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유료

[승화承花] 별과 체리가 만날 때

23.02.11 유료발행

※23년 1디페(28일 토요일) 승화쁘띠존 '플라티나 스플래쉬2'에서 발간했던 승화 신간입니다.

※3승화 2개, 4승화 1개, 연하연상AU 1개. 총 4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모음집입니다. 간질간질한 분위기의 단편들입니다.

※표지는 러디(@jjba_ruddy)님께서 작업해주셨습니다.

 

 

 

 

별과 체리가 만날 때

 

 

 

 

 

 

 

 

 

 

 

 

 

 

 

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1.

 

수업이 끝난 하굣길이었다. 죠타로가 신발장을 열자 편지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JOJO에게♡, 내 사랑 JOJO에게, JOJO♥….

“쯧.”

“…오늘도 굉장하군요, 죠타로.”

“쓸 데 없는 짓을.”

 

괜히 제 모자챙을 만진 죠타로가 허리를 숙여 쏟아진 편지들을 대충 모았다.

 

“오늘도 가나요?"

“…아아.”

“도와줄게.”

 

수많은 러브레터들은 오늘도 소각장 행이었다.

 

2.

 

죠타로가 러브레터를 받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의 인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이전까지는 용기를 낸 소수의 몇몇이 전하던 러브레터였다면, 지금은 처치곤란 수준으로 많이 받게 되었다. 상황이 변하게 된 것은 분명,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이후였을 것이다.

오랜 결석 후 나타난 죠타로는, 아무리 그라고 해도 유급은 싫은 건지 꼬박꼬박 등교하여 수업을 들었고, 그가 매일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신발장에 편지를 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자주 결석하던 때에는 편지를 전하는 것조차도 고역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편리한 수단이 생긴 것이다. 직접 마주할 필요도 없는, 아주 쉬운 방법.

죠타로는 그 편지들을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랬다. 그나마 그 때는 다시 가져가라며 나름 정중하게 돌려주었으나, 지금은…. 게다가 녀석들은 이걸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수신인은 또렷하게 JOJO라고 써놨으면서 발신인은 불명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뭐 어쩌란 거냐. 이런 건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진심을 담아 쓰는 것이 아니었나?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어쨌든 이 쓰레기-표현이 다소 과격하나 죠타로 입장에서는 정말 쓰레기였다-들의 처리 방법으로 죠타로가 선택한 것은 소각이었다. 그냥 버렸다가 누가 발견해서 읽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마침 교내에는 소각장도 있었고, 편지가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그들의 장난도 사그라졌으면 좋겠다는 죠타로의 작은 바람이기도 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수많은 편지들을 전부 모아들고 소각장까지 가는 것도 나름의 정성이라면 정성이었다.

 

“이런 것까지 도와줄 필요 없는데 말이지.”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요? 손 많으면 좋지, 뭐.”

“이거야 원.”

 

카쿄인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편지들을 줍기 시작했다. 그는 여행 이후 꽤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퇴원하고 나서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었다. 죠타로는 카쿄인이 복학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그의 곁에서 보냈다. 언제 그의 상태가 안 좋아질지 모른다나? 길 가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그런 일이 생기는 걸 미연에 방지하겠다. 그 말은 진심이었는지, 서로 가는 방향도 다르면서 죠타로는 꼬박꼬박 그의 등하굣길을 함께해주었다. 그러니 쏟아지는 러브레터는 카쿄인에게도 익숙한 일이었다.

 

“한 번 정도는 읽어줘도 되지 않아?”

“아니. 읽어줬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더 골치가 아파져.”

“그것도 그렇네.”

 

카쿄인이 후후 웃으며 자신이 들고 온 편지들을 소각장에 쏟아 부었다. 뒤이어 죠타로도 나머지 편지들을 던져 넣었다. 편지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봉투째로 재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카쿄인은 생각했다. 오늘도 이것으로 된 거라고.

 

3.

 

카쿄인은 죠타로를 좋아한다. 죠타로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학우들과 같은 마음으로, 그를 좋아한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 자신과 같은 스탠드사, 자신의 또래, 강하고 또 빛나는 사람. 처음은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고 싶었고, 우상을 동경하듯 그를 좋아했다. 그가 가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고, 그가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쿄인은 언젠가부터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손을 잡고 싶고, 그를 끌어안고 싶고, 그의 비취색 눈동자가 오롯이 나를 바라봐주었으면 좋겠고…. 카쿄인은, 그를 욕심내게 된 것이었다.

