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건 전부 매드 패러독스의 잘못이었다. 잘못 매드 패러독스가 다른 시공에 불시착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그 시공에 매드 패러독스가 아닌 ‘애드’가 존재하는 건 늘 있던 일이고, 그걸 지나치지 않고 구태여 찾아가 타임 패러독스를 발생시키는 건 매드 패러독스의 취미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방금까지 자신의 몸이 얼마나 고깃덩이와 유사하게
또 비다. 여름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다. 디셈블러는 익숙하게 길을 적시는 비를 바라본다. 한 방울, 두 방울. 툭 툭 보도블럭의 얼룩처럼 보이던 것은 어느덧 바닥의 채도를 전부 낮춰버린다. 시간에 맞지 않게 어두워진 바깥은 조만간 번개마저 칠 기세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 죄다 책에 코라도 박을 기세로 어깨도 웅크리고, 목도 숙이고. 아주 자는 것들도
쾅! 와장창쨍그랑… 적막을 깨부수는 소리는 늘 요란했다. 그러한 소음이 늘 마스터 마인드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음은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자신의 보안을 뚫어낸 침입자가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음은, 침입자의 정체를 명확히 하는 탓도 있었다. "또 뭐야?" "... 닥쳐봐." 간신히 한마디 뱉어낸 타임 트레이서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울컥거리며 새어나오는
"악!" 머리채가 잡혔다. 익숙한 일이다. 디셈블러의 머리가 유독 긴 것도 있지만, 그 머리를 잡아당길 만한 인간군상이 흔한 환경에 있는 것도 익숙해짐에 한 몫했을 테다. 아픈 놈들의 성질이 평소보다 더러워짐은 당연한 일이요, 전투의 열기로 예민해진 것들은 만만해보이는 의료인들에게 막대하기 십상이었다. 물론 잡히는 일에 익숙하다 해서 짜증이 나지 않는 것
야. …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네가 하는 지랄은 아니겠지. 그런가. 자, 더 먹어. 진짜 지랄이다… 디아볼릭 에스퍼는 도축되기 직전의 짐승처럼 내장이 비워진 채, 가슴을-물리적으로- 활짝 열고 웃었다. 이거 봐. 내 심장이, 너를 향해 뛰고 있어. 양동이 위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로 잘도 말하는 구나. 머저리. 상냥하게 대해줘. 그렇게 굴면 도망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