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쫑] 옛날에 썼는데 안 올린3

어제 경기가 그렇게 끝내줬다는데 창원에서 올라오느라 직관을 못 했다. 경기가 없거나 같은 지역에서 해야 좀 볼 텐데 구단이 다른 건 이럴 때 좀 불편하다. 성준수는 어제 생중계했던 경기 영상을 TV에 틀었다. 패드로 봐도 괜찮겠지만 이왕 미러링이 된다면 크게 보는 편이 낫다. 풀 코트를 뛰고 혼자서 52점을 쑤셔 넣었다던 미친 새끼가 애인이라는 걸 놀라워 해야 할지 부러워 해야 할지 가늠이 어려웠다.

시즌 중에는 거의 만날 일이 없거나 집에서 가끔 마주치고, 그마저도 자고 일어나면 제가 먼저 나가거나 상대가 나가는 걸 소리로만 들어야 해서 얼굴 보기가 꽤 힘들었다. 오늘은 현관에 신발이 있길래 거실로 들어오면서부터 찾으려다가 혹시 몰라 안방 문부터 열어 봤다. 성인 남자 둘이 자도 남을 만큼 거대한 킹 사이즈 침대 위에서 최종수가 조용히 잠들어있다. 최대한 기척을 내지 않고 문을 닫으면서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른 게 경기 관람인데, 생각해 보니 그냥 패드로 보는 게 더 조용했겠지만 이미 재생된 건 어쩔 수 없다. 성준수는 소리만 두 칸 줄였다. 아, 오늘은 스타팅부터 최종수 선수가 있네요. 관객석 함성이 어마무시합니다. 해설 위원이 초장부터 최종수를 언급했다.

TV 속 장본인이 안방에서 걸어 나온 것은 그로부터 27분 뒤였다.

“야…….”

“어. 뭐야. 다 잤어?”

최종수는 그새 까치집이 된 머리카락을 헤집으면서 비틀비틀 걸어와 제 옆에 앉았다. 곧장 어깨 위로 올라오는 머리의 무게가 상당하다.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았다.

“졸리면 더 자지 뭐 하러 나왔냐.”

“너 오는 것 같았어…….”

속에서 웅얼대는 말을 용케도 알아 듣는다 싶었다. 귀엽긴 한데, 문제는 여기가 소파라는 점이다. 아무리 편하게 만들어 줘도 불편하게 잘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내일도 경기가 있을 운동 선수를 재울 수는 없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곧 있으면 단백질을 투여할 시간이라 같이 자기는 힘들었다. 성준수는 아직 덜 깨서 따끈따끈한 애인의 머리통을 손으로 헤집었다.

“종수야. 들어가서 자라.”

“싫어…….”

“왜.”

“성준수 볼 거야…….”

똑같이 잠이 덜 깨서 따끈따끈한 애인의 팔이 저를 휘감아왔다. 이대로 자게 냅두든지 방에 들어가자는 뜻이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지금 안 졸리다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말이었으므로 성준수는 TV를 끄고 힘없이 둘러져있는 남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최종수. 잠 깨기 전에 들어가라. 재워 줄게. 그제야 저를 놓고 부스스 일어난 최종수가 유령 같은 발걸음으로 안방에 돌아갔다. 문을 닫지 않는 점이 유령과의 차별점이다. 그는 제가 뒤따라 들어와서 닫아주기를 원했으리라. 하여간 귀여운 새끼.

방까지 따라 들어가 문을 닫고 나니 완전히 새카맣다. 더듬더듬 위치를 찾아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 최종수가 옆에 붙어왔다. 이럴 때 팔을 뻗어주면 알아서 품에 파고드는 점도 그의 귀여운 면모 중 하나다. 어떤 누가 최종수의 이런 면을 상상이나 했을까. 저조차 몰랐던 시절이 있었으니 아마 그의 양친이 아닌 이상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최종수. 자냐?”

“응…….”

대답인지 옹알이인지 이제 구분도 안 간다. 순식간에 따끈해진 품을 간지럽다고 생각하면서, 성준수는 넓은 어깨 위에 이불을 덮어 주고 그 위를 일정한 박자로 토닥였다. 내가 애를 보는 건지 애인을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귀여우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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