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마스코트를 잃은 날
탕 > 튜드
잘 가꿔진 정원에서 오는 정갈함. 사람들은 그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불렀고 세네레이스는 그 말 역시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름다움보다는 통제가 본질을 좀 더 잘 설명하는 단어일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이곳은 자신들의 구역이라는 표시. 자라나는 생명을 임의로 재단할 수 있는 권력. 수백년, 혹은 수천년 그 자리에 있었을 종을 몰아내고 다른 자리에 있었던 종을 이주시키는 횡포. 자동차나 기차로도 수십시간을 달려야 하는 대륙에서 직선거리로 도보 30분이면 끝날 한 뼘 땅에 데려오는 무구한 이기심.
하지만 물 위는 차라리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나마 ‘덜’ 좁아지니까. 직선거리로만 따지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가동 범위가 축소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 없는 생물들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면 죽어버릴 만큼 성질이 더러운 아이들은 빼고, 오로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일 수 있는 아이들만 데려와 서서히 말려죽이는 공간. 돌고래, 가오리, 모래상어, 푸른바다거북, 매너티, 까치상어, 흑가오리, 해마, 해파리까지. 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수백, 수천 종을 표본으로 데리고 와 전시해놓고 말라 죽는 것을 예쁘게 포장해 돈을 번다. 이토록 직접적으로 생명과 돈이 교환되는 장소가 또 있을까?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세네레이스는 말갛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디안은 고개를 저으며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웠다. 세네레이스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갖췄다는 아쿠아리움,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해저 터널 앞에 있었다. 쉴 새 없이 사람이 오갔지만 그의 눈은 물 안으로 고정되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만 ‘같은’ 물고기들. 꼬리가 잘린 가오리. 물 위만 떠다니는 거북이. 위 아래로 계속 빙글빙글 도는 벨루가. 일부러 작게 죽여놓았던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는 기분이다.
한 뼘의 유리로 해수를 가둬놓아야 하니 죽지만 않을 만큼 비좁다.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해봤자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크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기를 주입해야 하니 끊임없이 모터가 돌아가는 소음과 사람들이 계속해서 왔다갔다해서 발생하는 진동은 저 물 안으로 다 흘러들어갈 것이다. 호기심으로 툭툭 쳐대는 행위나 투명하게 구부려놓아 인지에 방해를 주는 왜곡된 공간이라는 부수적 스트레스는 또 어떻고. 세네레이스는 웃고 있었지만 목이 타는 기분이었다. 분노보단 슬픔에 가까웠다. 푸른 물, 푸른 빛, 푸른 구조물.
“무슨 생각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요.”
그렇게 이루어진 푸른 절망에서 단 하나라도 좋으니 원래 있던 너른 푸름으로 돌려놓아야겠다는 다짐. 디안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 세네레이스는 그 표정을 보며 작게 웃었다.
“협상을 잘 마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고 있었죠.”
“너는……잘하고 있어.”
“알고 있어요.”
뒷짐을 진 채 히히 웃었다. 디안은 그 낯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정장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흰 벨루가가 깜찍하게 웃고 있는 키링이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친환경 마크까지 제대로 붙어 있는.
“어머. 선물이에요?”
“……마음에 들어?”
세네레이스는 대답 대신 환하게 웃었다. 곧장 손가방의 고리에 달자 디안의 표정 역시 미미하게 녹았다. 가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키링을 한참 바라보던 세네레이스가 디안을 바라보았다.
“꼭 이기고 올게요.”
“응. 기다리고 있을게.”
여기 꼭 붙어 있어요. 세네레이스는 마지막으로 그 말을 남긴 채 아쿠아리움 운영자들과 마련된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오르러 갔다. 흰 벨루가 키링이 푸른 빛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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