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싫

자연, 무위

동철! 서철! 크로스! 노자&루소 사상을 간략하게

24.08.28 연성백업

(주의: 도덕경과 루소 생에 대해 깊은 지식이나 이해 없이 쓴 글입니다… 반영된 철학적 이야기의 디테일이 틀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특히나 도덕경은 어렵다보니ㅜㅜ 그저 오타쿠 한 명 연성이라 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자, 이담의 거처에는 고요한 바람 소리에 때때로 벌레나 새의 소리만 깃들었다. 노자는 여느 때와 같이, 동이 트기도 전에 온통 검은색의 옷을 단정히 갖춰 입고 정좌해 있었다. 항상 그랬듯 가을의 정취 속의 자연은 고요했다. 갑자기 웬 개가 요란스레 짖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어어어, 왜 그래!

난처해하는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노자는 달리 동물을 길들이지는 않았으나, 이 주위를 매일 돌아다니는 개 한 마리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개는 주인도 아닌 저와 딱 그 면이 비슷한지는 몰라도 꽤 조용한 편이었다.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역시 짖지 않는 영특한 개가 짖고 있는 걸 봐선…….

노자는 조용히 일어나 목조 건물의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그가 문을 열고 나가 마주한 것은 금발의 곱상한 사내였다. 장 자크 루소, 였던가. 그는 생각했다. 계속 짖던 개는 그의 기척을 느끼고 금세 돌아서더니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루소는 시선을 옮겨 노자를 보았다. 그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잠시 떠올랐다.

“아……. 죄송합니다. 일찍 일어나버려서 사색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어요. 너무 이른 시간에 요란스럽게 해 버렸군요.” 그가 웃으며 말했지만, 노자는 루소의 목소리에 어색함이 담겨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서양의 인물들은 대다수가 자신을 어려워함을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 이미 일어나 있었으니 미안해하지 말게나.”

“다행이네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강아지는, 키우시는 건가요?”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노자의 발치에서 머리를 부비는 개를 쳐다보았다.

“동물을 길들이는 취미는 없다.” 노자는 딱 잘라 대답했다. 아하하, 어색한 웃음이 돌아왔다. 잠시간의 정적 후, 노자는 먼저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기에도 제법 멀지 않은가. 잠시 앉아있다 가지 않겠느냐.”

​*

두 사람은 처마 아래 마루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침묵은 제법 길었다. 먼저 침묵을 깬 쪽은 루소였다.

“그, 일전에, 다비드와의 사이에서 중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생전에 관계가 좋지 않았던 그 자 말인가. 나보단 다른 자들이 더 많이 관여했을 터인데.”

“그랬죠. 공자…라는 분께 조언을 들었죠. 붕우유신이라는 말은 그때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는 하하, 짧게 웃었다. “동양의 분들과 처음 교류하게 되며 많은 배움을 얻었어요. 노자님께서는 별다른 말씀을 많이 하시진 않으셨지만 조용히 자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뭐랄까, 아우라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시선 덕에 그나마 차분히 대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분위기 때문에 말을 붙이질 못했습니다.”

“기운 같은 이야기인가 보군. 여기엔 일부러 찾아온 것인가?” 하늘과 물에 시선을 두던 노자는 잠시 루소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히 웃고 있었다.

“아하하……. 예전부터 산책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산보하며 자연을 돌아다니고, 사색하고, 때때로 물 위 쪽배에 몸을 실어 멀리멀리 떠내려가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 생각을 글로 옮기고…… 걷다 나온 이곳의 가을 정취가 아름다워 계속 더 깊숙이 걸어오다 보니 여기더군요. 불쑥 찾아와 실례였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리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연이 그 자체로 있는 것에 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니.”

“자연은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루소가 그의 눈을 붉게 물든 단풍으로 옮기며 말했다. “저는 인간이 자연에 속해 있었을 때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평등한 사회. 홀로 독립적인 인간. 그러나 인간은 문명과 사회제도 때문에 타락했다고 말했었죠. 자연 상태의 인간에게 무언가 인위적인 힘을 가한 것이 차별과 불평등의 근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생전 사람들에게 아주 큰 반발을 사 저는 고립되었습니다만…….”

“종교를 끊고 학문을 버리고, 어짊을 끊고 괴로움을 버리면 백성은 부모 자식 같은 사이로 돌아갈 것이지.” 노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루소는 곧장 고개를 노자를 향해 돌리곤 눈을 크게 떴다. 노자는 말을 이었다. “도는 무위 하나,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 통치자가 이 이치를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은 저절로 변해갈 것이고. 욕망하지 않은 채 고요히 있으면, 이 세상은 저절로 안정될 것이며.”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작은 국가를 형성하여 각자의 의견을 충실히 다스림에 반영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따라 어린이를 어른으로 길러내야 하고요.”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서, 백성이 죽음을 중히 여기고, 갑옷과 무기가 있더라도 진칠 곳이 없으며, 그들의 삶이 풍요롭고 그들의 풍속이 즐겁게 해야 하고 말이야.”

