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in

해적x인어 AU, 해적 이라곤 하지만 의적 입니다 :) (2023/02/22 작성본 백업)

바다를 모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 있어, 그 소문은 바로 북쪽 지역의 해안을 지날 때면 구슬프게 우는 듯한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심하면 방향 감각을 잃어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 하기도 한대.

에이, 그게 진짜일 리가 없잖아.

저택의 하녀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하염 없이 스노우 볼만 쳐다보는, 시노노메 가문의 차남으로 있는 '시노노메 아키토'는 출세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모험만이 그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 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그는 말로는 해적이라고는 하나 약탈을 일삼는 해적들과 싸우는 것 외에는 그저 모험을 즐길 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의적, 그런 그에게 '바다의 붉은 호랑이' 라는 별명이 붙었다. 머리도 주황 계열에, 착용한 의상까지 붉은 계열. 그리고 해가 되는 세력은 철저히 짓밟고,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돕는 것이 수호 동물로 알려진 호랑이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머리에 노란색의 피스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어느것도 두려워 할 것이 없던, 항상 자신 만만했던 그는 어디로 가고, 어째 한숨만 푹푹 쉬는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1

내가 그 녀석, 아름다운 인어 '아오야기 토우야'를 만나게 된 것은 불과 일주일 전,

어김없이 예정대로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지역의 해안을 지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항해를 하던 중, 맑고 푸르렀던 주변이 갑자기 안개가 잔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 함께 들려오던 노랫소리, 그 목소리는 맑고 아름다웠지만 어쩐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이 해안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노래를 들어본 적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몇 번 지나 다닐 때에도 들어 본 적이 없어 그저 무성한 괴담 같은 것인줄 알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미리 귀마개를 준비했지만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안개 때문인지 배는 그만 암초 같은 것에 크게 부딪혀 부서져 버렸다. 노랫소리는 여전히 은은하게 들리고, 거기에 선원들의 당황하는 소리만 덧붙여 들릴 뿐 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어디론가 휩쓸리는 듯 바닷속으로 삼켜지는 감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바닷속인듯 주변은 고요했다. 내가 죽었나? 싶어 볼을 꼬집어 봤지만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까 전의 상황과는 너무 대조되는 광경과 분위기였다. 다른 선원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걸까, 지금 나만 표류하게 된건가?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 움직여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내 몸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몸은 점점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점점 더 깊은 바닷속으로 몸이 내려간다. 다시 한 번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

무언가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물고기인가? 아니면 상어? 아니면 말로만 듣던 피쉬맨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본 것은 푸른 빛의 지느러미 뿐,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의식을 잃어버렸다.

또 다시 죽지 않고 눈을 떴다.

어쩐지 죽다 살아나는 기분이라 묘한데, 이번에는 바닷속이 아니라 땅 위에 누워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봤던 생명체가 나를 이곳으로 옮긴 모양인데, 작은 동굴 안인 듯 했다. 앞에는 무언가 불을 피우려던 흔적이 있는데, 결국 피우지 못한 모양이다. 아까와 달리 몸은 굉장히 가벼웠고, 상처가 단 하나도 없었다. 휩쓸릴 때 나무판에 살짝 긁힌 자국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거기에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다. 하긴, 기존에 입던 옷은 무겁기도 하고, 물에 젖어 축축해서 계속 입고 있었으면 지금 살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구해줬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인기척은 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기로 생각 하며 작은 동굴을 나와보니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인 모양이다. 이 지역은 워낙 섬이 많은 곳이라 어디에 놔도 이상하지는 않은 곳이긴 하다. 그대로 해변을 따라 쭉 걸어보니 역시 무인도가 맞았다. 사람이 살던 흔적 자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나저나 대체 어떤 생명체가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놓았을까… 혹여나 다시 오지 않을까 싶어 일단 동굴로 돌아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환했던 바깥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슬슬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불을 피워 보았다. 나름대로 이런 스킬을 배워두었는데 드디어 써 먹는구나! 

나를 구해준 생명체가 불을 피우기 위한 도구와 나뭇가지를 모아준 덕분에 따로 구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이 정도면 지능이 있는 종족이란건데, 피쉬맨은 같은 물고기 수준의 지능이라 들었으니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할 것 같고, 사람도 아니라면 책으로만 봤던 인어...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인어는 몇 백년 전에 멸종한 종족이라고 책에서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설마 인어가 있겠어? 그럴 리 없지. 하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굴 입구에서 멈칫하고 있는 인간의 실루엣, 내가 깨어난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는지 도망치려던 것을 쏜살같이 잡았다.

나보다는 조금 키가 큰, 머리색이 독특하게도 한 쪽은 연한 하늘빛, 다른 한 쪽은 새벽 하늘 빛과 같은 남보라빛의 머리색을 가진 미형의 인간 남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주같이 희고 고운 피부 곳곳에 조금씩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비늘 같은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말을 내 뱉었다.

"너, 인어야?"

"아……"

그 짧은 순간 나에게 붙잡혀 당황한 남성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내 손을 빼려고 하고 있었다. 손목도 굉장히 얇아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이 생겼다. 그를 진정시키고자 감사 인사부터 하기로 했다.

"저… 일단 구해줘서 고맙다."

"딱히 감사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야."

"… 손에 든 건 뭐야?"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각종 해산물이 들어있는 자루였다. 아무래도 내 상태를 보러 왔다가 먹을 거라도 구해 놓고 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이왕 가져온 건데 그냥 도로 가져가려고?"

