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dy Go

제 2회 아키토우 교류회 '춘하창동'에 출품 했던 소설 입니다! (2022/05/25)

시부야의 어느 어둑한 골목, 간간히 비치는 네온 사인의 조명과 가로등이 가끔씩 깜빡거리고 있었다. 남성은 품 안에 무언가를 안은 채 어딘가 황급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 이라면 어디든 좋았다.

이 계획은 분명 비밀리에 진행 되었을텐데 어떻게 알고 쫓아 오는걸까.

어쨌든 이제 이것만 무사히 건네면 거액의 돈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물품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불법으로 거래되는 마약 종류이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만 있었다. 은신 능력을 가진 운반책으로서 남성을 고용했다.

그런 남성을 쫓는 사람은 「BAD DOGS」.

그들은 2인조로 활동하고 있는데, 시부야 안에서도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라도 임무를 완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남자의 입장에선 ‘매우 재수없게’ 그들에게 걸린 것이었다. 그들은 평소에는 길거리에서 음악 활동을 하지만, 특수 조직의 일원으로서 간간히 활동하고 있다. 둘 다 나이는 아직 고등학생으로 알고 있지만 임무 수행 능력은 웬만한 성인 조직보다 뛰어나 간혹 어려운 임무에도 투입되곤 한다.

BAD DOGS의 ‘시노노메 아키토’. 그는 상대방을 끝까지 몰아 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때 축구부 에이스로 활동했던 그는 청소년 국가 대표 후보까지 갔을 정도로 타고난 운동 신경과 체력적인 면에선 굉장히 높은 수치를 보여 주목을 받기는 했었지만,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도쿄 및 주변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여러 팀에서도 가입 권유를 받았지만, 그가 보기엔 어중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금방 팀을 나와 버리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현재 함께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토우야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BAD DOGS의 ‘아오야기 토우야’. 유명한 가문의 삼남(三男), 그의 위에 있는 형들은 이미 세계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아버지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저격수로서 아들들을, 특히 셋째인 토우야를 엄격하게 키워 왔다. 그런 엄격한 훈련을 거쳐서 현재의 토우야가 있었던 것이지만, 훈련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학교 이외의 사회 활동은 전혀 할 수 없었던 그는 반항심에 이 거리로 나왔다가 같은 팀원으로 아키토를 만나게 되었고, 그가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본 이후 지금은 둘도 없는 소중한 동료로서 함께 하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 쪽으로 몰아줘.」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이 주변의 골목들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남자는 이 골목 일대는 처음 오는 모양인지 그가 몰아가는 곳 그대로 도망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하, 순순히 포기했으면 힘 들이지 않고 좋았잖아?”

“내가 이 정도로 포기할 줄 알았……”

남자가 덤벼들려는 순간 멀리서 무언가 그의 머리에 꽂히며 덤비기 전에 쓰러져 버린 남성. 쓰러진 것을 확인한 아키토는 그의 품에서 물건을 꺼내 든다. 그 순간, 토우야에게서 통신이 도착했다.

「경찰에는 미리 연락해 뒀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그건 그렇고, 엄청난 양인데 운반책이 너무 부실한거 아니야?”

「하지만 그 사람, 데이터 베이스 상으로는 꽤 높은 랭크로 나와 있던걸.」

“그래서, 이번엔 뭘로 기절 시킨건데?”

「아…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로 나온 탄환을 써 보고 싶었어.」

무전으로 말을 주고 받으며 남자의 머리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탄환, 저걸 맞는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아키토, 잠시 후 토우야에게서 연락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아키토는 맡아 두었던 물건을 넘기고는 토우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까 대치하던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두 블럭 정도 지나서 있는 호텔이었다. 둘은 미성년자 이지만 임무 수행으로 이용 하는 경우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예외 사항으로 규정 되어있다. 토우야가 예약한 곳은 406호, 창측이자 아까 대치하던 곳과 거의 직선으로 위치해 있는 위치였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빗나갈 만한 거리와 위치이니, 토우야가 꽤나 집중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아키토는 문을 두들기자 잠시 후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난 후, 문이 열렸다.

“다녀 왔어.”

“어서 와, 수고 많았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임무를 할 때, 이 순간은 마치 토우야와 동거라도 하는 듯한, 아니 더 나아가면 부부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아키토였다. 하지만 둘은 그저 파트너 관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토우야는 마침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서포터 중에서도 제일 까다롭고 예민한 ‘스나이퍼’ 이다. 어렸을 때 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했던 그는 귀가 유난히 밝은 탓에 아키토가 듣지 못하는 소리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음악 활동을 할 때에도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키토도 원래는 치렁치렁한 귀걸이를 했었다가 소리에 민감해 하는 토우야를 생각해 현재는 피어싱으로 바꿨다.

“아키토.”

“응?”

주변 정리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 토우야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아키토. 어쩐지 시계 바늘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한 기분도 든다. 토우야는 잠시 머뭇거리다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조금 출출한데 라면 먹고 가지 않을래?”

