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연아!" 어느 고등학교 정문. 모처럼 딸을 마중나온 아빠와 반갑게 아빠에게 다가가는 딸. 흔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아예 보기 드문 광경도 아니었다. 교복을 입은 딸의 가슴에는 유아연이라는 노란 명찰이 여름 오후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정문에 있어서 깜짝 놀랐어. 어쩐 일이야, 아빠?" "간만에 오프 나서 마중나왔지." "안녕하세요." "안
태어난 것은 축복이요, 살아가는 것은 생명이니. 유상일은 박근태가 태어난 날의 숫자를 보며 반가움을 숨길 줄 몰랐다.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사람과 자신이 태어난 날이 같다니. 해는 다르더라도 한날한시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유상일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을 향해 비난적인 잣대를 치켜들었을 때, 유일하게 내민 도움의 손을 잊지 못한
-결정했어. 나, 잠입요원 일에 지원할 거야. 박근태는 그 말을 처음 들었던 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돈의 흐름을 따라 하나 둘씩 서울로 상경한 조폭무리는 적지 않았다. 개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것이 바로 선진화파였다. 호랑이를 잡고 나면 호가호위하는 무리들은 금세 뿌리 뽑을 수 있을 터. 경찰의 옷으로 보기 좋게, 드러나지 않게 가렸을 뿐, 박근태는
"국장님." "....." "...국장님!" "아, 아.....미안하네. 근태. 뭐라고 말했나?" "큰 게 아니라 국장님의 안색이 몹시 좋지 않아 보여서 잠시 눈을 붙인다거나 바람을 쐬고 오는 건 어떠실까 해서.." "철야인데 어떻게 안색이 좋겠나.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지금 존 것으로도 충분하네." "다른 팀원들도 잠시 숨 돌리고 있는 걸 확인해보고 오는
권현석이 죽었다. 박근태 자신의 선택, 자신의 결단이었다. 그 결정 과정에 장희준은 없었다. 말을 보탠 적은 있었지만 유상일처럼 격양시켜 자멸시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세훈 경사를 죽인 것은 오인 사격이었다. 장희준이 덮고 스스로 묵인해 오인으로도 자신이 죽였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박근태에게 권현석의 죽음이야말로 최초의 살해나 다름없었다. 살의를 내재하고
관자놀이를 꿰뚫렸던 두 사람이었고, 그 상처는 둘 다 살아남은 것이 한없이 기적에 가까울 만큼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조속히 구급요원들이 경찰과 함께 들이닥쳤다는 것, 마침 남은 것이 불량 탄환이었다는 것이 두 사람의 목숨을 겨우 이승에 붙들어 놓았다. 총구를 당긴 건 유상일이었지만, 유상일이 박근태와 총구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박근태의 손상은 유상일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