…고백할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은 중요한 여행 중이니 그를 방해할 수는 없어, DIO를 쓰러트리고 돌아가는 길에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마음을 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것도 몇 주가 걸렸다. 살아줘서, 깨어나줘서 고맙다고 제 손을 붙잡고 우는 죠타로를 보며 카쿄인은 그저 웃어주기만 했다. 고백할 수… 없었다. 고백에도 적절한 시기라는 게 있다. 카쿄인의 시기는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이걸로 끝이었다. 카쿄인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간직할 마음으로 두자고 결심했다.

그러다 그는 죠타로가 수많은 러브레터를 받고, 그걸 또 읽지 않고 다 태워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죠타로에게는 미안하지만, 카쿄인은 이거다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죠타로에게는 닿지 않는 방법. 비겁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카쿄인에게 죠타로는 좋아하는 사람 이전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였다. 죠타로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건 기대도 안 하지만, 그와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게 되는 것도 싫었다. 그러니 이건 카쿄인에게 딱 알맞은 방법이었다. 흘러넘치는 자신의 마음을 풀어놓으면서도, 죠타로와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카쿄인은 조심스레 편지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여행 때의 이런 모습에 두근거렸다, 어떤 모습에 반했던 것 같다…. 카쿄인은 편지지에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고, 또 그것이 불에 타는 것도 전부 보았다. 처음에는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죠타로가 마음이 바뀌어서 편지를 읽는다면? 하필 집어든 편지 제일 위에 제 것이 있다면? …하지만 지켜본 몇 주 동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긴장감은 이제 짜릿함이 되었다. 카쿄인은 점점 대담해졌다. 맨 처음에 썼던 편지야 여행 때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으니 논외-어차피 이젠 사라져서 읽을 수도 없다-로 치고, 혹시라도 죠타로가 읽었을 때 발송인을 알 수 없도록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썼던 초반과는 달리, 이제 편지는 쓴 사람이 카쿄인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같이 걷고 있던 너의 손을 무심결에 잡을 뻔했어, 오늘 도시락 반찬 나눠줘서 고마워, 뭐 이런 내용들. 물론, 카쿄인도 그걸 죠타로가 읽게 할 생각은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4.

 

“이봐, 카쿄인은 어디 갔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2학년 층에 나타난 죠타로가 지나가던 학생을 대뜸 붙잡고 물었다.

 

“카, 카쿄인이요? 걔, 점심 먹고 조퇴했는데요….”

 

얼결에 붙잡혀 깜짝 놀란 학생이 더듬거리며 답해주었다. 조퇴? 조퇴라. 오늘 재단에서 정기검진이 있다고 했던 날이었던 같기도 하고. 왜 같이 점심 먹을 때 얘기를 안 해준 거지? 죠타로는 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녀석은 비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아진단 말이지. 조퇴까지 한 거면 괜찮은 건가. 어쨌든 오늘 하교는 혼자 해야겠군. 카쿄인이 간 줄 알았으면 자기도 따라가든 집에 가든 했을 텐데. 어차피 카쿄인 때문에 꼬박꼬박 등교하는 것이었다. 탈주 정도야, 뭐. 싱숭생숭해진 죠타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쏟아지는 러브레터와 마주했다. 그러고 보니 카쿄인도 종종 편지 같은 걸 받던 것 같던데. 그 녀석도 러브레터를 받나?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진 죠타로가 신발장 문을 세게 닫았다.

 

5.

 

편지들은 오늘따라 잘 타지 않았다. 소각장으로 들고 오는 그 짧은 새에 젖은 탓인 듯했다. 죠타로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완전히 불에 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타지 않고 남아 누가 발견하게 되면 그것도 난감한 일이었다. 내가 전부 불에 태운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이런 걸 써대는 녀석들도 참 이상한 녀석들이었지만. 비는 계속 내렸고, 앞에서는 불이 타고 있고. 죠타로는 카쿄인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지만, 러브레터를 잔뜩 받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담배 피고 싶다. 죠타로가 입에 문 담뱃대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이었다. 아직 타지 않은 편지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온갖 JOJO들 사이에서 눈에 띄던, '나의 STAR에게'.

 

6.

 

죠타로는 처음에 자신이 죠스타의 사람이라서 그렇게 적어둔 줄 알았다. 자신이 미국 부동산왕 죠셉 죠스타의 손자라는 건 알 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눈에 띄고 싶었다면 성공이로군. 죠타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편지를 소각장으로 던져 넣으려고 했다. …머릿속을 스치는 어떠한 사실만 아니었으면 정말 그리 했을 거다. 자신에게 STAR는 하나 더 있지 않은가. 자신의 스탠드, 스타 플라티나. 죠타로는 급하게 편지를 뜯어보았다. 러브레터는 읽지 않는다는, 자신의 법칙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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