“어?…… 어, 그래…”

토우야는 미리 사 온 컵라면 두 개를 비닐 봉지에서 꺼냈다. 아키토는 냉장고에 있던 미네랄 워터를 꺼내 커피 포트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토우야는 특히나 임무 끝나고 둘이서 먹는 컵라면을 좋아 한다. 밖에서 먹을 때도 있긴 하지만, 오늘은 날도 흐리고 아키토와 조금 더 둘이 있고 싶었다. 잠시 후 물이 끓자 포트를 들고 컵라면에 부었다. 뚜껑을 덮고는 라면이 익기를 기다린다. 평소와는 달리 오늘따라 공기가 어색하게 흐른다. 아키토는 그 어색한 정적을 깨고자 입을 열었다.

“저… 토우야,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응…? 아, 아니… 딱히…”

“… 그래? 오늘 따라 좀 다른 것 같은데?”

“아무것도… 이제 다 익었겠다. 면이 불기 전에 얼른 먹자.”

“어 그래…”

좀전까지는 자연스러웠던 토우야가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아키토는 미심쩍은 표정을 하며 한 젓가락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아오야기 토우야가 시노노메 아키토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무렵, 혹독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뛰쳐 나오다 평소에는 아예 가지도 않았던 ‘비비드 스트리트’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걸어가 보니 작은 라이브 하우스 건물, 이곳 저곳에 불규칙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곤 조금 망설였지만 이내 다시 소리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수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무대 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성, 조금 거칠지만 박력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당기는 노래.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자유롭게 노래하는, 한껏 들뜬 표정의 뮤지션의 모습은 아이스 그레이 색을 띄는 눈에 강렬하게 인상을 남겼다.

‘나도 저렇게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그 날 도망쳤던 그의 길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긴 날 이었다.

라이브 공연을 본 이후, 토우야는 집에서 몰래 비비드 스트리트까지 나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래를 하던 몇 일 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키토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토우야를 발견했고, 그의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이 녀석이랑 활동 한다면 괜찮겠다’ 라는 확신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너, 나랑 같이 노래 안 할래?”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뭐지?”

토우야는 날 선 말투와 차가운 표정으로 아키토를 쳐다 보았다.

아키토는 속으로 ‘꽤 까탈 스러운 녀석이구만.’ 하곤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지금 같이 노래 부를 사람을 찾고 있거든. 몇 일 전 부터 갑자기 네가 보여서.”

“나는 그저 노래하는 게 좋을 뿐이야. 누구랑 그룹을 맺을 생각은 없어.”

토우야의 단정한 의상을 훑어 본 아키토는, ‘이 쪽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구나, 일단 주의라도 주는게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토우야에게 조언을 했다.

“… 그렇게 입고 다니면 네가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걸 알 거야. 그리고 건장한 남자여도 밤에 이 거리를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 조언 고마워, 이만 가 볼게.”

말 없이 자리를 떠나는 토우야, 잰걸음으로 아키토를 무시하고 자리를 피하다 보니 주변 지리를 몰랐던 그는 으슥한 골목 쪽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가 들어선 곳은 비비드 스트리트 내에서도 치안이 특히나 좋지 않은 구역이었다. 들어서기 무섭게 딱 봐도 품행이 단정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토우야에게 접근했다.

“여기선 못 보던 얼굴인데…?”

“헤에, 남자 치곤 얼굴은 좀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확 덮쳐버릴까?”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 치는 남성들은 토우야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변을 둘러 싸기 시작했다.

“우리 무서운 사람 아니야~ 그냥 좀, 처음 온 사람이니까 관심이 가서 말이지.”

“비켜 주세요…!”

제일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성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토우야를 보고는 팔을 세게 움켜 잡는다.

“녀석, 제법 반항하는 맛이 있는데? 이런 녀석일수록 괴롭히는 맛이 있단 말이지… 옷차림을 보니 돈도 좀 있어보이고.”

“이, 이거 놔!”

안간힘을 써서 붙잡힌 손을 떼어 보려 하지만, 힘이 어찌나 센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붙잡힌 상태에서는 자신의 능력도 무력한 상황이었다. 그 때, 어디선가 슈욱 하고 무언가 날아와 토우야가 붙잡고 있던 남성을 가격하자 남자는 “으악!” 소리를 내며 저 멀리로 한참 굴러가며 쓰러졌다. 겨우 손아귀에서 벗어나 쓰러진 남자 쪽을 보니 자신을 쫓아오던 아키토 였다.

“귀찮으니까 한 번에 덤벼!”

그의 도발적인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 들었지만 재빠른 몸놀림으로 차례차례 넘어뜨리고 있었다. 마치 슬로우 모션이라도 건 듯 순식간에 여섯명 정도를 간단하게 때려 눕히자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성은 겨우 일어서서 뒷걸음질 치며 “너, 너…!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둘거야!” 라고 으름장을 놓은 채 급히 도망갔다. 아키토는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라고 손을 탁탁 털며 말하곤 토우야 쪽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갑자기 엉뚱한 길로 가니까 깜짝 놀랬잖아, 여긴 특히나 치안이 안 좋은 곳이야. 아, 난 시노노메 아키토. 나도 너처럼 거리에서 음악을 하고 있어.”

“… 난 아오야기 토우야.”

“사실 네가 노래 하는걸 몇 일간 봐 왔는데,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잘 부르는데 늘 혼자인것도 그렇고 마침 같이 음악 할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

토우야는 아키토를 지긋이 쳐다보다 잠시 생각 하더니 입을 연다.

