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의 바다/i7a] 준쫑+뱅빵 소설 무료 배포본 안내

당일 출력인 관계상 배포는 10~11시쯤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양

A5 / 표지 없음 / 중철 / 16~20페이지

위치

샘플 (4페이지 분량)

일단 최종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성준수로부터 ‘나 좀 늦는다’는 메시지와 ‘누구 좀 데려갈게’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받았을 뿐, ‘언제 오느냐’, ‘누가 오는 거냐’는 메시지에는 답을 받지 못했다. 어쨌든 성준수가 굳이 집까지 데려온다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나름 친할 것이다. 저희가 사귀는 것까지는 몰라도 같이 사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잘 보여서 나쁠 게 없다. 갑작스런 일정이 툭 튀어나온 게 몹시도 불쾌했으나 안 된다고 해 봤자 이미 통보가 온 이상 뭐라도 해야 했다. 최종수는 일단 청소부터 하기로 했다. 어제도 해서 깨끗하지만, 누가 봐도 흠 잡을 곳 없이 멀쩡하지만 혹시라도 먼지 하나 내려앉아있으면 안 되니까 청소기도 열심히 돌리고 환기도 열심히 했다. 냉장고를 한 번 열어보고 비어있는 곳을 채우기 위해 마트까지 다녀왔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손님 맞이에 한창이었던 최종수가 맞이한 건 당연하게도 애인이자 동거인인 성준수와,

“나 왔다.”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할게~”

불청객 박병찬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전영중까지.


“싫어.”

성준수의 짧은 듯 긴 설명이 끝나자마자 최종수는 즉답했다. 일단 저에게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이 통보한 성준수의 태도가 싫었고, 그 부연 설명에 포함되는 박병찬도 싫었고, 박병찬을 따라온 전영중도 싫었다. 무엇보다 박병찬은 인천까지 오가기가 귀찮아서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전영중은 성준수의 본가와 가까운 곳에 본가가 있다 하지 않았나? 거기서 오가면 될 것을 굳이 친구가 애인이랑 사는 집에 와야 할 이유가 있는가? 최종수 생각으로는 절대 없었다. 성준수는 이럴 거라고 생각했는지 맞은편에서 제 옆으로 건너와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두 덩치가 이쪽을 신기함 반, 두려움 반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전자는 제가 성준수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어서일 테고, 후자는 쫓겨날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일 테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자, 한 번만 봐주자며 저를 설득하는 성준수의 모습은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 애처로움의 원인이 저 둘이라면 더더욱 싫었다.

최종수는 또 말했다.

“싫어.”

갑자기 박병찬이 끼어들었다.

“거 봐, 준수야. 내가 안 될 거랬잖아.”

전영중도 숟가락을 얹었다.

“준수야. 신경 써 주는 건 고마운데 우리 그냥 다른 데 알아볼게.”

성준수는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오직 최종수 얼굴만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간절해 보이는 얼굴을 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성준수가 또 말했다. “야, 최종수. 진짜 딱 한 번만. 어? 딱 한 번.”

최종수는 한숨을 쉬었다. “……성준수 진짜 짜증 나.”

어쨌든 성준수가 박병찬을 데려온 이유는 알겠다. 동문이고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니까 자취집 수도관이 갑자기 터져서 온 집안이 잠기는 바람에 수도관도 수리하고 이사할 집도 알아봐야 하고 가구도 다 다시 사야 하는데 그동안 학교도 다녀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하니 다른 집을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머무르게 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은 어떻게 생각하면 타당하긴 하다.

근데 전영중은?

최종수는 아무렇지 않게 성준수와 이야기하며 뭔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는 전영중을 노려보았다. 최종수는 싫어하는 사람으로 두 명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조건 전영중을 고를 수 있었다. 둘 사이에 별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니지만…….

“최종수.”

“왜?”

“저 방 좀 같이 치우자. 손 모자라니까 좀 도와 줘.”

신세진다는 놈들더러 치우라지 왜 주인인 내가 치워야 하느냐는 말이 입만 열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최종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두 면상이 꼴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성준수에게 따질 시간이 필요했다.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은 최종수가 성준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삿대질했다. 사람한테 삿대질 하는 게 예의는 아니란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성준수는 개가 잘못했을 때 짓는 옆눈 표정 따위를 잠깐 짓는가 싶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갈 데가 없다는데 그럼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병찬 형이 부탁하는데 그걸 또 어떻게 거절해. 네가 언제부터 부탁 거절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걔가 선배냐? 선배도 아닌 사람 부탁 하나 거절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어? 너 성준수 맞아? 아니, 야. 최종수. 랩 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저 둘은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한테 감사해야 해. 이게 네 집이야? 내 집이지. 네 집이었으면 내가 나갔을 거야. 알아? 넌 쟤네 때문에 내가 집을 나가는 게 좋아? 아니, 야. 좋겠냐고. 근데 왜 말을 안 하고 무작정 데려와? 말하면 안 된다고 할 거 뻔한데 어떻게 말을 하냐?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너 진짜 성준수 맞아? 아, 맞다고. 맞다고.

성준수는 제 잔소리를 피해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쨌든 기숙사 생활을 한 놈 답게 칼각으로 맞추거나 올바른 자리에 치우는 건 나름 볼 만했다. 하는 짓이 너무 괘씸하게 팔짱이나 끼고 삐딱하게 서서 지켜보기만 했더니 저를 보고 한숨이나 쉬는 게 아닌가! 얼굴만 잘나면 다인 줄 아는 놈이! 최종수는 진짜로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무르기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야, 종수야. 진짜 미안하다. 난 준수네 집인 줄 알고 부탁한 건데 너네 집인 줄은 진짜 몰랐어.”

창문까지 열었으니 청소기만 돌리면 끝인 방을 나서자마자 박병찬이 진짜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양손 가득 무겁게 온 건 좋은데 음식이 하나같이 자극적인 것들 뿐이다. 분명 배달을 시켰거나 제가 성준수와 방을 치우는 동안 밖에 나가서 사왔을 것이다. 그 뒤에 서 있는 전영중의 양손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근데 왜 이렇게 많지?

“이왕 같이 지내는 거 사이좋게까진 안 바랄 테니까 싸우지만 말자. 어? 준수를 봐서라도. 어? 알겠지?”

최종수는 다시 성준수를 쳐다보았다. 성준수는 아예 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게 눈도 못 마주칠 일은 왜 만드는 건데? 개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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