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야 생일 합작] 무제

21년도 토우야 생일 합작 때 썼던 글 입니다.

누군가의 생일이라던가, 기념일은 챙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게 가족들 끼리도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걸 챙기지 않게 된 계기, 누나인 에나와 아버지의 사이가 나빠지면서부터 쯤이었던 것 같다. 시라이시나 아즈사와라면 서로 챙겨주거나 하지 않을까 하지만 한 번 물어봤다가 시라이시가 두고두고 놀릴 것 같아서 패스 하기로 했다.

함께 하는 파트너이자 이제는 연인이 된 우리들,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지는 이제 1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고, 데이트를 따로 할 것 없이 항상 붙어다녔기 때문에 데이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교제 이후로 처음으로 맞이하는 토우야의 생일이라서도 그렇고 지난 생일 때의 보답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요리를 대접하는 일도 집에 가족이 없거나 해야 가능한 일이라 패스, 피닉스 랜드… 도 생각했지만, 일단 바이킹이나 제트 코스터 같은건 무리일것 같고, 또 원더 랜드 스테이지에서 그 괴짜 원투랑 마주치는건 극구 사양하고 싶은 마음이다. 토우야 녀석, 어렸을 때 부터 그 놈의 영재교육 때문에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었을텐데, 웬만하면 해보지 못한 걸 경험 시켜주고 싶었다. 그냥 단도직입으로 물어볼까… 하고 3초 정도 생각해 봤는데, 그 녀석 분명 "나는 아키토랑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좋은걸." 하면서 또 오그라드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것 같단 말이지. 뭐, 나도 녀석이랑 있는거면 뭐든 좋지만…

그 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발신인이 토우야였다.

"여보세요."

『아, 아키토. 통화 괜찮을까?』

"어, 괜찮아. 무슨 일 있어?"

『꼭 그런건 아니지만…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윽… 잘도 그런 말을…'

『후후, 혹시,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아?』

"응?"

주말이라, 마침 연습도 쉬는 날이었지… 하고 달력을 보니 5월 25일, 토우야의 생일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그 날이 네 생일이네."

『응, 생일인데 집에 있기는 뭐하고, 혹시 아키토가 괜찮다면 같이 있어줄 수 있을까 해서…』

"당연하지, 근데 집에서는 딱히 챙겨 주거나 하진 않아? 지금이야 고등학생이니 그렇다 쳐도."

『글쎄… 난 생일이든 뭐든 매일 연습만 해 왔어서… 사실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작년엔 게임 센터나 거리를 돌아 다녔었고.』

"하아…… 정말, 너네 부모님도 참…"

『이젠… 안 하니까 괜찮아.』

"음… 혹시 하고 싶은거나, 가보고 싶은 곳이라던가 있어?"

『… 나는 아키토랑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좋은걸.』

역시, 예상대로의 대답이어서 놀랍지도 않다.

"이거…… 데이트… 인거지…?"

『그런가…? 아… 나, 해보고 싶은게 생각났어.』

"응?"

『책에서 보면, 연인들끼리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거나 그러던데,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것도 해보고 싶어.』

"에… 영화관도 한번도 안 가본거야?"

『혼자 갈 일도 없고… 영화도 본 적이 거의 없었어.』

의외인데, 하고 생각하다가 아. 정말 꽉 막힌 생활을 했었구나. 그걸 용케 버티다 못해 빠져 나왔지만…

나도 영화 보는게 취미는 아니었던지라 어렸을 때나 중학교 때 무슨 숙제로 한번 보러 간 적은 있었다. 보는 도중에 졸아버렸지만, 어쨌든 이것도 리스트에 넣기로 했다.

"좋아하는 장르라던가… 는 미스테리 쪽으로 보면 되나?"

『아니어도 괜찮아.』

"오케이, 그럼 지금 상영중인 목록 링크 보내줄게. 그리고 또 해보고 싶은건?"

『얼마전에 아키야마가 추천해 준 디저트샵을 알고 있는데… 혹시 아키토도 알아?… 아키야마한테 공유 받은 링크 보냈어.』

"어디…… 아, 여기… 얼마 전에 에나 녀석이 갔다 왔다고 자랑하던 곳인데… 나도 눈독 들이고 있던데니까, 나야 땡큐지."

『다행이다, 그럼 거기도 가자.』

"좋아. 다른 건 차차 생각해볼까…"

『아키토도 나랑 가보고 싶거나, 해보고 싶은게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 줘.』

"아직 날짜는 여유 있으니까, 생각나는 거 있으면 서로 얘기하자."

『응, 고마워.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늦게까지 미안, 내일 학교에서 보자.』

"어, 그래."