“… 그럼 네 노래도 들려 줘,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야.”

“어?… 어, 그래.”

아키토는 자신이 주력으로 부르는 장르의 음악을 틀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토우야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토우야가 느끼기에 기술적인 면에서는 조금 서툴지만 그의 스트리트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노래였다. ‘비비드 스트리트의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진지하게 듣던 토우야, 잠시 후 노래가 끝나자 아키토는 토우야에게 물었다.

“어땠어?”

아키토의 물음에 토우야는 잠깐의 침묵 후 말한다.

“생각해 볼게.”

“바로 내치지 않는걸 보니 조금 마음이 흔들린 모양이네? 그럼 반 정도는 성공한 거라고 봐도 돼?”

아키토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토우야는 하루 정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아키토는 꼭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키지 않으면 거절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 있으면 내일 방과 후 ‘WEEKEND GARAGE’ 라는 카페로 와 달라고 했다. 토우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키토의 안내 덕분에 역 앞까지 올 수 있었다.

“… 오늘은 고마웠어.”

“나야말로, 답 기다릴게. 조심히 가.”

토우야는 짧게 목례를 하곤 플랫폼 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뒷모습을 본 아키토는 토우야가 자신의 제안에 꼭 응해줬으면 좋겠다고 오늘부터라도 물 떠 놓고 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

아키토는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토우야가 어떻게 응답을 할 지, 그것 때문에 수업 따위가 귀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만큼 토우야가 거듭 찾던 파트너로 적합한 사람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그와 헤어진 후 그 특이한 투톤 머리를 어디선가 봤었지 하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TV에도 여러번 나온 적 있는 유명한 음악가인 ‘아오야기 하루미치’ 의 셋째 아들이었다.

짧지만 그의 인터뷰 기사도 있었는데, 그의 집안은 유명한 음악가이자 스나이퍼로 유명한 집안이기도 했다. 그의 아들 중에서도 토우야가 재능이 제일 뛰어났고, 그것을 알아본 부모님은 그런 그를 엄격하게 키웠다고 나와 있었다. 토우야는 저항 없이, 그것이 당연한 운명이라 생각하여 매일 훈련과 연습을 해 왔다고 적혀 있었다. 형들은 이미 현역에서 활동 중인데, 해외에 나가있는 모양이다. 함께 실려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니 딱 봐도 굉장히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 딱 봐도 꽉 막힌 집안이군.”

들은 체 만 체한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키토는 재빨리 WEEKEND GARAGE로 향했다. 그곳은 비비드 스트리트에서 어느정도 음악을 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뮤지션 ‘시라이시 켄’이 운영하는 카페로, 카페이지만 가끔씩 식사도 판매하고 있는데 아키토는 그 곳의 ‘치즈케이크’를 가장 좋아한다.

시라이시 켄, 비비드 스트리트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뮤지션이자, 최고의 드림팀이었다. 10년 전, 초능력을 악용한 무리들이 일으킨 테러 사건 때, 그들을 포함한 12명의 초능력자들이 막은 사건이 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도쿄 일대의 사람들이 다 날아갈 뻔한 대형 테러 사건이었다. 그 중에는 토우야의 아버지도 있었고, 시라이시 켄과 그와 함께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 흩어지고 전선에서 나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있으며 아키토도 그 중 한 명이다.

카페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린다. 켄 씨는 아키토를 반갑게 맞아준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아키토. 그러고보니 아까 너를 찾는 사람이 있던데, 저기 안 쪽 자리에 앉아 있으니 가 봐라.”

“……!”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토우야임을 확신하며 아키토는 재빨리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익숙한 투톤 머리가 보였고 아키토는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여기에 왔다는 건, 나랑 같이 할 생각이 있다는 거지?”

그 날 이후로 둘은 BAD DOG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음악 활동과 함께 특수 활동도 조금씩 시작하게 되었는데, 활동 내용에 따라 비중은 달랐지만 회수 하거나 저지 하는 임무 등의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는 아키토가, 원거리에서 지원이 필요하거나 정보 수집이 관련된 활동은 토우야가 하는, 서로의 포지션을 파악하고 팀을 이룬 것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균형이 맞는 팀 이 되었다. 평소에는 라이브 하우스나 길거리에서 라이브를 하며 음악 실력을 쌓아 올렸고, 가끔씩 특수 활동을 하면서도 팀워크를 쌓았다.

그렇게 둘이서 팀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이 된 현재, 토우야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소중한 파트너인 아키토에게 파트너이자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그를 바라볼 때 마다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공연을 할 때 노래를 부르다가 갑작스럽게 손을 맞잡는 하는 행위나 토우야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칭찬이랍시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행동을 할 때 라던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간혹 장난으로 둘이 사귀는거 아니었냐는 식으로 얘기하곤 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친구를 사귀어 본 경험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지만, 간혹 아키토가 축구부 용병으로 지원을 나가느라 하교를 혼자 한다거나, 혹은 무언가 혼자 하게 될 때 자신도 모르게 “아키토도 같이 있었으면…” 이라는 말을 은연중에 했던 적이 있었다. 혼자 명상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 보기도 했다. 직접 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자신을 그저 어른들의 말에 따라 움직이던 노예 같은 일상으로부터 구원해 준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임무 할 때에는 정신 없이 뛰어 다니기 때문에 그 와중에는 잘 모르지만, 끝나고 나서는 엄청난 허기감이 온다. 임무 후에 먹는 라면 맛은 솔직히 각별… 까진 아니지만, 토우야와 함께니까 나쁘지 않다. 아키토는 컵라면 하나를 비우고는 미네랄 워터를 마시는데, 토우야가 물었다.