"이, 이건 그냥 심부름으로…!"

"너, 거짓말 서툴구나."

그의 말은 딱 봐도 거짓말인 것이 티가 나서 나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이름이 뭐야? 난 시노노메 아키토 라고 해."

"…… 아오야기 토우야."

"헤에, 바다에 살면서 겨울 자를 쓰는구나."

"인어라고 해도 인간의 생활 양식이랑 비슷한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구나, 하긴 바다 위 아래를 오락가락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 여기까지 왔으니 너도 같이 먹고 가면 어때? 구해준 보답 할 겸."

가져온 재료만 딱 봐도 요리에 대해서는 무지해 보였다. 있는 재료로는 스프 정도만 끓일 수 있으려나…

적당히 오목한 돌을 냄비로 삼아 스프를 만들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한지 계속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는 토우야.

"왜? 너네는 이렇게 안 해 먹어?"

"우리는 불을 사용하지 않아서, 불 쓰는건 처음 봤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 보는 그를 보자 재빨리 표정을 바꾼다. 부끄러운지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그래도 선상 생활을 하면서 배운 요리 실력이 있어서 그런지 그럴듯 하게 만들어 졌다.

"뜨거우니까 식혀가면서 먹어. 근데 솔직히 입맛에 맞을 진 모르겠다."

"후-… 후-…"

열심히 식히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귀엽네, 솔직히 이렇게 예쁘게 생긴 녀석은 나도 살면서 처음 본다. 예쁜 여성은 많이 봤지만, 예쁜 남성은 좀처럼 없으니까. 옛날에 읽은 책에는 외모 탓에 인간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인어를 납치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솔직히 내가 인어였다면 내 조상들을 해친 인간을 보자 마자 주먹부터 날렸을지도 모를 텐데 이 녀석은 처음에 나와 눈을 마주 쳤을 때 놀란 것 빼곤 크게 경계심은 없어 보였다. 내가 요리하는 모습도 굉장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식었다고 생각했는지 한 술 떠서 입에 넣는 토우야, 조금 오래 식히던데 그것 마저도 인어에게는 뜨거운 모양이다. 배가 고팠는지 그 이후로 말 없이 그 작은 입으로 먹기만 하고 있었다. 나도 한창 배가 많이 고파 말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 였으니까. 나지막하게 잘 먹었다고 말하는 모습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입맛에는 맞았어?"

"응, 인간의 음식은 우리가 먹던 것 보다 훨씬 맛이 풍부하네."

"그래?… 인어는 주로 뭘 먹는데?"

"우리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날 것으로 먹으니까… 주로 해초류를 먹고 살아."

'그러니까 그렇게 말랐지…'

"인간은 더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살겠지?"

"그렇지, 해산물 뿐만이 아니라 육지에 있는 고기도 먹고 그러니까."

"육지의 고기라, 혹시 저기 날아다니는 새도 잡아 먹어?"

하늘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가리키는 토우야, 아키토는 긁적이며, 

"... 저 새는 안 잡아 먹지만, 다른 새는 먹기도 해."

"그렇구나, 언젠가 나도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가 보고 싶네."

"아... 그럼 이 근처에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라던가... 그런 곳을 알아?"

"음... 여기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섬 하나가 있어."

"혹시 그 쪽으로 안내 해 줄 수 있을까?"

"안내는 괜찮지만, 어떻게 가려고?"

"근처에 있는 나무들로 뗏목을 만들어서 가려고. 그런 손질은 옛날부터 잘 했으니까."

"... 내가 도와줄 건 없을까?"

"아... 그럼 엮을만한 덩쿨 같은것만 모아 줄래?"

"육지 식물은 잘 모르지만 해초 중에도 질긴 식물이 있어. 그걸로 찾아 올게."

"부탁할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부서져 있는 나무들을 살펴 보았다. 생각보다 단단한 재질이어서 이거면 괜찮겠다 싶었다. 큰 나무판 여러개를 주워 토우야가 가져온 해초 덩쿨로 묶어 뗏목을 만들었다.

"이게 바로 뗏목이구나."

"이것도 책에서만 본거야?"

"응, 근데 비가 오거나 그러면 힘들겠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러면 한 이틀 뒤에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 혹시 날씨도 감지할 수 있어?"

"우리는 피부로 감지 할 수가 있어. 바람의 흐름이나 공기의 수분량 같은거."

"그렇구나... 신기하다! 아, 식량도 확보해 두어야 겠구나... 혹시 그 섬까지 어느 정도 걸려?"

"그리 멀진 않아서, 하루 안에는 갈 수 있을거야."

토우야의 말을 듣고 아키토는 2일 뒤 출발해서 먹을 것 까지 확보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은 날이 많이 어두워 졌고, 곧 오게 될 비를 피해 동굴로 뗏목을 끌고 들어와 자신도 잠을 청했다.

자신은 몰라도 찬 바닥에 그냥 눕히기는 그래서 자신이 입었던 겉옷을 벗어 토우야가 누울 자리에 깔아 주었다.

"아... 이렇게 까지 안 해도 괜찮은데."

"내가 보기 불편해서 그래, 일단... 이불이 없는건 미안하지만 그거라도 깔고 누워."

"... 고마워, 아키토의 체온은 따뜻하구나..."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인간의 체온은 우리랑 달리 따뜻하네, 기분 좋다..."

온화한 표정과 함께 잠이 들어버린 토우야의 말에 묘한 기분을 느꼈고, 덕분에(?) 나는 그 생각 때문에 밤을 지새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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