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를 찾고자 한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을 덜어내며.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도날드 트럼프가 되었다. 한국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랍시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 세계 곳곳에는 전쟁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죽어간다. 홍콩은 중국에 덮였고 버마는 아직 싸우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짓눌려있고, 미국 대통령이 저런 이상 많이 힘들 것 같다. 여성혐오 범죄는 너무 자주 일어나 대서특필조차 되지 못하고, LGBT는 드라마에서 존재가 지워진다. 해수면은 상승하고 이상스레 더운 11월이다.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지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시황의 불로장생약처럼 멋들어진 하나의 원인이 있었으면 싶어진다. 원인이 있겠지. 이 세상이 이렇게 이상하고 나빠지기만 하는 데에 이유를 찾게 된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지리멸렬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문득 오래 전 찾은 답을 떠올리고는 한다. ‘어쨌든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개인에게 있어 복잡한 곳이다. 우리와 저들의 거리는 너무 멀고, 우리와 저들로 나누고 나면 내 삶은 평화롭고 좋아질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한 개인이 진정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란 나와 내 주변 뿐이다. 원래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러니까 함께 있어야 한다. 의식적으로 미움을 멀리해야 한다. 어느 하나가 없어지면 모든 게 나아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너무도 복잡한 세상에서 단절되었기 때문에 한 개인의 목소리는 다른 너머로 가기 쉽지 않다. 그와 반대로 인터넷이 발달하여 저 너머의 일도 내 일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그래서 더 빨리 지치고 더 빨리 무력해진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심란하고 슬픈 일이다.
어쨌든 함께 있어야 한다…. 학교에 안좋은 일이 연달아 생겨 기자들이 강의실까지 드나들고 유족들이 다른 학생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때, 전원 구조되었단 배가 자고 일어나니 수몰되어 있을 때,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누군가 비명횡사했을 때, 그러고도 또 참사가 일어나고 또 다시 전쟁이 이어질 때, 나는 어느 날의 저녁을 떠올린다. 청포도 타르트와 다른 맛있는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있었다. 지인들과 손에 손을 잡고 불을 끈 채 추모했다. 우리는 함께 있었다. 지금과 같이 추운 때에 한참 촛불시위가 이어지던 날, 친구들과 훠궈를 먹고 시위 현장까지 술에 취해 한참을 걸었다. 학내 게시판에 힘들다는 글이 올라오면 그 애를 찾아 밥을 먹였다. 사람은 한 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고들 한다. 내게는 그런 날들이 그런 기억일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던 나날들 말이다. 고작 그 정도밖에 안되는 일이고, 한 개인은 고작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지만, 별거 아닌 그런 것들이 내게는 위로가 된다. 이런 날과 같이 심란할 때에는 그래서 밥을 먹고, 친구들의 소식을 찾아보고, 가시적인 도움을 찾아본다. 이를테면 기부금 영수증으로 찍히는 후원금이라던지. 아무튼 그렇게 산다.
그러니 어쨌든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 친구들아. 지난 며칠간 듣던 노래를 같이 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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