“아키토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어?…… 뭐… 없… 진 않지.”

‘확실히 아키토는 상냥하고 인기도 많고, 운동도 잘하니까. 나는 그저 친구일 뿐 이겠지.’

“뭐야,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럼 반대로 물어보자, 토우야는 있어?”

“…… 있어.”

“헤에? 누군데?”

“있지만… 비밀이야.”

“…… 나한테도 말 못할 사람이야?”

토우야에게서 다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쩐지 어색해진 분위기에 입은 작아도 먹는 건 의외로 잘 먹는 토우야였는데 라면을 다 먹지 않고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본 아키토는,

‘나한테 말 못 하는 녀석이라면 나도 아는 녀석인가… 하지만 주변엔 딱히……’

말 없이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서려는 토우야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하고 먼저 방을 나섰다.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든 아키토는 토우야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몇 일 뒤, 또 새로운 임무를 위해 둘이서 지정된 위치로 향했다. 이전에 임무를 수행했던 곳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 이었고 토우야는 근처 호텔에서 대기, 아키토는 필드에 나가 있었으나 아직 적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토우야, 여기 맞아?”

「응, 장소는 여기가 틀림 없는데…」

‘이상한데, 어쩐지 느낌이……’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느낀 순간 토우야와의 통신이 끊겨버렸다. 다시 연결하려고 시도했지만 기기가 아예 꺼진 모양이었다. 설마, 적들은 거래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목적이었나! 하고, 아키토는 급하게 토우야가 있는 곳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본부에서 지시 받은 위치는 이 곳인데, 주변에 아무런 전파 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토우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지만 숨기고 접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본부에도 물어 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 때, 아키토에게서 통신이 왔다.

「토우야, 여기 맞아?」

“응, 장소는 여기가 틀림 없는데…”

「으음, 근데 왜 본부에 통신을 보내도 답이 없지?」

‘이상한데, 어쩐지 느낌이……’

하는 순간 뒤에서 무언가 자신을 덮쳐왔다.

“!!”

소리로 들었을땐 3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들어와 토우야의 얼굴에 자루를 씌웠고, 그렇게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아… 키토…… 이건… 함정이었어……’

정신을 차려 눈을 떠 보니 주변이 매우 깜깜한 것이 눈 주변에 무언가 씌워진 모양이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지 매우 조용했고,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지상은 아닌 것 같았다. 손과 발은 굵은 노끈으로 묶여있었다. 잠시 후,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리고, 다급해 보이는 발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토우야!”

“아키토…!?”

“괜찮아?”

아키토는 토우야의 얼굴을 뒤집어 썼던 천을 걷어 내고 묶여있던 손과 발을 능숙하게 끊어 내었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되어있는 끈을 단번에 끊는 사람은 같은 능력자 중에서도 좀처럼 없다. 아무래도 매우 화가 난 상태이겠지, 하고 분석하고 있는 토우야 였다. 숨을 돌리기도 잠시, 뒤에서 정찰용 로봇들이 무더기로 몰려왔다.

아마도 잠입이 아닌 정면 돌파를 강행하여 온 모양이었으나, 반 쯤 돌아가 있는 아키토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토우야를 구하겠다는, 손끝 하나라도 댔으면 다 조져버릴 예정이었기에 토우야한테 아무 상처를 내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토우야, 움직일 수 있겠어?”

“응… 앗!”

“왜 그래?”

“아… 왜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아까 납치 당할 때 수면제를  흡입 했는데 그게 아직 안 풀렸나봐.”

“뭐?”

아키토는 얼마나 독하게 썼길래 지금까지도 안 풀린거야? 하곤 토우야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 아키토!?”

“토우야, 이제부터 다시 정면 돌파할 거니까 꽉 잡아.”

“어… 응… 알았어.”

“진짜 꽉 잡아야 돼!”

“?... 으아앗!?”

아키토가 가방 끈 쪽에 있는 핀을 하나 제거했다.

가방이 아니라 엔진이었는데, 그것도 실험중인 로켓 엔진이었다.

“이, 이건… 써도 되는거야?! 아직 실험 중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책임 진다고 했으니까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하, 그럼 어떻게 저 많은 것들을 뚫고 가려고 생각 했어? 앞이 막혔으면 위로 가야지!”

“에?”

토우야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위쪽으로 튀어 올라버렸다. 분명 지하였는데 순식간에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아키토는 뒤에 메고 있던 엔진을 밑으로 벗어 버렸다. 잠시 후 밑으로 떨어진 엔진의 폭발을 뒤로 한 채 상공에 떠 있었다. 아키토는 “맛이 어떠냐!” 라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을 때, 토우야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저… 아… 키토…”

“응?”

