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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想鄕

이상적인 나라

이 글은 샬로(@charloyatte )님과 연성교환을 한 글로 내용은 샬로님께서 지정해주셨음을 먼저 밝힙니다!

  • 엘수색대의 임무가 끝났다는 IF

  • 에센시아+이노센트 조합


理想鄕

Written By. AppleLetter

수색대의 기나긴 여정이 끝나고, 마계의 어지러운 상황을 하루빨리 정리하기 위해 마계의 군주는 그의 충실한 심복과 함께 마계로 돌아갔고, 나소드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던 나소드의 여왕은 마침내 이상을 실현하여 동족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동료였던 이들이 스러지고 기억하는 이들은 군주와 심복, 그리고 여왕만이 남았을 무렵.

 

“이브, 네 앞으로 연락이 왔어.”

“저한테요? 발신인은 누군가요?”

“보자……. 친애하는 나소드의 여왕에게, 강철의 군주가. 라고 적혀있어.”

 

여왕은 그 이름을 듣고서 넌지시 미소를 지은 뒤 금발 머리의 소년에게 편지를 받아들었다. 여전하군요. 잠시 편지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이내 내용물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열고 여왕은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친애하는 나소드의 여왕에게.

잘 지내고 있느냐? 짐은 잘 지내고 있느니라.

시엘이 짐의 옆에서 열심히 보좌한 덕분에 그간 부산스러웠던 마계의 일도 잘 정리하였단다. 이리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짐이 다스리는 강철령에……. (흠흠.) 이브, 너를 초대하고자 해서 말이다. 짐이 찾아가고는 싶다만 마계의 상황은 네가 알다시피 또 언제 바뀔지 모르니 말이다.

 

여기가 정리되니 짐도 이제 누군가와 모두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구나.

 

강철의 군주가.

 

다행스럽게도 군주와 그의 심복, 그리고 마계에서 만난 여러 인연이 쌓여 엘리오스와 나소드, 그리고 마계의 교류가 시작된 상황이기에 그의 영지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엘리시온은 이미 충분히 안정화된 상태였고,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금발 머리의 소년과 다른 동족들에게 일을 분배해둔다면 그리 문제 될 일은 없었기에 여왕은 고민할 것도 없이 펜을 들어 답장을 써내려갔다.

 

친애하는 강철의 군주에게

 

먼저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

 

영지를 포함하여 마계가 안정되었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소식이네요, 시엘도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입니다. 저 역시 이곳이 안정된 이후로 줄곧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초대라니, 정말 기쁜 말이네요. 응당 기꺼이 수락할 초대고요. 루의 말대로 당신이 이곳에 오는 것보다는 제가 그곳에 찾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네요. 곧 시간 내어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네요.

 

그러면 일주일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모쪼록 무탈하기를.

 

나소드의 여왕이

 

답신을 붙이고서 여왕은 잠시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수명을 다한 동료들도 있었고, 사정상 자신이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하는 몇몇 동료도 있었다. 그렇기에 편지에 쓰인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유난히도 와 닿을 수밖에 없는 단어였다. 자신이 이리 느낄 정도였으니 군주는 어떠하였을까, 거듭 말하지 않아도 그런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들과 자신은 생과 사를 함께 나눈 동료였으니까.

 

 

 

 

“그러면, 다녀올게요. 헤르바온.”

“잘 다녀와, 여긴 걱정하지 말고!”

 

금발 머리 소년의 씩씩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자신을 보좌하는 아이들과 함께 나소드의 여왕은 마계로 나섰다.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무덥고 불쾌한, 기분 나쁜 것들이 감지되었던 곳이 동료들과 다니며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사는 이들의 무던한 노력 덕분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제 더는 이곳이 그저 무덥고 불쾌한 곳이 아닌, 동료가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장소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길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자신을 마중이라도 나왔는지 익숙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브.”

 

여전히 변함없는, 그린듯한 푸른색 머리의 보좌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군주와의 계약인지 헤어졌을 때와 전혀 변함이 없는 그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린 여왕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잘 지내셨나요, 시엘.”

“당연하지, 루를 돕느라 바쁘긴 했지만 말이야.”

“사이는 여전히 좋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만….”

