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 없는 세계관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색다름을 즐길 수 있는 타지의 것이 마음에 드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 티엔은 향긋한 홍차를 충분히 즐기고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어제 보니 저택이 조금 소란스럽더군."고향의 차 한 잔은 마음을 조용하게 적셔 준다. 익숙한 만큼 더 좋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눈길
안타리우스의 습격에 홀든이 무너진 날, 홀든 가가 있던 잘츠부르크는 거대한 장례식장이 되고 말았다. 당연했다. 검의 길을 꿈꾸는 쾌검사 지망생들부터 검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근처 사는 김에 엄마아빠 등쌀에 떠밀려오게 된 동네 꼬마들까지 있는 곳이 홀든이었으니까. 홀든 가의 쾌검사들은 필사적으로 분투하여 마을을 지켰으나 그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지는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은 추억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글의 아버지 볼프강 홀든 경은 고루하고 고지식하며 비인간적일 정도로 냉혹하고 엄격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삼형제에게 너희는 형제가 아니라 가주의 자리를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라 가르치며 키웠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심지어 형제들을 두고 미묘한 알력 싸움이 일다 못해 누군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부모의 떠나는 길을 배웅하는 게 자식의 의무라지만 ‘힘’을 얻게 된 이후로는 그게 적어도 홀든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으로 옳은 일을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귀족의 의무는 나이가 들며 차츰 보편 의무로 여겨졌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생일 전후로 우체통에 꽂혀있는 안부편지들이 꾸준히 상기시켜주는 그 날짜를 다이무스는 매번 잊었다. 지난한 전쟁의 시대에도 굴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선물들을 보고서야 어제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하루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무스의 생일에 시큰둥한 것은 실상 그 자신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조차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