“나… 난… 고소 공포증이…”

“하?...”

토우야는 질끈 눈을 감으며 아키토를 꼭 끌어 안아버리고, 당황한 아키토는 얼른 밑으로 내려갔다. 안정감 있게 착지 후, 토우야를 바닥에 앉혀 놓는다.

“괜찮아? 미안…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

“괘… 괜찮아… 조금만 쉬게 해줘…”

“어… 그, 그래… 미안하다…”

아키토는 토우야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 시키려 하자 누군가 둘 앞으로 걸어왔다.

“아키토, 그렇게 무턱대고 가면 어떡해? 또 혼나겠다!”

“내 동료가 붙잡혔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

“하여간… 토우야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쳇, 너도 코하네 일이면 그럴 거잖아.”

“하긴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럴것 같네, 코하네는 소중한 동료이자 연.인. 인걸~?”

“저게 진짜…!”

옆에서 아키토를 약올리는 여성은 BAD DOGS와 라이벌 팀으로 가끔 합동 임무를 하는 Vivids의 멤버인 ‘시라이시 안’ 이었다. 밤하늘 같은 검정에서 파란색 톤의 긴 머리를 가진, 별이 수놓아진 듯한 별 머리 장식까지, 그녀를 본 사람들은 밤하늘의 기사라고 부른다. 그렇게 셋이 모여 있는 곳으로 또 누군가 찾아온다.

“안쨩~~! 시노노메 군, 야오야기 군!”

멀리서 열심히 뛰어오는 그녀는 안의 파트너인 ‘아즈사와 코하네’ 라는 여성이었다. 어딘가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안과 함께 팀웍을 발휘할 때는 또 과감한, 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용하는 능력은 치유 및 복원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하는 무기로는 햄스터 메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안은 코하네를 와락 끌어 안으며,

“코하네~~!! 오는 데 힘들지 않았어?”

“괜찮아! 켄 씨가 차를 태워 주셨어.”

“아빠가?”

저 멀리서 한 남성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안의 아버지이자 전설의 팀 중 한 명인 ‘시라이시 켄’. 한 때 능력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능력자들을 서포트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넷은 차를 타고 본부로 돌아가며,

“미안해… 아키토, 시라이시, 아즈사와, 그리고 켄 씨까지… 걱정 끼치게 해 버렸어.”

“네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잖아. 내가 함정인 걸 몰랐던 탓이지…”

“아이 참! 둘 다 잘못한 거 없어, 조사해 보니까 호텔 주인하고 짜고 쳤다고 하더라.”

“아… 그러고보니, 그 때 주인은 다른 사람 이었던것 같기도… 아마도 복장이나 그런건 비슷해서 못 알아 챘었나봐,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오니까 주인이 당황해 하더라구.”

“그래서! 우리가 추궁해서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까지 물어봤지~!”

“누군데?”

“요즘 크게 성장하고 있는 범죄 조직이더라, 근데 토우야를 납치 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몰라도 뭘 모르는 녀석들이네. 이렇게 세콤 남친이 있는데 말야~”

“남친… 이라니…”

“시노노메 군, 아오야기 군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마워, 아즈사와. 시라이시도, 켄 씨도 감사합니다.”

“뭘,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 그나저나 아키토가 그렇게 주저없이 강행 돌파 하는건 나도 처음 봤어.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성은 있는데 말이야. 저번에 고위 간부 구출 할 때도 엄청 신중했잖냐.”

“하? 켄 씨까지… 제가 그렇게 보였었나요…?”

그런 말을 들은 아키토는 괜히 부끄러워 졌다. 그러고보니 토우야가 납치되었다! 하고 생각한 순간 이후에는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잘 나진 않지만, 켄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안이 대신 현장에서 합류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안의 말에 동조라도 하는 듯 그 와중에 토우야는 왠지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아키토는 안의 말에 왠지 분하면서도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켄은 룸 미러로 그들을 슬쩍 보고는 “한창 좋을 때지.” 라고 중얼 거리곤 엑셀을 밟았다.

몇일 뒤, 아키토는 지난 번 납치 되었다가 구출 후 귀환하는 길에 얼굴을 붉히는 토우야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 왜 그때 그런 표정을 지은거야? 마치 안의 말이 맞다는 듯 하는 것 같잖아…’

“아키토?”

골똘히 생각하던 아키토 옆에 휘핑이 잔뜩 올라간 바닐라 라떼를 가져온 토우야가 말을 걸었다. 그의 손에는 항상 먹는 블랙 커피의 머그잔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휴일이라 간만에 센트럴 파크에 있는 단골 카페에 둘이 나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데이트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에게는 항상 하는 일 이었다. 특히 아키토는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에 토우야도 아무말 않고 어울려 주고 있다. 

한 번은 아키토가 “너, 카페 오는거 별로 안 좋아하면 나 혼자 다녀도 돼.” 라고 하자 “아니, 아키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가게마다 사용하는 원두도 다르고 로스팅 방식 등이 다르니까 각각의 개성이 있어서 그런걸 즐기는 재미도 있어.” 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키토는 “... 그러냐. 난 라떼만 먹어서 커피 맛은 잘 모르겠던데.” 하곤 멋쩍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 아냐 아무것도.”