노자가 낮게 읊조릴수록 상대의 표정은 점점 놀라움 쪽으로 변해갔다. 루소가 다소 열 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곳에서 의견이 통하는 분이실지는 몰랐는데요.”

“서양인들 자연이 다르겠느냐. 도는 어디에나 있을 터인데.”

“정말 놀랍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에게 인위적인 문명의 힘을 가했을 때 오히려 불평등과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의견을 사실 제 시대와 제 지역에서는 찾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생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분께 듣는군요.”

“자네가 말하는 자연은 명명되었지 않은가, 내가 말하는 무위와 도는 명명되는 순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네.”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요. 그러나 이 정도의 유사성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놀랍습니다. 생전에, 이 말을 책으로 썼다가 저는 책이 금서로 지정당하고 수배령이 내려져 도피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비드를 비롯한 자들과 크게 마찰을 빚었고요. 저는 살며 너무 억울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찬사 받았었는데, 단지 그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을 냈단 이유로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

“생의 말미까지 참 괴로웠습니다. 저의 결백을 증명하고 모든 것을 고백하겠단 작정으로 10년 동안 글을 토해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몰리고 고립되어 오롯이 혼자가 되었을 때, 저는 그때에야 비로소 오랜 고뇌를 거쳐 불행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었고요…… 갑작스레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군요.” 한참 빠르게 말을 늘어놓던 루소는 갑자기 정신이 든 듯 말을 멈췄다. 죄송합니다. 그는 정말 민망한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자네는 참 솔직하군.” 무심히 눈을 감고, 노자가 말했다. “찬사와 비난은 놀라움과 같다. 찬사이든 비난이든 감정의 동요를 수반하지. 찬사를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를 아래에 두는 행위이고.”

잠깐 노자가 말을 멈추자, 루소가 작게 말했다. 더 이야기해 주십시오.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놀람과 같다네. 큰 환난이 오는 것 또한 내가 몸을 가졌기 때문이고. 만약 내가 몸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에게 무슨 놀람이 있겠느냐. 그리되면 환난도 없을 것이고.”

여기까지 말하고 노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루소는 생각에 깊게 잠긴 것인지, 살짝 구부정하게 앉은 채 말이 없었다. 노자는 그가 그대로 있도록 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해가 꽤 높이 떠오르고 있는 참에, 루소는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동양에선 감사의 인사를 이리 하던가요,” 말하며 그는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불쑥 찾아와 긴 시간 머물렀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자 님. 가끔 이야기를 구해도 괜찮으실까요?” 말하는 그의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흘긋 그의 시선을 마주하던 노자는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너무 자주 오진 말게나.” 루소는 곱상한 얼굴로 싱긋 웃어 보이곤, 예, 대답했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폴리스에서 저를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끼니라도 챙기시고, 안온히 계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그는 고개를 숙였고, 몸을 돌려 멀어졌다.

가만히 그 뒤를 보다 실로 오랜만에 의견을 표했구나, 중얼거린 노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의식했다. 그 긴 시간 동안 계속 얌전히 앉아 꼬리만 흔들고 있던 개에게 물이라도 한 사발 떠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크레페 가을타는 가을 님 커미션.)

*

가끔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일부 튀어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 없어서, 그나마 관심이 많던 노자와 루소를 강제로 발할라에서 만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ㅎㅎ)

뜬금없이 쓰고 싶어져서 빠르게 쓴 글인지라 이게 맞는건가 모르겠네요. 윤싫로 연성까지 하게 되어버렸어요.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노자+루소 3차 창작: 이모저모

칼디언니짱

트친 량이가 제 글을 기반으로 너무너무 천재적인 만화를 그려주었습니다…

허락받고 블로그 글에도 링크 걸어요. 다들 포타 들어가셔서 만화 보고 오셔요

와 내 글이 이런 고트한 만화가되네… 아름답다.


글리프 개설과 함께 추가하는 코멘트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저의 인생 첫 2차연성치곤 꽤 괜찮게 써냈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릴 때 정말 바들바들 떨면서 올렸거든요, 나름 교차검증은 거쳤지만 2차가 이게 맞나 싶었고요.

그런데 읽어주시는 여러분께서 너무! 너무 좋아해주셔서 용기와 힘을 많이 얻고 지금까지 연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감사드립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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