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바닥을 밟는 구두소리 신기한 울림을 내었다. 잠뜰은 건물의 문양과 이음새를 신기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여러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이런 목조건물의 형태를 보는 것은 드물었다. 곡선과 직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형태가 자신이 살던 세계의 건축물과는 또 다른 멋을 내었다. 건물 구경을 끝낸 잠뜰은 어느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나자
노을이 지는 시간, 붉은빛으로 물든 바다 위에 거대한 배가 한 척 떠있다. SP CRUISE라고 커다란 글씨로 적혀있는 배는 어떠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항구에 정착해있었다. 내일 열릴 선상파티의 준비를 모두 마친 배의 관리자들은 일찍 쉬러 들어갔고, 항구에서 배로 오르는 길만을 극소수의 관리인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귀한 손님을
육지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에 바닷냄새가 실려 있다.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길잡이 삼아 작은 어선 여럿이 항구를 떠나고 있다. 만선을 기대하며 물살을 가르고 짠 바다향이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나아간다. 하얀 갈매기 여러 마리가 날개를 펴고 부두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낚싯대와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이 바쁘다. 활기가 넘쳐나는 항구의 모습이다. 다만
여로고등학교 정문 앞. 한 흑발의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서 있다. 황금빛 눈동자는 기다리는 사람을 찾는 듯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니, 다시 보니 주변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지는 않은 지 경계하는 눈빛이다. 눈가에 피곤함이 짙게 묻어있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에 남자의 하얀 토끼 귀가 쫑긋했다. 고동색 자켓에 하얀 크라바트를 단정히 메고, 검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