“아키토는 나의 소중한 동료인걸, 부디 부담 가지지 말고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어… 고마워. 근데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 알았어.”

아키토는 앞에 놓인 라떼를 쭉 빨아 마셨다. 마주 앉은 토우야는 가지고 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슬쩍 쳐다보는 아키토, 남자 답지 않게 미형의 얼굴이었다. 긴 속눈썹, 투명한 피부, 그리고 오른쪽 눈 밑에 정점이라도 찍는 듯 점 하나가 찍혀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 시선을 느낀 듯 토우야는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아키토를 쳐다 보았다. 그러다 다시 눈길은 책의 활자로 다시 돌렸다. 조금 민망했는지 “화장실 갔다 올게” 하고 자리를 잠깐 뜨는 아키토에게 “다녀와.” 라고 말하는 토우야. 혼자만 남은 순간, 책을 덮고는 스마트 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다.

「... 어떤거 같아?」

「토우야, 이건 아키토도 마음 있는거 맞다니까? 네 일이면 무조건 달려와서 해주는 것도 그렇고, 솔직히 우리한텐 까칠한데 너한텐 한 없이 다정하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냥 소중한 동료니까 그런거 아닐까?」

「동료여도 그런 생각 안 해… 나랑 코하네는 예외지만! 아무튼 너희도 참 답답하다! 그런 마음으로 2년 동안 버틴 것도 대단하네.」

추가로 온 문자 답장을 확인하기 전에 아키토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스마트폰을 엎어 내려 놓았다. 아키토는 “토우야, 뭐 보고 있었어?” 라고 말을 걸어왔다. 토우야는 “아, 집에서 연락이 와서…” 하고 얼버무려 대답했다. 집안 관려 일이라면 아키토도 별 다른 이유를 묻지 않아서 그렇게 대답했다.

“요즘도 아버지가 뭐라 하셔?”

“아… 전 보단 덜 하지만 가끔은.”

“그렇구나, 정말 꽉 막혔네.”

“후후, 그래도 이렇게 된 건 아키토 덕분이야. 만약에 그 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 훈련을 계속 하고 있었겠지… 저, 미안하지만 오늘은 집에서 밥을 먹기로 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오, 왠일로…?”

아키토가 토우야를 의아하게 쳐다보자 토우야는 “오늘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는데 오늘은 꼭 일찍 들어오라고 하셨어.” 하고 얼버무렸다. 아키토는 “그래? 알았어. 가서 어땠는지 얘기나 해줘.” 하고 아키토와 함께 역 앞에서 헤어지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다른 누군가가 토우야에게 다가온다.

“어휴, 숨는다고 힘들었네, 항상 이렇게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구나? 남자 둘이 이러기 쉽지도 않지만 흔하지도 않는데.”

“그런가?”

“어쨌든, 아키토도 저번 태도를 봤을 땐 토우야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쟤도 참 이런데선 완전 쑥맥이네.”

“그걸 어떻게 알아?”

“으음~ 여자의 감도 있지만… 이런게 안 느껴져?”

“미안… 나는 잘 모르겠어.”

“네 잘못은 아니니까 나한테 사과 할 필요는 없어~ 뭐, 나중에 잘 되면 밥이라도 사 주던가!”

“그렇게 할게.”

토우야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아키토는 오늘따라 토우야가 약간 평소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지? 정말 부모님한테 연락이 온 걸까? 부모님이라면 전화로 직접 얘기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혹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 녀석이 연애 할 리가 없잖아…”

본인도 모르게 토우야를 생각하고 있었고, 혹시나 그에게 연락을 하는 상대가 있는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얼굴을 붉혔던 이유는 무엇일까? 누나인 에나한테 상담 하기는 어쩐지 민망하다. 그 때, 스마트폰에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안 이었다.

「오늘도 토우야랑 같이 있었어?」

「네가 뭔 상관이냐?」

「에이, 안 봐도 비디오인데 뭐.」

「용건 없으면 문자 보내지 마. 피곤하니까.」

「내가 토우야 관련으로 정보 하나 주려고 했는데 싫으면 말고!」

「뭐?」

「대박 문자 엄청 빨리 오네;;」

「뭔데? 이상한 농담 같은거면 가만 안 둬.」

「내가 그런 거 보낼 시간이었음 코하네랑 문자 주고받는게 더 낫지! 아무튼 토우야가 요즘 좀 이상하지 않아? 평소랑 다른 행동을 한다거나…?」

「뭐야, 너 뭐 아는 거 있어?!」

「어라라, 너도 눈치 챈거야?」

문자 내용을 보지도 않고 아키토는 바로 안한테 전화를 걸었다.

“안, 너 뭐 알고 있는거 있어? 최근에 토우야가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는 것 같던데. 오늘도 그랬고….”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최근에 토우야가 다른 여성이랑 같이 있는 걸 봤대.」

“… 뭐?”

「으음… 나도 전해 들은 얘기지만, 집안끼리 아는 사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그 얘기를 한 사람이 음악 관련으로 발이 넓으신 분이라 비비드 스트리트 이외에 다른 곳도 돌아 다니셔서 여기 저기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거든.」

“그거 진짜야?”