“보좌관의 역할이란, 그런 게 아니겠어?”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웃는 모습이란, 여전하네요. 그런 말을 하며 두 사람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불안정한 기운으로 인해 지형이 자주 뒤바뀌던 전과는 달리 훨씬 기운이 안정되어 있었고 잠시 보이는 풍경은 정겨울 정도로 엘리오스와 닮아있었다. 생물 체계는 달랐으나 마계의 식물이 피어나고 있었고, 특유의 광석도 전에 비하면 훨씬 눈에 띄게 많아져 있었다.

 

“정말…. 모두와 함께 이뤄냈군요.”

“멋있지 않아? 돌아왔을 때는 잠도 안 자고…….”

“시엘! 뭘 그리 이야기를 하느냐!”

 

변함없는 날카로운 목소리, 그러나 그것이 그를 향한 신뢰에서 나옴을 알고 있기에 여왕은 부드럽게 웃으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구나, 이브.”

“오랜만입니다, 루.”

 

고개를 돌렸을 때, 여왕의 앞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웃으며 시선을 마주하는 군주가 눈앞에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차 향기가 응접실에서 감지되었다. 그의 실력은 아무래도 마계에서도 변함없는 것 같아 말문을 열려던 찰나, 군주의 말문이 열리는 것이 빨랐다.

 

“근래에는 엘리오스와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시엘의 요리가 더욱 다양해졌도다, 초반에는 마계 식물을 보고 이리 귀여운 생물을 어떻게 자르냐며 우는 소리를 다 했었는데 말이다.”

“아아…. 시엘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네요. 확실히 교류가 늘어났다고 들었습니다, 다 루와 니찰….과 백귀왕이 함께 노력한 덕이겠죠.”

 

비록 차는 마실 수 없었지만, 향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여왕은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그들과 자신은 비슷한 결이 있었으니까.

 

“이브, 기억하느냐? 짐과 나눴던 대화 말이다.”

“당연합니다, 돌아가서 서로 어떤 이상을 펼치고 싶은가. 였죠.”

“역시 기억하는구나, 맞도다. 허면 짐은 묻고 싶구나, 이브. 네가 그려나가는 지금의 엘리시온은 그때 짐에게 말했던 나라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날카로운 질문.

가벼운 것처럼 말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질문을 하는 것이 군주의 주된 특기였다. 잠시 그 질문에 고민하듯 눈을 감았던 여왕은 이내, 자신의 곁에서 보좌하고 있는 이들을 번갈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루. 당신은 어떤가요? 그때 제게 말했죠, 당신이 겪은 비극을 다시는 겪지 않겠노라, 고. 모두가 더는 서로 고통받지 않는 마계를 만들겠다고.”

 

받은 게 있다면 되돌려주는 것도 있는 법. 그렇게 받아치고서, 여왕은 웃으며 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군주는 자신의 옆에서 말없이 묵묵하게 차를 따르는 보좌관과 여왕을 번갈아보며 은은히 미소 지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조만간 내가 찾아가도 자신 있다는 게지?”“당연합니다, 언제든 찾아오도록 하세요. 늘 열려있으니까요.”

 

오호호호, 하는 소리를 내며 웃던 군주는 차를 우아하게 마시고서 잠시 찻잔을 어루만졌다. 잠깐의 침묵,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여왕도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

“나라란 무엇인가, 이상향이란 무엇인가. 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 돌아가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이 분명 생생한데도 말이야.”

 

먹먹한 그리움.

이제는 세상을 떠난 동료에 대한 애도.

그리고…….

 

“하지만, 얻은 건 있었잖아요? 루. 좋은 동료들이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저희는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게 아닌가요.”

“그래, 루.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너무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말자. 추억은 길게, 슬픔은 짧게. 알잖아.”

 

짐짓 위로하듯 말하며 갓 구운 쿠키를 내려놓은 보좌관은 여왕의 말에 보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위로를 얻은 듯 군주 역시 이내 다시 웃으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렇구나, 후후. 틀린 말이 아니야. 짐이 또 상념에 빠졌구나.”

 

주어진 시간은 많았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온전히 자신들의 몫이었지만, 아예 혼자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괜찮을 것이다. 더는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동료라는 사실은 변치 않을 테니까.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만나는 기회는 더 많아질 테니까.

비록 마계에는 해가 들지 않아 조금은 어둑할 수 있지만, 이곳에는 강철의 군주와 그의 보좌관이 있기에 빛이 있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여왕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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