 비강에 머물렀다.

“그럼 이제 일어나도 됩니까?”

“부러트린 기억은 없는데.”

나른한 음성. 유다는 문득 그 말이 귀가 아니라 척수에 꽂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긴, 당신의 모든 말이 그렇지. 실실 웃으며 몸을 일으키자 시야가 빙글 돌았다. 다인용 소파의 등받이를 짚으며 완전히 몸을 세우자 입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나왔다. 유다가 혀를 내밀자 움푹 패여 있었다. 마테오는 그 희여멀건한 낯을 바라보고 유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을 들은 사람처럼 한쪽 발을 보란듯이 절뚝거리며 그 옆에 앉는다.

“내밀어.”

유다는 다시 혀를 내밀었다. 미끈한 타액에 혈액이 섞여 혀를 휘감고 있었다. 새빨갰다. 마테오는 왼손의 엄지로 혓바닥 중앙을 꾹 눌렀다. 축축하고 미끌거렸다. 혀만 다친 게 아니라 입 안 살도 베여 가느다랗게 자국이 나 있었다. 유난히 자주 씹는 부위인지 매끈한 반대편과 달리 울퉁불퉁한 것이 눈으로도 보였다. 마테오는 엄지를 조금 더 밀어넣었다. 혀가 꿈틀거리자 더 강하게 눌러대면서. 부드럽고 말캉한 살덩이를 짓누르자 손톱 밑에 붉은 혈액이 고였다가 손가락의 관절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테오가 시선을 들자 반쯤 내려 뜬 눈과 마주쳤다. 선명한 회색. 그러나 이따금 하얗게도 보이는 홍채가 촛농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꽉 맞물린 것을 분리하듯 엄지를 떼어냈고 유다는 천천히 턱을 움직여 입을 다물었다. 유다가 정장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고 마테오는 그것을 받아 손을 닦았다. 그리고 늘 그랬듯 쓰레기통에 손수건을 버리려다가 유다에 의해 제지당했다.

“아끼는 거예요.”

“언제부터?”

“방금 그렇게 됐죠.”

마테오는 피식 웃으며 손수건을 행커치프처럼 꽂아주었다. 주머니의 바닥까지 손가락이 들어갔다가 더러워진 손수건만 남기고 훌쩍 떠난다.

“그래서. 뭘 하고 싶었는데.”

“손수건이 되고 싶었을 뿐이에요.”

“유다.”

마테오가 목소리를 깔았다. 유다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병째로 럼을 마셨다. 목울대가 두어번 꿈틀거렸다. 후, 길게 숨을 뱉은 그는 꿈결처럼 속삭였다.

“오렌지 나무 아래서 영원을 맹세하려고요.”

유다의 목소리에서는 달짝지근한 사탕수수냄새가 났다.

그로부터 한 계절이 지나기 전, 유다는 마테오의 손에 살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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