「어쨌든 지금 두 집안에서도 결혼 시킬려고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하더라. 아키토, 네가 생각 나서 연락했어. 너 토우야 좋아하지?」

“(알고 있었냐… 하긴, 이 녀석은 그러고도 남긴 하지.) 윽… 그, 그래… 그냥 파트너이니까 소중하다고 생각 했던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서야 그 마음이 그렇게까지 변하더라.”

「(뭐야, 역시 서로 좋아하고 있었잖아? 하여간 남자들이란 손이 많이 간다니까.) 그러면 토우야가 다른 사람하고 연을 맺기 전에 마음을 확실히 전해 두는게 좋지 않을까?」

“그건… 그 녀석은 딱히 게이도 아니고, 나도 게이는 아닌데, 얘기했다가 서먹해질것 같아.”

「나도 코하네랑 사귀기 전 까지 딱히 내가 레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좋으면 사귀는거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휴… 솔직히 이런 얘기 하는거 쪽팔리긴 한데… 그래도 조언 고맙다. 토우야랑은 제대로 얘기해 봐야겠어.”

「잘 됐으면 좋겠네, 되면 코하네랑 나한테 밥이나 사!」

“알았어.”

아키토는 안의 말에 용기를 얻고, 조만간 토우야에게 얼른 자신의 마음을 전할 것을 다짐한다.

토우야와 또 다른 임무에 참가한 아키토,

이번에는 둘이서 현장 급습을 하는 임무였다. 조금 복잡한 건물이고 힘으로는 부수기 힘든 복잡한 트랩을 설치하는 것이 특기라는 정보가 있어 토우야가 동행하게 되었다. 앞장은 아키토가 서고 뒤에서 토우야가 서포트 하는 식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조금 걸어가니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두터운 문이 등장했다. 아키토는 이 정도면 풀 파워로 부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이런 구조의 문은 부수면 폭발하는 장치가 함께 있을 것이라는 토우야의 조언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토우야가 노트북을 가지고 문 옆에 있는 USB 포트와 연결했고, 구조는 생각보다 간단해서 금방 풀어냈다.

수월하게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서 이 정도면 안 하느니 못한거 아니냐는 아키토의 말에 토우야는 이 중에 반드시 어려운 곳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기 무섭게 다음 관문에 들어 서면서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노트북으로는 한계가 있는 수치를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노트북도 무리가 가기 시작하면서 결국 방전이 되어 버렸다. 학교 수업은 대충 들었던지라 무얼 배웠는지 생각도 잘 안나는 아키토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주위를 둘러보며 발각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 이었다. 토우야가 노트북으로 해킹하는 걸 숨기는 것도 아키토의 일이었다.

‘하아… 진짜, 이게 뭐냐… 난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고 있잖아.’

“아키토?”

“어, 어??”

“뭔가… 기운이 없어 보이네…?”

“그냥…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안 되는게 답답해서. 공부라도 좀 할 걸 하고…”

“후후, 그런 생각을 한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키토는 항상 앞에서 날 도와줬잖아. 오히려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는걸.”

“그치만… 내가 무턱대고 들어가서 함정에 빠졌을 때 라던가… 그런 때도 많았으니까.”

“확실히, 완전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직접 몸으로 배웠으니까, 나는 그런 경험도 좋고, 일단은… 아키토랑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

“어…… 나, 나도… 토우야가 파트너라 다행… 이라고나 할까. (이 녀석은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하네.)”

“그런데… 이 문구는 뭘까?”

“뭐?”

토우야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화면에 비춰진 글자를 읽는 아키토.

“‘마음을 고백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이라고?”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하고 아키토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조직은 정말 특이하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토우야가 입을 열었다.

“마음을 고백한다는 건…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고백하는 거겠지?”

“뭐… 그렇지?”

토우야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아키토, 나는 아키토에게 받은 것이 많아. 집에서 뛰쳐 나와 방황하던 나에게 새로운 음악의 길을 알려 주었고, 이렇게 밖에서 임무도 수행하게 되고. 정말 행복한 시간을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

“어… 야… 그렇게 장황하게 얘기하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 런가?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얘기한 건데….”

“그, 그건 알지만…!”

“그리고.”

“응?”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아키토는 이미 좋은 여자친구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 그 분이랑도 잘 되었으면…”

“뭐? 누가 그래?!”

“시, 시라이시가 그랬는데…”

얼빠진 표정으로 토우야를 바라보는 아키토,

토우야는 자신이 뭐 잘못 얘기라도 했냐는 표정이었다.

애써 진정한 아키토는 

“그럼 하나만 묻자, 너 여자친구 있어? 그 여자랑 결혼 하는거야?”

“결혼…? 여자? 무슨 소리야?”

“아오… 역시 거짓말이었네. 네가 어떤 여자랑 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나한테 안이 얘기해 줬었어.”

“아, 그건 아마 사키 씨 였을거야.”

“뭐? 여자랑 있던 건 사실이야?”

“응, 근데 츠카사 선배의 여동생 분인데 츠카사 선배 생일 선물을 같이 골라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같이 있었을 뿐이야.”

“뭐야… 그 자식 여동생도 있었냐.”

“그 자식이 아니라 츠카사 선배야.”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번에는 아키토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토우야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토우야 너를 좋아해. 친구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네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네가 원치 않는다면 나는 파트너만으로 남아도 괜찮아.”