서로 전화를 끊고서 공유한 리스트를 확인한다. 헤에, 요즘 많이들 보는 영화가 뭐더라? 반 애들이 얘기하는걸 대충 들은것 같긴 한데 대충 흘려 들었는데 코믹이 좋을까 하고 보니 그 녀석, 크게 웃은걸 본 적이 없어서 은근 궁금하기도 한데 로맨스는 내가 졸 것 같고, 액션이나 미스테리가 나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럼 일단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은 확정이고, 디저트샵도 확정. 식사라던가 다른 장소에 가는걸 정하면 되겠군, 반 애들한테도 좀 물어보고 그래야겠다고 다짐했다.

*

그렇게 시간은 흘러 대망의 토요일 겸 토우야의 생일날이 되었다. 나름 첫 데이트… 이니까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평소처럼 입기는 조금 그렇고. 토우야는 어떻게 입고 올지, 일단은 캐주얼하게 입기로 하고 집을 나서려던 찰나, 주방에 나온 에나는 "뭐야, 평소보다 쪼~끔 차려 입었네? 소개팅이라도 나가냐?" 라고 놀림조로 말했다.

"알 필요 없거든."

"헤에~ 맞나보네… 혹시 그 파트너 군?"

"… 시끄러워."

"올 때 치즈케이크나 사와."

에나의 말을 무시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일단 들었으니, 사올 수 밖에 없나… 하아. 그 정돈 자기가 좀 사오라고.

토우야와 만나기로 한 곳은 번화가에 위치한 쇼핑 센터 앞이었다. 시간을 보니 30분 정도 빨리 나와 버렸지만 노래라도 들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만, 이미 나와있었구나.

"먼저 왔으면 얘기하지."

"괜찮아, 나도 방금 왔어."

평소에 입던 스타일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차림이었다. 녀석도 어떤걸 입고 나올지 고민했던걸까, 가벼운 남색 폴라티 위에 얇은 코트를 걸치고 있는, 일자핏 슬랙스의 단정한 차림도 꽤 잘 어울린다. 스트리트 이외에 평소 입을법한 옷차림이긴 하지만.

"아키토도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입었네."

"어… 뭐 그렇지…?"

베시시 웃는 토우야를 보고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얘는 내 마음도 모른 채 미안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얼굴이… 빨갛네…? 괜찮아?" 라고 묻는다. 저기요 누구누구씨 때문에 안 괜찮거든요.

"… 괘, 괜찮아. 그, 그럼 일단 영화관부터 갈까…?"

"응."

영화는 무난한 코믹 로맨스물을 보기로 했다. 마냥 로맨스만 있는건 아니라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보다가 잠들어 버리면 그것도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인데 코믹이라니까 괜찮겠지. 표 값이 아깝지 않기만을 바랄 뿐, 만난 곳에서 5분 정도 걸어 영화관에 도착했다. 로비에는 역시나 커플 아니면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예약한 티켓을 출력하고 영화 시작시간까지 약간 시간이 있어 입장 전에 팝콘과 음료를 구매하고, 잠시 로비에서 대기하는데 토우야는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팝콘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잔뜩 기대했나보네. 잠시 후, 입장이 가능하다는 전광판을 보고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제자리를 찾아 앉아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거의 맨 뒷자리, 오전 일찍이라 그런지 관객이라곤 조금 앞 열의 커플 두 쌍 정도만 있었다.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되면서 주변이 어두워진다. 토우야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 되면서 생각 외로 재밌는 내용에 나도 모르는 사이 몰입하게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토우야의 손에 들려있는 팝콘통에 손을 가져간 순간, 토우야의 손과 내 손이 맞닿았다. 토우야가 손을 살짝 빼려고 하자 나는 손을 끌어 잡아 깍지를 끼었다. 토우야는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 주저하다 맞잡아 주었다. 서로 쑥스러워 아무말 않고 스크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깍지를 낀 채 영화를 보고 있는 장면이란, 좀 웃긴것 같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좋았다. 그렇게 무난하게… 영화를 보고 나서 토우야는 나에게 감상을 이야기했다.

"사실 교제를 하지 않고 봤다면 이해가 잘 안 갔을 내용일수도 있는데, 경험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는 크네,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거 같아."

"뭐, 그렇지. 솔직히 지루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행이었어. 슬슬 점심시간인데, 먹고 싶은거 있어?"

"음… 팝콘을 먹어서 딱히 먹을 생각이 없긴 한데…"

"그럼 그냥 바로 디저트 카페로 갈까?"

"난 좋아."

점심은 건너 뛰고 가기로 한 디저트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오픈 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엑, 실화냐…"

"한정 메뉴 때문에 먼저 와 있던걸까?"

"… 아무래도 그렇지?"

