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네가 있는

고죠우타

Stand by Me by 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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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죠의 집은 기본적으로 별로 생활감이 없었다. 사실 집이라는 것을 따로 두는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에 그다지 집착이 없는 그는 어느 순간부터 오로지 효율만을 생각하여 고전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은 필요한 것이었다. 고죠는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야 그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도쿄로 올라오게 된 우타히메와 함께 살 집은 이미 대부분의 정리가 끝나있었다. 남은 것은 우타히메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이 공간에 채워 넣는 것뿐이었다.

직접 골라 주문한 이런저런 것들을 늘어놓으니 제법 양이 되었다. 정리를 위해 하루 먼저 집에 들어온 고죠는 이 물건들에서 벌써 생활감을 느꼈다.

일단 식재료와 맥주를 냉장고에 넣은 고죠는 우타히메가 좋아하던 짭짤한 과자나 집에서 유독 자주 쓰던 것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골라온 컵, 그릇 같은 것들을 찬장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우타히메는 키가 작으니까 이쯤에 두는 게 꺼내기 편하려나.

가장 아래칸에 그것을 차곡차곡 정리해 넣던 고죠는, 그러나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고죠, 컵 꺼내놓은 거 없어?”

“찬장에 넣어놨어.”

그의 말을 듣고 찬장을 살피던 우타히메의 시선이 꼭대기에 가 닿았다. 고죠는 내심 콩닥거리는 중이었다. 스물아홉 살이나 먹고 이런 사소한 일에 ‘콩닥거릴’ 일이 있을 줄 몰랐다고 생각하며.

“자주 쓰는 건데 왜 제일 높은 곳에 놨어.”

“에엥, 높은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얄미운 목소리에 우타히메가 그를 째려보았으나 물론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보다 빨리, 우타히메. 아무렇지도 않은 웃음을 가장하며 고죠는 속으로 끊임없이 우타히메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죠가 바라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타히메는 고죠보다 키가 작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뭐가.”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 손에 컵을 들고 다가온 우타히메가 고죠의 미간을 엄지로 꾹꾹 누르며 쓸기에, 고죠는 우타히메의 얇은 허리를 와락 안아버렸다.

“까치발 하는 우타히메가 귀여웠어.”

“아…… 그래.”

쑥스러워하는 듯한 대답에 고죠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입을 삐죽 내밀고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며 말했다.

“나한테 꺼내 달라고 했어야지.”

“응?”

“일부러 거기 놓은 건데! 꺼내 달라고 해야지!”

“손이 닿는데 뭘 너한테 꺼내 달라고 해…….”

우타히메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고죠는 막무가내였다.

“우타히메가 10센치 쯤 작아졌으면 좋겠어. 아니, 20센치.”

“흐음.”

맥없는 목소리가 새었다. 고죠는 그 반응에 심술이 나 우타히메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윽, 하는 소리가 나는 듯하더니, 우타히메는 고죠의 머리를 콩 하고 아프지 않게 쥐어박았다.

“바보야. 난 지금도 네 얼굴 보려면 목이 아파.”

“……내 얼굴 보고 싶어?”

얘도 알고 보면 정말 단순하다니까. 우타히메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웃어버렸다. 어쩌면 그 부분이 옛날, 그러니까 그를 비교적 진심으로 싫어하던 시절에도 거의 유일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이거나 마셔.”

고죠의 팔 안에서 몸을 비틀던 우타히메가 그에게 컵을 내밀었다. 팔에 힘을 풀고 슬쩍 안에 든 것을 확인하니, 코코아였다.

“웬 코코아?”

“나는 맥주 마시려고.”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뭐라도 같이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

그 말을 하며 시선을 피하는 우타히메의 볼이 약간 붉어져 있었기에, 고죠는 결국 기분이 완전히 좋아지고 말았다. 역시 집은 건 필요한 것이었다.

 

“근데 왜 따뜻한 코코아야? 지금 여름인데.”

“싫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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