“아, 아키토…”

“미안… 갑작스럽게 얘기해서 놀랐지, 내 마음 속에 담고 있던 말인데 이 정도로 얘기 했으면 문도 열리겠지…! 이 임무가 끝나면… 나랑 파트너를 그만 두어도 좋아, 너랑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아… 아니야! 나는… 나도 아키토를 좋아해! 물론 연애 감정으로서!”

“…하?”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더니 대형 모니터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아주 익숙한 여성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야호~ 둘 다 축하해! 남동생 군, 박력 있었어!”

“뭐, 뭐야!?”

“아, 아키야마…?”

“흐흥~ 안 한테 부탁을 받아서 임의로 임무를 만들었지! 이름하여 ‘고백하면 나갈 수 있는 방’ 임무!”

“나, 난 시라이시한테 얘기 했었는데…”

“어휴… 둘이 짜고 친거였구만!!”

“참.고.로! 이 장면은 본부와 전교로 퍼졌답니다☆”

“진짜냐?”

아키토의 대답에 미즈키는 여러 구역의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다니는 카미야마 고등학교부터 능력자 본부, 그것도 전국 본부에 송출 되고 있었다.

『너네 빼고 둘이 사랑하는거 다 알고 있었다고 ㅋㅋ』

『와 고구마 100000개 먹은줄 알았다 진짜~』

『진짜 안 사귀는 거였어? 그렇게 둘이 붙어 다니면서?』

등의 여러 코멘트가 화면에서 떠 다니고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토우야와 제대로 먹었구나 하는 표정의 아키토.

분노보다는 어이가 없어 맥이 빠져 버렸다.

“야… 토우야, 너 이거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몰랐던 사실이야. 임무를 시라이시가 전달해 준 것 말고는…”

“… 거기서 부터 낚였구만.”

“… 미안…”

“아냐, 기분 나쁜것도 아니고 네가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 그냥… 진작에 이런 마음을 미리 전했었다면… 싶어서. 남의 도움을 받은게 조금… 부끄럽네.”

“아키토…!”

“그… 상황이 좀… 요란하지만… 아까의 대답은 OK로 생각하면 되는거지?”

“응!”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과 그들을 축하해주는 여러 학생들과 동료들은 화면 너머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었다. 그 와중에 미즈키가 청중들은 진정 시키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작전도 보기 좋게 끝냈으니 파티라도 하자구!”

“여기서?”

“아니~ 바로 텔레포트 신호 보낼게!”

말이 끝나자 마자 작은 캡슐 하나가 토우야의 손에 들어왔다.

“그 녀석, 이런 능력을 쓰는것도 신기하다니까.”

“응, 참 편리한 능력인 것 같아.”

“얼른 가자고.”

토우야가 캡슐 겉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본부로 이동하였다. 본부에 오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다함께 모여 있었다.

“아니 누가 결혼하는 줄 알겠어요….”

“결혼까진 아니지만, 모두가 커플로 이루어지길 가장 바랬던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까지 축하해 주는거지!”

“아… 그것 참 고맙네요.”

“공개적으로 이렇게 되니까 조금 부끄럽긴 하네요…, 감사합니다.”

“오, 토우야군이 부끄러워 하는거 처음 봤는데~!? 사진 찍어 놔야겠다!”

“어이, 사진 찍지 말라고!”

“어머나~ 세콤 남친 등장이네~!”

미즈키가 한창 아키토를 놀리고 있는 와중, 안과 코하네가 다가왔다.

“어땠어? 서프라이즈 이벤트!”

“시라이시, 그… 이렇게 까지 크게 준비할 줄은 몰랐어.”

“야, 뭘 이런걸…! 뭐 그래도… 덕분에 토우야가 나랑 같은 마음인 건 알았지만… 고맙긴 한데…”

“뭘 그렇게 신경 써! 어차피 다들 너희 둘이 서로 삽질하는 거 다 알고 있었는데.”

“진짜…?”

“어라라~ 둘 다 진짜 모르고 있던거야? 주변 사람들은 다들 ‘쟤네 사귀네~’ 이러고 있어서 진짜 사귀는 줄 알았던 애들도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까지 생각을 한거야?”

“그거야~ 항상 붙어 다니고! 한 명이라도 없으면 다들 이상한 표정으로 왜 한 명이 없냐고 묻지 않았어?”

“뭐… 그랬었나? 근데 우리라고 항상 붙어 있는건 아니라고.”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된거지!”

“모두한테 신경을 쓰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맙습니다.”

토우야는 꾸벅 인사를 했고, 아키토도 뒤늦게 덩달아 인사를 했다. 

이렇게 둘은 정식으로 연인 사이로 공표 되었고, 서로에 대한 유대감은 매우 깊지만 정작 뭘 해야할 지 몰랐던 둘에게 Vivids가 더블 데이트를 하는 등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교제를 시작한 지 3년 째 되던 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둘은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물론 능력자로서의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연소로 리더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마지막 음악 활동으로서 Vivids와 함께 전설로 남은 이벤트를 하고 음악 생활을 뒤로 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알콩달콩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카테고리
#기타
추가태그
#아키토우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