다행히 한정 메뉴를 먹을 수 있는 순서였고, 번호표를 부여 받아 잠시 다른 곳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여기도 커플 아니면 친구들 끼리 온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만 남자끼리여서 솔직히,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끼긴 했지만 에나랑 뒤늦게 와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헛걸음 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 드디어 카페에 입장을 했다. 핑크색 톤으로 꾸며진 카페에 남자 고등학생 둘이 들어서니 역시 주목을… 받게 되는군.

"두 분 이신가요?"

"네."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종업원은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하필 창가쪽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곤 하는 자리였다. 구석 쪽이 좋은데 쳇…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던 토우야는,

"이게 한정 메뉴인가?"

"어… 응."

"폭신폭신 엔젤링 팬케이크라, 비주얼은 꽤 화려해 보이네… 그럼, 이 케이크랑 블랙 커피랑 카페 라떼 한 잔씩 주세요."

종업원은 주문 확인을 하곤 알겠습니다. 하고 메뉴판을 들고 사라졌다.

부끄러워하는 나와는 달리 무덤덤한 표정의 토우야는 주변을 둘러본다.

"잘도 그런 단어를 얘기하는구나."

"메뉴 이름이 그런걸, 그나저나 여긴 여성들이 선호하는 카페인가보네."

"분위기를 보면 모르냐… 에나 녀석이랑 오면 그나마…… 아니, 그 녀석 SNS 사진 올린다고 빨리 못 먹게 하니까…"

"후후, 누나랑은 여전히 사이가 좋구나."

"쳇, 별로… 그냥 나도 궁금하니까 같이 오는 것 뿐이야. 억지로 끌려 올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한창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쯤, 음료가 먼저 나오고, 곧이어 기다리던 한정 팬케이크가 나왔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 그대로 화려한 비주얼에 토핑이 잔뜩 있는, 폭신해보이는 팬케이크.

"하… 맛있겠다…"

토우야는 팬케이크를 본 내 모습을 보곤 피식 웃으며, "얼른 먹자." 하고 권해주었다.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기 좋게 나누어 잘랐다. 팬케이크를 한 입 베어물자 사르르 녹는 질감과 폭신한 느낌이 좋았다. 적당히 달짝지근한 것도 좋았고, 꽤 만스러운 맛이었다.

"헐… 완전 맛있네…"

내가 팬케이크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핫 하고 토우야를 보니 토우야는 그런 나를 보곤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 너무 쳐다보는거 아냐?"

"아, 미안…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칫…… 그러지 말고, 너도 먹어 봐, 일찍 온 보람이 있는 맛이야."

"응."

토우야는 작은 입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 맛있어."

"그치? 이런 팬케이크라면 맨날 먹을 수 있을거 같아."

그렇게 사이좋게 팬케이크를 먹고 가게를 나왔다.

오늘 먹은 팬케이크는 오랫만에 만족스럽게 먹은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어디보자, 다음은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했다.

딱히 살 건 없지만 혹시라도 코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토우야도 싫지 않다고 얘기 했고. CD 매장이나 의류 매장 등, 그리고 토우야가 관심 있을 만한 도서 매장도 갔다. 다만 책을 너무 오래 읽는 탓에 중간에 끊어줄 필요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옥상 정원에서는 마술쇼도 했는데, 역시나 토우야는 흥미롭게 보다가 시범으로도 참여하기도 하고, 주말에 방문한 종합 쇼핑몰에는 토우야의 호기심을 자극 시키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경험이 없었던거 아닌가 싶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벌써 저녁 무렵이 되었다.

"꽤 많이 걸은것 같은데, 힘들지 않아?"

"괜찮아. 오늘은 아키토 덕분에 즐거웠어."

"… 뭐,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도 오늘 토우야랑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

"함께 어울려줘서 고마워. 여러모로 아키토한테 많이 도움 받는 것 같네."

"그렇게 말할 것 까지야… 아, 아까 옥상 정원에서 좀 있다가 불꽃놀이 한다는데 한번 가볼래?"

"불꽃놀이?"

"헐, 설마 불꽃 놀이도 본 적 없는거냐…?"

"…… 미안."

"아니, 미안할 것 까지야…… 그럼 보러 가볼까."

토우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정말이지. 하면서 손을 잡고 옥상으로 향했다.

마침 시작하기 전, 근처 노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들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쇼핑몰 옥상이다보니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고,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는 모습을 쳐다보는 토우야를 쳐다보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귀엽긴 하지만, 한편으론 아무리 생각해도 경험이 너무 없는거 아닌가 싶어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한창 불꽃놀이가 절정에 다다를때 쯤.

"… 토우야."

"응?"

"… 그… 생일… 축하해…"

막상 말하고 나니 뒤늦게 부끄러워져서 토우야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 보던 토우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마워, 아키토 덕분에 즐거운 생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어서. 아키토와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

"어, 어…… 내가 말하고도 괜히 부끄럽네…"

불꽃놀이는 이미 끝나 있었지만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조금만 더 같이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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